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끔 시집을 구입하지만 끝까지 읽은 시집은 몇 안 된다.특히나 요즘 출간되는 현대시의 난해함은 여러 번 읽어도 이해하기 어려워 몇 편 읽고 그만 두는 게 다반사다.그러니 한국 시 번역가를 인터뷰한 산문집이라는 설명을 읽고 한참을 망설여 고른 책이다.인터뷰어인 “은유”작가도 초면이고 우리 시를 각국의 언어로 번역한 번역가들도 낯선 이름들이다.우리 말로 번역된 외국시는 말할 것도 없고 다른 나라 언어로 된 시를 읽어낼만한 능력이 없는 탓에 우리나라 시를 번역한 시를 읽은 일도 없다. 그러다보니 인터뷰에 응한 번역가들 중 ‘저주토끼’를 번역한 ‘안톤 허’를 제외하고는 모두 처음 알게 된 번역가들이다.한영 번역가 호영, 안톤 허, 소제, 알차나, 새벽, 한일 번역가인 승미, 한독 번역가인 박술을 르포 작가인 은유가 한 달에 한 번 서울 동네 책방에서 만나 인터뷰를 진행한 기록이다.인터뷰어와 인터뷰이의 단순한 묻고 답하기가 아니라 번역가들의 이야기를 들으며 느낀 은유 작가의 소회를 적고 있다.7인의 한국 시 번역가는 다른 계기로 시를 번역하는 길로 들어섰고 번역하는 과정은 각자에게 맞게 특화됐지만 한 가지 공통점은 시인의 시를 제대로 번역하기위해 지단한 수고를 아끼지 않는다는 사실이다.언어 체계가 전혀 다른 언어를 번역한다는 일은 새로운 창작물을 만들어내는 것보다 휠씬 어렵다는 생각이 들었다.시 읽기에 어려움을 겪는 나에게 호영 번역가가 정답에 가까운 이야기를 해 준다."시는 이해에서 자유로워서 좋은 장르 같아요. 다 이해 못 해도 나중에 또 와서 읽으면 뭐가 보이겠지. 약간 이런 식으로 넘어가는 편이에요. 그냥 어떤 느낌을 가져가면 되는 것 같아요."(p36)낯선 분야인 번역가, 그것도 우리 시를 번역하는 번역가들의 이야기를 읽으며 소개된 시 몇 편을 찾아 읽었다.단순한 문장이 아닌 여러가지 의미를 함축한 단어들을 보며 그들이 어떻게 번역했을까 궁금해진다.끝내 읽지못할 그들의 번역된 시이지만 수고에 박수를 보낸다.<읻다 출판사에서 제공받은 도서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