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샘 호손 시리즈’의 2권 이후로 삼십 년 이상이 지난 후에야 발매된 세 번째 작품은 노년의 샘 호손 박사가 누군가에게 자신이 해결한 사건에 대해 이야기해주는 형식을 하고 있다.저자인 에드워드 D.호크가 남긴 단편이 무려 900편 남짓이라는 데 샘 호손 박사의 세번 째 이야기에는 15편의 불가능해 보이는 사건들이 실려있다.뉴잉글랜드의 노스몬트라는 작은 도시의 의사 선생인 샘 호손은 말그대로 사건사고를 몰고 다니는 남자다.삼십대 중반의 미혼인 그는 지역에서 존경받는 의사로 렌즈 보안관과 함께 사건을 해결해 나간다.(사실 샘 호손 박사가 거의 모든 사건의 실마리를 찾고 사건을 해결해 나간다.)묘지로 소풍 나온 부인의 돌발적인 행동 뒤 익사하는 사건을 시작으로 시장을 살해하겠다는 유서를 남기고 자살하는 영사 기사의 비밀, 독립기념일에 폭죽 사고로 목숨을 잃은 정비소 직원 등 꼬리에 꼬리를 물고 사건은 이어진다.하다하다 눈 쌓인 휴향지에서도 살인 사건을 해결하고 은행을 찾은 샘 호손 박사 앞에 은행강도가 나타나기도 한다.후반 부에는 새로온 간호사에게 사건 해결에 도움을 받기도 하지만 샘 호손 박사가 있는 곳에는 매번 살인 사건이 일어난다해도 과언이 아닐 정도로 범죄 현장 바로 근처에 그가 있다.노년의 샘 호손 박사는 찾아온 누군가에게 술을 한 잔 권하면서 자신이 해결한 사건을 이야기한다.듣는 느낌이 더 많이 드는 이야기를 읽다보면 샘 호손 박사를 찾아온 이가 바로 독자 자신이 되는 듯 한 느낌으로 읽게 된다.1932년에서 1936년까지 해결한 사건들은 금주령이 풀리고 벌어지는 사건과 담배 농자주 살인 사건, 노인 부양 문제, 이복남매간의 상속 문제 등의 시대상을 느낄 수 있는 소재를 많이 다루고 있어 더 흥미롭다.샘 호손 박사는 사건 해결을 위해 분주하게 움직이지도 않고 여러 곳을 조사하지도 않고 많은 사람들을 만나고 다니지도 않는다.현대의 DNA검사 같은 과학수사가 존재하지 않는 시대의 살인 사건 범인은 논리적인 샘 호손 박사의 논리에 제풀에 꺽여 범행을 시인하는 순서로 사건이 해결된다.독자는 범인에게 마지막 일갈을 날리는 박사의 말에 고개가 끄덕여지고 무릎을 치게 되니 시시하다거나 뻔하다고 생각한다면 큰 오산일 것이다.범인이 도저히 부인할 수 없는 정황 증거는 그 어떤 물적 증거보다 무섭게 범인을 다그친다.30쪽 내외의 이야기지만 사건이 일어난 원인과 해결 과정이 뚜렷해 단편 추리소설의 매력에 푹 빠지게 된다.악인이 죄에 대한 응당한 벌을 받는 당연한 결과가 스트레스를 풀어준다.세번째 이야기지만 앞에 두 권을 읽지 않아도 충분히 이해할 수 있는 이야기지만 1,2권도 꼭 읽어보고 싶다.🎁멋진 책을 보내주신 리드비 출판사께 감사드립니다.
작가의 세 번째 작품집 “부디 너희 세상에도”는 호러, 공포 소설에 붙일 수 있는 수식어을 모두 붙일만하게 공포스럽다.무섭고 괴기스럽고 살인이 등장하고 피가 낭자하고 좀비가 등장하고 고약스러운 선택이 등장한다.”시어머니와 티타임”과 “화면 공포증”을 읽고 기억해 둔 작가이기에 원없이 공포를 즐길 요량으로 읽기 시작했다.“반짝이는 것”은 노인에게 치명적인 바이러스와 자녀들의 부양을 다룬 이야기로 소설 속 허황된 이야기가 아닌 우리가 지금 겪고 있는 노인 문제라 더 모골이 송연해진다.”에이의 숟가락“은 자신 만의 것을 지키기위해 살인하는 도구가 친숙한 숟가락이라는데서 더 공포스럽고 불쾌하게 다가온다.전설을 떠오르게 하는 “뇌의 나무”, 현대인에게 뗄레야 뗄수 없는 화면이 주는 공포를 다룬 “화면 공포증”,기시감을 미래에서 온 메시지라 여기고 선택한 결과 남자에게 닥친 불행을 이야기한 “미래를 기억하는 남자”와 제목 그대로 이름을 말하는 순간 괴물의 먹이가 되는 ”이름 먹는 괴물“은 학교라는 한정된 공간을 배경으로 하지만 각자의 개성과 존재가 희미해져가는 현대인들의 모습을 보는 듯해 괴롭다.표제작 ”부디 너희 세상에서도“는 작가와 소설 속 등장인물이라는 설정과 좀비를 피해 도망하는 주인공의 고군분투가 흥미롭게 펼쳐진다.가장 흥미로운 단편은 ”목소리“다.[살고 싶으면 열두 시간 안에 사람을 죽여라.]만약 누군가를 열 두 시간 안에 죽이지 못한다면 그 목소리를 들은 사람이 죽는다.가족을 위해 자신의 목숨을 내놓을 수도 있고 자신이 살기 위해 가장 가까운 누군가를 죽여야만 한다.우리는 어떤 선택을 할 수 있을까.위기 앞에서 인간이 취할 수 있는 선택에 대해 고민하며 읽다 마지막 장면에서는 나도 모르게 상소리를 뱉을 수 밖에 없었다.9편의 이야기는 세상에서 일어나면 안되는 일들이지만 다른 모습으로 실제로 일어나는 일들을 바탕으로 하고 있어 더 소름끼친다.자식은 부양의 의무를 회피하고 학교 현장에선 누군가는 이름이 불리지 않은 체 생활하고 있다.중독에 가까운 지 알면서도 화면을 볼 수 밖에 없는 현실과 자신만을 생각하는 게 너무 과해 일어나는 살인까지 소설은 현실이 되고 현실은 소설의 소재가 된다.호러,공포 소설이라는 이름을 달고 출간된 소설이지만 현실과 동떨어진 이야기라 아니라 더 공포스럽다.더 매운 맛이 기대되는 작가님의 다음 이야기를 기다려본다.🎁채성모의 손에 잡히는 독서에서 진행한 서평이벤트에 당첨되어 고블출판사에서 제공받은 도서입니다.
‘소설 잇다’는 근대 여성 작가와 현대 여성 작가의 소설을 한 권에 담아 함께 읽는 시리즈로 두 번째 이야기는 지하련과 임솔아의 <제법 엄숙한 얼굴>이다.지하련은 1940년대 문단의 주목을 받았으나 한국전쟁 전 시인인 남편 임화와 월북했다는 이유로 잊혀진 작가다.📚지하련은 ‘결혼’으로 대표되는 가부장제 이데올로기가 여성을 억업하는 현실을 예리하게 그려내는 동시에 ‘하이칼라’식민지 지식인의 위선적인 일면을 지적인 언어로 분석해내며 당대의 문단,지식인들로부터 큰 주목을 받은 작가입니다. 겹겹의 구조로 이뤄진 근대적 억압과 모순을 세련된 방식으로 묘파해내는 그의 작품이 갖춘 현대성은 오늘날의 시선으로 보아도 놀랍도록 현대적으로 느껴집니다. 임솔아의 작품은 늘 우리 시대의 가장 치열한 질문을 쥐고서 사회를 둘러싸고 있는 허위와 폭력,우리가 보지 못했던,보지 않으려 했던 맹점 들을 직시해왔습니다. 임솔아가 일상의 작은 틈새를 담담하게 가리키는 동시에 그 균열의 근원을 좇아 탐구하는 방식과, 식민지 조선의 피폐를 끊임없이 관찰하면서도 기약 없는 비판이나 손쉬운 반성으로 빠지지 않았던 지하련의 회의는 서로 다른 시대임에도 매우 닮아있습니다. (이 책에 대하여 중에서)책은 지하련 작가의 단편 4편과 임솔아 작가의 소설 1편, 에세이 1편, 그리고 박혜진 평론가의 해설로 구성되어 있다.지하련 작가의 ‘결별’은 남편과 다툰 후 친구 정희의 결혼식 축하연에 참석한 형예의 하루가 이야기의 중심이다.남편의 사랑을 의심하는 형예는 이제 막 결혼식을 올린 정희와 그의 남편을 보며 자신의 결혼 생활을 돌아보게 된다.‘제향초’는 요양차 오빠 집에 머물게 된 삼희가 오빠의 지인인 태일을 살피면서 느끼는 당대 지식인이라 불리던 사람들의 위선과 모순적인 모습을 다루고 있다.제목에서도 쓸쓸함이 느껴지는 ’가을‘은 부인이 죽고 난 후 부인의 친구인 정예와의 이야기를 남편인 석재의 시선으로 그리고 있다.마지막 ‘종매’는 사랑이 아닌 연민만으로 병인을 돕는 정원을 돕기위해 나선 사촌오빠 석희와 석희를 찾아온 친구 태식이의 절에서의 생활을 담고 있다.특별한 사건이 일어나는 건 아니지만 무기력함과 병자와 그들 사이의 정의내리기 어려운 관계에서 오는 긴장감이 그대로 전해진다.임솔아 작가의 표제작 ‘제법 엄숙한 얼굴’은 ‘제향초’에서 가져온 제목으로 강릉에서 여러 아르바이트를 전전하는 중국 동포 영애와 쉴 새 없는 자랑과 그 안에 자리 잡은 우울로 주위 사람을 힘들게 하는 카페 사장 제이,그리고 카페 협력 업체 직원인 수경의 이야기다.입으로는 인권을 말하고 있지만 어느 순간 돌별하는 제이의 위선이 현대의 우리를 보는 듯하다.오랜 시간 차를 두고 활동한 두 여성 작가의 이야기는 세상살이 다 그렇다는 결론에 도달하게 한다.일제 강점기에도 부부간의 갈등은 있었고 죽은 친구의 남편을 사랑해 어쩔 줄 몰라하는 여자가 있었고 젊은이는 제 길을 찾기 못해 허황된 계획을 세우기도 하고 세상엔 말과 다르게 행동하는 이들도 여전히 존재한다.세상은 크게 좋아지거나 달라지지않았지만 다행스럽게 여성들은 점점 자신들의 목소리를 내고 살아가고 있다는 데 위안을 삼으며 다음 시리즈에도 찬란하게 빛나는 여성작가들을 만나고 싶다.🎁작가정신 출판사 출간 이벤트에 당첨되어 제공받은 도서입니다.
어느 날 팥 할머니가 장에서 시간 가는 줄 모르고 놀다가 집으로 돌아가는 길에 해가 꼴딱 넘어가 산 속에서 길을 잃고 말았어요.그런 할머니 앞에 자신은 태양을 비추어 하늘 나라의 생명을 보살피는 용이라고 말하는 ”태양 왕 수바”가 도움을 청합니다.태양 왕 수바의 날개는 몸을 키우기도 줄이기도 하는 능력이 있어 큰 생명부터 작은 생명들까지 고루 잘 보살필 수 있었답니다.그런데 평화롭던 어느 날 처음 보는 이들에게 날개를 빼앗겨 하늘로 돌아갈 수 없게 되었지요.수바는 할머니에게 큰 제사상을 부탁하고 하늘로 돌아가게 되면 용의 보물을 주겠다고 약속합니다.과연 태양 왕 수바는 무사히 하늘로 돌아갈 수 있게 되고 할머니는 용의 보물을 받을 수 있을까요?“태양 왕 수바”는 팥할머니가 등장하는 “팥빙수의 전설”그리고 민들레와 호랑이의 우정을 그린 “친구의 전설”에 이은 이지은 작가의 전설 시리즈 세번째 이야기입니다.모양은 수박을 닮았는데 넘어지면 혼자 일어나지 못하는 게 돼지를 닮은 듯한 모습이 친근하면서도 유쾌합니다.대단한 정의감에 수바를 도운 게 아니라 보물이라는 말에 상다리가 휘어지게 제사상을 차리는 팥할머니의 모습이 인간적이라 더 친근합니다.그래도 수바를 걱정하고 또 적극적으로 도움의 손길을 내밀고 지혜를 빌려주기도 합니다.저는 그림책은 기본적으로 어른이 아이에게 읽어주는 책이라고 생각합니다.물론 글씨를 일찍 깨우쳐 혼자 읽는 아이도 많겠지만 아이는 그림을 보는 것에 더 집중해야 한다고 생각합니다.아이 혼자.읽는 건 글밥이 많은 동화책부터여도 충분합니다.“태양 왕 수바”는 어른이 읽어주기에 좋은 그림책이라 읽다보면 흥이 나 읽어주는 어른도 즐거워질 것입니다.어쩜 볼거리가 많아 글 읽는 속도를 느리게 해야 할 수도 있지만 아이는 어른이 읽어주는 글을 따라 할머니의 표정 변화와 수바의 모습을 보며 그림책을 제대로 즐길 수 있을 것입니다.하마터면 수바가 될 뻔 한 수박의 전설, 올 여름 집집마다 하나씩 들여놓으시길…….
📚파킨슨병은 중추신경계의 질병으로, 주로 신경 세포가 퇴행했거나 돌연변이를 일으키는 등 어떤 식으로든 변형되어 도파민이 정상적으로 분비되지 않아 발생한다. (p16~17)엘레나는 시간을 맞춰 약을 복용하지않으면 거동을 할 수 없는 중증파킨슨병 환자다.엘레나의 외동딸 리타가 비오는 날 성당 종탑에 목을 맨 채 주검으로 발견되는 사건이 발생하자 경찰은 수사에 나서고 자살이라는 결론을 내린다.하지만 엘레나는 리타가 번개 공포로 절대 비오는 날에 성당 근처에 가지 않았을거라고 주장하며 살인 사건이라고 확신한다.불편한 몸으로 경찰을 찾아다니고 성당 신부님을 찾아가 읍소하지만 아무도 엘레나의 말을 들어주지 않자 그녀는 마지막 짚푸라기라도 잡는 심정으로 20년 전의 인연을 찾아갈 계획을 세운다.실제로 파킨슨병을 앓는 사람을 본 적이 없어서 소설 첫 문장을 읽으며 어떤 상황인지 이해하지 못했다.고개를 들어 무엇을 쳐다볼 수도 없고 자신의 의지대로 몸을 움직일 수 없는 엘레나는 진실을 밝히겠다는 일념으로 오래 된 인연인 이사벨을 찾아간다.이사벨은 이십 년 전 낙태 수술을 받기 위해 병원에 가던 중 리타를 만나 수술을 못하게 되고 그 후 매년 크리스마스때면 가족사진과 함께 감사인사를 전하고 있다.이사벨에게 불편한 엘레나를 대신해 리타의 죽음의 진실을 밝히는 데 도움을 받을 수 있을 거라고 생각하며어렵게 찾아간 이사벨에게 충격적인 사실을 듣게 된다.아르헨티나 국적의 저자의 소설은 복용한 약 기운이 돌기전의 엘레나의 모습을 시작으로 기차와 택시를 타고 이사벨의 집을 찾아가 이야기를 듣는 것으로 끝난다.처음엔 독자에게 과연 리타의 죽음에는 어떤 비밀이 있는 지 궁금증을 유발하게 하다 마지막 장에서는 죽음의 진실은 물론 20년 동안 자의로 해석했던 충격적인 선행의 결과를 마주하게 된다.딸의 죽음의 진실을 밝혀가는 과정으로 읽히던 소설은 이사벨의 이야기로 전혀 다른 국면을 맞게 되고 독자에게 여러가지 생각거리를 던져준다.가족 중 누군가 극단적인 선택을 하면 그 사실을 있는 그대로 받아들이기는 쉽지 않을 것이다.띠격태격하는 모녀였지만 많은 시간을 함께 했고 자살할 특별한 이유도 없을 뿐아니라 그 날씨에 그 곳에 갈 이유도 없는데 자살이라니 엘레나 입장에서는 도저히 받아들일 수 없었을 것이다.아니면 엘레나는 처음부터 딸의 죽음의 진실을 알고 있었을 지도 모른다.다만 그 사실을 믿고 싶지않았고 믿는 순간 자신을 혐오할 수 밖에 없었기에 살인사건이라는 자기방어적인 선택을 했을 것이다.엘레나는 뚜렷한 확신도 없이 오랜 인연만으로 이사벨을 찾아갔던 건 리타를 기억하고 고마워하고 함께 슬퍼해줄 존재가 필요했기 때문이지 않았을까 싶다.소설 속에는 두 명의 엄마인 여자가 등장한다.딸의 죽음을 자살이라고 도저히 인정할 수 없는 엄마 엘레나와 낙태를 포기하고 딸을 낳았지만 여전히 낙태를 방해했던 리타를 용서할 수 없는 엄마 이사벨이다.엘레나는 파킨슨병때문에 자유롭지 못하지만 이사벨은 자유의지가 겪인 채로 살아간다.엘레나는 빨리 진행되는 병을 혼자서 견뎌야하지만 이사벨은 가족들 속에서 불행하게 살아가야 한다.과연 누가 더 안타까운 삶인가 생각해 보게 된다.누구나 걸릴 수 있는 병에 걸린 여자와 자신의 선택으로 불행하게 사는 여자,그리고 모든 것을 놓아버린 여자까지.나 역시 그녀들 중 한 명이 될 수 있다는 사실에 몸서리쳐진다.🎁도서는 비채 서평단 모집에 당첨되어 제공받았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