위픽 시리즈 우선 맛보기로 두 권만 읽어보자하고 고른 책 중 한 권이다.조예은 작가의 책은 이미 여러 권 읽었던지라 그냥 작가의 명성만으로 고른 책이다.역시 믿고 읽을 수 있는 작가다.시리즈를 모두 구입하기엔 사악한 책 가격이지만 커피 두 잔 값이면 한 권을 살 수 있으니 아마도 전부를 욕심내며 한 권 한 권 수집할 것 같은 예감이 든다.연인인 형석의 프로포즈를 받고 집으로 돌아오는 길에 낯선 전화 번호로 정해에게 전화가 걸려온다.어린 시절 부모의 불화로 외할머니와 잠깐 지내게 된 미아도에서 알게 된 친구 우영이 자살했다는 경찰의 전화였다.우영의 자살을 믿을 수 없었던 정해는 미아도로 향하게 된다.미아도에는 우영이 산지기를 했고 죽은 뒤에는 묻히기를 소망했던 영산이라는 신령한 산이 있다.영산은 죽은 이를 만나고 싶어하는 간절한 마음으로 기도하는 이들이 찾는 영산교의 본산으로 우영의 시어머니이자 죽은 산주의 딸인 최양희가 교주로 있다.정해는 우영의 죽음의 진실을 밝히기 위해 영산교의 신자가 돼 산지기가 되길 자청하고 비밀에 다가서게 된다.어린 시절 우정을 나눈 우영과 정해는 서로에 대해 누구보다 잘 이해하고 알고 있다.사람의 관계는 만남의 횟수와는 상관없는 것임을 새삼 다시 생각해 보게 한다.이성적으로 생각하면 도저히 납득할 수 없는 일들을 벌이는 어리석은 인간의 간절함과 그 마음을 이용해 욕심을 채우는 누군가의 이야기가 현실에서도 일어나는 일이기에 더 큰 두려움으로 다가온다.부디 정해가 작가의 당부처럼 현실로 돌아가 뻔뻔하게 잘 살기를 바라본다.
처서가 지나고 흰 이슬이 내린다는 백로가 가까워지면서 언뜻 부는 바람 끝이 서늘해짐이 느껴집니다.어느 해보다 더웠던 올 여름 우리를 즐겁게 해 준 아이스크림 이야기로 밤이랑 달이가 찾아왔습니다.창밖으론 손톱달이 보이는 더운 여름밤, 밤이는 누나에게 “우리 아이스크림 먹을까? 갑자기 배가 뜨거워”라고 속삭입니다.달이는 밤이의 배를 만져 보고 배가 안 뜨겁다고 하자 이번엔 아이스크림이 녹을까 봐 걱정입니다.밤이는 한 밤중 아이스크림이 먹고 싶어 갖가지 핑계를 대고 달이는 어른스럽게 밤이를 달랩니다.하지만 밤이는 누나가 아무리 이유를 대도 한 번 먹고 싶은 아이스크림 생각은 도저히 떨쳐낼 수가 없습니다.과연 밤이랑 달이는 아이스크림을 먹지 않고 잠들 수 있을까요?밤이랑 달이랑 일곱 번째 이야기입니다.끊임없이 아이스크림을 먹어야 하는 이유를 대는 밤이의 모습이 귀엽습니다.또 그럴싸한 이유로 동생을 달래는 달이의 모습은 의젓해 보입니다.아무리 누나답게 동생을 달래지만 아이스크림의 시원하고 달콤한 유혹을 뿌리치기는 쉽지 않습니다.딱 하나만 먹으면 행복해질 것 같은 아이스크림, 살금살금 하나 먹어도 야단이 나지는 않을 겁니다.한 번쯤 밤에 몰래 먹는 아이스크림으로 우리 아이가 행복해질수 있다면 알고도 눈감아 주는 어른이 돼 보는 것도 괜찮을 것 같습니다.그래도 아이스크림 먹었으면 “치카”하고 자는 건 잊지말아요.<문학동네 그림책 서포터즈 뭉끄 1기 활동 중 제공받은 도서입니다.>
그리스로마 신화를 본격적으로 접한 것은 20여 년전 tv로 방영된 “올림포스 가디언”이었다.아빠가 이야기 해 주는 방식의 만화는 판도라의 상자나 거미로 변한 아라크네, 사람을 돌로 변하게 한다는 메듀사, 인간에게 불을 전한 프로메테우스 등 두서없이 단편적인 이야기로 접해오던 신화 속 신들을 자세히 알고 싶다는 생각을 가지게 했다.여러 종류의 그리스로마 신화를 읽으면서 느낀 공통점은 읽을 때는 재미있고 신들의 관계를 이해할 수 있을 것 같다가도 책을 덮는 순간 잊어버린다는 것이다.분명 신들의 이름도 낯설지 않고 그들이 펼친 모험들도 다 기억하는 데 누군가에게 이야기해주거나 설명하기가 쉽지않다는 어려움을 겪곤 했다.그러다보니 한 권으로 쉽고 일목요연하게 정리한 책이 없을까 싶던 차에 한 권으로 정리한 신들의 역사 “그리스 로마 신화 신박한 정리”를 읽게 됐다.304페이지의 다소 짧은 분량이지만 나처럼 뒤돌아서면 기억나는 게 없다는 독자에게는 시험보기 전 마지막 순간까지 놓치않을 정리 노트같은 책이다.모두 아홉 개의 장으로 나뉜 도서는 제우스의 가족을 중심으로 신들을 분류하고 있다.1장은 ‘그리스인의 신이 된 제우스와 그 가족’으로 역사 속 인물인 제우스와 그의 가족에대한 신격화 과정을 이야기하고 있다.2장 ’제우스의 여인들‘은 21명의 제우스의 여인들에 대해 서술하고 있고 3장과 4장에서는 그들 사이에서 얻은 18명의 아들들과 25명에 딸들에 대해 요약하고 있다.5장의 ’제우스의 후손이 이룬 그리스 왕가 이야기‘는 제우스의 후손들이 세운 그리스 소국 왕가 인물들의 이야기다.우리가 익히 알고 있는 오이디프스 왕의 이야기가 이 장에 소개된다.6장 황금 양모를 찾아 떠난 아르고호 원정대는 이아손을 비롯한 메데이아, 오르페우스 등 여러 영웅이 등장한다.트로이 목마로 기억하는 ‘트로이 전쟁과 트로이의 몰락’은 7장에 8장에는 우리가 이야기로 많이 읽어온 에코와 나르키소스, 피그말리온 등 신화 속 인물과 스핑크스, 키마이라, 히드라 등 괴물들에 대해 설명하고 있다.마지막 9장은 ‘그리스 로마 신화를 쓴 주요 작가 및 작품’에 대해 알려준다.그리스로마 신화를 읽어야 하는 가장 큰 이유는 서양 문화를 제대로 이해하는 데 도움이 되기 때문이다.돌이켜보면 학창 시절 역사 과목이 어려웠던 이유는 단순한 암기 과목으로 공부했기 때문이다.지금처럼 다양한 매체를 통해 역사를 접할 수 있었더라면 휠씬 더 좋은 결과가 나왔을 테지만 사건의 이면이나 원인보다는 사건 자체에 집중했던 탓에 이해보다는 암기하기에 급급했고 그러다보니 재미가 없었다.그리스로마 신화 역시 사건이 아닌 큰 줄기로 정리가 된다면 휠씬 쉽게 이해할 수 있을 것이다.그리스로마 신화의 전체적으로 이해하고 싶은 독자들에게 제우스를 중심에 두고 그의 가족과 후손들의 여정을 정리한 책은 한 번 읽고 덮을 것이 아니라 곁에 두고 두고 볼 만하다.어느 정도 신들의 계보가 정리된 후 더 자세한 이야기로 가지를 쳐 나간다면 휠씬 쉽고 재미있게 신화를 이해하는 데 도움이 될 것이다.<도서는 김영사 사평이벤트에 당첨되어 제공받은 도서입니다.>
위즈덤하우스의 단편 소설 시리즈 ‘위픽’이다.‘단 한 편의 이야기’인 탓에 짧아서 부담이 없다.책의 외형도 양장본으로 띠지를 벗기면 소설의 한 문장이 떠억 자리하고 있다.전건우 작가의 ‘앙심’의 문장은 “네가 평안해졌으면 좋겠다. 진심이야”다.나이도 어린 직장 상사가 평소에도 스트레스인데 내 승진까지 막았단다.애인인 K에게 직장 상사 험담을 하는 데 그가 한 마디 건넨다.“무서운 이야기 하나 해줄까?”몇 해 전 K가 도와준 노숙자 최씨가 보답을 하고 싶다고 하며 딱 한 사람 죽여준다는 말에 K는 지도교수를 떠올린다.K는 고민 끝에 무고를 위한 물품을 건네고 다음 날 저녁 ‘그것’이 찾아온다.찌이익찌이익스스스스스스스스스살다보면 죽이고 싶도록 미워지는 상대가 생기기도 하지만 시간이 지나면 그 또한 잊는 게 사람이다.앙심을 품고 앙갚음해봐야 평안을 보장받을 수는 없다.혹시나 누군가가 죽이고 싶도록 밉다면 ’앙심‘을 읽고 위안을 얻어보자.어째 위픽 시리즈를 읽기 시작하면 끝을 볼 것 같더니 처음 만나는 이야기부터 발목을 잡는다.아무래도 위픽의 늪에 빠진 듯하다.이야기의 길고 짧음은 공포의 크기와 비례하진 않는다.무섭다, 무서워.
SF,판타지,호러를 쓰는 작가의 소설을 처음 읽게 됐다.제목만으로는 SF라고 짐작할 수 없는 소설은 인류가 우주로까지 발을 넓힌 시대의 이야기다.”오래전에 죽은 늑대의 유전자에, 훨씬 더 오래전에 죽은 화성 생물의 DNA를 조합해서 만들어“(p230)진 늑대 볼크가 등장한다.국가의 의미가 없어진 시대, 대기업들이 나서 태양계를 개발하고 기업연합이 세상을 지배하고 있다.어느 날, 군인들을 형제자매라고 생각하는 늑대 볼크가 있는 시베리아의 비밀 기지에 의문의 포탄이 떨어지고 볼크와 로봇들과 동료 군인인 링카만 살아남는다.AI전문가인 할머니 ‘조인경’은 회사에서 좌천돼 이름뿐인 러시아의 야쿠츠크 지사장으로 옮겨가게 된다.조인경은 로봇이 민가에 침입하는 영상을 보게 되고 그 속에서 멸종된 늑대를 보게 되고 안드로이드 사냥꾼 ’코니 버틀러‘는 늑대를 생포하기 위해 조인경 일행을 인질로 잡게 된다.늑대인 볼크와 AI전문가 조인경, 그리고 사냥꾼인 코니 버틀러가 번갈아가며 소설을 이끌어간다.볼크는 부상을 입은 링카를 돕기 위해 로봇들과 민가를 습격하지만 미안한 마음을 가지고 될 수 있으면 인간들에게 최소한의 피해만 입히려 노력한다.인간의 명령에 의해 늑대를 사냥하는 안드로이드인 코니 버틀러는 끊임없이 존재에 대해 질문을 던진다.볼트의 꿈에 나타나는 빨간 소녀의 비밀과 공포스러운 존재가 분명한 안드로이드 사냥꾼의 고뇌를 쫓아가다보면 인간의 욕심으로 창조된 존재들의 고통이 전해진다.눈 덮인 동토를 링카를 위해 달리는 볼트와 잡역부 로봇들의 모습은 황량한 겨울의 벌판에서 불어오는 바람을 느끼게 해 준다.누군가에게는 대체가능한 로봇일뿐이지만 그 로봇을 구하기 위해 위험을 무릅쓰는 볼트의 모습은 가족의 개념은 우리 인간들의 전유물이라는 편협한 생각을 되돌아보게 한다.<읻다출판사의 서포터즈 활동중 제공받은 도서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