렝켄의 비밀 - 미하엘 엔데 동화전집 1 동화 보물창고 1
미하엘 엔데 지음, 베른하르트 오버딕 그림, 유혜자 옮김 / 보물창고 / 2008년 3월
평점 :
구판절판


미하엘 엔데라는 이름이 낯선 독자들도 <모모>라는 책제목은 기억할 것이다.
나도 아이들 그림책을 통해 그의 작품들을 많이 읽었지만 인식하지 못하고 있었다.
책표지부터 환상적인 보라색의 무수히 박힌 별들이 먼저 눈길을 사로잡는 이 책은
그림책으로 출간되었던 이야기들이 포함되어 아이들이 더 좋아한다.
200페이지가 넘는 책이지만 한편한편 읽어 주다보니 아이들에게도 다 읽어 주게 되었다.
우리 아이들이 가장 많이 웃은 이야기는 <혀 꼬이는 이야기> 였다.
옛날 코미디프로의 <김수한무 거북이와 두루미 삼천갑자동방삭 치치카포
사리사리 센타 워리워리 세뿌리깡 무두셀라 구름이 허리케인에 담벼락
서 생원에 고양이 바둑이는 돌돌이>라는 긴 이름의 아이 이야기를 곁들어 해 주었더니
밤마다 잠자리 책으로 들고 와 읽어달라고 떼를 쓴다.
읽기가 좀 고약해도 듣는 아이들은 유쾌한 이야기인 것 같다.
책을 읽기 시작하면 두 녀석이 입을 모아 "콧물훌쩍깊은숲속텁썩나룻사냥꾼독감둥근지붕계단래프랜드사람...............'하고 따라하는 걸 볼 때면 혀 꼬이는 고통은 어느새 즐거움으로 변한다.
책을 읽은 뒤 많은 대화를 했고 아이들과 나를 깊은 고민에 빠지게 한 이야기가 <가장 소중한 소원>이다.
아이들만 살고 있는 신나는 도시에 세 명에 마법사가 찾아와 알록달록하고 아름다운 물건들을 만들어 주고 재미있는 이야기도 들려준다.
아이들 모두 고마워하면서도 마음속으로 마법사들이 착한 사람들일까,  나쁜 사람들일까 궁금해한다.
헤어지는 날 마법사들은 마지막 소원 한 가지를 말할 기회를 준다.
고민 고민하던 아이들은 "우리의 소원은, 우리가 바라는 모든 것이 말하는 즉시 이뤄지게 되는 거예요"라고 말한다.
마법사들이 떠난 뒤에도 아이들의 소원대로 말하는 것 모두가 즉시 이루어지게 된다.
하지만 1년 뒤 아이들의 마음속에는 점점 근심이 쌓이기 시작하고 사는 재미를 잃게 된다.
이제는 모든 소원이 이루어지는 것도 못 마땅하고 슬프기까지 한다.
결국 아이들은 소원을 다시 거두어 달라고 하기 위해 마법사들을 찾아 떠나지만 결국 만나지 못하고 돌아온다.
아이들이 실의에 빠진 체 아무 말도 못하고 있을 때 가장 어린 아이가 소원을 그만 이루어지게 해달라는 소원을 빌게 된다.
그 후 아이들의 소원은 더 이상 말하는 즉시 이루어지지 않았지만 삶은 한결 더 즐거워졌다.
이 이야기를 읽으며 아이들은 세 명의 마법사가 착한 사람들이라는 결론을 내렸고 그 아이들이 왜 즐거워하지 않고 슬퍼하는 지 이해를 못했다.
사실 나도 말하는 대로 이루어진다면 생각만 해도 신나고 황홀한 일일 것 같다.
하지만 말 만 하면  이루어지는 소원은 더 이상 소원이 아닐 것이다.
무릇 소원이란 진정으로 원하고 그 소원을 이루기 위해 노력해서 이룬 소원이야말로 참 소원일 것이다.
(하지만 이렇게 쓰고 있으면서도 가슴 한 구석 뭐든지 말하면 그대로 이루어지는 소원에 입맛을 다시고 있다.....)
이 책에는 엄마를 반성하게 하는 이야기인 <모니의 걸작품>도 있다.
나이는 숫자에 불과함을 증명하는 두 친구 이야기이다.
모니가 그린 그림에 무안주지 않고 아이가 자기 생각을 나타낼 때까지 기다려주고 어른에 생각을 무작정 강요하지 않는 모습에서 아이들을 내 기준으로 재단하려 든 내 모습과 비교되어 가슴이 뜨끔해 졌다.
동화를 읽다보면 나중 우리 아이들이 두고두고 읽으면서 그때그때 다른 느낌으로 읽어 주었으면 하는 책들이 있다.
나야 이런 책을 읽지 않고  어린 시절을 보냈고 아이를 키우며 처음으로 보는 책들이지만 좀 더 일찍 읽었더라면 생각에 깊이가 더 깊어 졌을 거라는 생각을 해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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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설 2005-01-27 18:26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이런 책도 다 읽어주시는 연두나무님은 진정한 좋은 엄마이십니다!!저도 본받아야 할터인데..

초록콩 2005-01-27 18:56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미설님...그게 고역입니다.그냥 두면 두께에 놀라 아예 안 읽어서 할 수 없이 읽어 주고 있답니다.하지만 이렇게 읽어주고 나면 애들에게 미안했던 마음이 조금은 줄어듭니다.미설님도 알도소년에게 책 읽어주는 좋은 엄마시잖아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