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 도서는 비채 서포터즈 활동 중 제공받은 도서입니다.>“대학 3학년 봄까지 이 년간, 실익 있는 일은 하나도 하지 않았노라고 단언해두련다”라는 문장으로 시작하는 이야기 네 편이 실려있다.네 편의 이야기에 등장하는 인물들은 동일하지만 ’나‘와 ’오즈‘가 어떤 동아리를 선택하느냐에 따라 전혀 다른 이야기가 펼쳐진다.폐허나 다름없는 다다미 넉장 반의 하숙집에 살고 있는 ’나’는 본디 순진무구하고 사랑스러운 사람이지만 유일한 친구이자 원수인 ’오즈’와 가깝게 지내면서 대학 생활 내내 허송세월을 보낸다.‘오즈‘는 밤길에 마주치면 열 중 여덟은 요괴로 착각하고 나머지 둘은 요괴로 여길 만큼 심히 소름 끼치는 외모의 소유자로 칭찬할 점이 도무지 한 가지도 없는 사람이다.솜털이 보송보송한 1학년 때 ‘장밋빛 캠퍼스 라이프’를 꿈꾸는 ’나’는 영화 동아리 ’계‘, 도무지 어떤 목적의 동아리인지 알 수 없는 ’제자 구함’, 소프트볼 동아리 ‘포그니’, 그리고 비밀 기관 ‘복묘반점’이라는 동아리에 관심을 갖게 된다.소설은 평행우주 속 세상에 들어간 듯한 주인공이 네 곳의 동아리를 모두 경험하며 좌충우돌하는 이야기다.소설 속 ‘나’를 비롯 등장인물 대부분은 찬란한 청춘을 마음껏 즐기는 이들이 아니다.’나‘의 방 바로 위에 사는 ‘히구치’는 스승이라고 불리지만 특별히 하는 일 없는 일상을 보내는 듯하고 ’히구치’ 스승의 라이벌이자 동아리 내에서 일인자인 ‘조카사키‘ 역시 충실히 대학 생활을 하고 있는 것 같지도 않다.그들은 뚜렷한 이유나 목적도 없이 그저 전통에 따라 반목하며 그 그 상황을 즐길 뿐이다.우리나라 70~80년 대 청춘 영화의 주인공들처럼 엉뚱하고 기상천외한 행동들은 특별히 이유가 있어서 하는 행위가 아니다보니 미래를 확신할 수 없는 젊은이들의 몸무림처럼 느껴진다.우리는 인생 곳곳에서 하나를 선택해야만 하는 경우를 마주하게 되고 선택한 결과가 만족스럽지 못할 경우 선택하지 않은 다른 경우의 결과를 궁금해하고 그것을 선택하지 않은 것을 아쉬워한다.소설 속 주인공은 네 번의 전혀 다른 동아리를 선택하지만 비슷한 결과를 얻는다.나방이 등장하고 나방 때문인지 ‘아카시‘군과 좋은 관계로 발전하게 되고 ’오즈‘는 다리 난간에서 떨어져 골절을 입게 된다.소설은 인물들이 벌이는 일들의 이유를 찾기보다 그들의 행동을 왁자한 소동극 자체로 즐기며 된다.매번 비슷하게 반복되는 ‘나’의 모습을 보며 인생은 어떤 것을 선택하느냐보다 그 선택한 것에 얼마나 최선을 다 하느냐가 중요하다는 진리를 건지게 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