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신과 의사인 후지시로는 3년 동안 함께 산 약혼자인 야요이와 결혼 준비로 바쁜 시간을 보내던 어느 날 9년 전 헤어진 첫사랑 하루에게서 한통의 편지를 받는다.대학 시절 사진동아리에서 만난 후지시로와 하루는 함께 사진을 찍으며 사랑을 키워가다 동아리 선배와의 문제로 헤어지고 만다.볼리비아의 유우니 사막의 천공의 거울,프라하의 거대한 시계,아이슬란드의 검은 모래사장 바다를 보고 보내는 하루의 편지는 첫사랑의 아련함을 떠오르게 한다.하지만 아무일없는 것처럼 결혼식을 준비하고 연인인 야요이와 특별할 것 없는 시간을 보낸다.소설은 하루의 편지를 받은 4월에 시작해 그 다음에 3월에 일어나는 일로 끝을 맺는다.우연히 날아온 첫사랑의 편지는 후지시로의 생활에 특별한 변화를 주지도 않고 결혼식 준비를 멈추지도 않는다.소설은 후지시로의 첫사랑에 대한 기억과 현재의 연인과 주변 인물들과 그리고 지금의 생활을 교차해서 담고 있다.이야기는 큰 사건이 일어나지도 않고 3년을 함께 지낸 연인과는 몇 십년을 산 부부처럼 무미건조한 일상을 살다 뜻밖의 변화를 맞이하게 된다.📚사랑은 감기와 비슷하다.감기 바이러스는 어느새 몸속으로 침투하고, 알아챘을 때는 이미 열이 난 상태다. 그러나 시간이 지날수록 그 열은 사라져간다.열이 났던 게 거짓말처럼 여겨지는 날이 온다.누구에게나 피할 수 없이 그 순간이 찾아온다. (p58)감기처럼 찾아온 사랑은 언제가는 감기가 낫듯 평온함을 찾게 되지만 우리는 그 평온함을 사랑이 식었다고 믿어버리기도 한다.서투른 첫사랑은 눈 앞에 그가 있어도 늘 불안하고 어찌할 줄 몰랐던 것 같다.하지만 진짜 사랑은 감기에 걸린 것처럼 아프고 정신을 못 차리는 것이 아닌 맑은 정신의 믿음과 편안함임을 이제를 알 것 같다.만약 후지시로의 첫사랑이 최선을 다하다 자연스럽게 맞이한 이별이었다면 어떤 미련도 남지 않았을 것이다.📚”왜일까요. 지금 생각해보면 일정을 연기할 수도 있었어요.그런데 그 무렵의 우리는 언제든 다시 올 수 있을 거라고 믿었죠. 언제까지고 이 사랑이 계속될 거라고 확신했어요.아무런 보증도 없는데.”(p180)표지 그림과 제목을 보고 말랑말랑한 연애 소설을 기대하고 읽었지만 후지시로의 이야기는 사랑을 할 줄 모르는 지금을 사는 젊은이들에게 들려주는 특별한 어른들의 사랑이야기였다.사랑은 상대를 기다려주지 않는다.소설은 지금 내 옆에 있는 사람에게 나중이 아니라 지금 당장 사랑을 미루지말고 행동하라고 말한다.사랑은 언제든 할 수 있는 것이 아니라 지금 당장 하는 것, 사랑은 우리를 기다려주지않는다.🎁소미미디어 소미랑2기 활동 중 제공받는 도서입니다.
📚하늘은 둥글고, 땅은 평평하며, 민애는 예쁘다.오늘 날씨는 맑고, 바람이 불며, 민애는 예쁘다.이런 식이었다. 나를 위해 꾸며 낸 말이 아니었다.’우리 민애는 세상에서 제일 예쁘다’고 아버지는 모세가 십계명을 믿듯 믿었다. (p136)나태주 시인이 딸에게 보내는 편지라는 부제가 붙은 “나만 아는 풀꽃 향기”는 풀꽃 시인으로 사랑 받고 있는 나태주 님이 시인이 아닌 아버지의 이름으로 문학평론가인 딸에게 바치는 연서다.나 역시 자식을 낳아 기른 엄마지만 그러기 훨씬 전에 아버지, 어머니의 딸이었다.지금은 고인이 되신 아버지의 흔적이라곤 몇 장의 사진과 매년 더 새록새록 살아나는 추억들이 전부이지만 해가 갈수록 그리움이 쌓여 간다.시인은 딸이 태어나는 날의 기억으로 이야기를 시작한다.딸의 기억에는 없는 금학상회 구멍가게 안집, 아주 낡고 허름한 집 별채에 살던 시절을 거쳐 좁은 뜨락 안에 키가 큰 감나무 두 그루가 서 있던 감나무 안집에 살다 아파트로 이사 한 시절을 시간 순으로 적고 있다.가난한 살림과 건강하지 못한 엄마와 예민한 아버지라 늘 딸에게 미안해 하면서도 세상 누구보다 사랑하고 자랑스러운 마음을 한 글자 한 글자 써내려 간다.시인이 딸에게 보내는 편지를 읽으며 우리 아버지도 아니고 내 이야기도 아닌데 손에 잡힐 듯 시골집의 모습이 그려진다.대부분 가난한 시절을 살아서 정작 자식들은 다 잊고 모두 그렇게 살았다고 웃어 넘기는 데 부모는 자식들을 키우며 미안했던 일들을 기억하고 언제까지 이야기한다.시인 역시 이제 잊어도 될 듯한 사연을 이야기하니 부모란 어쩔 수 없는 것 같다.내리사랑이라고 아들을 낳고 딸을 낳은 시인은 딸을 사랑하고 사랑하고 사랑하고 사랑한다.세세한 것까지 기억하고 딸을 향한 절절한 마음이 글을 읽는 독자에게 고스란히 전해진다.함께 실린 사진 속 딸은 누구보다 행복해 보이고 사랑스러워 보여 사진을 찍었던 순간 아버지의 마음이 고스란히 전해진다.딸이 잠든 모습을 남기고 싶어 퇴근 후 자전거를 타고 시내 단골 사진관으로 달려가 사진기를 빌려 찍은 사진은 아버지의 마음이 어떠했을지 감히 헤아리기도 어렵다.📚힘든 일 있거든 엄마에게든 아빠에게든 전화하거라. (p298)📚저는 나태주의 딸 나민애가 그냥 나민애보다 더 좋습니다.아빠의 후광이 아주 커서 제 어깨가 무거워도 기꺼이 무겁겠습니다.아빠를 짊어지고 갈 힘을 아빠가 제게 주었고 제가 아빠와 함께 가는 것을 즐거워합니다.(p307)아버지가 딸에게 전하는 말은 시인의 딸에게만 해당하는 이야기가 아닌 누군가의 자식인 우리에게 힘을 주는 말들이다.“너는 세상에서 제일 예쁘다.” 우리는 분명 이런 말을 듣고 자란 귀한 존재이고 사랑 받아 마땅한 존재이다.그 귀함을 마음에 새기며 살다가 어느 순간 삶이 팍팍해지면 하늘 한 번 올려다보고 아버지인 시인의 편지를 읽으면 힘을 얻을 수 있을 것 같다.🎁넥서스앤드의 서포터즈 앤드러블 활동 중 제공 받은 도서입니다.
우리나라와 시차 1시간, 비행 시간 2시간이면 갈 수 있는 나라가 중국이다.이렇게 가까운 나라 중국은 세계에서 가장 인구가 많은 국가이며 우리나라 수출의 가장 큰 비중을 차지한 나라이지만 우리나라 국민이 별로 좋아하지 않는 나라의 상위권에 속하기도 한 나라다.사실 위에 나열한 중국은 누구나 아는 중국으로 진짜 중국을 알고 싶다는 생각에 무리해서 고른 책이다.모두 7장으로 된 저서는 많은 도표와 그림이 포함되어 한 편의 논문을 읽는 기분이다.존스홉킨스대학교 정치학 교수인 저자는 중국의 부패를 4가지로 크게 구분해 설명하고 있다.비엘리트 집단에서 일어나는 하위 공무원들의 불법적인 수수료 징수, 보호비 명목으로 갈취하는 <바늘도둑>과 <급행료>와 엘리트집단에서 일어나는 고위 공무원이 계좌로 공공 자금 횡령, 가족 명의로 된 가짜 고용, 국가 재산의 사적 유용 등이 해당하는 <소도둑>,그리고 계약 성사를 위해 지불하는 큰 규모의 뇌물등이 속하는 <인허가료>로 구분한다.저자는 중국에서 벌어지고 있는 부패의 특징을 “엘리트 간 금전과 권력을 교환하는 인허가료가 지배적”이라고 강조하고 있다.실제로 인허가료는 “정치적으로 결탁한 자본가들이 열정적으로 투자하고 건설하는 것을 고취”하고 “정치가들이 그들의 발전 목표를 달성해 승진 사다리를 올라타게” 한다고 한다.물론 이런 부패는 “스태로이드처럼 기능하는데 심각하지만 간접적인 해악을 끼친다.”고 한다.(p205)가장 흥미로웠던 장은 5장 “부패와 경제 성장이 공존할 수 있는 이유”다.몇 년전 우리나라에도 뉴스로 전해졌던 보시라이의 실각 관련 사건을 자세히 다루고 있어 한 개인의 몰락과 함께 중국 사회를 이해하는 데 도움이 되었다.이 책 한 권으로 중국의 부패라는 큰 덩어리를 이해할 수는 없었다.그러나 어느 나라에서나 부패는 엄연히 존재하고 그 부패는 사회에 전반적으로 영향을 주고 있다는 것은 알고 있다.부패가 하나도 없는 청정 국가가 존재는 것이 불가능하다면 그에 대한 절처한 연구만이 부패를 넘어 성장 발전할 수 있는 게 아닌가 싶다.🎁한겨레출판의 하니포터6기 활동 중 제공받은 도서입니다.
2020년 12월에 나온 “블랙 쇼맨과 이름 없는 마을의 살인”의 뒤를 이어 2년 반만에 시리즈의 후속작 “블랙 쇼맨과 환상의 여자”가 출간되었다.잔작은 500페이지가 넘는 장편이었는데 이 번에 출간된 이야기는 모두 3편의 단편이 수록된 단편집이다.두 작품 모두 “트랩핸드”라는 작은 바의 마스터인 가미오 다케시가 전직 마술사라는 독특한 설정과 대단한 눈썰미, 그리고 흔들리지 않는 말솜씨로 사건을 해결해 나간다.전작이 살인 사건이라는 복잡하고 큰 사건을 중심으로 한 장편인데 반해 후속작은 한 건의 살인도 일어나지않는 소소하게 보이는 사건들 등장한다.제목에서 알 수 있듯이 모두 여성이 등장하는 이야기는 시의적절한 소재들을 담아 읽는 재미를 배가시킨다.가미오의 조카 ‘마요’가 등장하는 첫 번째 이야기 <맨션의 여자>는 넓은 평수의 맨션 리노베이션을 의뢰받은 마요는 고객이 편안하게 상담할 곳을 원하자 삼촌이 운영하는 “트랩핸드”로 안내한다.상담을 할수록 고객에게서 이상한 점을 발견되고 큰 비밀에 다가가게 된다.<위기의 여자>는 트랩 핸드에서 첫 만남을 가진 남녀의 사이에서 이상함을 감지한 가미오가 위험에처한 여자를 구하게 된다.<환상의 여자>는 하루아침에 사랑하는 남자를 잃은 여자의 상실감과 그녀를 돕기위해 나선 친구와 주위 사람들의 고군분투를 볼 수 있다.우리나라에서 인기가 많은 일본 작가 중 한 분이다보니 작가의 책이 신간이 아닌 도서가 신간인 척 재출간되곤 한다.“블랙 쇼맨과 환상의 여자”는 전 세계 최초로 공개되는 진짜 히가시노 게이고의 최신작이다.소설은 분량이 작은 게 제일 큰 아쉬움이다.작가의 단편집 대부분이 대 여섯편이 실리는 데 세편 뿐이라 읽다만 것처럼 섭섭하다.이야기가 재미있었던 가장 큰 이유는 현대 사회의 문제점을 담아내고 있다는 데 있다.부모의 방임 속에 상처 받은 여성과 엄마의 지나친 간섭에 힘들어하는 여성, 그리고 약물 투여에 의한 데이트 폭력까지 우리나라에서 일어난 일이라고 해도 수긍할 만한 일들이다.그리고 서로 이해하지 못하는 결혼생활을 계속 유지하는 게 옳은가라는 질문을 던져주는 이야기는 유부녀인 나에게 여러가지 생각을 하게 한다.현실에서는 검은 셔츠에 검은 조끼를 입은 마스터 가미오만 존재하지 않을 뿐 코로나바이러스가 존재하고 악인도 존재한다.작가의 다음 이야기에서는 부디 코로나바이러스 없고 악인도 사라지고 아니 (악인이 사라지면 소설을 쓸 수가 없겠네.)악인은 그 죗값을 톡톡히 치르는 상쾌한 이야기를 기대해보겠다.다음 번에는 더 긴 이야기 기대하겠습니다.🎁 본 도서는 RHK출판사에서 제공받아 읽은 도서입니다.
독서 좀 한다는 독자라면 그의 작품을 읽지않았더라도 <버지니아 울프>라는 이름은 기억할 것이다.나는 그의 책을 읽으려고 여러 번 시도했고 번번히 실패했다.기한이 정해지면 읽을 수 있을까 해서 도서관에서 대출도 해 보고 시간 제약을 받지않고 찬찬히 읽으면 성공할까 싶어 구입도 해 봤지만 성공하지 못했다.그러다보니 울프는 꼭 한 번 읽어보고 싶은 데 끝까지 완독하지 못한 작가로 언젠가는 꼭 한 권이라도 읽고 싶었던 작가였다.“블루&그린”은 완성되지 않은 습작 포함 모두 18편의 단편이 실려있는 단편집으로 처음 완독한 작가의 작품으로 기록할 수 있게 됐다.역시 난해한 작품들이 다수 포함된 탓에 읽기가 수월하지는 않았지만 길지 않은 덕에 끝까지 완독할 수 있었다.아무래도 기존에 읽어오던 다른 작가의 단편처럼 줄거리를 이야기 할 수 있는 단편들이 잘 읽히고 기억에 남는다.영국 최초의 여성 대학을 묘사한 ‘밖에서 본 여자 대학”과 “본드 가의 댈러웨이 부인”은 그 시대를 살아간 여성들의 모습을 들여다 볼 수 있다.“프라임 양”은 짧은 글이지만 그 시대를 살아간 누구보다 강한 여성을 만나게 된다.결혼한 사람이라면 그것도 결혼 생활을 긴 시간 유지해 온 사람이라면 공감하며 읽을 수 있는 “라핀과 라피노바”는 시간의 흐름으로 변하는 사랑에 대해 생각해 보게 된다.보는 안목이 없고 물건의 의미를 찾지 못한다면 단지 쓰레기일 뿐이라고 말하는 “단단한 물체들”도 재미있다.📚울프는 의식의 흐름 기법으로 인간 내면을 섬세하고 흥미롭게 그려내는 데 성공해 제임스 조이스, 마르셀 프루스트,T.S. 엘리엇 등의 작가들과 더불어 모더니즘 문학의 최고봉으로 손꼽힌다. (손현주 교수의 작품 해설 중,p247~248)블루&그린을 읽기전 검색을 통해 울프에 대해 읽었고 유튜브 여러 편을 보며 그녀의 생과 작품 해설을 들었다.1882년 런던의 중상류층 가정에서 태어나 정규교육은 받지 못했지만 아버지 덕분에 저명한 문인들과 교류할 수 있었다.하지만 어머니의 죽음 후 정신질환을 앓게 되고 세계2차대전이 한창이던 1941년 든든한 자원군인 남편을 두고 우즈 강가로 나가 돌아오지 않는다.20세기를 대표하는 영문학의 거장, 모더니즘 문학에서 가장 중요한 작가, 페미니즘 작가 등 그녀 이름 앞에 붙는 여러 수식어들이다.분명 그의 소설은 읽기가 수월한 이야기는 아니다.만약 울프의 이야기에 도전해 보고 싶다면 “블루&그린” 뒤에 손현주 교수의 해설 <버지니아 울프:장면 만들기의 마술사>를 먼저 읽어보기를 권한다.물론 끝까지가 아니라 단편의 내용을 요약 부분 앞까지 읽고 단편집을 읽는다면 작가의 글 쓰기에 대해 조금은 이해할 수 있을 것이고 편안한 마음으로 소설에 접근할 수 있을 것이다.🎁더퀘스트 출판사에서 보내주신 도서로 솔직한 감상을 적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