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디 너희 세상에도
남유하 지음 / 고블 / 2023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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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가의 세 번째 작품집 “부디 너희 세상에도”는 호러, 공포 소설에 붙일 수 있는 수식어을 모두 붙일만하게 공포스럽다.
무섭고 괴기스럽고 살인이 등장하고 피가 낭자하고 좀비가 등장하고 고약스러운 선택이 등장한다.
”시어머니와 티타임”과 “화면 공포증”을 읽고 기억해 둔 작가이기에 원없이 공포를 즐길 요량으로 읽기 시작했다.

“반짝이는 것”은 노인에게 치명적인 바이러스와 자녀들의 부양을 다룬 이야기로 소설 속 허황된 이야기가 아닌 우리가 지금 겪고 있는 노인 문제라 더 모골이 송연해진다.
”에이의 숟가락“은 자신 만의 것을 지키기위해 살인하는 도구가 친숙한 숟가락이라는데서 더 공포스럽고 불쾌하게 다가온다.

전설을 떠오르게 하는 “뇌의 나무”, 현대인에게 뗄레야 뗄수 없는 화면이 주는 공포를 다룬 “화면 공포증”,기시감을 미래에서 온 메시지라 여기고 선택한 결과 남자에게 닥친 불행을 이야기한 “미래를 기억하는 남자”와 제목 그대로 이름을 말하는 순간 괴물의 먹이가 되는 ”이름 먹는 괴물“은 학교라는 한정된 공간을 배경으로 하지만 각자의 개성과 존재가 희미해져가는 현대인들의 모습을 보는 듯해 괴롭다.
표제작 ”부디 너희 세상에서도“는 작가와 소설 속 등장인물이라는 설정과 좀비를 피해 도망하는 주인공의 고군분투가 흥미롭게 펼쳐진다.

가장 흥미로운 단편은 ”목소리“다.
[살고 싶으면 열두 시간 안에 사람을 죽여라.]
만약 누군가를 열 두 시간 안에 죽이지 못한다면 그 목소리를 들은 사람이 죽는다.
가족을 위해 자신의 목숨을 내놓을 수도 있고 자신이 살기 위해 가장 가까운 누군가를 죽여야만 한다.
우리는 어떤 선택을 할 수 있을까.
위기 앞에서 인간이 취할 수 있는 선택에 대해 고민하며 읽다 마지막 장면에서는 나도 모르게 상소리를 뱉을 수 밖에 없었다.

9편의 이야기는 세상에서 일어나면 안되는 일들이지만 다른 모습으로 실제로 일어나는 일들을 바탕으로 하고 있어 더 소름끼친다.
자식은 부양의 의무를 회피하고 학교 현장에선 누군가는 이름이 불리지 않은 체 생활하고 있다.
중독에 가까운 지 알면서도 화면을 볼 수 밖에 없는 현실과 자신만을 생각하는 게 너무 과해 일어나는 살인까지 소설은 현실이 되고 현실은 소설의 소재가 된다.
호러,공포 소설이라는 이름을 달고 출간된 소설이지만 현실과 동떨어진 이야기라 아니라 더 공포스럽다.
더 매운 맛이 기대되는 작가님의 다음 이야기를 기다려본다.


🎁채성모의 손에 잡히는 독서에서 진행한 서평이벤트에 당첨되어 고블출판사에서 제공받은 도서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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