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요한 사실 보림 창작 그림책
최재은 그림, 마거릿 와이즈 브라운 글, 최재숙 옮김 / 보림 / 2005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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예쁜 포장지로 싼 뒤 리본으로 정성껏 묶은 선물은 보는 것만으로도 기분이 좋아집니다.
아주 다정하고 정다운 사람에게서 받은 선물처럼 조심스럽게 책장을 넘겨봅니다.
글을 쓴 마거릿 와이즈 브라운에 관한 중요한 사실은 그가 어린이의 눈으로 세상을 바라보며 어린이들에게 사랑 받는 이야기를 쓴다는 것입니다.
예쁜 글에 멋진 그림을 그린 최재은님에 관한 중요한 사실은 그림 그리기를 좋아하고, 그가 그린 그림을 어린이와 함께 볼 때 가장 행복하다라는 거구요.
우리말로 읽을 수 있게 옮겨주신 최재숙님에 관한 중요한 사실은 그가 어린이를 위한 글을 쓰고, 어린이들이 그에 글을 좋아해 주기를 바란다는 겁니다.
이렇게 어린이를 사랑하는 세분이 만든 이 책은 이 세상에 모든 것들에 중요한 사실을 다시 생각하게 해줍니다.
너무 가까이 있어서, 혹은 너무 흔해서 잠시 잊고 있었던 만물에 가장 중요한 사실을 기억하게 합니다.
부엌에 있는 숟가락에도 중요한 사실이 있습니다.
바로 밥을 먹을 수 있게 해준다는 것이지요.
들판에 피어 있는 데이지 꽃에도 하얗다는 중요한 사실이 있고, 모든 걸 촉촉이 적시는 비도, 초록빛 나는 풀도, 하얀 눈도, 공처럼 둥근 사과도, 시원하게 부는 바람도, 언제나 그 자리에 있는 하늘도, 발에 신는 신발도, 그리고 세상에 하나뿐인 바로 나까지도.......
모든 것에는 그 것만에 중요한 사실이 있습니다.
아이를 꼭 앉고 몇 번이나 읽어보았습니다.
처음에는 글을 따라 읽으며 중요한 사실들을 되짚어 갔습니다.
마지막장의 거울에서 아이는 깜짝 놀라며 제 얼굴을 들여다보며 이 세상에 하나뿐인 존재인 바로 자신을 만나고 엄마만큼이나 가슴이 벅차 오르는지 엄마를 꼭 안아줍니다.
몇 번을 읽으며 아이는 그림에 관심을 보이기 시작합니다.
숟가락에 중요한 사실을 읽으며 창밖에 데이지꽃밭으로 보고, 데이지꽃밭에 놓여있는 책에서 비 오는 날에 풍경의 연결 고리를 찾습니다.
다음으로 아이에게 조심스럽게 말을 붙여 봅니다.
"여기 누구네 집일까? 숟가락도 세 개, 맛있는 밥도 세 그릇이네"
잠시 갸웃하던 아이는 숨은 그림에서 <곰 세 마리>를 찾고 급하게 책장을 넘깁니다.
그리고 제가 알고 있는 이야기들을 찾아내기 시작합니다.
''''아기 돼지 삼 형제'''' ''''눈의 여왕'''' ''''백설공주''''의 사과, 그리고 ''''애국가를 부르는 진돗개''''의 솔별이와 몽몽이의 모습을 보고는 오래 전 친구를 만난 듯 반가워합니다.
아이는 궁금해합니다. 더 많은 이야기가 숨어 있는 것 같은 데 못 찾고 있는 걸 느낀 모양입니다.
데이지 꽃밭에 있는 시계에 주인이 이상한 나라의 앨리스에 나오는 조끼 입은 토끼라는 것과 바람에 날아가는 메리포핀스를 찾으려면 오랜 시간이 필요하겠지요.
하지만 한 살 한 살 나이가 들어가며 이 세상에 모든 것들에 관한 중요한 사실들을 스스로 깨우치리라는 기대에 이 책에 관한 중요한 사실을 다시 한번 생각해 봅니다.

{이 책에 관한 중요한 사실은 모두가 알고 있으면서도 생각하지 못한 중요한 사실을 알려 준다는 거야. 이 책엔 멋진 그림도 나오고, 내가 좋아하는 사과도 나오지. 또 내가 재미있게 읽었던 곰 세 마리랑 아기 돼지 삼 형제도 숨어 있어. 그리고 날 볼 수 있는 거울도 붙여 있다. 거기다가 황금봉투에 영어로 된 귀여운 책도 들어 있어. 하지만 이 책에 관한 중요한 사실은 모두가 알고 있으면서도 생각하지 못한 중요한 사실을 알려 준다는 거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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참 좋은 짝 - 소천아동문학상 수상작, 3학년 2학기 읽기 수록도서 시읽는 가족 5
손동연 지음 / 푸른책들 / 2004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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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참 좋은 짝>이라고 소리내 말하고 나면 입가에 미소가 먼저 번집니다.
우리 집 책꽂이에 처음 꽂힌 동시집입니다.
병아리 같은 노오란 책표지에 일 학년 인 듯 싶은 아이가 신발주머니를 흔들며 신나게 학교에 가는 모양이 보기만 해도 즐거워집니다.
쏙 들어오는 크기와 읽을수록 즐거워지는 동시를 아이와 읽다보면 따뜻한 봄 햇살에 몸을 맡기고 앉아 해바라기하고 있는 기분이 듭니다.
동시는 어린이를 위한 시, 동심의 세계를 표현한 시라는 사전적 의미를 찾아보지 않더라도 동시는 아이들만이 읽는 시라는 생각에 동시를 멀리 생각해 왔던 것 같습니다.
이십 년도 훨씬 넘은 초등학교시절 국어 책에서 읽던 동시에 대한 기억과 아이들의 정서에 좋다는 말에 아이에게 읽어주기를 시도했다 그림책보다 재미없어 하기에 읽어주기를 포기했던 동시가 기억에 전부인걸 보면 내 머리 속엔 동시는 애들이 읽는 시라는 정의가 뿌리 깊이 박혀 있었던 모양입니다.
하지만 이 동시집을 아이와 소리내 읽다보니 동시의 매력에 푹 빠지게 됩니다
.
엄마가 가장 좋아하는 동시는 '태극기보다 더'입니다.
이 동시를 읽고 있으면 우리 아이들 어렸을 적 눈이 부시게 하얀 기저귀가 펄럭거리는 바람 좋고 햇살 좋던 오후 한때가 생각나 몇 년이 지난 이야기지만 가슴이 벅차옵니다.
이 시에 참 맛을 어찌 아이들이 느낄 수 있겠습니까?

'짝.1'을 읽으면 아이들은 그 시에 한 구절을 더 붙이곤 합니다.

'형아'의 반대말은
'동생'이래요
아녜요 아냐.
형아는 동생의 참 좋은 짝인걸요.

항상 붙어있으면서 싸우기도 하지만 서로에 든든한 힘이 되어주는 존재임을 알기에 형제는 서로가 서로에게 참 좋은 짝인 것을 알고 있습니다.

아무래도 아이들이 어리다보니 가장 좋아하는 시는 제5부 <동물들이 와글와글>에 나오는 시들입니다.
아이들이 좋아하는 동물들이 종합선물 세트처럼 가득 들어 있어 읽고 또 읽고 합니다.
어느 날은 "염소"를 읽던 아이가 물어 봅니다.
염소가 진짜 종이를 먹느냐고요.

아이들이 읽는 시라고 생각했던 동시가 아이들과 함께 읽는 시라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고운 아이들 마음 같은 동시가 그림엽서 같은 고운 그림과 어울려 한층 빛을 내고 있습니다.
아이는 가끔 동시를 읽고 혼자서 제 방으로 가서 동시를 씁니다.
아직은 줄을 맞추고 글자 수를 맞추는 데 급급하지만 엄마처럼 시를 겁내하지는 않을 것 같아 기분이 좋아집니다.
동시는 어른과 아이가 함께 앉아 소리내 읽는 시로써 어른이 읽을 경우는 동심에 세계로 깊이 빠져 들 수도 있어 어린이와 같은 맑은 마음을 가질 수 있다는 나름에 정의를 내려보기도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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핵 폭발 뒤 최후의 아이들 동화 보물창고 4
구드룬 파우제방 지음, 함미라 옮김, 최혜란 그림 / 보물창고 / 2008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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설 연휴 중 가장 놀라운 뉴스는 "北,핵무기 제조. 보유, 6자 회담 무기 중단"이였다.
평소 같으면 그냥 아무 생각 없이 넘겼을 뉴스였겠지만 듣는 순간 등골이 오싹해 졌다.
1945년 일본 히로시마에 투하되었던 원자폭탄도 일본의 전쟁 종식을 위한 최선의 방법 이였고 우리의 독립을 위해서는 잘 했던 일이라고 생각했다.
그리고 지금도 생생하게 기억하는 체르노빌에서 일어났던 원자력 발전소 폭발 사건도 나와는 너무나 먼 상관없는 나라에서 일어난 일로만 넘겼었다.
하지만 책을 읽으면서 핵에 대한 무지와 무관심에 부끄러워졌고 그 무서운 일이 나와는 상관없는 먼 과거에 이야기나 먼 나라에서 일어나는 일이 아니라  언제 일어날지 모르는 준비되고 있는 불행이라는 생각에 견디기 힘든 공포가 몰려왔다.
휴가철이 막 시작될 무렵 롤란트와 그의 가족은 외할머니 댁인 쉐벤보른으로 떠나게 된다.
동서냉전시대이기는 하지만 설마 하는 생각에 평화로운 여행을 즐기는 가족들은 강렬한 섬광과 돌풍을 동반한 폭발을 만나게 된다.
어떤 상황인지 모른 체 외할머니 댁에 가보지만 그 곳 역시 폭발의 피해로 수많은 사상자와 화재를 목격하게 된다.
롤란트가족을 마중 나갔던 할머니, 할아버지를 찾아 엄마는 폴다를 헤매다 돌아오지만 두 분에 생사는 알 수 없고 그 곳에 일어난 참상만을 보고 온다.
핵폭탄이 떨어진 다음날 피난민들이 몰려들지만 어느 곳에서도 도움에 손길을 받을 수 없고 어떤 일이 일어났는지도 정확하게 파악할 수 없게 된다.
부상자들과 원자병을 앓고 서서히 죽어 가는 사람들과 살아남은 사람들이 먹을 것을 차지하기 위해 최소한의 인간성마저 버리며 벌이는 일들이 공포로 다가온다.
약품과 의사가 절대적으로 부족한 상황에서 치료가 아닌 죽음을 기다릴 수밖에 없는 병원의 전경과 부모를 잃고 거리를 헤매는 아이들의 모습은 지옥 바로 그 곳일 것이다.
핵폭발 3주 뒤 열세 번째 생일을 맞은 롤란트에게 엄마는 뽀뽀와 함께 "네가 살아 남기를 바란다." 라는 가슴 아픈 말을 해준다.
유디트 누나도 원자병으로 죽고 티푸스와 이질 등의 전염병이 창궐하면서 수많은 사람들이 죽게 되고 동생 케르스틴 마저도 목숨을 잃게 된다.
그래도 새 생명은 엄마의 뱃속에 잉태되고 태어날 아기를 위해 보나메스로 떠나게 된다.
가는 곳마다 초토화된 도시들에 모습과 마주치게 되고 사람들의 냉대와 추위와 굶주림으로 죽음을 넘나들게 된다.
되돌아오는 길에 엄마는 동생을 낳고 죽음을 맞이하게 된다.
엄마의 죽음을 알아채기도 전에 태어난 동생이 방사능에 노출된 엄마 때문에 장애를 안고 태어나게 된 사실을 알게 되고 아빠는 아이도 엄마 곁으로 보내게 된다.
4년의 시간이 흐른 뒤 세상은 더 나아진 것도 없이 사람들은 피폐한 생활에 익숙해져 갈 뿐이다.
책을 읽고 있는 데 초등학교 2학년이 되는 아들이 무슨 이야기냐고 물었을 때 나는 아무 말도 해 줄 수 없었다.
내 아이에게 이 무시무시한 이야기를 어떻게 설명해야 할지 난감해서 였다.
안드레아스의 자살을 도울 수밖에 없었고 또 그 유모차를 가져올 수밖에 없는 상황을 어떤 말로 설명해 줄 수 있겠는가?
롤란트아빠에게 "살인자"라고 외치는 아이들에 모습을 보며 어른의 책임을 묻는 우리 아이에게  나는 책임 없다는 말을 어찌 할 수 있겠는가?
이야기가 종반으로 갈수록 좀 더 나은 삶들이 그려지길 바랬지만 핵을 그렇게 쉽게 사라지는 악마가 아니였다.
인간이 스스로의 안전을 위해 만든 악마는 우리 땅 속에, 숨쉬는 공기 속에, 물 속에, 아이들의 피 속에, 전해지고 전해지는 무서운 모습으로 우리에게 끝없이 경고하고 있었다.
히로시마의 원폭을 일본이 저지른 만행에 대한 자업자득이라고 생각했던 내 자신이 부끄러워진다.
핵이 우리의 미래를 삼켜 버릴 수도 있다는 생각에 어린이가 읽을 책이 아니라 어리석은 어른들이 먼저 읽고 생각해야 될 것 같다.
마지막으로 롤란트가 아빠대신에 맡게 된 학급에 아이들에게 가르쳐주고 싶었던 내용은 지금의 우리 어른들이 배워야할 가장 중요한 것일 것이다.
지금의 우리 아이들이 어른들의 잘 못으로 핵폭발 뒤 최후의 아이들로 자라는 어리석은 일은 없어야 겠다.

<너희들은 빼앗거나, 도둑질하거나, 죽이려고 하지 말아야 한다. 너희들은 다시 서로 존중하는 법을 배우고, 도움이 필요한 곳에는 도움을 줄줄 알아야 한다. 너희들은 서로 대화하는 법을 배워 당장 치고 박고 싸우기보다는, 어려움을 해결할 방법을 함께 어울려 찾아내야 한다. 너희들은 서로 책임감을 가져야 한다. 너희들은 서로 사랑해야 한다. 너희들의 세상은 평화로운 세상이 되어야 한다. 비록 그 세상이 오래 가지 않는 다고 해도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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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무 동무
임홍은 원작, 최남진 그림, 김윤철 글 / 길벗어린이 / 2005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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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무라는 말은 친구보다는 좀더 오래되고 쉽게 변하지 않을 것 같은 인간 관계를 나타내는 말 같다.
나 어렸을 때는 동무란 말도 썼지만 우리 아이들은 동무라는 단어에 뜨악한 반응을 보인다.
이 책에 원작은 1937년 동아일보에 연재되었던 동화로 <임홍은> 이라는 작가가 인도 우화를 바탕으로 쓴 작품이라고 한다.
아마도 이 작가가 해방 후 북한에서 활동한 분이라 우리에게 늦게 알려진 모양이다.
이렇게 묻힐 뻔한 이야기를 발굴해 읽기 편안한 글과 유쾌하면서도 섬세하게 그려진 그림으로 다시 읽을 수 있게 돼 즐겁다.
저만 옳다고 우겨대는 저 밖에 모르는 까마귀는 동무가 없다.
어느 날 나무꾼에 그물에 걸린 비둘기들이 서로 힘을 모아 그물과 함께 날아 올라 생쥐에게 가서 그의 도움으로 그물에서 무사히 빠져 나오는 걸 보게 된다.
작고 볼품 없다고 깔보던 생쥐가 마음씨 곱고 똑똑하다는 걸 알고는 동무가 되고 싶어한다.
하지만 까마귀의 성격을 잘 알던 생쥐는 숲 속에 사는 자신의 동무들의 의견을 물어서 동무가 될지를 결정하기로 한다.
사슴과 거북이를 찾아가 간신히 동의를 구한 까마귀는 기뻐서 어쩔 줄 모른다.
다음날 새로 사귄 동무들과 놀기 위해 연못으로 날아가던 까마귀는 구덩이에 빠진 사슴을 보고는 동무들에게 날아가 도움을 청한다.
생쥐와 함께 사슴을 구해내지만 이번엔 거북이가 나무꾼에게 잡히고 만다.
동물들은 서로의 장기와 지혜로 거북이를 구해내고 까마귀는 동무들과 서로 돕고 의지하는 소중한 경험을 하게 된다.이야기도 재미있지만 꼼꼼하게 표현된 숲 속 동무들의 모습에선 저절로 미소짓게 된다.
둥지에 누워있는 까마귀에 모습에서 혼자만 잘나서 거들먹거리는 성격이 그대로 드러난다.
아이들은 숲 속 작은 생물들을 찾으며 숨은 그림 찾기에 재미를 느끼기도 한다.
등장하는 네 동무와 동물들이 옷을 입고 있는 모습이 재미있다.
생쥐는 제 장기인 갉아대기를 잘하기 위해서 칫솔질을 꽤나 열심히 한 모양이다.
은행나무 밑 둥에 사는 생쥐는 칫솔에 치약을 잔득 얻고서 까마귀를 만나는 모습에서 이를 잘 사용하는 특성까지도 알 수 있다.
동무는 서로 서로 의지하며 부족한 부분은 채워가면서 살아가는 인생의 길동무가 아닌가 싶다.

"들판 일은 생쥐가 다 알고, 하늘 일은 까마귀가 다 알지.
숲 속 일은 사슴이 다 알고, 물 속 일은 거북이가 다 알지."


이렇듯 숲 속 네 동무도 서로의 특성대로 서로 도우며 살아가듯 우리 인간 세상의 동무들도 내가 먼저가 아닌 동무를 먼저 돌아보고 동무에 허물을 덮어주고 동무에 다른 점을 이해한다면 우리에게도 즐거운 일들만 가득하지 않을까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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물만두 2005-02-08 07:23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새해 복 많이 받으세요^^
 
렝켄의 비밀 - 미하엘 엔데 동화전집 1 동화 보물창고 1
미하엘 엔데 지음, 베른하르트 오버딕 그림, 유혜자 옮김 / 보물창고 / 2008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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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하엘 엔데라는 이름이 낯선 독자들도 <모모>라는 책제목은 기억할 것이다.
나도 아이들 그림책을 통해 그의 작품들을 많이 읽었지만 인식하지 못하고 있었다.
책표지부터 환상적인 보라색의 무수히 박힌 별들이 먼저 눈길을 사로잡는 이 책은
그림책으로 출간되었던 이야기들이 포함되어 아이들이 더 좋아한다.
200페이지가 넘는 책이지만 한편한편 읽어 주다보니 아이들에게도 다 읽어 주게 되었다.
우리 아이들이 가장 많이 웃은 이야기는 <혀 꼬이는 이야기> 였다.
옛날 코미디프로의 <김수한무 거북이와 두루미 삼천갑자동방삭 치치카포
사리사리 센타 워리워리 세뿌리깡 무두셀라 구름이 허리케인에 담벼락
서 생원에 고양이 바둑이는 돌돌이>라는 긴 이름의 아이 이야기를 곁들어 해 주었더니
밤마다 잠자리 책으로 들고 와 읽어달라고 떼를 쓴다.
읽기가 좀 고약해도 듣는 아이들은 유쾌한 이야기인 것 같다.
책을 읽기 시작하면 두 녀석이 입을 모아 "콧물훌쩍깊은숲속텁썩나룻사냥꾼독감둥근지붕계단래프랜드사람...............'하고 따라하는 걸 볼 때면 혀 꼬이는 고통은 어느새 즐거움으로 변한다.
책을 읽은 뒤 많은 대화를 했고 아이들과 나를 깊은 고민에 빠지게 한 이야기가 <가장 소중한 소원>이다.
아이들만 살고 있는 신나는 도시에 세 명에 마법사가 찾아와 알록달록하고 아름다운 물건들을 만들어 주고 재미있는 이야기도 들려준다.
아이들 모두 고마워하면서도 마음속으로 마법사들이 착한 사람들일까,  나쁜 사람들일까 궁금해한다.
헤어지는 날 마법사들은 마지막 소원 한 가지를 말할 기회를 준다.
고민 고민하던 아이들은 "우리의 소원은, 우리가 바라는 모든 것이 말하는 즉시 이뤄지게 되는 거예요"라고 말한다.
마법사들이 떠난 뒤에도 아이들의 소원대로 말하는 것 모두가 즉시 이루어지게 된다.
하지만 1년 뒤 아이들의 마음속에는 점점 근심이 쌓이기 시작하고 사는 재미를 잃게 된다.
이제는 모든 소원이 이루어지는 것도 못 마땅하고 슬프기까지 한다.
결국 아이들은 소원을 다시 거두어 달라고 하기 위해 마법사들을 찾아 떠나지만 결국 만나지 못하고 돌아온다.
아이들이 실의에 빠진 체 아무 말도 못하고 있을 때 가장 어린 아이가 소원을 그만 이루어지게 해달라는 소원을 빌게 된다.
그 후 아이들의 소원은 더 이상 말하는 즉시 이루어지지 않았지만 삶은 한결 더 즐거워졌다.
이 이야기를 읽으며 아이들은 세 명의 마법사가 착한 사람들이라는 결론을 내렸고 그 아이들이 왜 즐거워하지 않고 슬퍼하는 지 이해를 못했다.
사실 나도 말하는 대로 이루어진다면 생각만 해도 신나고 황홀한 일일 것 같다.
하지만 말 만 하면  이루어지는 소원은 더 이상 소원이 아닐 것이다.
무릇 소원이란 진정으로 원하고 그 소원을 이루기 위해 노력해서 이룬 소원이야말로 참 소원일 것이다.
(하지만 이렇게 쓰고 있으면서도 가슴 한 구석 뭐든지 말하면 그대로 이루어지는 소원에 입맛을 다시고 있다.....)
이 책에는 엄마를 반성하게 하는 이야기인 <모니의 걸작품>도 있다.
나이는 숫자에 불과함을 증명하는 두 친구 이야기이다.
모니가 그린 그림에 무안주지 않고 아이가 자기 생각을 나타낼 때까지 기다려주고 어른에 생각을 무작정 강요하지 않는 모습에서 아이들을 내 기준으로 재단하려 든 내 모습과 비교되어 가슴이 뜨끔해 졌다.
동화를 읽다보면 나중 우리 아이들이 두고두고 읽으면서 그때그때 다른 느낌으로 읽어 주었으면 하는 책들이 있다.
나야 이런 책을 읽지 않고  어린 시절을 보냈고 아이를 키우며 처음으로 보는 책들이지만 좀 더 일찍 읽었더라면 생각에 깊이가 더 깊어 졌을 거라는 생각을 해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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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설 2005-01-27 18:26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이런 책도 다 읽어주시는 연두나무님은 진정한 좋은 엄마이십니다!!저도 본받아야 할터인데..

초록콩 2005-01-27 18:56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미설님...그게 고역입니다.그냥 두면 두께에 놀라 아예 안 읽어서 할 수 없이 읽어 주고 있답니다.하지만 이렇게 읽어주고 나면 애들에게 미안했던 마음이 조금은 줄어듭니다.미설님도 알도소년에게 책 읽어주는 좋은 엄마시잖아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