불면증이 아니라 무면증이 아닐까 싶은 만큼 뜬 눈으로 밤을 지세워 온 나는 베개로 불면증을 치료했다는 말에 중고 거래로 그 베개를 산다.그날 밤, 나는 의사의 권고대로 빛 한 점, 소음 하나 들지 않게 꽁꽁 싸맨 방에 누워 머리로 그 베개를 꾹꾹 누르고 있었다.(p8)왕방울이 죽었으면 좋겠어.베개에서 들리는 목소리가 중고거래를 했던 여자의 목소리라는 사실에 놀라 그녀에게 연락하게 되고 그들 공통의 빌런 왕방울에 대해 이야기하다 무자비한 복수를 계획한다자영업자라면 한 번쯤 경험하게 되는 블랙컨슈머인 왕방울은 한 번의 진상짓으로 끝나지 않는다.젊은 여자 혼자서 운영하는 일인 사업장을 상대로 온갖 진상을 떨며 돈을 요구하고 그 요구가 받아 들여지는 순간 정기적으로 수금을 하러 온다.만약 내가 왕방울의 진상짓의 먹이감이라면 어떤 선택을 할 수 있을까?법에 의지할까 생각하다 동네 장사인데 일이 너무 커지지 않을까 걱정하고 조사를 받고 나온 뒤 더 크게 소란을 피우지 않을까 걱정하다 잠 못 이룰 듯하다.그녀들의 복수는 성공한 듯하지만 그 뒷맛이 영 개운하지가 않다.복수 뒤 편안한 잠을 잘 것 같던 그녀들의 불안은 말끔히 가시지 않은 체 밤을 지샌다.복수를 성공해도 생각만큼 즐겁거나 행복하지 않은 그녀들을 보면서도 차마 누군가를 미워하지말고 복수를 계획하지 말라고 말할 수 없다.부디 왕방울씨가 역지사지의 심정으로 다시는 진상 짓을 하지 않기를 바랄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