N. E. W.
김사과 지음 / 문학과지성사 / 2018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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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손그룹의 후계자 정지용과 미모와 학벌과 집안 모두를 갖춘 최영주의 끝없는 소비와 권태가 이어지는 결혼생활.

최첨단 감시 시스템을 갖춘 주거단지 ‘메종드레브‘ 로비에서 정지용은 인터넷 BJ 이하나를 발견하고 200평 펜트하우스와 5평 원룸 사이를 오가며 그녀와 만나기 시작합니다. 재벌가 최상류층의 결혼과 사랑이야기.

하지만 우리에게 익숙한 드라마 속 신데렐라 이야기가 아닙니다. 인물들이 추구하는 가치들을 사랑이라고 성공이라고 만족이라고 볼 수 있을까요? 김사과 작가는 인물의 목소리를 통해 뒤틀려 있는 그들의 내면을 통쾌하게 드러냅니다.

뒤틀려 있는 건 인물들이 아니라 우리가 소속된 동시대 사회의 작동방식인지도 몰라요. 하지만 그 속에서 자유로울 수 있는 사람들이 얼마나 있을까 생각하면 작가 김사과가 얼마나 섬짓한 방식으로 이 세계를 드러내고 있는지 다시 생각하게 됩니다.

영화 베테랑에서 극중 유아인이 “어이가 없네”라고 말할 때, 그 일이 충분히 일어날 수 있는 일이라고 생각할 때처럼요.

김사과의 소설과 함께 오늘을 다시 읽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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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스 플라이트 오늘의 젊은 작가 20
박민정 지음 / 민음사 / 2018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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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스로 차를 몰고 저수지로 달려간 항공사 승무원 유나의 일기에서 시작되는 이야기는 장례식장 풍경으로 이어집니다. 유나와는 남처럼 살아온 아버지 정근. 방산비리에 연루되어 퇴역한 공군 간부 정근이 장례식장에서 만난 유나의 친구, 동료들을 찾아가 유나를 죽음으로 몰아 간 원인을 추적하면서 편지와 증언을 통해 사건은 앞으로 나아갑니다. 유나의 항공사 동료이자 정근의 간부시절 운전병이었던 영훈의 이야기가 겹쳐지면서 동시대의 사회적인 문제들이 소설 속에서 층층이 형상화됩니다.

편지와 증언 속에서 “죽은 자의 남겨진 목소리”를 따라가는 동안 떠올릴 수 있는 것은 고발과 폭로의 울분과 통쾌함이 아닙니다. 소설의 마지막 장면에서도 어떤 일들이 어떻게 유나를 죽음에 이르게 한 건지는 알 수 없지만 응당 궁금해하고 귀 기울여야 할 ‘목소리’가 있다는 것. 정근과 마찬가지로 우리 역시 그 자리에 소환되었다는 것. 영리한 작가 덕분에 한번 더 지나친 것을 생각하게 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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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주 4.3을 묻는 너에게
허영선 지음 / 서해문집 / 2014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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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주 4•3 70주년을 생각하며 한달음에 읽어 내려간 책입니다. 1947년부터 1954년까지 제주도에서 벌어졌던 끔찍한 수난과 학살의 시간을 사료와 증언을 토대로 찬찬히 전해주고 있어요. 어떻게 그런 일이 벌어질 수 있을까 싶은 생각이 울컥울컥 치밀어 오르는 동안에도 생존 증언자들의 목소리에 잠자코 귀를 기울이며 읽어내려갈 수밖에 없었어요. 강요배 화가의 제주도 연작 삽화도 먹먹한 마음에 깊이 와 닿았습니다.

“살암시민 살아진다(살다보면 살게 된다)”

평화와 힐링의 섬 제주도. 하지만 지난 역사를 돌이켜 생각해본다면 죽음의 공포와 절망의 순간을 지나온 제주 사람들의 삶과 생생한 목소리가 진정한 의미의 평화를 생각하게 한다고 생각합니다. 귀 기울여 그 시간을 상상하고 애도하고 공감하는 하루, 다시는 그런 일이 일어나지 않도록 경계하고 다짐하는 하루가 되길 바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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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의 미래를 찾는 여행, 서울 - 일본의 북 디렉터가 본 서울의 서점 이야기 책의 미래를 찾는 여행
우치누마 신타로 & 아야메 요시노부 지음, 김혜원 옮김 / 컴인 / 2018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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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 #책의미래를찾는여행 #북티크_서교점 #동네책방 #독립책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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모처럼 서울 행. 고양이 분양도 겸해서 방문. 새로운 이야기보다 내가 과연 잘 하고 있는 걸까 확인하고픈 마음이 더 크게 느껴졌던 <책의 미래를 찾는 여행, 서울> 북토크. 우리 책방 그기 대표님도 정말 가고 싶어했지만 내일 프로그램 때문에 혼자 다녀왔다. 그 기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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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본의 유명한 책방, 술먹는 책방 ‘B&B‘ 운영자이자 <책의 역습> 저자인 우치누마 신타로와 편집자 아야메 요시노부, 사적인 서점의 북디렉터 정지혜 님이 함께한 자리. 1부에서는 일본의 저자들이 바라본 한국 서점의 인상을 이야기하고 2부에서는 지혜 님이 바라본 일본의 서점 이야기. 그리고 더 유익했던 질의응답 시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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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부에서는 한국의 서점들의 이야기를 했는데 ‘땡스북스‘, ‘유어마인드‘, ‘북바이북‘, ‘슈뢰딩거책방‘, ‘위트앤시니컬‘, ‘북티크‘. 온라인 서점인 ‘알라딘‘과 출판사 ‘워크룸프레스‘, ‘북노마드‘, 잡지를 만드는 ‘스트리트 h‘의 예를 들어서. 각 서점의 특징과 매력을 이야기. 익히 잘 알고 있는 서점들의 이야기라 크게 인상적이진 않았지만, 일본인 저자들이 받아들이는 각 공간의 에너지. 한국에서 폭발적으로 생겨나고 있는 책방을 바라보는 시선을 느낄 수 있었다. 정말 경이로울 정도니까. 최근엔 린스타트업도 아니고 그냥 막, 일단 열 수 있으면 막, 열고 보자는 느낌이라서. 그래도 저자들이 주목한 서울의 책방들에서 확인한 디자인과 디테일의 요소를 하나하나 짚는 동안은 좋았다. 맞아맞아, 그런 게 진짜 좋았지. 싶은 마음.

사실 우리 책방들의 이야기보다 일본의 사정이 궁금했었는데 그 부분은 2부에서 지혜 님이 잘 설명해주었다. ˝서점의 정의를 확장한 일본의 책방˝으로 모리오카 서점이나 B&B, 이카분고--공기책방의 예를 들면서 책을 둘러싼 새로운 일의 방식이 생겨나는 것을 주목하며 ˝책과 사람을 연결하는 다양한 방식˝에 대한 소회를 들려주는 지점이나 ˝서점의 기획력˝을 주제로 기획의 유연함을 보여주는 ‘블라인드 북‘의 사례, ‘비블리오 테라피‘, ‘편집 매대‘ 등의 사례를 들어 이야기하는 지점이 너무 와닿고 좋았다. 내일 ‘북 큐레이션‘을 다루는 섹션에서 더 다양한 사례와 고민을 이야기할 거라고 해서 아쉽긴 했지만 이 정도 만으로도 충분한 걸. 사례들이 중요한 게 아니라 어떤 고민을 어떻게 구체화할 지. 그런 시도와 가능성을 볼 수 있었다는 생각. 카모메 서점이나 미시마샤 책방, 도쿄의 서니보이북스도 더 들여다보고 싶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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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말 좋았던 건 프로그램 참가자들과의 질의 응답. 간단히 메모한 내용을 옮겨놓는다.

Q1. 서점을 오래 운영한다는 건 참 어렵잖아요? 일본의 서점은 어떻게 대응하고 있나요?

우치누마 : 책만 팔아서는 경쟁력이 없다. B&B에서 여는 매일의 이벤트, 가구 판매, 각종 클래스를 통해 수익모델을 다양화하고 있다. 하지만 무엇보다 중요한 건 서점에서 일하는 사람들이 책을 읽으면서 손님들의 요구에 반응할 수 있어야 한다는 점. 제대로, 애정과 지식을 지니고 책을 골라 소개하는 일이 기본이 된다. 여기에 가면 늘 새롭고 유익한 책을 만날 수 있다는 신뢰를 만들어 가는 일. 책을 읽는 사람은 줄어들고 있을지 모르지만 정말로 책을 읽고 좋아하는 사람의 비율은 줄어들지 않는 게 아닐까. 책을 좋아하는 사람들이 모일 수 있는 장소를 만들어야 한다.

지혜 님 : 혼자 운영하는 서점의 경우 책의 마진만으로는 먹고 살 수가 없다. ‘사적인 서점‘의 경우 서점에서 진행하는 ‘마스다 미리‘ 일본어 읽기 강좌로 월세를 충당하고 있다. 최소한의 운영비를 만들 수 있는 프로그램. 또한 책방의 경우 좋아서 하는 분들이 많다보니 수익이 나지 않을 때 무리하는 경우가 발생. 건강을 위해서도 그렇지만 무리하지 않은 자세가 필요하다. 조바심 내지 않을 수 있는 토대를 만드는게 서점을 오래 운영하는데 필요하다고 생각한다.

Q2. 책방에서의 책 큐레이션은 정말 중요하지만 책방지기에 의해 영향을 받기도 한다. 책방을 둘러볼 때 인상 깊었던 책방지가 있다면? 또한 책방에서 사람들을 대할 때의 마음가짐이 어떤지도 궁금.

우치누마 : 오늘 막 인터뷰를 했는데 가장 실험적인 서점으로 ‘사적인 서점‘을 꼽았다. 책이 귀중품이던 시대가 있었고 당시엔 직접 고객을 마주하고 책을 팔았던 역사가 있었을 것. 90년대 후반 일본의 호황기에 책이 막 팔려나갈 때는 그냥 책이 팔렸기 때문에 사람들과 이야기를 나누지 못하는 서점원이라도 책을 팔 수 있었다. 하지만 지금의 오프라인 서점에서 매력은 아무래도 ‘사람‘. 책과 사람을 연결시킬 수 있는 서점원의 존재가 크다. 그게 바로 이전에 면대면으로 책을 팔았던, 이전의 방식으로 회귀하는 지점. 거기에 아이디어와 새로운 도전이 맞닿아 있는 것.
하지만 사람들과 잘 어울리지 못하는 서점원이라도 괜찮지 않을까요? 나름의 방식으로 기능하는 나름의 서점이 가능하다면요? 수줍은 서점원의 매력이 있을 수도 있으니까요.

아야메 : 서점은 사람이죠. 온라인 책방이 아니라 오프라인 책방을 가는 이유는 이야기를 나누고 싶은 서점원이 있기 때문입니다. 취향과 지식에 대한 신뢰. 서점원에 대한 믿음이 서점 방문의 이유가 됩니다.

Q3. 여러분에게 물질적인 ‘책‘과 책을 파는 공간으로서의 ‘책방‘의 의미는 무엇인가요?

우치누마 : ㅋㅋ 제가 그 책을 준비하고 있어요. 엄청 길게 이야기할 수 있지만 요약하자면 ˝책이란 책방이 책이라고 생각하는 것이 바로 책이다.˝ 책의 경계가 모호해지는 시대잖아요. 전자책이 책이라고 한다면 모든 컨텐츠, 우리가 읽을 수 있는 모든 컨텐츠가 책이라고 할 수 있지요. 심지어 그 컨텐츠를 소개하는 사람 하나하나 모두 책방이라고 해도 될 것 같아요.

아아메 : 책은 모든 것을 담을 수 있는 투명한 그릇, 여러가지 이야기를 담을 수 있는 그릇이라고 생각해요.

지혜 님 : 책은 저에게 소울 메이트였어요. 서점은 책을 통해서 받은 모든 것들--위로나 응원, 공부, 또 다른 것을 다른 사람들과 나누고 싶은 공간입니다.

그리고 츠타야를 바라보는 일본 내부의 시선... 츠타야가 동네 서점의 지분을 뺐는다고 생각한 적은 없어요. 책방 마다의 개성과 역할이 있다고 생각합니다. 등등.

질문도 이야기도 더 나누고 싶었지만 나중에 더. 지혜 님에게 안부를 전하고 우치누마 일행에게도 다음에 통영에 놀러오라고 전했다. 질의응답 시간에 한국의 지역서점에 가 본 적이 있냐는 질문이 있었는데 가보진 못했지만 통영에 있는 남해의봄날을 알고 있다고 한 게 인상 깊었거든. 영어랑 일본어랑 섞어서 내가 그 통영에 있는 서점에 일했던 사람이야. 나 통영에서 왔다니까. 아니 지금은 독립해서 새로운 책방을 해. 통영에 오면 봄날의책방이랑 우리 책방에도 놀러와, 그렇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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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 하나의 눈송이 봄날의책 세계시인선 2
사이토 마리코 지음 / 봄날의책 / 2018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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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요일 오후. ‘바람이 읽고 있’는 나무 아래서 내가 볕을 넘겨가며 계절을 읽는다. 봄날의책의 두 번째 세계 시인선. 일본 작가가 한국어로 쓴 시집. 시도 좋지만 편집이나 작가의 말도 와 닿았다. 볕은 뜨겁고 바람은 서늘. 경계라는 건 그 어디에 있다는 말일까. 모국어 밖에서 이야기할 때, 밖으로 이야기할 때, 미처 알지 못하는 것을 그저 바라보고 받아 쓸 때. 잘 읽었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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