먹고살고 글쓰고 - 일하며 글쓰는 작가들이 일하며 글쓰는 이들에게
김현진 외 지음 / 빛소굴 / 2023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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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떤 일이든 밥벌이는 참 힘들다.

그 일이 누군가의 선택을 받아야 하고 무에서 유를 창조하는 일이라면 더더욱 힘들 것이다.

여기 9명의 우리나라 현역 작가들의 진솔한 생활을 담은 이야기가 있다.

좋아하는 일을 계속하기 위해 다른 일을 해야 하는 작가들의 이야기가 눈물겹도록 진솔하다.

 

소설 읽기는 좋아하지만 언감생심 소설가를 꿈꾼 적이 없는 나는 그들의 글에서 창작의 이면을 보게 된다.

낮과 밤이 바뀌고 핏기없는 창백한 피부에 느지막하게 일어나 빈속에 커피 한 잔을 마시는 모습이 내가 생각하는 작가의 전형적인 모습이다.

 

하지만 실제의 그들은 시를 쓰고 소설을 쓰면서 먹고 살기 위해 회사원, 플랫폼 노동자, 편집자, 요가 강사, 번역자, 유골 안치사, 서점 주인, 무도인 등으로 살고 있다.

힘들게 사는 그들은 그래도 숙명처럼 또 쓴다.

 

직업을 편집자라고 말하는 송승언 작가의 글은 고상한 창작자가 아닌 생활인인 작가의 모습을 보여준다.

정보라 작가의 솔직한 어린 시절의 이야기와 다른 세계로 도망치기 위해 글을 썼다는 말이 오래 남는다.

 

9인의 작가의 글은 창작자로 살 결심을 한 사람이나 초보 작가들, 현재 전업이 아닌 작가들에게 도움을 줄 글들이다.

독자에게는 그들의 수고로움과 창작의 고통을 이해하고 응원하게 하며 우리나라 소설과 시를 많이 읽어야겠다는 결심을 하게 한다.

어떤 어려움과 고난에도 글을 쓰고 쓸 수밖에 없는 작가분들에게 응원의 박수를 보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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삼가 이와 같이 아뢰옵니다 미야베 월드 2막
미야베 미유키 지음, 김소연 옮김 / 북스피어 / 2023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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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간을 누구보다 빨리 구입하지만 그 신간을 구간으로 만드는 신묘한 재주가 있는 독자지만 예외가 있다.
바로 미미여사, 미야베 미유키의 소설이다.
특히 에도시대를 배경으로 한 “미야베 월드 제2막” 중 미시마야의 변조 괴담은 그의 작품 중 가장 좋아하는 시리즈다.

에도 간다 미시마초의 주머니 가게 미시마야의 흑백의 방에서 이야기꾼 손님이 들려주는 이야기는 “이야기하고 버리고, 듣고 버리고.”라는 규칙에 따라 진행된다.
처음 청자는 주머니 가게 주인 이헤에가의 조카딸 오치카가 청자의 역할을 맡다 시집을 간 후 차남인 도미지로가 그 자리를 이어받는다.

시리즈의 여덟 번째 이야기에는 모두 3명의 이야기 손님이 흑백의 방을 방문한다.
#주사위와등에 열 한살에 웃는 법을 잊어버렸다는 모치타로가 어린 시절 누군가의 저주로 등에가 씌은 누나를 구하고 육면(주사위의 신)님의 도박장이 있는 여관마을에 끌려간 뒤 겪은 이야기다.
#질냄비각시 대를 이어 나룻배 사공인 집안의 오누이가 질냄비 속의 존재와 마주하면서 벌어지는 이야기다.
표제작 #삼가이와같이아뢰옵니다 는 연못을 건너 온 “인간이 아닌 자“와 그들을 물리치기 위해 아무런 댓가도 없이 나서는 사람들의 이야기다.

주사위와 등에에 등장하는 도박장은 현실과는 시간의 흐름조차 다른 세상으로 신선이 사는 세상에 들어가 도끼자루가 썩는 것도 몰랐다는 옛이야기나 ‘센과 치히로의 행방불명’ 속의 치히로의 모험을 보는 듯하다.
질냄비 각시 또한 우리나라의 우렁각시를 떠오르게 하지만 그 실제는 더 오싹하다.
흑백의 방에서 듣는 이야기는 어디서 들은 적이 있는 기시감이 드는 이야기들이지만 작가는 우리가 이미 알고 있는 이야기를 씨앗으로 현실의 부조리를 꼬집고 있다.

특히 표제작 속의 인간이 아닌 자, 좀비의 등장은 새로울 게 없는 이야기지만 시대물이라는 특징과 연못을 사이에 둔 어딘 지 모르는 세상의 이야기가 흥미롭다.
백성을 돌보지 않는 위정자들이 판치는 세상에 등장한 부귀와 부귀에 물려 감염돤 인간이 아닌 자들을 물리치는 주체가 국가가 아닌 백성들 스스로인걸 보며 시대와 장소가 다르지만 현세와 별반 다르지 않다는 생각이 든다.

작가가 들려주는 옛이야기는 가깝지만 잘 모르는 나라의 에도 시대를 배경으로 하고 있어 처음에는 낯설지만 읽다보면 그 시대의 일본의 풍물을 들여다 볼 수 있어 좋다.
오치카의 출산 이후로 다시 재개될 이야기 자리를 고대하며 오치카의 순산과 작가의 건강을 빌어본다.
더불어 미시마야를 즐겁게 읽을 수 있게 나 역시 건강해야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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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주 희미한 빛으로도
최은영 지음 / 문학동네 / 2023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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발표 시기가 다른 단편 7편이 실렸다.
보통의 사람들의 일상을 쓴 이야기는 내 주위에 살고 있지만 미쳐 내가 알지못했던 이들의 삶을 들여다보는 소설들이었다.
소외되고 인정 받지 못한 사람들의 이야기는 모두 여성이 등장하는 소설이지만 여성들만을 위한 소설은 아니다.

직장 생활을 하다 다시 공부를 시작한 ‘나’와 한국어 억양으로 영어 강의를 하는 강사의 이야기인 #아주희미한빛으로 는 진짜 글쓰기에 대한 생각과 함께 우리에게 이제는 잊혀진 이야기가 돼버린 용산 참사를 떠오르게 한다.
대학의 교지 편집부에서 함께 글을 쓴 시절을 회상하는 #몫 은 90년 대 당시 여성에게 벌어진 폭력을 어떻게 소비했는지 특히 주한 미군 기지촌 살해 사건에 대한 우리 사회가 어떻게 반응을 했는 지 생생히 떠오르게 한다.

#일년 은 우연히 병원에서 만난 그녀들은 8년 전 한 직장에서 삼 년 차 사원과 일 년 계약 인턴으로 만난 사이로 일 년 동안 많은 이야기를 나누지만 끝내 인턴인 그녀에게 상처를 주는 말을 하고 만다.
이제는 더 이상 만날 수 없는 조카에게 이모가 보내는 편지인 #답신 은 가정 폭력과 그루밍 성범죄 등 여성에게 행해지는 폭력을 이야기한다.

#파종 과 #이모에게 는 시간의 흐름 속에 나이든 사람이 아닌 진짜 어른에 대한 이야기로 어떤 삶을 살아야 하는 지 고민하게 한다.
마지막 #사라지는사라지지않는 은 홍콩으로 오랜만에 딸을 만나러 간 엄마 기남의 이야기로 어려운 시대를 살아온 그 시절의 엄마들에게 박수를 보낸다.

작가의 소설은 사회 문제를 쓰고 있지만 그 안에 다정함이 있어 좋다.
지나버린 시간들을 이야기하고 있지만 우리가 잊지말아야 할 것, 꼭 기억해야 할 것들을 되새시게 한다.
어떤 소설들은 그 당시 사회가 크게 문제 삼았던 이야기들이고 또 어떤 이야기는 지극히 개인적인 이야기의 외피를 쓰고 있지만 그 속에는 지나치면 안 되는 사회문제를 이야기하고 있다.

비정규직, 여성, 미성년자 성폭력 등등 가장 약한 위치에 엄연히 존재하고 있지만 당사자가 아닐 때는 전혀 다른 모습으로 보이는 이들의 현실을 볼 수 있다.
명확한 주제의 소설은 읽다보면 진부해지기 쉬운 데 작가의 글은 사회를 보는 냉철한 눈 뒤에 다정함이 있어 마음이 따듯해 진다.
앞으로도 열심히 읽을 것 같은 작가의 소설은 재밌다는 한마디로 정의 내릴 수 없는 마음을 가득채우는 이야기들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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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름기담 : 매운맛 여름기담
백민석 외 지음 / 읻다 / 2023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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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시품절


이번엔 맵게 달려봅시다!!!

#나는나무다 #백민석

한자리를 지키고 있는 오래된 나무는 지난 세월 인간들이 저지른 악행을 다 보고 있었다.

#절담 #한은형

작가님 이거 진짜 작가님 이야기 맞아요?
20년 전 만난 스님과 다시 만난 스님은 같은 사람이라고 할 수 있을까.

#마구간에서하룻밤 #성혜령

나에게 찾아온 병고와 믿었던 사람의 배신과 낯선 사람들의 등장, 편안해야 할 집이 내집이 아닌 순간이다.

#아미고 #성해나

미래의 어느 날 인간의 일자리를 차지하는 AI, sf소재로만 쓰이는 이야기가 아니라는 게 공포다.

마트의 식품 코너에 있어도 어색하지 않은 표지의 기담집은 “1인분씩 소름 돋게!” 권장하고 있지만 과식해 버렸다.
레벨 4~9의 ‘작정하고 무섭게, 독한 이야기!’라는 데 간댕이가 부은 나에게 이런 것 쯤이야 하고 읽었지만 생각할 수록 소름돋는다.

특히 벌레처럼 스물거리며 들어와 나갈 생각을 않는 ”마구간에서 하룻밤“ 속 등장인물들은 그들이 귀신이 아니라 사람이라는 게 더 공포스럽다.
세상에서 제일 무서운 건 역시 사람이다.
귀신이 아닌 인간의 사악함과 더불어 생각할수록 커지는 공포와 마주하고 싶은 독자에게 강추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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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읽는나무 2023-08-10 12:12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이런 책도 있군요?
전 요리책인가?했어요.ㅋㅋㅋ
더운 여름임에도 잘 지내시죠?^^

초록콩 2023-08-21 07:40   좋아요 1 | URL
글만 쓰고 나가서 이제야 보네요.
인스타에서는 카레 올린 줄 아는 분도 많아요 ㅋㅋ
저는 매일이 다를 것 없는 나날입니다.
여름이 머지않은 것 같아 아침 저녁으로는 살만하네요.
 
여름기담 : 순한맛 여름기담
이주혜 외 지음 / 읻다 / 2023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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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름엔 역시 공포지.
기가 막힌 표지에 손에 쏙 들어오는 크기 외출할 때 가져가도 딱 좋다.
먼저 순한 맛부터 시작해 보자구.

#초록비가내리는집 #이주혜

양순덕은 결혼 40년이 다 되도록 존댓말을 쓰며 품격 있는 ‘교육자 집안’인 양 자랑하는 남편과 단 둘이 살고 있다.
살날이 3개월 남은 그녀는 애지중지하는 100개가 넘는 화분을 남기며 남편에게 전하고 싶은 단 한 문장을 적는다.
”부디 화분들만은 죽이지 말아주세요.“

#아직은고양이 #정선임

목련나무 앞 책방을 운영하는 ‘나’는 자신의 남자 친구 은재가 고양이라고 믿는 수진을 만난다.
어떤 날은 그냥 아무 걱정없는 고양이가 부럽기도 하지.

#우산이나타났다 #범유진

내 잘못으로 아이가 사경을 헤맨다면 엄마가 느낄 공포는 짐작할 수도 없다.
그나저나 대책없는 생물학적 아버지는 어쩐다 말인가.

#디워 #전예진

밥맛 떨어지는(사람에게 쓰기 미안하지만) 상사와의 점심 시간, 타임루프에 갇힌 직장인의 이야기다.
타임루프에 갇히지 않았어도 매일이 똑같다는 게 더 공포다.

귀신이 선사하는 공포를 기대했다면 실망할 수도 있다.
하지만 진짜 무거운 건 귀신이 아니라 사람이고 하루하루의 삶임을 다시 일깨워주는 기담들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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