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엄마가 훔쳐보는 선생님 일기
문현식 지음, 홍윤표 그림 / 철수와영희 / 2007년 1월
평점 :
구판절판
초등학교입학통지서가 나오면 그때부터 어떤 분이 담임을 맡으실까 걱정 반 기대 반으로 입학을 기다리게 된다.
우리 아이들의 경우 다행히 정말 아이들을 잘 이해해 주시고 아이들과도 잘 맞는 분이라 별 어려움 없이 학교생활을 했었지만 늘 우리아이가 어떤 모습으로 학교생활을 해나갈까 걱정이 앞선다.
예전의 선생님들의 권위적인 모습보다는 아빠 같고 이모 같은 모습의 선생님들이 더 많이 계시지만 아직까지 선생님이라면 어렵고 찾아뵙는 게 쑥스러워 그저 선생님을 믿고 내 아이를 믿는 수밖에 없다.
하지만 아무리 선생님을 믿는다고는 하지만 아이에 대한 선생님의 마음까지는 알 수가 없어 늘 궁금하다.
그렇다고 궁금할 때 마다 담임선생님을 찾아갈 수도 없는 노릇이니 답답했던 적이 한두 번이 아니다.
그런데 선생님의 일기를 훔쳐볼 수 있단다.
그것도 우리 아이들과 비슷한 또래들을 가르치는 선생님이시다.
생각만으로도 설렌다.
선생님이 맡은 초등학교 2학년 아이들의 꾸민 없는 일기와 함께 선생님이 느끼셨던 속마음을 정리래 놓은 책은 선생님이 더 이상 어려운 존재가 아닌 커가는 아이들의 조력자이면서 사랑을 베푸는 분이라는 진리를 새삼 확인하는 기회가 되는 시간이었다.
개학 첫날 반 배정을 받은 날 남원이가 써 놓은 일기 속의 선생님에 대한 첫인상은 상당히 구체적인데 반해 선생님은 자신에게 관심 없는 아이라는 기억을 담아 두게 된다.
지금은 그래도 한반의 학생 수가 많이 줄어 30명 내외지만 그래도 한 눈에 전체 아이들의 첫인상을 기억하기는 어려울 것이다.
하지만 부모 된 입장에서는 특별한 내 아이를 빠른 시간 내에 파악하지 못한 선생님이 야속하기도 했는데 차차 알아가는 모습의 선생님의 더 인간적이고 당연해 보인다.
70년대에 초등학교를 다녀서인지 지금도 선생님을 뵈면 가슴이 떨리고 무슨 말을 먼저 해야 할지 몰라 입술이 바짝 타곤 한다.
정말 그 시대엔 선생님은 화장실도 안 다니는 줄 알았다.
하지만 ‘나도 그냥 그런 사람이야’라고 말씀하시는 선생님을 보며 좀 더 쉽게 아이에 대한 이야기를 할 수 있을 것 같은 자신감이 생긴다.
가끔 아이의 일기를 볼 때가 있다.
3학년 아이의 일기는 검사할 선생님을 염두 해 두어서인지 적당한 선을 그어놓고 그 날에 일을 정리하고 1학년 아이는 아직 순수해서인지 자신의 잘못까지 솔직하게 쓰고 있다.
그러다보니 당연히 1학년 아들의 일기가 더 생동감 있고 재미있다.
마지막 부록 ‘일기 쓰기는 이렇게.....’를 읽으며 은연중 3학년 아이에게 잘 써야한다는 강박관념과 맞춤법에 맞게 생각이나 느낌이 잘 드러나도록 쓰기를 강조했던 결과가 틀에 박힌 일기로 나타난 게 아니가하는 생각을 갖게 한다.
어떤 목적을 갖고 쓰는 일기가 아닌 자신만의 삶을 기록하는 일기가 진짜 일기임을 한 순간도 잊지 말아야겠다.
아직까지 어려운 선생님이지만 선생님의 일기를 본 뒤 선생님과의 대화가 좀 더 자연스러울 것 같다.
그리고 우리 아이만 최고로 대해주기를 바라는 게 얼마나 어리석은지도 더불어 깨닫게 된다.
반 아이들 하나하나를 사랑 가득한 눈으로 바라보는 선생님이 부럽기도 하고 우리 아이들의 새로운 담임선생님이 어떤 분일까 기대 반 걱정 반으로 벌써부터 궁금해진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