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 도대체 어쩌다가 이렇게 되어버린걸까?

물이 필요했어. 명절에 받은 선물 세트를 정리하다가 발견한 홍초에 아싸~ 소리를 질렀지. 맞아 그게 처음이었어

물? 집에는 항상 물이 있었지.

마시면 내장지방이 빠지고, 높은 혈압을 단숨에 낮춰주며, 다리 붓기가 빠지고, 흰 머리카락이 검은색이 되는 그런.

주전자 뚜껑을 열면 1센티정도의 약초들이 어흥~하는 엄마표 만병통치물이야. 그런데 이상해.

십년 이상을 마셨지만 다리 붓기는 심해졌고, 혈압은 원래 낮았고, 내장 지방은 보이진 않지만 잡히는 뱃살에 얼추 가늠이 가능한 지경이야. 이 뱃속엔 틀림없이 거대한 지방이 있지. 아암~ 그렇고말고

그런데 홍초를 그 만병통치물에 섞을순 없잖아?

더해지면 굳이 마셔보지 않아도 알 수있는 정체불명의 맛이 될 것이 뻔하잖우.

그래서 물이 필요했지. 아무것도 섞이지 않은 자연 그대로의 깨끗한 생수.

모습이 너무 추레해서 십분 거리의 동네 마트는 가질 못하고, 삼분 거리의(??) 편의점에 갔어.

2리터들이 6병을 특가에 팔더라고

어머나 이건 홍초를 가진 나를 위한 물이야. 기뻐했어. 그리곤 편의점 직원의 손에서 물을 받았지.

전혀 고민하지 않더라고. 왜지? 왜 고민하지 않은거지? 뭐 당연히 내가 들고 갈 수 있지만

그래도 들고 갈 수 있냐고 물어나 봐주지. 미운 얼굴로 한번 쳐다봐줬어.

그런데 그때부터였던것 같아. 허리에 통증이 오기 시작한게

집에 도착해서 허리를 펴니 묵직한 느낌이 들기에 갑자기 운동을 해서 그러나? 생각했지

저녁에 평소처럼 엎드려 책을 보다가 노트북을 이용해서 블로그 글을 쓰기 시작했는데 허리가 찌릿한거야.

바로 누워서 허리를 주무르기 시작하는데 악! 이건 뭔가 안좋은 느낌이 들어.

다음날 일어나서 출근을 하는데 역시나 왜 꼭 슬픈 느낌은 틀리질 않는건지.

앉아 있다 일어서면 엄청난 통증이 오고 그 때문에 걸을때도 허리를 펴지 못하고 구부정하게 엉덩이를 내밀고 걷고 있는거야.

선생님 괜찮아요? 인턴들 말에 안 괜찮은거 같은데. 나 좀 이상한거 같은데... 대답을 했어

어떻게 일을 끝냈는지 모르겠어.

직업상 구부렸다 폈다 하는 일이 많은데 그때마다 통증이 와서 벽에 기대서 생각하는 사람 흉내를 내야했거든. 이 날은 서울에서 여동생 부부가 온 날이었는데 집에 와서 인사만 하고 인상을 쓴 채 내 방으로 들어가버렸어, 나중에 생각하니 여동생이 얼마나 서운했을까? 하지만 그땐 아무생각이 나질 않았어. 코트만 벗고 옷도 갈아 입지 못하고 쓰러지는 바람에.

아프니까 아무것도 하질 못하는거야. 걷는것도 아프고, 앉았다 일어나면 통증이 너무 심하니 앉아있지를 못하고, 결국 누워만 지내는데 엎드리질 못하니 책을 읽을수도 노트북을 이용하기도 힘들어. 배고프면 옆으로 누워서 음식먹고, 다시 누워 숨쉬고 

대략 내 상황이 이랬음.



고아라를 나라고 생각하는 일은 없겠지? 설마....  


이날은 주문한 책도 택배로 도착한 날이었는데 누워 보려니 팔이 아프고, 눈이 아파서 

이리 아픈데 왜 책은 더 읽고 싶은건지 정말 알 수가 없다. (몸 건강할 때 그런 욕구가 막 생기라고!)

 

여기까지가 이틀 전 상황이야. 오늘은 어제 침치료를 받아서인지 통증은 덜 해서 앉는 게 가능해. 

아직은 통증이 와서 몇분마다 통증이 와서 허리를 비틀고 있기는 하지만 책도 좀 보고, 만화책도 좀 보고(????) 

그런데 지금 당장은 드라마를 보고 있는 현실...

아 내일 출근이 두려워. 또 생각하는 사람이 되어 있을것 같아

 

도착한 책들중 지금 막 손대고 싶은 책들..




 

 

 

 

 

 




 

 

 

 

여러분 건강은 젊을 때 지키는 겁니다.

아파 누워있는데 평소에 이걸 안했다며 그래서 네 허리가 그런거라며 엄마가 가르쳐 주는 스트레칭은....

엄마 당신 딸 아파서 지금 그걸 하지도 못하는데.... 파스나 좀 붙여주지...

 

다가오는 오프엔 부산에 다녀올까.... 스트레칭 열심히 한 후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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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락방 2014-03-18 18:46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빨리 나아요 ㅠㅠ

버벌 2014-03-18 18:49   좋아요 0 | URL
아프지말아요 락방님 ㅠㅠ 허리 조심하세요 ㅠㅠ 이거 진짜 힘드네요

Forgettable. 2014-03-19 00:01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전 버벌님 허리아프셔서 지금껏 서재 못하신줄.. 다행히(?그렇게 오래된 일이 아니라) 최근 일이군요. ㅎㅎ 저도 한번 삐끗하니 한달 가더이다 ㅠㅠ 얼른 나으시길 ㅠㅠ

저는 안하던 운동했더니 무릎이 ㅠㅠㅠ

버벌 2014-03-19 10:25   좋아요 0 | URL
아프지마세요 ㅠㅠ 올만이에요 ^^
서재를 못한건 순전히 제가 게으른 탓입니다아~~~ ㅠㅠ

다락방 2014-03-19 09:04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근데 짜장면 먹고싶네요..ㅠㅠ

버벌 2014-03-19 10:25   좋아요 0 | URL
ㅋㅋㅋㅋㅋㅋㅋㅋ 저도 짜장면.................. 오늘은 선배님이랑 일해서 그냥 밥 먹어야 해요 ㅠㅠ
 

저는 말입니다. 서재에 안 보이는 잠시 이랬습니다.


1.  일년동안 돈을 모았는데 딱히 큰 목표가 있어서가 아니었다. 

     어쩌다보니 십년만에 직장에서 승진 비스무리한걸 했다. 바로 일년전에!

     중간에 여차저차 나름의 사정이 있었는데 말하자면 길고, 답답하고,

     생각하면 가슴이 저며오니 이야기는 패스하기로 하고 (아 눈물...)

     그 결과물로 월급이 20만원 정도가 더 올랐는데 어차피 그 돈 없을때도 잘 살았잖아? 라는 선배의 말에

     그렇죠? 대답을 하고는 조언을 받아들여 그대로 집 근처 은행으로 가서 오른 월급만큼 일년짜리 적금을 넣어버렸다. 

     그리곤 한달 전 은행에서 받아든 만기된 적금을 들고 노트북 매장으로 가서 약 두달간 고민했고,

     남동생은 결사적으로 반대했지만 끌리는 내마음 어쩔수 없어서... 대안으로 떠오른 많은 노트북들을 헤치고~나아가~

     처음 생각 그대로 맥북과 교환을 해버린다. 

     결사적으로 반대했던 남동생은 결국 사버린거냐며,

     제대로 쓸 순 있겠어? 의심의 눈초리로 나를 한번, 부러운 시선으로 맥북을 한번 바라보고는

     이젠 필요없지? 하며 내 전용 TV였던 아이패드를 들고 노래를 부르며 천안으로 가버린다.

     결과적으론 이득을 본 최후의 일인인가? (나쁜놈!)

  

     주인 아저씨와 전화로 또 현장 방문으로 대립을 했지만 절대로 서비스가 될수 없다는 파우치 대신에

     키스킨과 보호 필름도 업어왔는데 키스킨이 두꺼운건가 아님 내가 익숙치 않아서 인가.

     알록달록 이쁘지만 사용할땐 언제나 벗겨져 있는 비운의 키스킨....

 

 

 


    노트북을 사게되면 언제 어디서나 (응?) 글을 더 자주 쓸거라는(응??)  무슨 그런 대책없는 생각을 했던걸까?

    중요한건 도구가 아니라 부지런함이지... 책을 읽는것도, 게임을 하는것도, 십자수를 하는... (응?????)

    아무튼 무얼 하고 있지는 않지만 어떻게든 "틱톡~" 시간은 가고 있습니다.



2. 올해에만 구입한 다이어리가 세개인데 

    쓰든 쓰지않던 언제나 구입했던 프랭클린과 친구가 가지고 있길래 좋아 보여 산 이름 모를 다이어리, 

    문고 마실 나갔다가 마음에 들어 데려온 역시 이름 모를 다이어리까지 

    하지만 난 지금 몇년 전에 실패했던 몰스킨이 또 가지고 싶어서 안달이고, 메모는 에버노트에 작성하고 있을 뿐이고

    언제나 처럼 책상 한쪽에서 먼지를 입고 있는 비운의 삼형제... 미안한데 아마 니들에게 동생이 또 생길것 같기도 해...

    .......... 지금 보니 열어둔 창문 때문에..... 뒷말 생략....


3. 오늘 두가지 사실에 매우 놀라웠는데 

    하나는 엄마와 같이 시청하던 꽃보다할배에서 귀에 익은 노래가 흘러나온것! 핑크잖아!

    다락방님 덕분에 "처음" 알게된 노래가 흘러나와서 가우디에 감탄중인 엄마를 자꾸만 건들며 말을 걸었더니

    돌아오는 것은 방해말라는 으르렁

    

    사람이 사람을 기억하고, 떠올리는 것에 여러가지 이유가 있을테지만

    그게 무엇이든 "처음"이란 단어가 주는 임팩트는 쉽게 지워지지 않는것 같다.

    생각이 든다. 나는 어땠을까? 내가 주었던 그 무언가가 상대방에게 "처음" 이었던 기억이 있었을까?

    내 머릿속에 무수히 많은 기억이 있지만 내가 간직한 기억과 그 사람의 기억이 같지는 않을거다.

    내가 전한 "처음"의 기억이 상대방에겐 "처음"이 아닐수도 있을테고

    설사 "처음" 이라고 해도 떠올리기 싫은 기억일 수도 있을테니까

    아... 그렇지.

    상대방의 "처음"이 내겐 아닐수도 있겠구나. 내가 기억되지 않은 경우도 있겠지만 반대의 경우도 많겠구나...

    그 "처음" 이란것은 지극히 개인적인 경우가 많을테니까. 

    슬프면서 한편으론 바래도 본다.

    내가 주는 기억이 상대방에게 "처음"이든 아니든 "특별" 했으면 좋겠다는 그런. 아... 이기적이게도....    


    또 하나는 자주가는 블러거님의 책리뷰를 보던중에 지난 글들을 뒤로 뒤로 넘기다 보니 산티아고 여행기가 있었던 것!

    어머! 이분도 산티아고 다녀오셨어. 그것도 최근이 아니라 상당히 오래전에. 기쁜 마음으로 여행기를 읽어간다.

    영어 대화가 어려워서 숙박을 구하는 것을 스페인분들과 "유 원트 쿨쿨"로 해결하는 부분에서 엄청나게 웃어대다가

    어라? 이상하다 언젠가 같은 상황으로 웃었던 기억이 있는데. 가만 내가 이 글을 읽었는데.....

    분명히 읽었다. 읽은게 맞고요. ㅠㅠ 

    처음 순례자의 길을 알게 되어서 한동안 산티아고 여행기에 꽂혀서 엄청난 여행기들을 읽은 적이 있었는데 

    그때 광검색으로 읽었던 여행기중 하나였다. (맞아 그랬어~~)

    하루에도 몇번씩 들어가는 블로그인데도 이분인걸 전혀 몰랐다. 나란 여자.. ㅠㅠ


4. 오랫만에 서재에 들어와서 잠깐 점검 좀 하려 관리창을 찾는데 아무리 찾아도 안 보인다.

    도대체 어딜 들어가서 관리를 하는건가. 들어온 지 오래되어 그새 주인이 바뀌었나? (바보야~ 말이 되느냐!)

    관리 버튼 찾느라 보낸 십분여의 시간동안 아~ 이런일로 운영자들을 찾기는 민망한데 어떻게 하냐... 라는

    어처구니 없고, 쓸데 없는 생각을 잠깐 했더랬다.


5. 어제 저녁 장바구니에 사고 싶은 책을 담고 결제를 하려다가 23만원이라는 숫자에 손가락이 굳었다.

    장바구니를 살피면서 사고 싶은 책이 아니라 사야할 책만 담고는 나머지를 걷어냈더니 18만원.

    풀리려는 손가락을 움켜쥐었다.

    카드가 하루가 지나면 결제일 초기화가 된다. 하지만 그럼에도 이건 많다. 

    지금 이렇게 결제 할 필요가 없다. 한꺼번에 하지 말고, 당장 읽고 싶은걸 사고 나머지는 차차 사는거야. 

    하루만 더 생각하자. 자고 일어나면 생각이 달라질거야.


    하루가 지났는데 생각이 달라지지 않았어. 정신차려 이 친구야! 

    

    정신을 차렸다. 타협을 한다. 장바구니를 열고 사지 않으면 안되는 책만 남기고 덜어낸다. 

    결제. 


    카드님 저를 용서하세요 ㅠ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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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락방 2014-03-15 11:01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아.. 저도 앞으로 월급 인상된다면 적금을 부어야겠다고 강하게 결심해보지만 흑흑 그래도 이십만원씩 오를것 같진 않네요 ㅠㅠ 십만원이라도 해봐야겠어요. 그나저나 놋북 새로 샀으니 생각한대로 결심한대로 자주자주 글 쓰란 말입니닷!!

버벌 2014-03-15 19:30   좋아요 0 | URL
어제 엎드려서 글을 썼거든요
오늘 허리 통증으로 완전 힘들 힘들 ㅠㅠ 방금 마트가서 작은 탁자 사왔어요 ㅠㅠ .
모은 돈이 한방에 없어지니 한편으론 굉장히 서운하기도 했었요 ㅋㅋㅋㅋ 자주 자주... 오도록 제가.. 막... 노력을.. 하겠습니다

노이에자이트 2014-03-15 23:14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어허...정말 오랫동안 쉬고 계셨군요...그동안 이뻐지셨겠죠~

버벌 2014-03-16 10:58   좋아요 0 | URL
오랫동안 쉰것은 맞는데. 이뻐지진... 이뻐졌나? ㅠ ㅠ 아닐껄요 ㅠㅠ 엄뫄아~~
 

1.

 

남동생이 짧은 여행을 다녀왔다. 혼자가려던 친구가 막상 떠나려고 하니 영 심심했던 모양인지 학생 신분이라 방학으로 시간이 여유로웠던 남동생을 끌고간... 남동생 입장에선 운이 좋게 저가의 항공표가 구해졌고, 숙박은 친구가 계산한다는 유혹에 싫지 않게 끌려갔던 여행이었다. 여행 첫날 부터 홍수처럼 터지는 카톡. "재미없어!" 킬킬거렸다. 날 두고가니 그런거라고, 재작년 나와 같이 갔던 일본 여행과의 비교 물음에 남동생은 답한다. "비교가 안돼. 누나랑 간게 훨씬 재미있어. 누나들이 너무 보고싶어" 떠나기 전 카스테라를 부탁하며 네 몫으로 담배 한보루 품으라 찔러준 신용카드가 빛을 발하는 순간이다. ㅎㅎ


 

  오사카에서 컴백한 남동생이 현관을 들어섬과 동시에 난 몸을 날렸다. 그리고 손을 잡아 끌어 동생방으로 들어가 봇짐을 앞에 두고 마주보고 앉았다. 눈을 빛냈다. 동생이 주섬 주섬 가방속에서 물건을 꺼내는 것을 보면서. 부탁한 화장품 두개와 묵었던 호텔의 POST CARD, 오사가 스타벅스 텀블러, 카스테라...? 얼라? 카스테라는? 내 질문에 동생이 선물상자 두개를 내밀며 말했다. 늦어서 이걸로 집어왔어. 뭐 고를 틈이 없어서 눈에 보이는 거 가져왔어. 이것도 겨우 산거야. 아... 마음에 들지 않는다. 이게 머야! 카스테라가 필요해. 내가 뭘 사와야 하는지 상세하게 알려줬잖아. 투정에 남동생도 투정으로 답한다. 그럼 어떻게 하냐. 비행기도 놓치는 줄 알았는데. 이것도 맛있을거야. 종이를 풀어 상자에서 초콜렛이 섞인 과자를 꺼내 입에 넣었다. 씨.... 맛없어! 다른이에게 절대 권하고 싶지 않은 맛이다. 울컥. 난 카스테라를 기대하며 4일을 기다렸다고!!!!!

 

 

2.

 

계획을 세웠다. 근무때문에 연휴 내내 쉬지는 못하지만 그래도 그 기간 밀렸던 책을 읽어보겠다고.

 

 

 

 

 

하... 이 책을 도대체 어떻게 이야기 해야 하나?

 

기묘한 실제로 존재하는 사진들로 시작되고, 끝이 나는 책. 처음엔 나름 속도감 있게 책장이 잘 넘어가더니만 나중엔 어서 빨리 읽어버려야겠다는 생각뿐. 해리포터를 좋아했다면 이 책도 좋을 것이라는 글을 어디선가 읽은 것 같은데 난 해리포터를 절반만 좋아해서 인지 이 책도 절반부터는 책장 넘기는 게 의무가 되버렸다.모든게 상상이라 생각했던 할아버지의 이야기가 사실임을 알게 되고 (충분히 예상 가능하다) 할아버지의 사진속의 이상한 아이들을 만난 제이콥이 자신도 이상한 아이임을 인지하는 것 (주인공이니까. 무언가 특별한 능력이 있어야지. 당연한거고) 그런데 마지막이 이게 뭐야? 아아.. 제이콥 가족을 버리지마. 버려도 이렇게 버리는 게 아니라고. 어쩔수 없이 떠나는 거면 그런 상황임을 나에게 이해를 시켜보라고. 윽. 해리포터보다는 좀 더 연령대가 높은 어른용 동화. 하지만 난 이걸 읽기엔 너무 어른인 모양이다. 재미있다. 재미없다를 떠나 주인공이 마음에 들지 않는다. 주인공이 이렇게 매력 없기도 힘든데...

 

연휴 전 먼저 읽고 있었던 고구레사진관은. 상편이 사라져버렸다. 직장에도 집에도 없는 걸 보면 어디선가 흘린건가? 아 미치겠네. 집에 있기만을 바라고 있지만 예감이 좋질 않다.

 

 

3.

 

 

 

 

 

 

 

 

더이상 미뤄두면 안 될것 같아서 일단 잡았다. 난 이런책이 좋다. 내가 태어나기 전에 쓰여진 글. 거기에 발행일도 오래전이라 번역이 매끄럽지 않고, 지금은 잘 사용하지 않는 단어들도 드문 드문 보이고. 그래서 집중이 조금은 힘든데 묘하게 매력있다. ㅎㅎㅎ 주인공 로크가 도면을 들고 캐머런을 찾아갈때 여동생에게 카톡으로 물었다. 제부가 "마천루" 가지고 있어? (제부는 건축 설계를 하고 있다.) 여동생은 아니라고 대답했다. 움. 읽고 나서 제부에게 책을 보내줘야겠다

건축과는 다른 이야기로 지금 읽고 있는 부분에 캐더린 홀시라는 여자가 나온다. 소설의 또 다른 인물인 키팅이 찾는 여자. 소박하고 아둔한 첫인상에 두 번다시 만날 이유가 없다고 키팅이 생각했던 여자. 하지만 키팅은 다음날 그녀에게 전화를 건다. 그가 유혹할 필요 없는 여자. 언제든 가질수 있는 여자지만 동료들 앞에서 창피스러운 여자. 그에게 아무것도 요구하지 않고, 기대도 하지 않는 여자. 그는 캐더린은 몇주씩 잊고 지내고, 생각을 하지도 않는다. 키팅은 다시 온다는 약속을 하고. 캐더린은 그걸 믿지 않지만 원망도 하지 않는다. 키팅은 그녀에게 예고 없이 찾아가고, 그런 그를 캐더린은 아무렇지도 않게 받아들인다.

 

웬걸 아직 성장중인 로크와 키팅의 이야기보다 이쪽이 더 눈이간다. 하하. 읽으면서 생각했다. 그가 창피하다고 여기는 캐더린은 대단한 여자구나. 요즘 시각에서 보면 상당히 답답한 캐릭터일수도 있겠지만 나에겐 정말 매력적으로 보인다. 그녀는 분명히 키팅을 사랑한다. 앞으로도 사랑할테지만 그녀는 자신의 방식이 아니라 키팅의 방식으로 사랑을 한다. 키팅이 무엇을 원하고, 자신을 어떻게 생각하는 지 그녀는 분명히 안다. 그의 이기심을 알고, 어쩌면 자신을 이용하리라는 것도 캐더린은 예상할 것이다. 틀림없이 그럴 것이라 생각한다. 캐더린은 그의 입에서 나오는 행복한 단어들로 마음이 벅차지만 그 단어에 기대지 않는다. 아니 않을 것이다. 키팅. 그녀를 물로 보지 마. 절대.

 

둘 사이가 어찌 될진 "마천루" 스포성 글도 보지 못 했기에 알 수 없는 거지만. 아마도 캐더린은 여주인공이 아닐 것이다. 그래도 캐더린이 지금 그대로 앞으로도 키팅을 사랑했으면 해. 혹시나 헤어지더라도 캐더린식으로 그를 보내줘. 그런데 혹시나 예상이 빗나가서 혹시나 버림 받은 캐더린이 키팅에게 복수하고 그러는 거면 어떻게 하지? (혹시나 읽으신 분들. 이야기 해주지 마요. 절대로 ㅠㅠ)

 

1949년작 게리쿠퍼 주연의 영화 마천루가 있다. 책을 다 읽으면 찾아 볼  생각이다.

 

 

4.

 

텔레비전에서 이승열 목소리가 나와 놀래서 쳐다봤다. 뮤직뱅크에 클래지가 나오고 있어. 이승열이 나오고 있어.

이승열 목소리가 이렇게 몸을 흔들기 좋은 목소리였나? 욱 나 숨막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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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락방 2012-01-27 21:54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우앗. 그래도 사다달라는거 잊지않고 사다 주는 남동생이라니!! 멋져요! 화장품 부럽.. 저는 카스테라 안먹어도 괜찮을듯 ㅋ 아니 근데 버벌님. 저 텀블러를 갖고 싶었어요? 응? 전 텀블러 욕심이 없어놔서리.. ㅎㅎ

버벌 2012-01-27 21:57   좋아요 0 | URL
꺄~ 락방님 ㅎㅎㅎㅎ 제가 컵이나 텀블러 욕심이 많아요. ^^ 동생들도 그것을 알고 있구요. 저 텀블러는 저 때문에 사온 것은 아니구요. 오사카에 있는 스타벅스에 들어갔다가 별 생각 없이 샀다고 --> 이렇게 말을 했어요. 남동생은 저와 달리 텀블러 욕심이 없어서. 제가 줘! 라고 하니 가져! 라고 했어요 ㅋㅋㅋㅋㅋㅋㅋㅋㅋ 전 남동생이 용서가 안됩니다. 카스테라가 없어요. 카스테라가!!! 동생은 제가 컵을 좋아한다는 것 만큼이나 빵을 좋아하는 것도 알고 있다구요 ㅠㅠ

다락방 2012-01-27 21:55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아. 저 착실하게 적립금과 중고책판매 예치금 모아서 일정금액이 되면 마천루부터 사야겠네요. 우히히. 재미있을 것 같아요. 저 남자, 결국 모두에게 자랑할만한 여자가 생겨도 저여자를 잊을수는 없을거에요. 확실해요!!

버벌 2012-01-27 21:59   좋아요 0 | URL
네 정말 그것은 확실해요. 절대 저 여자를 잊을 수 없을거에요. 마천루 같이 읽어요. 꼭이요. 하지만 캐더린에 대해서 저와 다른 생각을 할지도 ㅎㅎㅎ 지금은 캐더린이 등장하지만 주인공은 아닐꺼에요. 그건 확실해요. 필이 확~~ 옴. ㅎㅎ 전 지금 일부로라도 마천루와 아인랜드에 대해 검색을 않고 있어요. ㅠㅠ

이진 2012-01-27 23:14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아, 제가 태어나기 전에 나온 책이라. 그 단어와 단어의 조합만으로도 얼마나 매력적이고 몽환적인 말인가요. 그래서 저는 약간 나이가 지긋하신 작가분들을 선호하나 봅니다 ㅎㅎ

버벌 2012-01-28 17:47   좋아요 0 | URL
전.... 고전을 좋아하지요. 하지만 쉽게 읽히진 않구요. 그래도 고전을 좋아합니다. 습관처럼 구입을 해요. 언젠가는 다 읽겠죠. 매력적이고 몽환적인 ㅎㅎ

노이에자이트 2012-01-28 15:49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오...마천루 읽기 시작했군요.꽤 비싸던데...장한나가 감명깊었다는 소설이라네요.

버벌 2012-01-28 17:48   좋아요 0 | URL
장한나도 좋아했나요? ㅎ 전 원래가 아틀라스. --> 이걸 보려고 했었는데. 마천루를 더 먼저 보게 됐어요. 다 읽으면 아틀라스도 구해볼 생각입니다. ^^ 마천루 읽으셨어요?

노이에자이트 2012-01-28 20:40   좋아요 0 | URL
옛날 나온 번역본으로 읽었어요.아틀라스는 더 분량이 많던데...미국에선 대단한 추종자를 갖고 있지만 유럽으로만 가도 애인 랜드는 그다지 인기가 없죠.전형적인 미국취향의 작가입니다.똑똑한 사람들이 멍청한 대다수 때문에 빛을 못보고 있다는 식의 사상이죠.마천루에도 그런 사상이 나타나 있습니다.스스로 똑똑하다고 생각하고 읽으면 통쾌한 면도 있습니다.

버벌 2012-02-12 03:59   좋아요 0 | URL
아아 읽기 힘들어요. "황야의 이리" 보셨어요? 그것만큼 힘들어요. 인내심이 필요해요. 하지만 던지지는 않겠어요. 꼭 다 보고 아틀라스도 읽어버리고 말겠습니다.

 

1.

퇴근길이었다. 추웠고, 그래서 난 빨리 집에 가고 싶었지만 아이팟에 저장된 팟캐스트 방송을 듣기 위해 버스에 앉아 있었다. 유일하다고는 할 수 없지만 음악이 아니라 대화 위주의 방송은 버스만큼 집중이 잘 되는 곳이 없었다. 중국산 찐살에 경악하고, 잘 사먹던 삼각 김밥을 이젠 즐거운 마음으로 먹긴 힘들겠구나 탄식하며 일어서자 내릴 문 바로 뒤에 앉아 있던 여성이 자연스럽게 눈에 들어온다. 털모자를 썼고, 두꺼운 점퍼에 내가 가진 것과 같은 하얀 이어폰을 귀에 꽂고 있다. 스키니진에 어그부츠를 신고 있었는데 꼬고 있는 다리가 너무 가늘어서 부러질 것 같았다. 그런데 그 부러질 듯한 다리 위에 보란 듯이 책을 올려 놓고 있는 것이다. 넘겨진 페이지가 적은 걸 보니 이제 막 읽기 시작한 것 같다. 한 손엔 아이폰을 쥐었는데 엄지 손가락은 쉬질 않았고, 다른 손으론 넘어가려는 페이지를 누르고 있었는데 묘하게도 눈은 창 밖을 바라보고 있었다. 이제 막 눈이 내리기 시작하는.   

 

 

"그거 재미있어요" 그녀에게 말해주고 싶었다. 벨을 누르고 버스가 정차하기를 기다리면서 곧 떨어질 것만 같은 책을 바르게 놓아주면서 "저도 읽었거든요. 즐겁게 봤어요" 말하며 아는 척을 하고 싶었다. 이젠 아이폰을 가방에 넣고, 창 밖을 향하던 눈을 두 손으로 단단히 잡은 책 위로 향하는 것을 보면서 "작가가 이쪽 사람이에요. 이쪽에서 근무를 했는데 근무를 하면서 글을 썼다고 해요." 라고도 말하고 싶었다. 버스가 멈췄다. 난 계단을 내려가 보도 블럭에 서서 점퍼에 달린 털 모자를 썼다. 추웠고, 그래서 난 빨리 집에 가고 싶었다. 버스에서 잠시 키워두었던 볼륨을 다시 내리며 걸음을 빨리 했다.

말해 줄걸 그랬나?  움... 틀림 없이 이상한 사람으로 취급 받았을 거야.

 




2.

 

지난달에 서울 둘째 집에 다녀왔다. 혜화동에서 요즘 젤 인기가 좋다는 연극을 보고, 제부가 특별히 알아 놨다는 이태원 맥주집에 갔다. 늦은 시간이라 주문이 힘든 스테이크는 먹질 못했지만 종류별로 생맥주를 마시며 술맛과 가게 안에 가득한 외국인들에 감탄사를 보냈다. 제부는 거듭 못 먹게 된 스테이크에 대해 안타까워했다. "그게 진짜 맛있는건데. 아쉽네요" "아뇨. 이것도 좋은데요." 입에 발린 말이 아니라 진심으로 말했다. 스테이크와 비교가  힘든 감자 튀김이었지만 정말로 맛있었고, 맥주도 근사했다. "제가 맥주를 좋아해서 여러군데 다녔는데 여기가 제일 좋더라구요. 분위기는 모르겠지만 술 맛은 처형이 좋아할 것 같았어요"

"분위기도 좋은데요" 이번에도 진심이었다. 난 그런 곳을 좋아했다. 담배 연기가 자욱하고, 음악소리와 가득찬 사람들이 내는 말소리가 뒤엉키는 어수선한 곳. 맛있는 맥주집은 그런 곳이여만 할 것 같았다. 둘째는 연극을 보기 전에 30분쯤 머무른 알라딘 중고 서점에서 내가 사준 오만과 편견을 제부에게 보이며 자랑을 했다. 그리고 난 세번째로 가져온 맥주를 마셨다. "미리 어떤 책을 살 것인지 검색을 해두었으면 좋았을텐데. 정보가 없어 책을 고르기가 쉽지 않더라구요." 둘째가 말을 받았다. "응. 넓고 책은 많았는데 거긴 시간을 두고 오래 머무르던지, 미리 알아보고 갔어야 했어. 오늘 시간이 촉박해서. 그건 언니꺼야." 말 대신 손가락을 가리키는 제부의 질문에 둘째가 대답한다.

서점에는 갔으니 책은 들고 나와야 할 것 같은데 딱히 눈에 띄는 책은 보이질 않고, 시간은 없고, 둘째는 벌써 책을 골라 가슴에 안고 있고, 막내는 어서 나가자는 무언의 압박을 보내고 있고, 윽. 저 눈 좀 봐. 난 아직도 책을 못 고르겠고, 망할 스마트폰은 인터넷이 터지질 않고, 그러니 검색도 당연히 안되고, 그냥 나가기엔. 맙소사 여긴 서점이야. 자 다시 한바퀴 돌고, 얼마 없는 시간은 째깍째깍 내 귀에서만 울리며 날 재촉하고, 아직 인터넷은 안되고, 아 그거 뭐였더라? 사려고 한 책이 있었는데. 수첩을 뒤적였다. 메모를 안해 놨다. "그거 재미있는 거야? 그럼 나도 사줘" 둘째의 말에 으응... 말을 흘린다. 이 책에 대해선 아는 게 없다. 당연하다. 그냥 마주보이는 책장에 서너권 있길래. 눈에 익은 [니벨룽겐의 노래]와 얼추 비슷해 보이는 제목이길래.


아........ 뭐든 손에 들고 나와야 했다고! 여긴 서점이잖아.

 


 

3.

 

제부와 막내는 거실에서 나와 둘째는 큰방에서. 아직 가시지 않은 새 이불 냄새에 기분 좋아 파 묻혀 있노라니 고개 돌린 쪽으로 협탁이 보인다. 밝은색 원목으로 된 협탁에 웨딩사진이 담긴 액자와 두툼한 붉은 책 한권. 손을 뻗자 까실하니 기분 좋은 감촉이 느껴진다. 생각했다. 책 껍질을 벗겨내니 웬지 더 멋스러워 보이네. 붉은색이라니 굉장해. "읽고 있어?" 둘째가 대답했다. "응" "어렵진 않고?" "응. 쉽게 풀어놔서 읽기 괜찮아. 그런데 재미는 없어"

 



 

 

결혼 전 남자친구가 사줬다며 둘째는 두꺼운 책을 들어보이며 자랑을 했다. 게임을 하느라 모니터를 보고 있던 내가 흘깃 책을 보고는 말했다. "나한테 있잖아 그거" 둘째는 말 없이 서서 나를 쳐다 보고 있었다. "있어. 그거" 의자를 뒤로 밀며 일어서며 크게 하품을 했다. 그리곤 책장에서 책을 꺼내 손가락으로 둘째가 가진 책과 내가 가진 책을 번갈아 가며 가리켰다. "봐 있잖아" 둘째는 의아한 표정이다.


"왜 지금까지 안 봤어?" "사 놓고 읽지 않은 책이 한 두권이니" 씁쓸하지만 사실이다. 동생이 말했다. "요즘 내가 인문학을 보고 있거든" 알고 있다. 리버럴아트에 관심이 많은 남자친구와 [리딩으로 리딩하라] 덕분에 둘째는 도무지 진도가 안나간다는 논어를 붙잡고 여기저기 포스트잇을 붙여 놓았다. "그래서 난 산건데. 언니는 왜 샀어? 알고 있었어? 아 [리딩으로 리딩하라]를 봤으니..." "내가 아틸란티스 이야기를 좋아하잖아" 내말에 둘째는 웬 뜬금 없는 이야기냐는 눈초리다.

"그 때문에 관련된 책을 많이 보는데. 일리어드에서 그런 구절이 있더라고. 플라톤의 크리티아스말고도 헤로도토스의 역사에도 아틸란티스가 등장한다고. 그래서 샀어. 확인하려고" "나와? 책 속에 아틸란티스가?" 동생의 물음에 "모르지 아직 안 읽었다니까. 언젠가는 읽겠지" 대답하며 도로 책장에 끼워 넣었다.

 

집에 돌아와 제일 먼저 한 일은 가방을 내려 놓고, 역사를 책장에서 빼낸 것이다. 이젠 읽어야 겠다. 둘째집 협탁 위에 올려진 책을 본 순간 생각이 들었고, 까실한 감촉을 느끼면서 결심했다. 동생이 읽기 전에 읽어버려야지. 정확한 이유를 댈 수는 없지만 그냥 그래야 할 것 같다. 반드시!



4.

 

 

반 값 도서를 검색했다. 익숙치 않던 곳인데 몇번 들여다보고 뜻하지 않게 득템도 쏠쏠히 해서 이젠 습관이 됐다. 혼자만 서울에 있어 우울증 걸릴 것 같다는 둘째에게 책을 골라보라고 카톡을 날려두고, 될 수 있으면 반 값에서 골라보라고 약하고도 비굴한 모습도 슬쩍 보여주었다. 도서를 검색하다가 눈에 띄는 표지여서 클릭을 했더니 소개글 중 일부 

<또한 이 책이 재미있는 것은 성장기에 있는 청소년들의 지적 호기심을 충족시킬 수 있는 수많은 문화코드들을 접할 수 있다는 점이다. <앵무새 죽이기>, 1차 세계대전 직후의 미국의 사회상을 실감나게 그린 <위대한 개츠비> 등의 문학 작품과 '록키 호러 픽쳐 쇼', '죽은 시인의 사회', '해럴드와 모드'의 영화와 뮤지컬 등 지금의 미국을 살고 있는 성인들에게 가장 큰 영향을 끼친 문화 코드들이 흥미진진하게 소개되어 있다.>

 
그리고 보이는 굵은 문장과 그 아래로

<월플라워에서 만날 수 있는 다양한 문화 코드>

 

 책 :

앵무새 죽이기 - 하퍼 리
천국의 이쪽 - F.스콧 피츠제럴드
피터 팬 - 제임스 매튜 베리
위대한 개츠비 - F.스콧 피츠제럴드
단독강화 - 존 놀스
호밀밭의 파수꾼 - J.D.샐린저
길 위에서 - 잭 케루악
네이키드 런치 - 윌리엄 S. 버로우즈
월든 - 헨리 데이비드 소로
햄릿 - 윌리엄 셰익스피어
이방인 - 알베르 카뮈
마천루 - 아인 랜드
카스트로 스트리트의 시장 - 랜디 쉴츠

영화 :

록키 호러 픽쳐 쇼 - 짐 샤만
졸업 - 마이크 니콜스
해럴드와 모드 - 할 애쉬비
개 같은 내 인생 - 라세 할스트롬
죽은 시인의 사회 - 피터 위어
믿을 수 없는 진실 - 할 하틀리
아름다운 인생 - 프랭크 캐프라
레즈 - 워렌 비티
더 프로듀서 - 멜 브룩스
매쉬 - 로버트 알트만

음악 :
Asleep - 더 스미스
Vapour Trail - 라이드
Scarborough Fair - 사이먼 앤 가펑클
A Whiter Shade of Pale - 프로콜 할럼
Dear Prudence - 비틀즈
Gypsy - 수잔 베가
Nights in White Stain - 무디 블루스
Daydream - 스매싱 펌킨스
Dusk - 제네시스
MLK - U2
Blackbird - 비틀즈
Landslide - 플리트우드 맥
Smells Like Teen Sprits - 너바나
Another Brick in the Wall Pt.II - 핑크 플로이드
Something - 비틀즈

반은 알고, 반은 모른다. 게다가 내가 접한 것은 알고 있는 반에서 또 다시 반이다. 아. 이걸 읽어야 할 것 같아. 그럼 나 굉장히 상식이 많은 사람이 될 것 같고, 저 모든걸 접하게 된다면 다른 이에게 으스대며 좋아하는 자랑질을 실컷 할 수 있을것 같아. 알고 싶다. 책을 살게. 그러니 나에게도 알려줘봐. 아. 그런데 어떻게 하지? "역사"를 시작했는데 그 두께에 다 끝내고 이걸 읽기엔 시간이 오래걸리고, 난 여기에 담긴 문화 코드를 빨리 알았으면 한다고. 난 이제 막 드디어 결심이 섰는데.... 호기심이 이겼다.



5.


난 술집에 앉아 있었다. 안주는 매운 스페인식 수제비였다. 여러가지 이유를 들어 안주를 먹지 않는 친구 대신에 술 대신 매운 국물을 떠 넘기고 있었다. 친구는 새로 시작한 일 때문에 받은 스트레스를 한참 말로 풀고 있던 중이었는데 바로 전에 만났을 때도 그리고 그 전에도 거기에 그 전전에도 같은 상황이 벌어졌었다. 그녀가 일을 시작하고 나선 늘 그랬다. 탁자 위엔 안주와 술이 있고, 우린 둘 다 바빴는데 그녀는 하소연을 하고 하소연을 하지 않을땐 술을 마시며 한시도 입을 쉬지 않았고, 난 의무감으로 안주를 해결을 하며 먹지 않을땐 질문으로 끝나는 그녀의 말에 박자 맞춰 대답을 해줘야 했다. 

그녀가 바라는 건은 들어주고, 같은 편이 되어 주는 것. 그런데 그녀는 내 친구였고, 그것도 꽤나 친한 친구였음에도 그녀의 상황에 맞장구를 치지 못할 때가 자주 발생했다. 고민을 했다. 늘 고민을 했었던 것 같다. 여기서 그냥 기분 좋게 들어주며 고개를 끄덕여 주면 된다. 문제는 하소연으로 술 마시고 풀리면 좋으련만 그렇지도 않다는 것. 더 큰 문제는 그녀의 하소연을 들어주는 사람이 내가 처음이 아닌데 마지막도 아니라는 것에 있었다. 그리고 내 눈에 그녀의 문제점이 보인다. 너무나 분명하게.


마주보며 이야기를 하면 참아지지 않을 것 같아 메뉴판을 집어들었다. ㅅㅂ. 입을 막을 것이 필요하다. 벨을 눌러 그녀에게 맥주 한잔을 더 시켜주고 매운 해물 떡볶이를 시켰다. 빈 맥주잔이 새 것으로 바뀌고, 난 떡을 오물거렸다. 그녀가 말했다 "너도 알겠지만 조직에서 일을 하면 힘들잖아. 너도 처음에는 힘들었겠지만 이제 괜찮아졌고" 아.... 참아지지가 않았다.

"난 지금도 힘들어. 세상에 안 힘든 일이 어디있어? 또 괜찮아 지는게 어디 있어? 그냥 하는거지. 못 마땅하고 화날 일이 한 두번이야? 그래도 그냥 해. 싫든 좋든 그렇게 해. 별 수 있어? 그게 싫으면 그만 둬야지. 하지만 그러기 힘들잖아. 당장 급한 네 생활비를 해결해 주는 곳이니까. 그럼 받아 들여야지. 왜 자꾸 빙빙돌아. 처음이 다 힘들지 그렇지 않냐고? 맞아. 그걸 알면서 왜 이래. 처음이니까 익숙하지 않으니까, 아직 몸에 안 맞는 옷을 입고 있으니 당연한거 너도 알잖아. 요즘들어 난 네 짜증난 얼굴만 보고있어."

지금도 후회한다. 참아야 했는데. 그걸 누가 모르나. 알면서 짜증내고, 하소연 하는거지. 내 일은 그걸 들어주는 일이었는데. 그녀의 하소연을 들어주는 처음이자 마지막인줄 아는 그녀의 지인들은 다들 그녀를 토닥이며 위로했을 것이다. 그녀를 힘들게 하는 상사를 욕하며 이해할 수 없다는 말도 해줄 것이다. 나도 그랬을 것이다. 내가 그녀의 술 상대가 되어주는 여러명의 친구들 중 한명이 아니라 처음이자 마지막인줄 알았다면...... 알아버리지 않았다면.

 

한바탕 소란이 끝나고 내가 미안하다고 말했다. 토닥여주지 못해 미안하다고 했다. 그녀는 괜찮다고 너 같은 친구가 있어야 한다고 했다. 그녀의 괜찮다는 말이 괜찮지 않다는 것을 안다. 웃으며 정말 괜찮다고 하는데 불편한 걸 안다. 그녀의 잔은 비워졌고, 난 마시지 않은 내 맥주를 건네주었다. 집에 가고 싶었다. 이 분위기를 깨고 어서 일어나 이불 속에 들어가고 싶었다. 그녀에게서 집중이 벗어나자 들리지 않던 음악이 들리기 시작했다. 익숙하다. 목소리도 노래도 익숙한데 모르는 노래. 벨을 눌렀다. 다가온 종업원에게 물었다. "이 노래 뭐에요? 제목 좀" 친구는 웃어버린다. "역시 너는...." 뒤에 이어질 말이 무슨 말인지는 모르겠지만 굳이 알고 싶은 생각도 없었다. 다행이다 싶었다. 지금의 웃음은 진짜 웃음인 걸 아니까. 조금 뒤에 다시 온 종업원이 말했다 "over you 에요" "고마워요" 그녀가 나 대신 웃으며 대답해 주었다. 그리고 제대로 듣지 못한 나에게 다시 정확히 알려준다. "over you 래" "응" "노래 좋네. 목소리도 마음에 들고" "응 나도 그래서 물어 본거야. 궁금해서"

우린 웃었다. 마주보고.

Daughtry - Oer you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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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락방 2012-01-14 17:19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오버 유, 크리스 도트리의 오버 유를 말한거였군요. 오버 유? 누구노래지? 읽으면서 갸웃했는데.
버벌님은 괜찮다고했지만 나는 버벌님이 그 스테이크를 먹지못한게 아쉬워요 ㅠㅠ 너무너무 궁금해요. 얼마나 맛있는 스테이크일지. 아..안타까워 ㅠㅠ 얼마나 맛있었어요? 어떤 맛인지 상세하게 설명해줘요, 라고 말하고 싶단말예요. 근데 버벌님 제부 좋다 ㅋㅋ 처형한테 술도 사주고 스테이크도 사주고. 모름지기 바로 그런것이 제부의 역할이라 생각해요. 씨익.
:)

버벌 2012-01-14 18:39   좋아요 0 | URL
저는 제부가 나보다 더 많이 지식을 가지고 있어서, 술을 좋아해서, 붙임성이 좋은 사람이어서 얼마나 좋은지 몰라요. 그 술집에 들어간 시간이 10시 10분이 조금 넘어서였는데 스테이크는 10시까지만 한데요. 애처로운 눈빛을 제가 아닌 제부가! 보냈지만. 그것도 거듭. ㅎㅎ 안된다고 합니다. 못 먹어 서운하긴 했어도 감자튀김이 너무 맛있어서 좋았어요. 술집 이름이 기억이 안나요. 이태원에서 내려서 백미터 정도 걷다가 좌회전 좁은 골목길을 올라가서 우회전. 위치는 기억이 나는데 이름이.... ㅡㅡ;;; 도트리 노래는 귀에 익어 알고 있었는데. 도트리도 over you라는 것을 안것도 이때였어요. ㅎㅎㅎㅎ 다음에 서울에 가면 스테이크를 꼭 먹고올게요. 그리고 락방님도 뵈러갈께요. 기습공격. 끼끼끼
 

바람이 차다. 스카프를 단단히 여몄다. 얇은 천 사이를 뚫는 찬 기운에 맥이 빠진다. 후드티에 달린 모자를 쓰고, 목 언저리를 단단히 잡는다. 추웠지만 바람이 조금은 막아진 것 같다. 굽은 어깨에 모자에 눌린 머리가 우습지만 집까지 길어야 30분이니 창피함을 감수하기로 했다. 그만큼 추웠고, 난 거기에 방어가 안 되어 있었다. 전 날 저녁 엄마는 출근하는 나를 불러세웠다. 얇은 이너 웨어에 약간의 두께가 있는 후드티를 입고 나서는 것에 혀를 찼다. 서랍에서 갈색의 투박한 머플러를 꺼내는 것에 난 기겁을 했다. 말리는 엄마의 목소리를 뒤로하고 푸른색 호피 무늬의 얇은 스카프를 들고서 재빠르게 집을 나섰다.

지금 난 제대로 벌을 받고 있다. 바람은 전 날 보다 찼고, 스카프는 너무 얇았고, 퇴근 후엔 집이 아니라 월례 교육에 참석했고, 회비를 냈고, 잠은 쏟아지고, 택시는 잡히지 않는다. 바람에 바닥에 떨어진 갈색들은 걸음을 옮길때마다 바스락 소리를 냈다. 바람이 조금만 덜 불었어도, 스카프가 조금만 더 두꺼웠어도, 전날 엄마의 말을 듣기만 했어도, 월례회에 참석만 안 했어도, 그 때문에 택시가 줄을 서는 출근 시간을 놓치지만 않았더라도. 그랬더라면 푹신한 갈색들이 내는 바스락 소리에 기분이 좋았을텐데. 산 옆에 있는 직장에 다니는 것을 감사했을테고, 어쩌면 책 속에 꽂아 둘 온전한 낙엽을 찾아 주변을 서성이기도 했을 것이다. 한숨을 쉬었다. 한숨에 섞여 하얀 김이 따라 나온다. 두손을 마주대고 비벼댔다. 입술을 모아 온기도 불어넣었다. 그리고 그때 MP3에서 They Don's About Us가 플레이 된다. 

야근으로 끈적해진 눈두덩이를 문질렀다. 볼륨을 올리자 노래가 끝나려 한다. 반복 재생을 한다.
여전히 추웠고, 숨 쉴때마다 하얀 김이 나왔고, 두 손을 닳을듯이 비벼 댔고, 갈색은 계속 비명을 지르고, 스카프는 점점 더 목을 조르고, 모자에 가려 앞이 보이지 않아 빈 택시도 몇번 보냈다. 그리고 노래가 반복된다.
한참을 반복했고, 난 그대로 서 있었다.




All I wanna say is that
They don't really care about us  
All I wanna say is that 
They don't really care about u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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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락방 2011-11-22 13:39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무사히 집에 돌아온거고, 이제는 몸을 좀 녹인거죠?

버벌 2011-11-22 20:48   좋아요 0 | URL
집에 도착해서 죽은 듯이 잤어요. 이제 일어났는데 손이 차고, 발이 차요. 저 감기에 걸리려나봐요. 아 진짜. ㅠㅠ

양철나무꾼 2011-11-22 18:15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저는 겨울 한철은 '터틀 넥'이라고 불리우는 목폴라를 기브스한 듯 입고 사는데...
뜨뜻한 아랫목에서 이불 뒤집어 쓰고 푹 주무시고 일어나셨을 시간인가요?

그러니까 엄마 말을 들으면 자다가도 떡이 생긴단 말씀~^^

버벌 2011-11-22 20:49   좋아요 0 | URL
자고 일어나서 미리 약 먹어두려고 약장을 뒤졌더니 엄마는 뒤에서 등을 내리쳐요. 이럴줄 알았다고.
자고로 어른 말씀을 들어 손해 볼 것이 없는데. 제 경우가 그렇습니다.
방안에 있는데 손이 시려요~ ㅠㅠ

2012-01-01 09:22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12-01-08 09:46   URL
비밀 댓글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