봄,여름,가을호와 다르게 영문이 아닌 한글로 적힌 잡지 제목이 먼저 눈에 들어온다.겨울호는 특집 기사로 뉴스타파 김새롬 피디의 죄수와 검사의 사건 브로커 취재 기사를 싣고 있다.유튜브에서 보아오던 뉴스 리포터를 음성이 아닌 글자로 접하다보니 정의를 외치는 검사들의 행태가 어떻게 변질될 수 있는 지 더 생생하게 전해진다.이번 겨울호에는 여름호부터 연재되던 백휴의 <탐정 박문수-성균관 살인 사건>의 결말을 맺었다.얼마전에 읽은 소설의 줄거리도 가물가물한 기억력을 소유한 탓에 3번에 나눠 읽은 이야기에 집중할 수 없었다.찬찬히 처음부터 끝까지 다시 읽어야 할 것 같다.이번 호의 신인상 수상작은 이시무 작가의 <아버지라는 이름으로>로 주가조작 사건과 ‘가족 살해 후 자살’이라는 사회 문제를 소재로 한 이야기다.소설은 단순한 살인 사건 해결뿐만이 아니라 악인의 대한 우회적인 응징과 살인 사건의 진실이 밝혀지는 순간 아버지의 마지막 선택 역시 좋은 아버지로 남고 싶다는 이기적인 마음에서 벌인 일이라는 생각에 화가 난다.히라노 쥬 작가의 <회귀>는 컴퓨터 천재의 밀실 살인을 다룬 이야기로 죽음 뒤 친구에게 애인의 배신을 알리는 방법이 기발하다.김유철 작가의 <뱀파이어 탐정>은 아직도 해결되지않은 가습기 살균제 사건을 다루고 있고 황세연의 <밥통>은 중고 거래로 밥통을 살 계획이던 남자의 파멸을 그리고 있다.마지막 장우석 작가의 <고양이 탐정 주관식의 분투>는 제목에서도 알 수 있듯 논리적이고 예리한 고양이 탐정 주관식의 활약을 그리고 있어 연작소설로 나와도 재미있을 듯하다.한국에서 단일 장르의 문학잡지로 휴관없이 20년을 이어온 유일한 잡지 계간 미스터리 서포터즈를 마치며 시간이 참 빨리 간다는 생각이 든다.잡지를 접할 기회라고는 미용실에서 보던 여성지가 전부였는데 기쁘게도 사계절동안 다양한 이야기를 꼼꼼히 읽을 수 있었다.어디에도 소개된 적 없는 새로운 이야기를 읽는 즐거움을 준 <나비클럽>에 감사드리고 앞으로도 30년,40년 계속 잡지가 이어가길 바라본다.<계간 미스터리 서포터즈 활동 중 받은 도서입니다.>
화석연료를 대체할 무제한적이며 친환경적인 에너지 우너료를 찾기 위해 몇몇 나라의 큰 대학과 연구소에서 개별적으로 인공태양 실험을 진행했다. _p18인간 스스로를 믿지 못했던 인류는 인간의 잘못된 결정으로 인해 행성 전체가 멸망하는 걸 막기 위한 안전장치를 “편견 없고 공정”한 기계에게 맡긴다.하지만 인간의 예상과는 다르게 로봇은 안전장치를 가동하고 인간 말살을 시작한다.지구에는 생존자와 인간이지만 기계에 무조건 복종하며 생존자를 포획해 기계에게 넘기는 기계 숭배자들과 흡혈인들이 살아간다.그리고 그들을 감시하고 조종하며 군림하는 기계가 존재한다.흡혈인이 ’나‘는 생존자가 살던 더러운 수영장에서 스스로를 인간이라고 말하는 빌리라는 인조인간을 만나게 된다.어디를 가도 기계의 감시에서 벗어나기 어려운 생존자들과 흡혈인들을 돕는 인간의 마음을 가진 로봇 빌리를 보며 진정한 의미의 인간에 대해 생각하게 된다.흡혈인의 탄생이 화장실 몰카에서 시작됐다는 도시 괴담은 약자인 여성이 자신의 몸을 지키기위해 스스로 ”화장실의 미친 여자“가 돼야만 하는 현실이 슬프다.몸에 따듯한 피가 흐르는 인간이 분명하지만 맹목적으로 기계를 따르며 구호를 외치는 기계 숭배자의 모습이 현실에서 자신을 이익을 위해 뒤도 돌아보지 않는 인간들을 보는 것 같아 끔찍하다.“적자생존, 양육강식, 자연의 순리에 따르라.”진짜 이 구호만이 최선일까 고민하게 된다.기계로 태어났지만 기계 편에 서지 않은 빌리와 흡혈인이지만 인간성을 잃지않고 동료를 구하는 ‘나’의 모습을 보며 꼭 인간의 모습을 하고 있다고 모두가 인간이 아니라는 슬픈 진리를 깨달으며 책을 덮는다.
김동식 작가의 소설은 앤솔로지로 출간된 작품 몇 편 읽은 게 전부다.작가님의 소설을 제대로 읽고 싶어 골랐는 데 대단하다.26편의 이야기가 실린 소설집은 짧은 이야기지만 한 편 한 편 읽고나면 우리가 사는 세상을 다시 돌아보게 한다.첫 번째 이야기부터 웃어 넘길 수 없다.죽을 때마다 점수가 매겨지는 세상은 죽은 뒤에도 누군가의 평가를 두려워하는 인간의 모습을 적나라하게 드러내다 마지막 악마의 한 수인 태어날 때 평점을 받는 인간들의 모습은 상상만으로도 끔직하다.쉽게 내뱉는 “목숨을 걸고 최선을 다해라.”라는 말이 얼마나 큰 폭력인지 깨닫게 하는 ‘서울숲 게임’은 나도 누군가에게 했던 말이기에 더 공포스럽다.소설은 짧고 가볍고 쉽게 읽을 수 있다.그렇지만 읽고 난 후에는 나와 우리와 사회를 돌아보게 한다.펄떡펄떡 살아있는 활어 같은 소설은 어렵게 쓰지 않아 좋고 길지않아 좋다.그리고 작가가 하고 싶은 이야기를 숨기지 않아 좋다.불합리하고 문제투성이인 세상을 꼬집고 있는 작가의 이야기를 몇 권 더 읽어야겠다.
<초급 한국어>는 미국 대학에서 초급 한국어를 가르치는 청년 문지혁의 이야기였다.어머니가 돌아가시고 한국으로 들아온 <중급 한국어>속 지혁은 은혜와 결혼을 했고 딸 은채를 낳는다.그리고 차로 세 시간 반이 걸리는 강원도에 위치한 대학에서 강의를 시작한다.소설은 자서전 쓰기에 대한 이야기를 시작으로 마지막 작품집 만들기까지의 수업 과정을 따라 가는 방식으로 전개된다.또 다른 축으로 불임부부의 임신과정과 딸과 함께 보내는 일상은 물론 코로나 팬더믹 시대의 가정의 모습을 담고 있다.요즘 세상에 아이를 낳아 기르는 어려움이 느껴지지만 딸과의 에피소드와 부녀의 티키타카가 너무 사랑스럽고 예쁘다.생활인으로 고군분투하는 문지혁과 그래도 글쓰기를 멈추지않는 문지혁이 좋다.개인적으로 초급 한국어보다 중급 한국어가 더 좋았다.그래서 문지혁의 고급 한국어를 기다려본다.
또래에 비해 똑똑하지만 은둔형 외톨이인 19살 류타는 어느 날 공원에서 책을 읽다 여자가 손목을 긋는 장면을 목격하게 된다.그녀에게 강한 인상을 받은 류타는 그녀가 다니는 하루 고등학교 야간부에 입학하게 되고 나이는 류타보다 두 살 어리지만 학급을 이끌어가는 다이고와 어울리게 된다.“무엇이든 팝니다.삽니다. 각종 고민 상담 및 의뢰 환영”돈이 될 것 같지않은 물건을 사고 팔며 고객의 의뢰를 들어주는 심부름센터도 겸하는 ‘달나라’에서 숙식을 하는 다이고와 친해지면서 류타는 달나라에 들어온 사건들을 해결하게 된다.목공소의 톱밥에 살던 장수풍뎅이 애벌레가 몰살된 사건, 너구리가 죽은 아들로 둔갑한다는 이해할 수 없는 이야기, 아버지의 유품인 그림 속의 두 자매 이야기까지 사건같지 않은 사건들을 해결해 간다.그리고 그 모든 이야기는 11년 전 일가족 살인 사건에 숨겨진 비밀과 이어진다.소설은 여러 가지 사정으로 학업을 계속할 수 없던 이들이 모인 하루 고등학교의 야간부의 친구들과 류타와 다이고, 달나라 사장이 가슴 속에 묻고 있는 비밀을 풀어가는 이야기다.자살로 위장한 살인과 오랜 시간동안 계속된 범죄와 억울한 죽음등이 등장하고 비상한 머리의 류타는 사건을 해결해 나가며 성장해 나간다.작가의 소설은 <#어리석은자의독>에 이어 두 번째로 읽은 이야기인데 역시 재미있다.소설은 연작소설처럼 사건을 하나씩 해결해 나가지만 마지막에는 앞에 해결했던 사건들에 의해 큰 사건이 정리되는 방식을 취하고 있다.소설 속 작은 소품은 물론 하찮게 보이는 장면 모두 사건 해결의 열쇠가 되니 놓치지않고 읽는다면 범인 찾기는 어렵지않을 것이다.단순한 미스터리 소설이 아닌 어려운 환경을 이겨내는 아이들의 모습을 그린 소설은 마지막에 어른이 된 아이들 현재를 보여주며 마무리해 더 좋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