엘레나는 알고 있다
클라우디아 피녜이로 지음, 엄지영 옮김 / 비채 / 2023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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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파킨슨병은 중추신경계의 질병으로, 주로 신경 세포가 퇴행했거나 돌연변이를 일으키는 등 어떤 식으로든 변형되어 도파민이 정상적으로 분비되지 않아 발생한다. (p16~17)

엘레나는 시간을 맞춰 약을 복용하지않으면 거동을 할 수 없는 중증파킨슨병 환자다.
엘레나의 외동딸 리타가 비오는 날 성당 종탑에 목을 맨 채 주검으로 발견되는 사건이 발생하자 경찰은 수사에 나서고 자살이라는 결론을 내린다.
하지만 엘레나는 리타가 번개 공포로 절대 비오는 날에 성당 근처에 가지 않았을거라고 주장하며 살인 사건이라고 확신한다.
불편한 몸으로 경찰을 찾아다니고 성당 신부님을 찾아가 읍소하지만 아무도 엘레나의 말을 들어주지 않자 그녀는 마지막 짚푸라기라도 잡는 심정으로 20년 전의 인연을 찾아갈 계획을 세운다.

실제로 파킨슨병을 앓는 사람을 본 적이 없어서 소설 첫 문장을 읽으며 어떤 상황인지 이해하지 못했다.
고개를 들어 무엇을 쳐다볼 수도 없고 자신의 의지대로 몸을 움직일 수 없는 엘레나는 진실을 밝히겠다는 일념으로 오래 된 인연인 이사벨을 찾아간다.
이사벨은 이십 년 전 낙태 수술을 받기 위해 병원에 가던 중 리타를 만나 수술을 못하게 되고 그 후 매년 크리스마스때면 가족사진과 함께 감사인사를 전하고 있다.
이사벨에게 불편한 엘레나를 대신해 리타의 죽음의 진실을 밝히는 데 도움을 받을 수 있을 거라고 생각하며어렵게 찾아간 이사벨에게 충격적인 사실을 듣게 된다.

아르헨티나 국적의 저자의 소설은 복용한 약 기운이 돌기전의 엘레나의 모습을 시작으로 기차와 택시를 타고 이사벨의 집을 찾아가 이야기를 듣는 것으로 끝난다.
처음엔 독자에게 과연 리타의 죽음에는 어떤 비밀이 있는 지 궁금증을 유발하게 하다 마지막 장에서는 죽음의 진실은 물론 20년 동안 자의로 해석했던 충격적인 선행의 결과를 마주하게 된다.
딸의 죽음의 진실을 밝혀가는 과정으로 읽히던 소설은 이사벨의 이야기로 전혀 다른 국면을 맞게 되고 독자에게 여러가지 생각거리를 던져준다.

가족 중 누군가 극단적인 선택을 하면 그 사실을 있는 그대로 받아들이기는 쉽지 않을 것이다.
띠격태격하는 모녀였지만 많은 시간을 함께 했고 자살할 특별한 이유도 없을 뿐아니라 그 날씨에 그 곳에 갈 이유도 없는데 자살이라니 엘레나 입장에서는 도저히 받아들일 수 없었을 것이다.
아니면 엘레나는 처음부터 딸의 죽음의 진실을 알고 있었을 지도 모른다.
다만 그 사실을 믿고 싶지않았고 믿는 순간 자신을 혐오할 수 밖에 없었기에 살인사건이라는 자기방어적인 선택을 했을 것이다.
엘레나는 뚜렷한 확신도 없이 오랜 인연만으로 이사벨을 찾아갔던 건 리타를 기억하고 고마워하고 함께 슬퍼해줄 존재가 필요했기 때문이지 않았을까 싶다.

소설 속에는 두 명의 엄마인 여자가 등장한다.
딸의 죽음을 자살이라고 도저히 인정할 수 없는 엄마 엘레나와 낙태를 포기하고 딸을 낳았지만 여전히 낙태를 방해했던 리타를 용서할 수 없는 엄마 이사벨이다.
엘레나는 파킨슨병때문에 자유롭지 못하지만 이사벨은 자유의지가 겪인 채로 살아간다.
엘레나는 빨리 진행되는 병을 혼자서 견뎌야하지만 이사벨은 가족들 속에서 불행하게 살아가야 한다.
과연 누가 더 안타까운 삶인가 생각해 보게 된다.
누구나 걸릴 수 있는 병에 걸린 여자와 자신의 선택으로 불행하게 사는 여자,그리고 모든 것을 놓아버린 여자까지.
나 역시 그녀들 중 한 명이 될 수 있다는 사실에 몸서리쳐진다.

🎁도서는 비채 서평단 모집에 당첨되어 제공받았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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