위대한 뭉치 (일반판)
고경숙 지음 / 재미마주 / 2006년 4월
평점 :
구판절판


 

파란색 입마개를 하고서 한손엔 책 한 권 들고 다른 한손엔 롤러보드를 들고 거기다 뒤엔 피리까지 척 꽂고 있는 네가 뭉치구나.

난 개구쟁이 아들 둘과 매일매일 지지고 볶으며 목소리만 커져 버린 아줌마야.

처음 네 이름을 듣고 곱슬곱슬 털이 뭉쳐있어 뭉치인가 했지.

근데 넌 우리 아들들처럼 정말 개구쟁이 사고뭉치인가 봐?

그래서 이름도 사고뭉치에 뭉치가 되었겠지?

재미난 동화책을 읽을 때도 간식을 먹을 때도 조잘조잘 쫑알쫑알 수다를 떤다니 너와 함께 살다간 더 목소리가 커질  같다.ㅎㅎ

거기다 넌 동화책 읽으면서 팝콘 먹는다며.

우리 집에선 상상할 수도 없는 일이야.

책보면서 음식먹지 않기는 우리 집 규칙 중에 하나거든. 너처럼 그렇게 먹어대다가 책에 흘리기라도 하면 어떡하니.

그리고 뭉치 넌 밤에 휘파람이나 피리 불면 뱀 나온다는 것도 모르니?

휘영청 둥근 달빛을 받으며 피리 부는 모습이 쬐금 멋질 것도 같지만 그래도 참아주세요~~~~~

너랑 함께 사는 아줌마는 작은 소리에도 깜짝깜짝 놀라는 분이잖아.

얼마나 네가 시끄러웠으면 입마개까지 씌웠겠냐?

이름만 들어도 아줌마가 얼마나 여리신 분인지 또 조용한 걸 얼마나 좋아하는지 알겠다.

놀라아줌마는 시계 초바늘 소리에도 못 주무실 정도로 예민하신 분이라 홀로동굴로 이사를 왔는데 넌 다 알면서도 벽에 못을 콩콩콩 치면 어떡하니?

그러니깐 놀라아줌마가 너무 놀라 기절까지 하시지.

그래도 네가 아줌마를 위해 <칠곡동산의 비밀>이란 그림책에서 본 만병통치약을 구하러가기로 결심한 걸보면 사고뭉치긴 해도 의리는 있는 것 같다.


네가 첫 번째 고개에서  줄넘기 귀신과 함께 줄넘기 100번할 때 줄에 걸려 돌처럼 굳어버리게 될까봐 조마조마했단다.

돌리바돌리비를 만나 어디가 머리인지를 알려줄 때는 똑똑하기까지 하더라.

거기다 아끼는 롤러보드까지 주다니 진짜 멋지던데.

가위바위가 있는 셋째 고개에서는 너도 추웠을 텐데 목도리랑 입마개를 허전도사에게 주다니 뭉치 다시 봤다.

아줌마 아들들은 네가 바굼바를 만났을 때를 가장 부러워했단다.

이유는 네 짐작대로 사탕 때문이지.

사실 이 아줌마도 사탕나무에 열린 달콤한 사탕 먹고 싶긴 했어.

그리고 코코가 네 덕분에 흑흑코코가 아니라 키키코코가 돼서 참 다행이다.

뭉치가 다른 사람을 웃게 하는 재주도 있는 걸 보니 더 멋져 보이던걸.

나는 네가 여러 개의 고개를 넘어 만병통치약을 구한다고 해도 다시 집으로 돌아오는 걸 걱정했는데 책 속에 사는 빠주를 만나 주문 하나로 모든 게 제자리로 돌아와서 기뻤단다.

거기다 집에 돌아왔을 때 놀라아줌마가 병도 다 나으셨고 멋진 요리조리사 아저씨가 옆집으로 이사와 친구가 되어 있다니 네가 모험을 떠난 사이 아줌마에게도 많은 일어난 것 같다.


네 이야기를 다 듣고는 네가 왜 사고뭉치 뭉치가 아니고 위대한 뭉치가 되었는지 알게 됐고 이 아줌마도 네가 위대하다는 걸 인정하게 되었어.

넌 다른 사람을 도와 줄넘기도 했고, 네가 아끼는 롤러보드도 주고, 우는 친구에겐 피리도 불어주었잖아.

사실 보통 사람들은 하기 힘든 일임에 틀림없어.

줄넘기하다 걸려 넘어지면 돌이 된다는 데 그 자리를 피하고 싶었을 거고, 나도 추운데 입마개나 목도리를 벗어주기는 쉽지 않았을 거야.

아줌마 아들들도 네가 멋지다고 박수를 보내던걸.

네가 읽던 <칠곡동산의 비밀>이라는 책이 어떤 내용인가 궁금했는데 친절하게도 봉투 속에 병풍처럼 생긴 그 책을 선물로 넣어 주었구나.

우리 집에서도 처음엔 서로 보겠다고 시끄럽기도 했지만 방바닥에 쫙 펼쳐놓고 보면 네가 만났던 친구들이 하나씩 떠올라 직접 칠곡동산에 다녀온 기분이 들더라.

거기다 책 면지에 있는 네가 만난 친구 사진을 보며 너처럼 새록새록 추억에 젖어들었단다.


뭉치가 놀라아줌마를 위해 모험을 떠났던 것처럼 아줌마 아들들도 내가 아프면 칠곡동산보다 더 위험한 곳도 다녀올 수 있다고 하네.

이만하면 우리 아들들도 개구쟁이지만 한편으론 의젓하고 믿음직스럽기도 하지?

그리고 놀라아줌마와 요리조리사 아저씨는 여전히 좋은 이웃이겠지?

너도 빠주와 약속한데로 수다는 좀 줄였는지 모르겠다.

지금 홀로동굴에 놀러 가면 희귀한 버섯과 열매로 만든 요리조리사씨의 맛있는 요리를 먹어볼 수 있으려나....

우리는 네가 지금 얼마나 더 용감해지고 조용해졌는지도 궁금하고 아줌마가 더 많이 건강해 졌는지도 궁금해.

그리고 네 기념사진들 속에 새 친구들 사진이 더 많이 걸려 있을 것 같기도 하고 너에 새로운 이야기도 듣고 싶기도 해.

아줌마 아들들이 다 자라 그림책을 멀리할 나이가 되기 전에 널 다시 만날 수 있었으면 좋겠다.

위대한 뭉치, 안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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