벨로 씨와 파란 기적 익사이팅북스 (Exciting Books) 37
파울 마어 지음, 유혜자 옮김, 우테 크라우제 그림 / 미래엔아이세움 / 2007년 2월
평점 :
절판


 

“만약에, 진짜 이건 만약인데 강아지가 어떤 물약을 먹고 사람으로 변한다면 어떤 일이 일어날까?”

이런 질문을 어른과 아이에게 똑 같이 한다면 어른들 대부분은 별 시답잖은 걸 물어본다는 반응을 보일 것이고 대부분의 아이들은 눈을 반짝이며 정말 그런 약이 있어 강아지가 사람으로 변할 수 있는 지 궁금해 할 것이다.

누군가 나에게도 똑 같은 질문을 했다면 쓸 때 없는 소리쯤으로 치부해 버려 대꾸도 하지 않았을 텐데 벨로 씨 이야기는 잠깐이지만 어린 시절처럼 마음껏 상상의 나래를 펼칠 수 있게 해 준다.


조금은 거만하게 나름 고고한 척 다리를 꼬고 앉아 음료수를 마시는 털북숭이 강아지 그림이 그려진 붉은 표지가 책을 넘기기 전부터 눈을 사로잡는다.

이야기 속의 등장인물은 보통 우리가 쉽게 만날 수 있는 사람들이지만  또한 각자의 개성이 뚜렷한 사람들이다.

“사람이 살다보면 어린 시절 꿈 같은 것은 잊어버려야 할 때가 있어”(본문 25쪽)라는 말처럼 자신의 꿈을 접고 약사와 농부가 된 어른이 등장하고 부모의 이혼으로 아버지와 단둘이 사는 아이도 등장한다.

이야기를 풀어가는 방식 또한 독특해 차례를 통해서도 알 수 있듯이 두 명의 화자가 등장한다.

막스라는 아이의 눈으로 보는 세상과 막스의 주변에서 일어나는 일을 말해주는 제3자가 있어 이야기를 더더욱 흥미진진하고 박진감 있게 끌고나간다.


우연히 손에 들어온 효능을 알 수 없는 파란 물약을 직접, 간접적으로 먹은 동물들이 사람이 되어서도 본성을 버리지 못하고 하는 행동들이 억지스럽지 않아 웃음을 자아내게 한다.

또한 아들을 사랑하는 아빠와 아빠의 사랑을 연결시켜주려는 아들의 마음씀씀이가 따뜻해 읽다보면 저절로 행복해진다.

벨로 씨 또한 아빠를 도와주기 위해 다시 한 번 사람으로 변신하게 되고 그 덕분에 아름다운 사랑까지 얻게 된 것 또한 기분 좋은 결말이다.

그리고 벨로 씨는 언제든지 자신이 원하는 모습으로 살 수 있을 테이니 지금 아빠의 사랑을 위해 사람의 모습을 하고 있다고 슬퍼할 필요는 없을 것 같다.


“벨로라는 강아지가 파란 물약을 먹고 사람이 되었다”라는 기발한 상상의 이야기는 아이가 읽기에는 다소 긴 편이지만 전혀 지루하지 않다.

어쩌면 엉뚱한 상상이 현실이 되는 이야기 중간 중간 막스의 생활이 끼어있어 혹시 어딘가에서 실제로 일어난 일이 아닌가 하는 기대 때문에 더 큰 재미를 주는 것 같다.

이 즐거운 동화를 읽은 어린이라면 특별한 행동이나 특이한 성격의 사람을 만난다면 혹시나 막스네 물약을 얻어 마신 동물 친구들이 아닐까 고개를 갸우뚱하고 유심히 관찰하는 버릇이 생길 듯하다. 


‘벨로 씨의 파란 기적’을 덮으며 책장 한 쪽에 아직 읽지 않고 꽃아 두었던 <파울 마어>의 다른 이야기 ‘문신 새긴 강아지’를 읽기 시작했다.

어쩜 이 작가의 이야기를 탐독하며 봄날을 행복하게 보낼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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빈집 (책 + 오디오 CD)
이상교 지음, 한병호 그림, 신동일 음악 / 미세기 / 2007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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품절


 

고향집에 내려가면 엄마, 아버지는 날로 쇠약해져가고 작은 우리 집도 부모님과 함께 나이 들어감이 느껴진다.

전에는 나보다 훨씬 커보이던 엄마가 작고 여려지신 것처럼 대문도 담장도 점점 높이가 줄어드는 것 같다.

골목골목 아이들 뛰어 노는 소리에 왁자지껄했던 동네가 지금은 휑하니 바람만 지나가고 하나둘 빈집만 늘어간다.


낮은 슬레이트 지붕의 집이 덩그러니 남아 있는 표지 그림이 나를 금방 고향 마을로 데려가 준다.

오막살이어도 내 집이 최고라고 했던 할머니는 자랑거리인 집만 담겨두고 자식 따라 먼데로 이사를 가신다.

다락, 툇마루, 문지방, 댓돌도 울고, 미닫이문도 속으로 울고, 대문은 떠나는 할머니를 지켜보다 서운해 그대로 열려 있다.

하지만 이제는 사람 훈기로 가득하던 집이 들깨, 엉겅퀴, 도깨비바늘 등 자연의 훈기로 가득하다.


언제나 빈집 앞을 지날 때면 머리끝이 쭈뼛 서는 흉가라는 생각에 걸음이 빨라졌다.

마당 가득 들어선 들풀과 지붕 위까지 올라간 분홍 메꽃에는 눈길도 주지 않았었다.

어린 시절 내 친구와 공기놀이하고 고무줄 놀이하던 집이었는데도 그 기억을 까맣게 잊고 추억까지도 잃어버렸는데 빈집은 늘 그 자리에서 누군가의 집이었다.


우리 아이들도 좋아하는 작가 이상교님 글과 도깨비 그림으로 유명한 한병호님의 그림, 노란우산으로 우리에게 다가왔던 신동일님의 음악이 어울러져 따뜻한 고향 소식을 안겨 준다.

<빈집>은 쓸쓸하고 두렵기까지 했던 빈집을 이제는 누군가 북적북적 들어앉아 있고, 예전에는 누군가의 자랑스러운 집이었다는 사실을 알려준다.

지나치게 화려하지 않은 소박한 색의 그림과 이별과 또 다른 만남에 행복해하는 빈집의 모습은 시와 음악이라는 새로운 동무를 만나 마음을 따뜻하게 해준다.


특히 어린이들의 합창은 쓸쓸함보다는 명랑함이 돋보여 빈집 마당 한 가득 채운 들꽃의 향기를 느끼게 해준다.

수록된 곡들이 테마별로 동서양의 악기를 적절히 사용하여 각각의 악기의 특성별로 구슬픈 소리와 즐거운 기대까지도 잘 드러내고 있다.

고향에서 날아온 작은 엽서 같은 책을 손에 쥐고 음악에 맞춰 한 장 한 장 넘겨도 보고 음악을 줄이고 그리운 벗에게 온 고향 소식인양 한 장 한 장 넘기다보면 그림에 취하고 시에 취하고 음악에 취하게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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뽀뽀손
오드리 펜 지음, 루스 하퍼.낸시 리크 그림, 최재숙 옮김 / 사파리 / 2007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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품절


 

태어나는 순간부터 아늑하고 편안한 엄마 뱃속에서 세상이라는 새로운 환경에 던져지게 되는 우리는 살면서 늘 새로운 환경과 대면하게 된다.

새로운 환경에 놓이게 되도 누구보다 빨리 적응하는 사람이 있는가 하면 다른 사람보다 느리고 천천히 힘들게 적응하는 사람들도 있다.

특히 어린 아이라면 그 정도가 심해 엄마와 잠시라도 떨어져 있으면 큰 사고나 불행한 일이 생길까봐 잠시도 엄마 곁을 떠나려하지 않는 경우도 있다.

   

‘뽀뽀손’은 처음 학교라는 새로운 세계에 발을 들여놓는 아기 너구리를 통해 엄마의 사랑과 더불어 아이를 안심시켜줄 방법을 제시하고 있다.

학교 가는 게 너무 두려운 아기 너구리 체스터에게 엄마는 오래된 비밀을 알려준다.

엄마가 외할머니한테 배우고, 외할머니는 또 외할머니 엄마한테 배운 뽀뽀손이다.

외롭거나 가족이 사랑이 필요할 때마다 엄마가 만들어 준 뽀뽀손을 뺨에 대면 “엄마는 나를 사랑해. 엄마는 나를 사랑해.”라는 말이 떠오르게 되는 마술을 알게 된 체스터는 엄마에게도 예쁜 뽀뽀손을 만들어 준다.


나는 지금도 낯가림이 심한데다 처음 접하는 환경에 익숙해지는데 시간이 많이 필요한 어른이다 보니 엄마와 떨어져 학교라는 새로운 세상에 첫발을 디딘 체스터의 불안한 마음이 충분히 이해가 된다.

3월이면 유치원 버스 앞에서 우는 아이들을 종종 만나게 된다.

대부분의 아이들은 얼마의 시간이 지나면 자연스럽게 유치원 생활에 적응하지만 그렇지 못한 친구들도 있게 마련이다.

뽀뽀손 하나에 아이의 불안이 봄눈 녹듯 사라지지는 않겠지만 아이 스스로 엄마와 잠깐 떨어져 있지만 엄마는 나를 사랑하고 늘 집에서 나를 기다리고 있다는 사실을 알게 할 수는 있을 것 같다.

원색의 그림과 잘 어울린 숲 속 친구들과 둥근 보름달 아래 숲속 동물 학교의 모습은 이야기를 더욱 빛나게 해 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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올리브 2007-04-06 22:27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넘 재미있었어요. 그 후에 나온 <주머니 속 뽀뽀손>이 전 더 좋았어요.
 
내 몸은 내가 지켜요 - 성폭력 예방을 위한 지침서 인성교육 보물창고 1
코넬리아 스펠만 지음, 테리 와이드너 그림, 신형건 옮김 / 보물창고 / 2007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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절판


 

아이들이 다니는 학교에서 종례시간이면 외치는 구호가 “길조심, 차조심, 사람조심”이다.

선생님이 왜 사람을 조심해야하는 지 자세히 설명하신지라 구호를 외치는 아이들은 막힘이 없지만 처음 그 말을 들었을 때는 너무 낯설고 무안하기까지 했다.

더 이상 온전히 사람을 믿지 못하는 현실에서 언제나 아이들 곁에 있을 수는 없고  스스로 제 몸을 지키는 법을 알려주는 것이 최선책일 것이다.


[머리부터 발끝까지 소중한 우리 아이들에게] 자신의 기분을 즉각적인 반응으로 나타낼 수 있도록 알려주는 책은 어린 독자에게 기분 좋은 스킨십과 원하지 않는 신체 접촉의 예를 구체적이고도 알기 쉽게 설명하고 있다.

어린이 성폭력은 아이와 가까운 상대가 대부분이다 보니 싫다고 했을 때 가해자의 기분을 상하게 해 다시는 관심을  받을 수 없을 까봐 걱정하기도 한다.

그때 아이의 마음을 안심시켜주는 “네가 지금 당장 껴안거나 뽀뽀를 하지 않더라도, 서로 친구가 될 수 있단다.” 는 아이가 항시 기억할 수 있도록 해야겠다.


아무리 사랑하는 사람일지라도 껴안거나 뽀뽀가 싫을 때는 큰 소리로 “안 돼요, 지금은 싫어요!”라고 말할 수 있어야 하고 그래도 안 될 경우 다른 어른의 도움을 받아야 한다는 내용도 다 알고 있으면서도 차마 아이에게 알려주기 망설였던 해답이기도 하다.

아이에게 세상엔 좋은 사람도 많지만 그보다는 나쁜 사람이 더 많다는 사실을 알려줘야 한다는 게 마음이 아프기도 하지만 어쩔 수 없는 현실이기에 오늘도 아이에게 사람조심을 크게 외치게 해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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홍수맘 2007-04-03 08:35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저 역시 이런 현실이 너무 싫으면서도 우리 수를 위해 꼭 읽어줘야 겠어요 ^ ^.
 
왕따, 남의 일이 아니야 - 학교폭력 예방을 위한 지침서 인성교육 보물창고 2
베키 레이 맥케인 지음, 토드 레오나르도 그림, 최지현 옮김 / 보물창고 / 2007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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요즘 가장 큰 문제 중 하나인 학교 폭력문제가 날로 포악해지고 연령대는 낮아지고 있다

특히나 문제가 되는 건 학교 폭력의 가해자인 학생들 대부분이 큰 죄의식이나 반성을 하지 않는다는 데 있다.

그저 맘에 안 들어서, 무조건 싫어서라는 이유 또한 납득하기 어렵기만 하다.

왕따라는 용어가 생기기 전에도 친구 간에 사소한 일로 다투고 토라져 며칠씩 이야기도 하지 않고 함께 놀지 않다가도 언제 그랬다는 듯 함께 학교 다니고 놀고 그런 시절이 있었다.

하지만 요즘은 왕따는 곧바로 폭력으로 이어져 피해자에게는 몸에 상처뿐만이 아닌 씻을 수 없는 마음에 상처까지 남겨 주고 있다.


‘왕따, 남의 일이 아니야’는 몇 명의 아이들에게 집단 괴롭힘을 당하는 친구를 보고도 어찌해야할지를 몰라 당황하는 아이를 통해 왕따에 대한 구체적인 대처방안을 제시해 주고 있다.

선생님이 너무 바빠 미처 알아차리지 못하는 동안 몇 명의 아이들이 레이를 괴롭히기 시작한다,

하지만 아이들은 모두 어떻게 해야 할지 모르고 그저 눈 감고, 입 다물고, 귀를 막을 뿐이다.

다음 날 레이가 학교에 나오지 않자 괴롭히던 아이들은 환호성을 지르고 다시 레이가 학교엘 나오면 어떻게 괴롭힐 것인지 의논하는 것을 듣고는 선생님께 이 사실을 알리게 된다.


이 책의 마지막은 레이를 괴롭혔던 아이들이 부모님과 선생님이 함께 상담을 하고 있고 레이는 친구들과  신나게 노는 모습이다.

하지만 현실에서의 모습은 가해자나 가해자 부모가 잘못을 진정으로 인정하고 뉘우치는 모습보다는 아이들 사이에서 흔히 일어나는 일이고 내 아이 잘못만은 아니라는 쪽으로 흘러가는 경우가 종종 있다.

가해자였던 내 아이가 언제든 피해아동이 될 수 있다는 생각을 갖는다면 진정으로 사과하고 다시는 왕따가 재발하지 않도록 노력할 것인데 말이다.

아이는 어른의 거울이다.

부모가 진정으로 사과를 하고 문제 해결을 위해 노력한다면 아이 또한 누군가를 왕따 시킨다는 게 얼마나 큰 잘못인지 스스로 뉘우치게 될 것이다.


동화에서 다 애기하지 못한 부분은 ‘왕따, 어떻게 할까요?’를 통해 구체적이고 실제 생활에서 아이에게 해 줄 수 있는 방법을 제시하고 있어 많은 도움을 주고 있다.

특히 아이들에게 구분지어주기 힘들었던 ‘고자질’과 ‘알리는 것’을 명확히 설명하고 있어 다른 친구의 따돌림을 보고도 고자질로 느껴져 어른들에게 알리기를 꺼렸던 아이들에게 큰 힘을 실어 줄 수 있을 것 같다.

왕따는 당하는 아이만의 문제가 아닌 우리 아이들의 문제고 나아가서는 사회 전체의 문제임을 자각하여 당사자 간의 문제만이 아닌 우리 모두의 문제로 함께 해결해 나간다는 점점 왕따라는 단어는 사라질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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