과학자의 삶, 여성의 삶, 식물의 삶을 직조해나가며 개인과 지구의 역사를 통찰해나가는 책. 곳곳에 넘치는 위트와 적확한 통찰, 글쓰기로 삶을 마주하는 자세가 인상 싶었다. 책에 씌여진 것 너머의 내용을 읽히게 하는 책. 비슷한 독서로 레베카 솔닛의 <멀고도 가까운>을 떠올렸다. 비유의 힘, 상징의 효과. 책의 마지막에 나무를 심으라는 당부에 이어 책 속에 인용된 연구의 출처를 밝히는 지점에 이르면 역시! 무릎을 탁 치게 된다. 과학에세이라기보다는 삶에 대한 진지한 기록으로 읽었는데 어쩔 수 없이 드러나는 저자의 근본이랄까. ㅋ 즐거운 독서.
헌책방 탐방을 소재로 한 위트있는 책. 책에서 책으로 이야기를 풀어내는 작가와 헌책방 베테랑 점주의 이야기를 들으며 공감할 수 밖에 없다. 고리타분하지 않을까 미뤄두었던 책인데 의외라고나할까. ˝그렇다. 가게 안을 걷다보면 누군가의 일상을 접하고 있는 듯한 착각이 든다. 이 수많은 책을 소유했던 각각의 사람들의, 책을 읽는 풍요로운 시간의 조각이 여기저기에 아로새겨져 있는 것 같다.˝˝친구 집에 가면 그 집의 책장에는 그 친구를 연상케 하는 책이 꽂혀 있다. 친구는 그 책을 전부 읽었을테고, 그러므로 그와 그녀는 그답게, 그녀답게 자랐다. 책장과 그, 책장과 그녀가 완벽하게 일치한다.˝˝책은 소비되고, 잊히고, 사라지는 무기물이 아닌 체온이 있는 생명체라는 걸 실감할 수 있어서 마음이 놓였다. (...) 이번에 방문한 어느 헌책방이나 그에 지지않는 체온이 있다. 어디서나 책은 생기가 넘치고, 읽는 이를 조그만 목소리로 끊임없이 부른다.˝책을 읽고 내가 기억하는 책장들을 떠올렸다.
광주 책방 숨 이진숙 책방지기 님의 휴가 도서 추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