방금 막 끝까지 읽었다. 다른 삶, 대안적인 경제에 대한 생각을 하면서도 그건 동떨어진 이야기가 아닐까 생각했었는데 이 책의 사례를 통해 확인하게 되는 것들이 있네. 반성도 하고 다짐도 하고.

초반에 청년들이 섬으로 향하는 장면에서부터 시골 벤처를 운영해 나가기까지의 과정을 흥미롭게 읽었다. 마을 살리기(만들기) 운동을 다룬, 이전에 읽었던 <춤추는 마을 만들기>할 비교해서 눈에 띠는 지점들이 꽤 있었다.
<시골 빵집에서 저본론을 굽다>에서 읽었던 자연친화적이고 지속가능한 경제랑 맞닿아 있는 지점도 있었고 <내리막 세상에서 일하는 노마드를 위한 안내서> 초반부에 언급되는 일의 세 가지 단계--노동으로서의 labor, 작업으로서의 work, 관계맺기로서의 action처럼 이들이 지향하는 일의 모습을 생활과 돈벌이, 모두의 일이라는 개념으로 정의하고 전망을 모색하는 부분도 좋았다. 이들 책들은 모두 쉬운 말과 실천하는 삶으로 경제학을, 철학을 말하고 있는데 하나로 이어지는 독서라는 기분. 정답을 말해주려는 책이 아니라 풀이과정을 보여주는 책. 쓱싹쓱싹 지우개로 지웠다가 고쳐쓴 지점까지 보여주지만 아직 끝나지 않은 증명. 가능하다면 함께 그 풀이방법을 이어 쓰고 싶게 만드는 책. 올해 상반기에 묶어서 읽길 잘했다.

덧, 앞부분은 출간 전에 교정지로 보고 어제 책방에 입고된 책을 오늘 마저 읽었다. 출판사에서 일하는 기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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젊은 기획자에게 묻다 - 기획은 어떻게 사람의 마음을 움직이는가? 어떤 일, 어떤 삶 1
김영미 지음 / 남해의봄날 / 2014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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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획은 어떻게 사람의 마음을 움직이는가?

인터뷰어는 다양한 인터뷰이를 통해 부제에 걸맞는 답을 찾아가려고 하지만 실제로 잡히는 것은 그렇게 분명하지 않다는 생각이 들었다. 분명 인터뷰 내용보다 기획이 더 선명해서 그렇지 않을까? 각각의 고유한 인터뷰이들이 가진 구체적인 사연들을 물고 늘어지는 부분이 있었다면 어땠을까? 각각의 인터뷰가 기대하는 하나의 키워드가 있었다면? 여러모로 아쉬운 독후감. 다양한 일에 종사하는 기획자들을 소개한 것. 새로운 롤을 만들어가는 모습을 스케치한 것은 유효했다고 생각되지만 오히려 그런 부분에서는 심도가 부족했다고 생각. 다른 시리즈도 읽어봐야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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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작은 회사에 다닌다 - 그래서 혹은 그럼에도 불구하고
김정래.전민진 지음 / 남해의봄날 / 2012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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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을 펼치기 시작해서 한달음에 마지막까지 읽었다. 작은 회사에 다니는 이십대 후반에서 삼십대 초반까지의 여러 직군을 인터뷰한 책.

다양한 인터뷰이를 소개하고 있는 것도 좋았고 어렵지 않은 톤으로 이야기를 풀어가는 것도 좋았다. 두 인터뷰어의 고민을 구체화하면서 책의 내용이 전개되기 때문에 일관성이라든가 진정성이라든가 하는 지점들을 놓치지 않는다는 점도 유효. 비슷한 또래의 비슷한 고민을 나 역시 공유하고 있어서 더 와 닿았는지의 모르겠다.

특히 좋았던 건 일군의 이런 인터뷰 기획이 특정한 목적을 겨냥한 계몽의 함정에 빠지기 쉬운데 비해 그런 도식적인 그림을 피해갔다는 것. 인터뷰어는 공들여 묻고 인터뷰이는 소신껏 답한다. 정답이 아니라 스펙트럼을 드러내는 책. 앞으로의 직업이나 진로를 고민하는 친구들이 읽었으면 좋겠다.

2012년 출간. 53회 한국출판문화상 편집 부문 대상 수상.

함께 읽으면 좋을 책으로 [내리막 세상에서 일하는 노마드를 위한 안내서], 제현주, 북스피어. 추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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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문학과 그 적들
조영일 지음 / 비(도서출판b) / 2009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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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의 비평은 그들에게 있어서 소리에 불과하다. 그 소리란 오직 하나, "기존의 시스템에 자신을 적응시킬 것이 아니라 자신들에 걸맞은 시스템을 만들라는 것이다. 문창과에 진학하여 문학청년 흉내나 내면서 해마다 신춘문예병을 잃을 것이 아니라, 기존의 문단에 편입되기 위해 어른이나 선배를 공경하는 예절을 배우며 '세상사는 이치'를 깨달아 갈 것이 아니라, 메이저 문예지에 글을 쓰고 메이저 출판사에서 책을 내는 것을 큰 영광으로 여기며 나랏돈을 용돈 삼아 살아갈 것이 아니라, 문창과 교수가 되어 소설을 쓰지 않고도 문학인으로 행세할 행운을 기대할 것이 아니라, 구태의연한 이 모두를 단호히 거부하고 당신들의 문학 공간(동인지든 잡지든 웹진이든)에서 당신들만의 시스템을 만들어 가라는 말이다.  

한마디로 문학정신에 입각하여 한국 문학공간의 틀을 완전히 뒤집으라는 것이다. 이런 각오 없이 그저 열심히(그리고 노련하게) 기존 시스템으로의 편입만 노리는 문학 지망생들에게 한국문학은 합정이다. 자칫 잘못하면 그들은 시스템으로의 흡수를 자신의 능력으로 착가하면서 자신을 판 대가로 획득한 '아름다운 영토'에 만족하게 된다. 그러므로 지금 오고 있으며, 또 앞으로 올 그대들이여, 한국문학은 당신들의 손에 있으니, 한국의 문학청년들이여 단결하라!  

2009. 2. 11 조영일  

조영일, [한국문학과 그 적들], 도서출판 b 2009 서문에서  

한국문학에서 시스템으로서의 비평의 역할에 대한 저자의 도발적인 이야기들이 자못 흥미로움. 문단 비평이 제 몫을 다하지 못하는 이유를 문예지 중심의 문단문학 시스템에서 찾고 있고 동시대의 문학 담론, 작가들에 대해서 이야기한다는 점에서 공감을 이끌어 내기도 한다. 그렇다면 그 시스템은 폐기되어 마땅한 시스템인가? 그의 선동에 공감하지 않는 것은 아니지만 시스템에 대한 고민에 우선해야하는 것은 창작자 '자신'이 가진 이야기라는 생각. 좋은 이야기, 매력적인 이야기는 시스템 안과 밖, 어디에서나 유효한 법이니까. 제도와 권력이 특정 집단의 이해를 위해 시장을 컨트롤할수도 있다고? 하지만 필자가 지적하듯이 그러한 비평권력도 독자들의 신뢰를 저버린다면 유효할 수가 없다. 스스로를 옥죄는 꼴. 책 후반에서 문학과 민주주의를 말하는 부분은 더 생각해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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약속된 장소에서 언더그라운드 2
무라카미 하루키 지음, 이영미 옮김 / 문학동네 / 2010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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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라카미 하루키의 [언더그라운드 -약손된 장소]에서 읽는 중. 옴진리교 지하철 사린살포 사건을 다룬 인터뷰집이다. 1편은 피해자 인터뷰. 지금 읽는 건 옴진리교 교인들의 인터뷰. 읽는 내내 내 이야기인 것 같아서 흠칫. 사건을 기록하는 일은 그 자체로 의미를 가지고 내면화된 상처를 밖으로 끄집어내 아물게 하는 것 같다. 우리 역사에 이런 기획이 있었는지 궁금. 대학 새내기 때 [찟어진 깃폭]을 읽으면서 느꼈던 건 오히려 선정성이 아니었을까?(선배들이 뭐라고 그러셔도...) 그런 면에서 하루키가 서문에서 자신의 태도을 밝히는 지점은 유의미하다. 오카 마리, [기억'서사], 소명출판 - 함께 읽으면 좋은 생각도구. 추천! 다 읽고 나면 정리해서 수정할 예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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