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건교사 안은영 오늘의 젊은 작가 9
정세랑 지음 / 민음사 / 2015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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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세랑의 피프티 피플은 정말 매력적이었고 이 책도 읽어야지 읽어야지 벼르던 책이었는데, 유치하지 않아? 비비탄총과 장난감 칼로 유령을 해치우는 사립 고등학교 보건교사라니. 오늘 퇴근길에서야 읽기 시작. 아니, 나 지금까지 이거 안 읽고 뭐했던거지? 왜 내 친구들은 아무도 내게 이걸 먼저 읽으라고 말해주지 않았지? 이렇게 재미있고 사랑스러운 이야기라니. 에피소드를 하나씩 읽어내려가느라 버스를 갈아타는 시간 동안 조바심이 나서. 재미있는 소설은 이따금 있지. 최근엔<시트콤>도 정말 좋았고. 사랑스러운 소설도 꽤 있지. 너무 유치하다싶은 구석이 있어 그렇지만. 그런데 재밌고 동시에 사랑스러운 책이라니. 캐릭터와 설정과 묘사의 톤이 딱! 아, 아직 안 읽은 사람들이 있다구요? <멜로가 체질>의 사랑스러움과 <왕좌의 게임>의 박진감, 필립 말로 시리즈의 무심하지만 터프하고 적확한 톤을 한번에. 모두 함께. 그보다 더 근사하게 그려내다니. 감탄에 또 감탄. 작가님이 또 후속작을 연재해주지 않을까 바라고 또 바라게 되었습니다. 책 소개는 따로 하겠지만 우선 이 흥분을 전하니 읽어봅시다, 여러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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통영 분들은 삐삐책방에서 주문가능합니다.
진주 분들은 진주문고에서 아시죠?
타 지역 분들은 가까운 동네책방을 이용해주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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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 서점친구들 독서모임 선정도서. 책에 대한 감상과 각자 인상 깊었던 문장들을 소개하며 서로의 이야기를 나눴다. 중학생 독자부터 장년 독자까지 각각의 참가자들이 자신의 경험과 생활로 읽어낸 문장들에 귀를 기울이는 뜻깊은 시간. 삶을 찬찬히 바라보며 그 결을 헤아린다는 것, 이름을 붙이는 일의 의미, 결심의 순간, 슬픔의 감정, 어른이란 무엇인가에 대해 작가의 글을 참조해 구체화할 수 있었다.

책의 목차에서처럼 올해의 사람과 순간, 말을 꼽으며 독서모임을 정리하는데 한해를 돌아보며 생각하니 그제야 떠오르는 것들, 말하면서 선명해지는 것들이 있었다. 참가자 중 한 분이 올해의 말로 ‘구하라’를 꼽으셨는데 rescue의 의미로 생각했던 이름이 실은 마태복음 7장 7절에서 유래한 ask의 의미라는 걸 최근 인터뷰 기사를 통해 알게 되었다고. 장 뤽 고다르의 영화 <할 수 있는 자가 구하라>에서 구하라는 재난 상황에서 ‘살아남으라’는 뜻이라고 덧붙이며 현실과 안타까움과 슬픔에 이야기했다. 구조이자 물음이자 재난의 현실을 가리키는 말. 단어가 이어지고 확장되며 생겨나는 것들에 대해서, 어떻게 개인의 일이 공적인 일이 되는지에 대해서 김현의 산문을 읽고 난 다음이라 더 가슴 깊이 와 닿는 이야기였다. 올해의 인상 깊은 말로 그래타툰베리의 유엔 연설의 ‘l dare you’를 떠올리기도 했는데 그 비난 앞에서 자유로울 수 없다는 점에서. 연결된 세계와 책임을 생각했다.

다음 독서 모임 선정 도서는 <우린 일회용이 아니니까>로 결정. 하나의 책 하나의 말이 꼬리에 꼬리를 물고 연결되는 시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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멀리 있다 우루는 늦을 것이다 입장들 4
배수아 지음 / 워크룸프레스(Workroom) / 2019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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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갑자기, 나는 내가 누군지 몰라요. 나와 내 일행, 우리는서로에 대한 기억이 없어요. 뿐만 아니라 우리 스스로에 대한기억이 모두 없어요. 그냥 막연하고 희미한 느낌이 있을 뿐,
그런데 그 느낌도 우리들 자신의 것인지, 아니면 다른 누군가의것인지 확실하지 않아요. 알아요, 무척 이상하게 들린다는것을, 하지만 실제로 그런 일이 오늘 오후 네 시에 일어났어요.
마치 그 시간에, 우리 둘이 함께 이 상태로 세상에 태어난 것같아요. 우리는 누구일까요? 우리는 어디서 왔을까요? 그리고 우리는 왜 여기로 오려고 했을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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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가 그녀를 처음 본 것은 세탁실에서였다. 어느 조용한 봄날, 아침나절이었다. 빨래가 돌아가는 걸 보면서 앉아 있는데, 사뭇 놀라운 젊은 여 자가 걸어 들어왔다. 놀랍다고 하는 것은 그런 출현을 전혀 예상치 못했기 때문이기도 하고, 그녀가 입고 있던 토마토색 시프트 드레스가 너무짧았기 때문이기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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몸짓들 - 현상학 시론
빌렘 플루서 지음, 안규철 옮김, 김남시 감수 / 워크룸프레스(Workroom) / 2018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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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행길에 다시 빼어든 책. 처음으로 다시 돌아가 읽기 시작. 생각을 따라 가는 것만으로도 즐거움을 준다. 개념들이 떠오르고 자리 잡는다. 글쓰기의 몸짓 챕터는 몇번을 읽어도 질리지 않는다.

생각은 몸짓을 통해서 실현된다. 엄밀히말해서 우리는 몸짓을 하기 전에는 생각할 수 없다. 글쓰기의몸짓은, 생각을 텍스트의 형태로 실현시키는 일의 몸짓이다. 글로쓰이지 않은 생각을 갖고 있다는 것은, 실제로는 아무것도 갖고 있지 않다는 말이다. 자기 생각을 표현할 수 없다고 말하는 사람은,
생각하지 않는다고 말하는 사람이다. 중요한 것은 글을 쓰는 행위이고, 그 밖의 모든 것은 불가사의하다. 글을 쓰는 몸짓에서 이른바 문체의 문제는 덤이 아니라, 문제 그 자체이다. 나의문체는 내가 글을 쓰는 방식이고, 다시 말해서 그것은 내 글쓰기의몸짓이다. ˝스타일, 그것이 그 사람이다.˝ 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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