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 도서는 비룡소 서평이벤트에 당첨되어 제공받았습니다.>“미러벨은 정원에서 꽃에게 뼈다귀를 주고 있었다.”긴 이야기의 시작을 알리는 첫 문장입니다.낮에는 잠을 자고 밤에는 활동하는 룩헤이븐 저택에 사는 이들은 보통의 인간이 아닌 영원불사의 존재들입니다.사람의 모습을 하고 있을 때도 있지만 곰, 거미, 박쥐 등으로 변신할 수 있고 주식으로 날고기를 먹고 살지요.에테르에 살던 종족들이 스피어를 통해 저택에 도착하면 그들은 혈연관계는 아니지만 가족이 되어 함께 살게 됩니다.룩헤이븐 저택에는 이제 막 스피어를 통해 저택에 도착한 아기 기디언과 이넉 삼촌을 비롯 일라이자 이모, 버트럼 삼촌, 쌍둥이 도티와 데이지, 오드, 그리고 가족과 어울리지 못하고 지하실에 갇혀 있는 피글릿, 미러벨이 함께 살고 있어요.미러벨의 종족들은 오래전 사람들을 잡아먹기도 하고 사람들에게 사냥을 당하기도 했지만 지금은 평화 협정을 맺고 ‘글래머’라는 안전장치를 통해 인간들과 철저히 분리된 생활을 하고 있지요.그러던 어느 날 부모를 잃고 함께 살게 된 외삼촌의 학대를 피해 도망친 젬과 톰 남매가 우연히 찢어진 글래머를 통해 룩헤이븐 저택에 들어오게 됩니다.아일랜드 아동 도서상을 수상한 이야기는 룩헤이븐에 살고 있는 인간들이 괴물이라 부르는 종족들과 전쟁으로 부모를 잃고 외삼촌에게 학대받던 남매가 우연히 저택에 들어오면서 겪게 되는 이야기입니다.가족 중 가장 나이를 많이 먹었지만 누구보다 어린아이 같은 피글릿은 스스로 조절할 수 없는 막강한 힘을 가진 탓에 가족들에게조차 두려운 대상으로 지하에 갇힌 채 살아갑니다.미러벨은 특별한 재주를 가지고 있지 않을뿐더러 다른 가족들과 다르게 잠도 자지 않고 먹지도 않고 햇볕에 나갈 수도 있지만 가족들은 미러벨을 있는 그대로 받아들이고 미러벨 역시 피글릿을 찾아가 이야기를 나누며 마음을 열도록 힘을 씁니다.종족들과 다른 미러벨이 가족들의 사랑을 받고 살고 있듯이 어려움에 처한 인간인 톰과 젬을 저택에 머물게 하고 미러벨은 젬과 깊은 우정을 나눕니다.이야기는 신비한 존재인 룩헤이븐 저택의 괴물들과 인간과의 우정이 주된 이야기지만 미러벨의 출생의 비밀과 악당의 등장은 손에 땀을 쥐게 합니다.특히 통제할 수 없는 괴물로만 인식되던 피글릿의 활약은 우리가 가진 선입견이 얼마나 어리석은 지 여실히 느끼게 해 줍니다.초등학생을 대상으로 한 소설로는 400페이지가 넘는 꽤 긴 분량이지만 큰 글씨와 중간중간 등장하는 그림은 이야기를 더 생생하게 느끼게 해 주고 읽기에 부담을 줄여줍니다.꼭 피를 나눈 가족이 아닌 더 넓은 가족의 의미와 나와 다른 이에게 아무런 조건 없이 도움을 주고 우정을 나누는 것에 대해 생각해 볼 수 있는 오싹하고도 흥미진진한 이야기였습니다.
<본 도서는 웅진주니어에서 협찬받은 도서입니다.> 매일 엄마와 함께 학교에 가던 끄부기는 처음으로 혼자서 학교에 갑니다.엄마는 매일 갔던 한길로 쭉 가면 학교에 도착한다고 알려주고 끄부기는 길이 1개니까 혼자 학교 가는 것도 식은 죽 먹기라고 생각하지요.가는 길에 끄붕이를 만난 끄부기는 혼자보단 2명이 함께 가면 더 재미있을 것 같았어요.거기다 끄붕이는 형이 알려준 엄청 빠른 지름길을 알고 있다네요.지름길엔 4개의 어두운 동굴도 있고 8개의 폭탄 길도 있습니다.엄마 없이 친구와 함께 가는 학교길은 새롭기만 합니다.엄마와 갈 때는 1개의 길이었던 학교 가는 길이 2, 4, 8,16…1024개로 늘어납니다.숨은 그림 같은 풍경과 미로 같은 학교 가는 길은 놀이공원만큼 신나고 즐겁습니다.초등학교 예비 소집일이 다가오면 아이는 물론 부모도 설렘과 걱정으로 가슴이 두근거립니다.아이가 새로운 환경에 잘 적응하고 새 친구와 사이좋게 하루를 보내고 올 지 걱정하게 됩니다.끄부기 엄마 마음도 다른 부모의 마음과 같을 거예요.한눈파는 아이들의 특징을 잘 살려 한길로 가는 학교 길이 아닌 여러 갈래의 길은 무한한 상상의 세계로 이끌어줍니다.엄마의 말을 곧이곧대로 듣는 아이도 예쁘지만 엉뚱한 모습의 아이도 행복해 보입니다.말풍선으로 표현한 아이들의 대화는 어른이 보기엔 학교 가는 길 헤찰처럼 보이지만 새로운 환경의 두려움을 누그려 뜨려 주는 말들입니다.끄부기의 학교 가는 길을 따라가다 보면 엉뚱하고 기발한 즐거움은 물론 “1024” 숫자의 비밀도 알게 됩니다.엄마 품을 떠나 새로운 사회에 첫발을 디딘 우리 1학년 친구들에게 학교 가는 길의 두려움을 없애줄 즐거운 그림책입니다.
<비채출판사 서포터즈로 활동 중 제공받은 도서로 완독 후 개인적인 느낌을 적었습니다.>작가 ‘필립 로스’는 “문학계에 기여한 업적과 공로를 세계적으로 인정받아 전미도서비평가협회상과 전미도서상을 각각 두 번, 퓰리처상과 인터내셔널 맨부커상, 백안관에서 수여하는 국가인문학훈장과 미국예술아카데미 최고 권위의 상인 골드 메달 등을 수상했다”-작가 소개글 중1988년 1월 작가 필립 로스는 이스라엘에 있는 친척으로부터 자신이 필립 로스라고 주장하는 누군가가 나치의 강제 수용소 트레블링카에 근무했던 공포의 이반이라고 알려진 ‘데미야뉴크‘의 재판을 예루살렘에서 방청하고 있다는 전화를 받게 된다.며칠 뒤 예루살렘에서 자신과 인터뷰 계획이 잡혀 있던 작가 ’아하론 아펠펠드’에게도 같은 전화를 받는다.자신을 필립 로스라고 말하는 남자는 작가의 명성을 이용해 두 번째 홀로코스트를 막을 수 있는 방법은 “디아스포리즘“이라고 공개적으로 제한한다.그대로 가짜가 벌리는 일들을 묵과할 수 없었던 필립 로스는 이스라엘로 향하고 가짜와 대면하게 된다.이름은 물론 외향까지 닮은 가짜 필립 로스는 기다렸다는 듯 작가를 반갑게 맞이한다.소설은 사실과 허구를 적절히 섞어 작가 본인의 목소리로 진행되는 이야기다.1988년에 열린 나치 시대의 우크라이나 군인이었던 유대인 강제 수용소의 잔인한 교도관 데미야뉴크의 재판은 사실이다.아하론 아펠펠드와의 대화 역시 실제로 진행된 인터뷰 장면이다.팔레스타인 테러리스트들에게 수장당한 유대계 미국인 ‘리언 클링호퍼‘의 사건도 실제로 벌어진 사건이다.그런 까닭에 작가가 피픽이라고 부르는 디아스포리즘의 주창자이자 ’반유대주의 익명 모임’을 이끄는 가짜 필립 로스나 자신을 ‘회복 중인 반유대주의자‘라고 말하는 카톨릭 집안에서 자란 미국인 간호사 징크스도 실존 일물이라는 착각을 하게 한다.또한 피픽에게 줄 거금의 기부금을 필립 로스에게 잘못 전달한 홀로코스트 희생자인 스마일버거 역시 정보국의 요원처럼 느껴진다.중동 문제는 뉴스를 통해 접하면서도 복잡한 역사와 분쟁의 이유를 제대로 몰랐던 탓에 먼 나라의 이야기로 치부하곤 했다.소설을 읽으며 그 안에 살고 있는 팔레스타인과 이스라엘인들에 대해 오래 생각해 보게 된다.지금의 이스라엘인들은 세계에 뿔뿔이 흩어져 있던 유대인들이 시오니즘의 기치 아래 모여들어 국가를 이루었으니 그 땅의 주인이던 아랍인들의 입장에서 현재 벌어지는 일들을 그대로 받아들이기는 어려울 것이다.나치의 의해 누구보다 큰 피해와 고통을 받은 민족인 유대인들이 지금 팔레스타인들에게 행하는 폭력을 어떻게 생각해야 할지 고민하게 된다.도덕적 이념이 아닌 자기 이익을 바탕으로 행동하는 것이 국가라고는 하지만 자신들의 과거를 잊고 타 종족에게 가하는 고통은 이해하기 어렵다.유대계 미국인인 작가는 이스라엘과 팔레스타인의 관계에 대한 생각을 스마일스버거와의 대화를 통해 대변하고 있다.”어떤 형태로든 팔레스타인인들에게 보상을 해줘야 할 의무. 우리는 팔레스타인 사람들에게 나쁜 짓을 저질렀소. 그들을 쫓아내고 억압했으니까. 그들을 추방하고, 때리고, 고문하고, 살해했으니까.유대인 국가는 처음 생겨난 순간부터 역사적으로 팔레스타인의 땅이었던 곳에서 팔레스타인들의 존재감을 지우고 그 땅을 빼앗는 데 전력을 다했소. 팔레스타인 사람들은 유대인들 손에 쫓겨나 이리저리 흩어지고 정복당했지. 유대인 국가를 만들기 위해 우리는 우리 역사를 배반했소. 그리스도교인들이 우리에게 한 짓을 우리가 팔레스타인 사람들에게 했다는 뜻이오.“(p499~500)작가의 소설은 #울분 과 <샤일록의 작전>을 읽은 게 전부이지만 글을 읽는 속도를 빠르게 낼 수 없는 장문임에도 불구하고 군더더기 없이 표현된 글은 소설을 흥미진진하게 이끌어간다.특히 11장을 빼는 과정을 중심으로 한 마지막 에필로그와 독자에게 보내는 말은 ’서문‘을 다시 읽을 수밖에 없게 만든다.571페이지의 긴 소설을 완독 한 후 가장 먼저 드는 생각은 작가의 다른 책들도 읽고 싶다는 것이다.
디테일한 내용까지는 몰랐지만 “죽은 연인의 시체를 먹는다”는 이야기라는 걸 알고 애써 외면했던 소설이다.구와 담은 어린 시절 한 동네에 살던 이들로 어느 순간 서로 사랑하고 헤어지고 다시 만나기를 반복한다.담은 함께 살던 할아버지가 돌아가시자 비구니였던 이모 손에 길러지고 구는 무책임한 부모 때문에 학창 시절부터 돈을 벌고 그 돈은 모두 부모의 빚을 갚는데 들어간다.군대 제대 후 부모는 빚만 남기고 사라져 버리고 구는 빚을 갚기 위해 죽어라 일하지만 희망이 없다.그들은 아무도 없는 곳으로 숨어들지만 빚쟁이들은 번번이 그를 찾아낸다.빚쟁이에게 쫓기다 죽은 구를 집으로 데려온 담은 그를 땅에 묻을 수도 불에 태울 수도 없어 그를 먹는다.사랑이란 게 그 길이 죽을 구렁인 줄 알고도 빠지는 것이라는 생각이 든다.가난에 가난을 더하면 더 지독한 가난이라는 걸 알면서도 그럴 수밖에 없었던 구와 담의 이야기는 읽는 내내 괴로웠고 슬펐다.담의 행동을 다 이해할 수 없었지만 모든 사랑이 이해받을 수 있는 것은 아님을 알기에 마음이 아팠다.극단적으로 보이는 담의 환경이 소설에 국한되지 않아 더 슬프고 구의 주검 앞에 오도카니 앉아 있는 담이 모습이 그려져 한 없이 절망스럽다.
<본 도서는 래빗홀클럽 활동 중 래빗홀출판사에서 제공받았습니다.><미정의 상자>는 우주여행이 가능한 시대의 이야기인 “카두케우스 이야기”와 전염병이 창궐한 시대가 배경인 ”무너진 세상에서 우리는“으로 나눠진 소설집이다.먼저 “카두케우스“는 항성계와 항성계 사이를 초광속 비행을 할 수 있는 기술을 독점하고 있는 회사로 인간들은 회사가 개척한 항성에 정착해 살아간다.우주비행사들은 비상점을 통해 먼 항성계로 “도약”이 가능하지만 시간이 표준시와는 다르게 흐른다.회사가 개척한 각각의 행성은 그 행성만의 주요 사업을 진행하다 일정 기간이 지나면 회사는 그 행성에서 철수하는 방식을 택하고 있다.우주비행사가 되기 위해서는 카두케우스 비행학교에 입학해 여러 차례의 시험을 치러야 하는 까닭에 먼 우주에 있는 행성의 사람보다는 수도인 마키옌더에 거주하는 학생이 절대적으로 유리하다.소설집의 첫 번째 이야기 <이사>는 마키옌더 15섹터에 살고 있는 지후는 동생 지혜의 병을 고치기 위해 유명한 의료 행성인 가두알로 이사를 가야만 한다.문제는 우주 비행사가 꿈인 지후에게 이사는 꿈과 멀어질 수밖에 없는 선택이기에 동생을 위해 이주를 해야 한다는 걸 알면서도 망설인다.올 겨울은 유난히 춥고 길게 느껴져서인지 날씨 이야기가 중심인 <가을바람>은 사계절이 있고 그 계절만의 느낌이 얼마나 소중한 지 느끼게 해 준다.<재회>에서는 자신의 미래를 위해 시험을 계속 치러야 할지 SOS를 보내는 우주 여객선을 구해야 할지 갈등하는 수미의 모습을 보며 나라면 어떤 선택을 할까 함께 고민하게 된다.두 번째 챕터인 ”무너진 세상에서 우리는“의 첫 번째 이야기 <처음이 아니기를>를 읽으며 코로나 19 팬더믹 시기를 떠오르게 한다.동성을 좋아하는 현아의 모습 그대로를 인정하는 친구 남희가 중국 어학연수 중 전염병에 감염되었다는 소식을 듣게 되고 현아는 망설임 없이 중국으로 떠난다.표제작인 <미정의 상자>는 우리가 이미 경험했던 팬더믹 시대를 다룬 이야기로 연인인 유경이 떠난 뒤 미정의 손에 들어온 “두 주먹보다 조금 큰 아주 깨끗한 정육면체” 상자가 일으키는 거슬러가는 시간의 경험에 대한 이야기다.이 상자는 마지막 이야기인 “현숙, 지은, 두부”에서도 등장한다.카두케우스가 개척한 행성에서 살고 있고 전염병으로 고립된 생활을 하는 등장인물들은 전혀 다른 시대와 장소가 배경인 이야기지만 현실의 우리들이 겪고 있는 여러 가지 사회문제를 떠오르게 한다.현재를 살아가는 우리도 어디에서 태어났느냐에 따라 주어지는 기회가 다르고 나의 이익과 타인의 이익 사이에서 갈등해야 한다.농촌에서 도시로 이주하는 사람들의 모습과 네로보 항성계 주민들의 이주 신청이 자꾸만 겹쳐 보인다.끝을 알 수 없는 우주와 언제 종식될지 모르는 전염병이 창궐하는 시대의 암울한 소설이지만 그 끝에서는 희망과 따듯한 마음 한 가닥을 건져 올릴 수 있었다.나를 이해해 준 친구를 위해 전염병 따위는 두려워하지 않고 친구를 만나러 가기도 하고 먼바다를 헤매는 배 위의 친구를 위해 메시지를 보내고 친구의 엄마와 마음을 나누기도 하고 사랑하는 사람을 위해 자신을 드러내지 않고 시간을 되돌리기도 한다.막막하기만 한 우주에서도 전염병이 온 세상을 덮어도 사람들은 살아가고 누군가를 사랑하고 죽음에 슬퍼한다.제자의 영민함을 알아보는 스승이 있고 사랑하는 이를 위해 위험을 감수하기도 하며 그를 위해 자신을 숨긴 채 몇 번의 시간을 되돌리기도 한다.세상이 어떤 모습이든 우리는 살아갈 것이고 사랑하는 사람이 있다는 것만으로도 살아가는 힘이 될 것이라는 자명한 이치를 다시 깨달으며 책을 덮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