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39년 4월 동갑인 내 어머니들은 동성 결혼이 제도화된 지 4년째 되던 해에 결혼했고 나는 입양되었다.어느 날 갑자기 차원에 문이 열리면서 “차원 난민”이라는 환상 동물들이 지구를 찾게 된다.“그나마 북미와 유럽 정부들은 얼마간 차원 난민을 받아들였으나, 기타 대륙에서는 차원 난민을 받아들이는 정부가 거의 없었다.”(p10)한국의 난민 수용소는 악명이 높았고 내 어머니 박세희 씨는 차원 난민 운동을 하다 경찰 진압봉에 맞아 죽음을 맞는다.남은 김연우 어머니는 반려동물 납골당을 하며 사회운동을 이어가고 어느 날 나는 연우 엄마의 장롱에서 빛덩이들을 발견하고 “우리 집이야! 우리 집이라고!”(p23)라고 외치며 그것들을 쫓아버린다.나중에 나는 그 빛들이 갈 곳 없는 차원 난민이었다는 사실을 알게 되고 오랜 시간 생명을 살해했다는 죄책감과 공포 속에 살아간다.소설을 읽는 내내 지금 우리 지구 안에서 벌어지는 일들을 시대만 바꿔 그대로 옮겨 놓은 듯하다.엄마가 납골당을 한다는 이유만으로 학교 폭력에 노출되고 아무 짓도 하지 않고 살기 위해 난민이 될 수 밖에 없었던 이들을 배척하는 현실과 무자비한 공권력에 의한 시민의 죽음까지 뉴스를 보고 있는 것 같다.먼 훗날의 지구의 모습이 지금과 별반 다를 것 같지 않아 입맛이 쓰다.<본 도서는 위즈덤하우스의 위픽 시리즈 서포터즈로 활동 중 제공받은 도서입니다.>
정연의 언니 정혜는 쉽게 사랑에 빠지고 사랑에 상처받는 사람이다.가버린 사랑을 잊지 못하고 한여름에도 긴 패딩 점퍼를 입고 거리를 배회하기도 하고 정신병원에서 퇴원 후에는 가족과 연락을 끊고 사라지기도 한다.그래도 정연은 언니를 찾아 나서고 다시 찾은 언니는 여전한 모습으로 한국인들보다는 외국인들이 많은 도시에서 살고 있다.사랑해서는 안 될 사람을 사랑하고 그 사랑 때문에 가족에게도 내치지만 아직도 첫사랑의 이름을 입에 올리지 못하는 게 정혜 언니다.사랑은 누구나 할 수 있지만 모든 이들에게 그 사랑을 축하받을 수는 없다.내가 겪지 않으면 도저히 이해할 수 없는 것, 모든 사람이 각자의 모양대로 하는 것인 사랑인데 우리는 그 사랑에 규격을 입히려 한다.정연 역시 다른 사람들과 다르게 사는 언니를 이해하지 못하다 자신이 짝사랑했던 남자와 우연한 만남 후 언니를 이해하기 시작한다.자신을 이해하지 못하는 가족보다는 모든 것이 낯선 이방인들이 모여 사는 곳에서 평안을 느끼는 정혜가 조금은 이해되기도 한다.<도서는 위즈덤하우스 위픽 서포터즈로 활동 중 제공받은 도서입니다.>
“졸업을 겨우 한 학기 앞두고 전학 온 것도 모자라 1년 유급생이기까지 한 도하”(p6)는 반납해야 할 도서를 연체하고 벌칙으로 도서관에서 봉사 활동을 시작한다.도하는 자신뿐 아니라 원하지 않는 책을 “강제 대출”해 주는 사서 교사 가문비 역시 귀신을 본다는 사실을 알게 된다.도하는 학교 도서관에 있는 이수정 학생의 혼령이 책을 읽을 수 있게 도와주는 봉사 활동을 하면서 자신의 사물함 속에 있던 <이제 나를 자유로이 놓아주시오>라고 쓰인 쪽지의 출처를 찾기 위해 기발한 아이디어를 낸다.그 덕분에 학생들은 도서관을 찾게 되고 도하는 쪽지의 비밀에 다가간다.책을 좋아하는 사람들에게 도서관은 천국이다.천국 같은 도서관 특유의 냄새와 분위기는 물론 요즘 문제 되는 학교 폭력과 학생들이 찾지 않는 도서관 등의 현실이 그대로 전해진다.주인공이 귀신을 본다는 설정이 엉뚱하기도 하지만 읽은 뒤 시간이 한참 지나 제목도 잊었고 내용도 가물가물 하지만 마음의 파문을 일으킨 한 구절을 기억해 내고 그 책을 찾아본 애서가라면 고개를 끄덕이며 읽을 이야기다.
고등학교 1학년에서 2학년으로 올라가는 3월에 1년의 시한부 선고를 받은 쓰키시마 마코토는 평소에 마음에 두고 있던 미나미 쓰바사에게 자신의 마음을 전할 결심을 한다.우연히 미나미가 속한 영화 제작 동아리 활동을 함께 하게 되면서 찍고 있는 영화의 남자 주인공까지 맡게 된다.영화를 찍으며 마코토와 미나미는 사귀게 되지만 마코토의 병이 진행되면서 의식을 잃는 일이 반복된다.“자유분방하지만 실행력이 뛰어난 천재 기질의 쓰바사.우리 넷 중에서 사실은 가장 똑똑하고 예쁜 에나.어떤 일이든 열심히 노력하는 노력파 이치카.대단한 능력은 없지만 영화에 관한 지식만큼은 갖춘 나.(하야미) _143쪽네 명의 영화 제작 동아리 부원들과 시한부인 마코토의 우정과 사랑을 그린 소설은 마코토와 쓰바사, 하야미가 번갈아 가며 이야기를 진행한다.마코토는 자신이 죽은 후 힘들어할 쓰바사를 위해 자신의 병을 끝까지 숨기려 노력하고 마코토의 시한부를 알게 된 하야미 역시 친구를 위해 그 사실을 숨긴다.전조 증상 뒤 혼수상태에 빠지는 마코토의 병은 그 횟수가 증가하고 시간도 길어지게 되면서 친구들은 마코토의 마지막 크리스마스이브 파티를 위해 일생일대의 계획을 세운다.누구든 죽음 앞에 의연할 수는 없다.그것도 하고 싶은 것이 무궁무진한 어린 나이에 자신의 시한부를 선고받는다면 그 혼란은 일상생활을 하기 어려울 정도일 것이다.하지만 주인공 마코토는 자신의 죽음 뒤에 남겨질 친구들을 걱정하는 모습을 보인다.친구들 또한 망연자실하며 슬픔에만 빠져있지 않고 친구의 마지막을 편안하게 맞이하게 한다.국내에서 데뷔작인 <오늘 밤, 세계에서 이 사랑이 사라진다 해도>가 많은 사랑을 받은 작가의 신작은 아련한 첫사랑의 추억을 떠올리게 하는 것은 물론 잃어버렸던 소중한 꿈에 대해 생각하게 한다.벚꽃이 흐드러지게 핀 표지의 소설은 추운 겨울, 크리스마스 즈음 누군가를 그리워하며 읽기 좋은 ”로맨스 소설“이다.<본 도서는 오드림4기 활동 중 출판사에서 제공받은 도서입니다>
읻다 출판사의 산문 문학 시리즈 #텍스투라 세 번째 책이다.아직까지도 많은 사랑을 받고 있는 ‘반 고흐’가 제목에 들어간 까닭에 무조건 고른 책이다.“사회가 자살시킨 자”라는 다소 섬뜩한 제목이지만 글을 쓴 ‘앙토냉 아르토’에 대해 모르고 있었기에 익히 보아오던 반 고흐의 그림을 설명하는 도서로 짐작했다.‘앙토냉 아르토’는 20세기를 산 프랑스 작가로 “연극과 시, 영화와 회화 등 여러 장르를 오가며 활동한 전방위 예술가 아르토는 ‘잔혹극’으로 대표되는 고유의 연극론으로도 잘 알려져 있다.”(책소개글 중)반 고흐는 1853년에 태어나 1890년에 사망했고 앙토냉 아르토는 1896년에 태아나1948년에 사망했기에 둘은 실제로 교류한 적은 없다.책의 시작은 우리가 익히 아는 반 고흐의 아름다운 그림들을 실고 있고 그림에 대한 구체적인 설명은 없다.1947년 오랑주리 미술관에서 반 고흐의 전시회가 열렸고 한 예술 주간지에서 전시 소식과 함께 정신과 의사 프랑수아조아킴 비어가 정신과적인 진단으로 예술가인 고흐에 대한 비핀하자 아르토가 그에 반박하는 글을 썼는 데 바로 그 글이 <사회가 자살시킨 자, 반 고흐>이다.아르토 역시 정신병원에 입원한 이력이 있던터라 예술가인 고흐를 단순히 정신의학적 판단으로 재단하고 규정 짓는데 반발한다.의사라는 권위와 사회 구조 자체에 대해 성토하고 일반적인 규격에 맞춰 예술가를 평가하는 모습에 일침을 남긴다.부록에는 아르토가 그린 그림과 회화 및 연극을 다룬 짧은 글 다섯 편이 실려있다.예상을 빗나간 책이라 읽는 데 다소 시간이 걸렸지만 예술가인 고흐를 적극적으로 변호하는 아르토의 외침이 인상 깊었다.인문학적 소양을 더 쌓고 다시 읽는다면 휠씬 즐거운 읽기가 될 것 같다.그래도 고흐의 아름다운 그림과 앙토냉 아르토의 열변을 읽는 것만으로도 즐거웠다.<읻다 출판사 서포터즈로 활동 중 제공받은 도서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