울어도 괜찮아 책읽는 가족 49
명창순 지음, 최정인 그림 / 푸른책들 / 2006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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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요일 아침 조용한 집안에 관리실에서 하는 안내방송이 쨍쨍 울린다.
떠지지 않는 눈을 비비고 거실로 나오니 제차 확인 방송이 나온다.
5월 1일 월요일로 예정되었던 아이들의 학교 운동회가 황사로 5월 3일로 연기되었다는 방송이었다.
아이들과 남편은 세상모르고 자고 있고 시계를 보니 아직 여덟시가 안 됐다.
일요일만은 느긋하게 늦잠도 자고, 마음껏 게으름을 피우다 늦은 아침 겸 점심을 먹는 데 다시 잠은 오지 않을 것 같았다.
그렇다고 침대로 들어가기도 뭐하고 해서 TV를 볼까하다가 집어든 책이다.
불안에 떠는 듯 하얗게 질린 얼굴로 손엔 힘이 잔뜩 들어가 난간을 꼭 잡고 있는 소년의 그림이 왠지 가슴에 휘잉 바람을 일으킨다.

잘 있어라, 나무야.
잘 있어라, 그네야.
잘 있어라, 지금 내 눈에 보이는 모든 것들아.
나는 이제 울지 않아.
나는 이제 울고 싶지 않아.
이제 그만, 모두들, 안녕
아파트 옥상에 올라가있는 소년, 그것도 아직은 어리기만 한 5학년 소년에게 얼마나 힘들 일이 있기에 세상의 나무, 그네, 눈에 보이는 모든 것들에게 쓸쓸한 안녕을 고할까 싶었다.

평범하던 준서 네는 아버지가 허리를 다쳐 힘든 일을 할 수 없게 되면서 부모는 자주 싸우게 되고 어느 날 엄마는 가출을 한다.
엄마의 가출 뒤 아버지는 준서에게도 폭력을 휘두르고 며칠씩 집을 비우기도 한다.
그럴 때면 준서는 학교 급식과 라면으로 끼니를 해결하고, 학교 준비물 같은 것은 챙겨갈 엄두를 못 낸다.
아버지를 기다리며 동네의 떠돌이 개 도돌이와 친구가 되기도 하고, 중국집에서 배달 일을 하는 번개 형에게 도움을 받기도 한다.

등장하는 어른들의 모습이 어디에서고 흔히 만날 수 있는 우리들의 모습이고 나와 닮은 모습이라 더 미워졌다.
준서의 엄마는 아빠의 무능과 폭력을 피해 집을 나간다.
자신들이 선택해 결혼을 했고, 준서를 낳아 기르며 행복해 하기도 했을 엄마는 아무 대책도 없이 아이만 남겨두고 현실을 피해 사라져 버린다.
집에 남겨진 아이가 당한 일들을 뻔히 짐작할 수 있었는데도 무책임하게도 자신만 그 구렁텅이에게 빠져 나가 버린다.
그리고 술만 마시면 “우리 부모는 나를 버렸지만 나는 너를 끝까지 키우는데 무슨 불만이 그렇게 많냐.”며 아이에게 폭력을 행사하는 준서 아빠에게서는 연민이 생겼다.
가난과 함께 대물림되는 폭행들로 인해 일어나는 가족간의 무시무시한 사건 뉴스를 보며 손가락질하기에 바빴는데 어쩜 가장 관심을 가지고 치료를 해야 하는 사람은 아빠라는 생각이 들었다.
가족이라는 게 부모와 자녀로 이루어진 게 가장 이상적일 것이다.
그러니 무작정 아빠를 혼자 두는 것보다는 누구에게도 배울 기회가 없었던 가족을 사랑하는 방법과 귀한 아들을 소중히 여기는 방법을 가르쳐 진정으로 좋은 아빠이자 가장이 되는 길을 열어 주어야 하지 않을 까하는 한다.

가장 나를 낯 뜨겁게 했던 혜지 엄마는 나와 너무도 닮아 있기에 애써 태연스럽게 읽어 나갔다.
번개 형과 준서와 보낸 비 오는 날 혜지의 일탈로 온 세상이 무너져 내린 듯 착각하는 엄마가 바로 나이기에 도서실안에 선생님과 마주 앉아 있는 부끄러운 얼굴이 내가 된 듯 했다.
하지만 꽃씨를 훔치는 아이들에게 선뜻 동조할 수 없었고, 으뜸 슈퍼의 물건을 훔치는 아이들 틈에 얼떨결에 끼어 있었지만 그 앞을 지날 때면 가슴 졸이며 달음박질을 하고 다친 도돌이를 안고 동물병원으로 향하는 준서를 보며 아직은 작은 희망이 보이는 것 같아 마음이 놓였다.
이렇게 준서가 마음에 끈을 놓치지 않은 건 커다란 힘의 큰 도움 때문이 아니었다.
자신도 가난하고 아직 어린 고아지만 다른 사람의 어려움을 먼저 살필 줄 아는 번개 형과 으뜸 슈퍼의 깜깜 할머니의 작은 관심과 사랑이 있었기에 가능했던 것이다.

다행히 엄마가 준서를 찾아와 쉼터로 떠날 수 있게 되었지만 지금도 어딘가에서 수많은 준서와 무관심 속에 방치된 지호 같은 아이들이 있기에 마냥 행복하지만은 않다.
자꾸 귓가에 준서의 말이 맴돈다.
‘엄마가 언제까지 나를 버리지 않겠다는 약속을 지킬지, 아버지는 우리가 바라는 대로 뉘우치고 반성을 할지 알 수 없다, 하지만 나는 어쩔 수 없다.나 때문에 한쪽 눈을 잃은 도돌이도 어쩔 수 없이 내 품에 안긴 것처럼, 나는 도돌이를 잘 돌보겠다는 약속을 반드시 지킬 것이다. 어쩌면 내가 도돌이를 돌보는 게 아니라 도돌이가 내게 잘못을 뉘우칠 기회를 주는 걸지도 모른다,’

올 봄 운동회는 “다 함께 참여하는 놀이 한마당”이라는 이름을 걸고 학부모와 함께하는 코너들로 채워졌다.
엄마나 아빠가 아이를 업고 달리기도 해야 하고 쪽지에 적힌 대로 부모님과 함께 달려야하는 코너도 있다.
떠들썩한 축제날 분명 운동장 한쪽에 코가 쑥 빠진 채로 다른 이름의 준서가 앉아 있을 것이다.
아직도 내 아이만을 꼭 품에 안으려는 어미닭 같은 내 마음은 며칠 새 쉬 열리지는 않을 것이다.
하지만 그런 아이가 있다는 걸 인식하는 순간 깜깜 할머니도 번개 형도 내 맘속 한구석에서 고개를 들것이라 확신하기 때문에 책장을 덮는 순간 우울하지 만은 않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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반딧불,, 2006-05-04 22:55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아휴...이런 책들은 읽기가 겁이 납니다.
좋은 글이ㅣ네요..
 
티프키 두프키의 아주 멋진 날 마루벌의 좋은 그림책 58
윌리엄 스타이그 지음, 김경미 옮김 / 마루벌 / 2005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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절판


 

그림만 보고도 작가가 누군지 단박에 알 수 있는 윌리엄 스타이그의 이야기다.

육십이 넘은 늦은 나이에 그림책 작가로 데뷔했지만 그는 다른 누구와도 비교할 수 없는 독특한 그림과 함께 신기한 이야기를 풀어 나간다.

한때 만화를 그려 생계를 유지했던 탓에 그의 그림은 이야기만큼 자유롭고 꾸밈이 없다.

번뜩이는 재치와 웃음이 있고, 신기한 마술이 곳곳에 숨어 있는 이야기는 특별한 주인공들을 등장시켜 즐거움을 배가시킨다.

아름다운 공주와 왕자가 등장하지 않는 공주 이야기 <슈렉>을 비롯해 신기한 연금술이 등장하는 <장난감 형>과 <못이 된 솔로몬>,<당나귀 실버스타와 요술 조약돌>과 같이 자신과 전혀 다른 물건으로 변신하는 등의 우스꽝스럽고도 정형화되지 않은 이야기이기에 어린 독자들이 더 열광하는 지도 모르겠다.


그런 작가의 다른 이야기 ‘티푸키 두프키의 아주 멋진 날’에서 어떤 신기한 이야기가 펼쳐질까 궁금해진다.

멋지게 차려입고 쓰레기통에 손을 얹은 채로 뭔가 꿈을 꾸듯 행복한 표정으로 지그시 눈을 감고 생각에 잠겨있는 분(?)이 바로 쓰레기 청소부 티프키 두프키씨다.

더러운 쓰레기를 치우는 일을 하면서도 항상 행복한 티프키는 오늘 일과가 끝나면 ‘엉토당토않은’ 모임에서 주관하는 소풍을 가야하는데 날씨도 좋고 일도 시간 맞춰 끝날 수 있을 것 같아 행복하다.

오늘 같은 날에는 특별한 일이 생길 것 같아 점쟁이 오리 부인에게 오늘의 운수를 점쳐 보게 된다.

그런데 나온 점괘는 오늘 해가 떨어지기 전에 결혼할 아가씨를 만나서 사랑에 빠질 거란다.

기분이 날아갈 것 같은 티프키는 더 열심히 쓰레기를 치우고 그러다 에메랄드 목걸이를 줍게 된다.

세상에 좋은 일들만으로 채워질 수는 없다는 진리를 증명이라도 하듯 방해꾼이 나타난다.

오리 부인을 몹시도 싫어하는 나쁜 마녀인 늙은 암탉을 만나게 되고 암탉은 오리 부인의 점괘를 틀리게 할 심사로 티프키를 공경에 빠뜨린다.

허수아비를 아가씨로 착각해 쫓아가게도 하고, 고양이를 만나기도 하고, 절벽에 떨어지기도 한다.

보통의 그림책에서라면 주인공인 티프키는 어려운 일이 생길수록 더 강해지고 초인적인 힘을 발휘해 위험에서 빠져 나갈 것이다.

하지만 엉뚱하게도 자신을 미치광이라고 하는 남자의 등장으로 새로운 위험에 빠질 것 같았던 티프키는 늙은 암탉이 알을 낳으러 가야해서 거짓말처럼 마술에서 풀려 현실세계로 돌아오게 된다.

점점 해는 기울고 오리 부인의 점괘는 이렇게 틀리고 마는지.........


마법이 등장하면서도 전혀 마법 같지 않은 현실 같은 이야기 속에 주인공은 평범한 삶을 살고 있고 악당이라고 등장하는 늙은 암탉도 허술하기 짝이 없다.

알을 낳는데 온 정신을 집중해야 하기 때문에 마법을 접는 다니 귀엽기까지 하다.

날은 저물어가고 아들들은 온통 티프키가 만날 운명에 연인에 정신이 빼앗기고 티프키의 최대 위기인 보아 뱀 등장에서는 발가락을 꼼지락거리며 손에 땀을 쥐기도 한다.

하지만 뭐니 뭐니 해도 가장 즐거웠던 건 닭살 돋는 두 연인의 대화를 듣는 것이었다.

티프키가 주운 목걸이의 주인이 바로 자신이 기다리던 여인임을 알고 얼마나 떨리고 긴장했으면 “오늘, 트레기를 쓰럭으로 비우다가, 거기서”라고 넋을 빼놓은 듯 엉터리로 말해 웃음바다를 만들기도 한다.

첫눈에 반해 ‘너는 내 운명’이 되는 걸 보며 사랑에 빠지는 게 시간이 경과와는 전혀 상관없다는 게 작가의  인생관이 아닐까 짐작해 본다.

특별한 교훈을 남기는 이야기는 아니지만 티프키의 하루를 따라가다 보면 한 번도 경험할 수 없는 우스꽝스럽고 신비로운 일들과의 대면이 역시 그답다는 생각을 하게 한다.

평범한 일상에서의 일탈이야말로  윌리엄 스타이그의 작품의 미덕이 아닐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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위대한 뭉치 (일반판)
고경숙 지음 / 재미마주 / 2006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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구판절판


 

파란색 입마개를 하고서 한손엔 책 한 권 들고 다른 한손엔 롤러보드를 들고 거기다 뒤엔 피리까지 척 꽂고 있는 네가 뭉치구나.

난 개구쟁이 아들 둘과 매일매일 지지고 볶으며 목소리만 커져 버린 아줌마야.

처음 네 이름을 듣고 곱슬곱슬 털이 뭉쳐있어 뭉치인가 했지.

근데 넌 우리 아들들처럼 정말 개구쟁이 사고뭉치인가 봐?

그래서 이름도 사고뭉치에 뭉치가 되었겠지?

재미난 동화책을 읽을 때도 간식을 먹을 때도 조잘조잘 쫑알쫑알 수다를 떤다니 너와 함께 살다간 더 목소리가 커질  같다.ㅎㅎ

거기다 넌 동화책 읽으면서 팝콘 먹는다며.

우리 집에선 상상할 수도 없는 일이야.

책보면서 음식먹지 않기는 우리 집 규칙 중에 하나거든. 너처럼 그렇게 먹어대다가 책에 흘리기라도 하면 어떡하니.

그리고 뭉치 넌 밤에 휘파람이나 피리 불면 뱀 나온다는 것도 모르니?

휘영청 둥근 달빛을 받으며 피리 부는 모습이 쬐금 멋질 것도 같지만 그래도 참아주세요~~~~~

너랑 함께 사는 아줌마는 작은 소리에도 깜짝깜짝 놀라는 분이잖아.

얼마나 네가 시끄러웠으면 입마개까지 씌웠겠냐?

이름만 들어도 아줌마가 얼마나 여리신 분인지 또 조용한 걸 얼마나 좋아하는지 알겠다.

놀라아줌마는 시계 초바늘 소리에도 못 주무실 정도로 예민하신 분이라 홀로동굴로 이사를 왔는데 넌 다 알면서도 벽에 못을 콩콩콩 치면 어떡하니?

그러니깐 놀라아줌마가 너무 놀라 기절까지 하시지.

그래도 네가 아줌마를 위해 <칠곡동산의 비밀>이란 그림책에서 본 만병통치약을 구하러가기로 결심한 걸보면 사고뭉치긴 해도 의리는 있는 것 같다.


네가 첫 번째 고개에서  줄넘기 귀신과 함께 줄넘기 100번할 때 줄에 걸려 돌처럼 굳어버리게 될까봐 조마조마했단다.

돌리바돌리비를 만나 어디가 머리인지를 알려줄 때는 똑똑하기까지 하더라.

거기다 아끼는 롤러보드까지 주다니 진짜 멋지던데.

가위바위가 있는 셋째 고개에서는 너도 추웠을 텐데 목도리랑 입마개를 허전도사에게 주다니 뭉치 다시 봤다.

아줌마 아들들은 네가 바굼바를 만났을 때를 가장 부러워했단다.

이유는 네 짐작대로 사탕 때문이지.

사실 이 아줌마도 사탕나무에 열린 달콤한 사탕 먹고 싶긴 했어.

그리고 코코가 네 덕분에 흑흑코코가 아니라 키키코코가 돼서 참 다행이다.

뭉치가 다른 사람을 웃게 하는 재주도 있는 걸 보니 더 멋져 보이던걸.

나는 네가 여러 개의 고개를 넘어 만병통치약을 구한다고 해도 다시 집으로 돌아오는 걸 걱정했는데 책 속에 사는 빠주를 만나 주문 하나로 모든 게 제자리로 돌아와서 기뻤단다.

거기다 집에 돌아왔을 때 놀라아줌마가 병도 다 나으셨고 멋진 요리조리사 아저씨가 옆집으로 이사와 친구가 되어 있다니 네가 모험을 떠난 사이 아줌마에게도 많은 일어난 것 같다.


네 이야기를 다 듣고는 네가 왜 사고뭉치 뭉치가 아니고 위대한 뭉치가 되었는지 알게 됐고 이 아줌마도 네가 위대하다는 걸 인정하게 되었어.

넌 다른 사람을 도와 줄넘기도 했고, 네가 아끼는 롤러보드도 주고, 우는 친구에겐 피리도 불어주었잖아.

사실 보통 사람들은 하기 힘든 일임에 틀림없어.

줄넘기하다 걸려 넘어지면 돌이 된다는 데 그 자리를 피하고 싶었을 거고, 나도 추운데 입마개나 목도리를 벗어주기는 쉽지 않았을 거야.

아줌마 아들들도 네가 멋지다고 박수를 보내던걸.

네가 읽던 <칠곡동산의 비밀>이라는 책이 어떤 내용인가 궁금했는데 친절하게도 봉투 속에 병풍처럼 생긴 그 책을 선물로 넣어 주었구나.

우리 집에서도 처음엔 서로 보겠다고 시끄럽기도 했지만 방바닥에 쫙 펼쳐놓고 보면 네가 만났던 친구들이 하나씩 떠올라 직접 칠곡동산에 다녀온 기분이 들더라.

거기다 책 면지에 있는 네가 만난 친구 사진을 보며 너처럼 새록새록 추억에 젖어들었단다.


뭉치가 놀라아줌마를 위해 모험을 떠났던 것처럼 아줌마 아들들도 내가 아프면 칠곡동산보다 더 위험한 곳도 다녀올 수 있다고 하네.

이만하면 우리 아들들도 개구쟁이지만 한편으론 의젓하고 믿음직스럽기도 하지?

그리고 놀라아줌마와 요리조리사 아저씨는 여전히 좋은 이웃이겠지?

너도 빠주와 약속한데로 수다는 좀 줄였는지 모르겠다.

지금 홀로동굴에 놀러 가면 희귀한 버섯과 열매로 만든 요리조리사씨의 맛있는 요리를 먹어볼 수 있으려나....

우리는 네가 지금 얼마나 더 용감해지고 조용해졌는지도 궁금하고 아줌마가 더 많이 건강해 졌는지도 궁금해.

그리고 네 기념사진들 속에 새 친구들 사진이 더 많이 걸려 있을 것 같기도 하고 너에 새로운 이야기도 듣고 싶기도 해.

아줌마 아들들이 다 자라 그림책을 멀리할 나이가 되기 전에 널 다시 만날 수 있었으면 좋겠다.

위대한 뭉치, 안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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호기심 대장 헨리 2 - 헨리, 벼락부자가 되다 호기심 대장 헨리 2
프란체스카 사이먼 지음, 홍연미 옮김 / 그린북 / 2006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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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얌전하던 언니가 딸 둘을 키우며 목소리도 커지고, 내 보기엔 별것도 아닌 일로 조카들에게 화내는 걸 보며 난 결혼해서 애 낳으면 절대 소리 안 지르고 산다고 장담을 했었다.

언니는 웃으며 일단 결혼해서 애 낳고 난 뒤에도 그 말 하나보자고 했고, 난 애들이니깐 말썽도 피우고 말도 안 듣는 게 당연한데 소리 지르고 화낼 일이 뭐있겠냐고 했다.

결혼을 해서 첫애를 낳고 고 고물고물한 걸 키우면서 화낼 일은 커녕 날마다 행복에 겨워 살았다.

하지만 둘째가 생기면서 절대 화낼 일 없을 거라는 내 야무진 꿈은 물거품이 되어 버렸다.


지금에 나는 아침에 아이들 깨우기부터 시작해 세수하고, 밥 먹고, 양치질에 옷 입히고 학교 보낼 때 까지 전쟁 한판을 치른다.

아침의 전쟁은 전초전에 불과하고, 오후가 되면 진정한 전쟁터가 된다.

둘이 잘 놀다가도 싸우고, 울고, 말썽 피우고, 물론 공부란 걸 할 때도 마찬가지다.

잠자기 전 이 닦으면서도 형이 제 슬리퍼 신는다고 징징거리고 컵 먼저 쓰겠다고 옥신각신하다가 욕실을 온통 물바다를 만들어 놓곤 한다.

그때마다 아들들 이름을 수도 없이 부르고 소리 지르고..........

내가 어쩌자고 아들 둘을 낳았나하는 생각들로 하루를 보내고 나면 언니가 했던 말이 어쩜 그리 구구절절 맞는지 모른다.


이런 말썽꾸러기 우리 집 아들들이 얌전하다는 생각이 들게 한 주인공이 있었으니 바로 말썽 대장 헨리이다.

말썽대장 헨리의 첫 번째 이야기에서는 주사가 싫어 꾀병을 부리다 된통 당하기도 하고, 비밀 결사대를 만들어 친구를 돌려주기도 하는 등 그런 대로 보통의 개구쟁이로 비춰지더니 생일잔치를 근사하게 보내고 싶어 예약한 우주 전쟁 격투장까지 출입금지를 당하는 걸 보며 우리 아들들보다는 한수 위라는 생각이 들었다.

그리고 두 번째 이야기에서는 헨리야 말로 이 시대의 진정한 말썽대왕임을 만 천하에 공표하는 이야기들로 어른들을 기겁하게하고 어린이들에게는 영웅이 돼버린다.


<헨리, 벼락부자가 되다>라는 표제가 붙은 두 번째 권은 한층 업그레이드된 말썽을 만날 수 있다.

헨리의 담임선생님으로부터 헨리의 잘못을 일일이 열거해 놓은 편지를 읽은 부모님에게 꾸중을 듣고 가출을 결심한다.

가방에는 정글 탐험에 꼭 필요한 물건을 꾹꾹 눌러 담고 멀리 멀리 떠나려고 하지만 아빠가 만든 팬케이크 냄새에 끌려 돌아오는 모습은 아무리 말썽꾸러기 헨리지만 어쩔 수 없는 아이라는 생각에 픽 웃음이 나온다.

거기다 운동회에서는 엉뚱한 방법으로 우승컵을 받기도 한다.

뭐니 뭐니 해도 가장 엽기적인 건 필요한 건 너무 너무 많고 엄마 아빠는 용돈이라고는 쥐꼬리만큼 주시니 벼락부자가 되고 싶은 헨리는 모범생인 동생 피터를 마거릿에게 노예로 팔아 버리는 것이다.

다행히 나중에 다시 사오긴 하지만 아들이 배울까 겁난다.

마지막 크리스마스 선물 이야기에서는 원하는 장난감을 갖고 싶어 모두 잠든 밤 조심조심 일어나 선물에 붙은 이름표를 바꿀 때는 조마조마하기까지 했다.


4편의 짧은 이야기로 엮어진 덕분에 한편씩 읽다보면 어른인 나도 절로 웃음이 나온다.

어른이 내가 이리 웃으니 같은 말썽꾸러기 종족인 아들들은 단번에 헨리의 열렬한 팬이 돼버렸다.

아직 헨리 같은 말썽 대장은 아니지만 천하제일 말썽꾸러기의 자질을 고루 갖춘 아들들에게 헨리가 우상이 되는 거야 당연하다.

매일 밤 듣는 헨리 이야기 한편에 엄마의 잔소리로 낮에 참아왔던 말썽에 대한 대리만족이라도 하는 듯 낄낄거리는 아들들이 참 귀엽다.

아직까지는 헨리 이야기를 듣는 것으로 만으로 만족하며 따라하지 않으니 그 것만으로도 감사하며 하루를 보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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꼬마 공룡 코코누스, 학교에 가다 저학년을 위한 꼬마도서관 34
잉고 지그너 지음, 제여매 옮김 / 주니어김영사 / 2006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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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극에 사는 펭귄들이 길을 잃고 공룡 섬까지 떠내려 왔을 때 처음으로 산타 할아버지와 크리스마스 이야기를 듣게 됐던 꼬마 불 공룡 코코누스가 산타 마을을 찾아 떠나는 모험을 그렸던 <꼬마 공룡 코코누스의 첫 번째 크리스마스>의 주인공 코코누스가 드디어 학교에 다니게 된다.


오늘은 굉장한 날!!!!!!!

꼬마 공룡 코코누스가 처음으로 학교에 가는 날이다.

입학식에는 온 식구가 나와 축하해주고 준비물이 가득 들어있는 멋진 삼각통도 받게 된다.

너무나 흥분한 탓인지 자꾸 오줌이 마려운 코코누스는 살짝 덤불속으로 실례를 하러 들어간다.

그곳에서 다른 공룡을 잡아먹는 위험한 먹보공룡을 만나게 된다.

그냥 학교가 어떻게 생겼는지 보러 왔다는 먹보 공룡은 학교에 다닐 필요가 없다고 말한다.

선생님을 만나고, 새로운 친구들은 서로서로를 소개하고, 이름 써보며 즐거운 첫날을 보낸다.


다음날 바나나를 따러간 밀림에서 다시 먹보공룡을 만나게 된다.

간단한 산수도 제대로 할 수 없는 먹보공룡도 사실은 학교에 가고 싶어 한다.

하지만 먹보공룡 오스카의 부모는 먹보공룡은 쓰는 것, 읽는 것, 셈하기 따위는 필요 없고 그저 잡을 수 있을 만큼 최대한 사냥해 숨도 못 쉴 때까지 먹으면 그만이고 학교 같은 건 필요 없다고 한다.

하지만 학교가 너무 너무 가고 싶었던 오스카는 부모님 모르게 학교에 다니게 되고 수영에 탁월한 재능을 보인다.


오스카는 1박 2일로 떠나는 캠핑에 참가하고 싶어 혼자 탐험 여행을 간다고 부모님을 다시 한 번 속이게 된다.

꼬리가 길면 잡힌다고 했던가?

오스카가 오지 않자 기다리다 친구들은 뗏목을 타고 떠나는 되는 데 늦게 도착한 오스카 뒤로 부모님까지 따라 온다.

엎친 데 덮친 격으로 바다 공룡 때문에 뗏목은 뒤집히고 가지고 가던 붉은 돌은 물에 빠져버린다.

그때 용감하게 오스카가 나서게 되고 아들이 수영과 잠수가 수준급임을 알게 된 오스카의 부모님은 학교에 다니는 걸 허락하게 된다.


빨간 공룡이 파란 모자를 쓰고 커다란 삼각통을 들고 학교 가는 표지 그림에도 시큰둥하던 아들들에게 무심히 “숨은 그림 찾기나 한번 해 볼까?”라는 말을 했더니 뭔가 하고 기웃거렸다.

겉표지에 숨어 있는 야자열매, 책가방, 수영복, 공책, 물병을 찾다보면 저절로 이야기가 궁금해져 책을 펼쳐 들게 만든다.

아직은 그림책을 더 좋아하는 저학년이 읽기에 적당한 글자크기와 큼지막하고 원색의 그림들이 아이 혼자 읽기에도 적당하다.


공룡하면 가장 먼저 드는 생각이 무서움일 것이다,

하지만 코코누스와 공룡친구들은 그런 무서운 공룡이 아닌 우리 어린이 모습 그대로이다.

학교라는 새로운 환경에 적응해 가고 새 친구를 사귀는 모습을 보며 우리 아이가 일학년 첫날 느꼈을 설렘과 두려움과 기대감을 다시 한 번 보는 듯하다.

학교라는 게 꼭 셈하고 읽고 쓰기를 배우는 게 아닌 새로운 규칙을 알아가고 나와 다른 생각을 가진 사람들을 사귀는 것이다.

사는 환경이 달라도 생긴 모습이 달라도 편견 없이 친구가 될 수 있는 오스카와 코코누스를 보며 친구의 참의미를 생각해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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