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평택 마을 파괴..그러나 싸움은 끝나지 않았다

기지이전재협상 촉구하는 9.24 평화대행진으로 힘 모아야
배혜정 기자    메일보내기  

  결국 대추리, 도두리는 그들이 원하는 대로 '초토화'됐다.
  
  13일 국방부는 철거 계획 대상지 중 약 2/3이상의 가옥을 무너뜨렸다. 한 집을 부수는데 걸린 시간은 10분도 안됐다. 수십 년 동안 대추리, 도두리 주민들의 삶터이자 고향이었던 가옥이 야만적인 폭력 앞에 힘없이 무너져 버린 것이다.
  
  국방부의 '마을파괴'는 여느 작전때와 다름없이 야음을 틈타 기습적으로 이뤄졌다. 경찰들의 비호아래 용역들은 아무 거리낌없이 살림살이들을 집어내고 가구들을 던져냈으며 포크레인이 그 뒤를 이었다.
  
  주먹구구식 철거는 역시나 우려했던 상황을 만들기도 했다. 가옥들이 밀집되어 있는 곳을 무리하게 포크레인으로 부수는 과정에서 옆집의 농작물이 훼손되는 일 등이 비일비재하게 일어났다. 정확한 확인 없이 생가를 철거하는 어처구니 없는 상황도 생겼을 뿐더러 살림살이를 뺐다 다시 집어넣는 웃지 못할 일도 벌어졌다. 주민들의 소중한 주거환경권이 주먹구구식 행정에 의해 돌이킬 수 없이 침해당한 것이다.
  
  

ⓒ민중의소리 맹철영 기자

  
  국방부는 또 지킴이들이 살고 있는 집은 철거하지 않겠다는 약속을 뒤엎고 한 채의 지킴이 집을 부수는 만행을 저지르기도 했다.
  
  이날 하루 주민들은 그동안 오며가며 차 한 잔 나눴던 이웃주민의 집들이 무너져가는 것을 속수무책으로 바라볼 수밖에 없었다.
  
  그러나 주민들과 지킴이들이 마냥 '당하고' 있었던 것은 아니다. 12시간에 이르는 평택지킴이들의 고공농성 등 철저하게 평화적이고 완강한 저항으로 국방부가 철거 계산에 넣었던 수십채의 가옥을 맨몸으로 지켜낼 수 있었다.
  
  고공농성에 참여했던 한 지킴이는 "눈 앞에서 다른 집들이 무너지는 모습을 보는 것은 괴로웠지만 내가 올라간 집만은 지켰다는 것에 자부심을 느낀다"고 평가하기도.
  
  2만여명 대 1백여명이라는 철저하게 불공평한 게임이었지만 주민들과 평택범대위, 지킴이들은 애초 '게임환경'에 비해 얻은게 많다는 평가다.
  
  평택범대위 언론담당 박래군씨는 "국방부는 이번 철거를 통해 주민들을 심리적으로 압박하겠다는 계산이었지만 되려 주민들은 끝까지 '갈 길은 간다'는 마음을 더욱 굳게 먹은 것 같다"고 평가했다.
  
  과연 이날 주민들은 국방부의 마을파괴 작전이 정리되자 마을 어귀에 모여 풍물을 치며 이날의 작은 승리를 자축하는 모습이었다.
  
  대추리 정태화 노인회장은 "그놈들이 심리적으로 영향을 주려고 저 짓을 하지만 우리는 전혀 거리낌이 없다"며 "우리는 우리 길을 끝까지 가겠다"고 말했다.
  
  문정현 신부도 "집을 부술 순 있어도 이 땅을 지키겠다는 우리의 마음을 부술순 없다"며 "우리가 정당성을 가지고 있으나 이 싸움은 이길 수 밖에 없다"고 확신했다.
  
  그러나 이날 주민들과 지킴이들이 완강항 저항을 한 것에 비해 저조한 시민사회단체들의 참여는 실망스럽다. 물론 경찰들의 불법적 검문검색이 강화돼 마을 집입이 불가능 한 이유가 있었지만 원정 삼거리나 평택 일대 등 외부에서도 강제철거를 규탄하는 활동이 꾸준하게 진행된 점을 감안해 본다면 이 활동에까지 참여가 저조했던 이유는 선뜻 이해되기 어렵다.
  
  일단 국방부가 조만간 나머지 가옥을 철거키 위해 마을에 재진입을 할 것으론 보이지 않는다. 사회적 비난을 무릅쓰고 감행한 작전을 또 다시 실행하기엔 정치적 부담이 있을 뿐더러 국방부는 나름 이번 철거작전을 성공적으로 평가하고 있는 것으로 확인되기 때문이다.
  
  평택 범대위는 국방부가 자화자찬에 빠져있는 동안 오는 24일로 예정된 4차 평택 평화대행진에 '올인'하겠다는 계획이다.
  
  박래군씨는 "국방부의 불법적인 철거행위를 전 국민들에게 폭로하고 전 사회적인 공감을 얻는 것이 중요하다"며 이번 9.24 평화대행진 준비과정과 당일 행사를 통해 그러한 목표를 달성하는게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팽성대책위 신종원 조직국장과 김택균 사무국장도 9.24 평화대행진 준비에 매진해야 한다는데 입을 모았다.
  
  9.24 평화대행진은 지난 8월 초부터 준비가 시작된 행사일뿐더러 국방부의 야만적인 마을 파괴 행위를 본 국민들의 공분이 모아지는 시점이라는 점에서 승산이 크다. 더군다나 미군감축 문제가 끊임없이 대두되고 있는 상황에서 9.24 평화대행진의 성공여부는 평택 미군기지 재협상의 여지를 만들 수 있다.
  
  평택 범대위 관계자는 "주민들의 상처입은 마음을 위로해 줄 뿐만 아니라 정부가 기지 재협상을 국민적 요구로 받아들일 수 있을 수 있도록 범국민적 촛불행사가 되어야 한다"고 밝혔다.
  
  
ⓒ민중의소리 맹철영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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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6년09월14일 ⓒ민중의소리


 

마을 파괴 저지후 열린 촛불집회, '맑음'

743일째 촛불집회 주민들, '다라이 비빔밥' 만들기도
서정환 기자    메일보내기

  13일 저녁 7시 30분경 대추리 평화공원.
  공권력이 동반되어 강행된 마을 파괴에 맞서 사실상 최후의 승리를 거둔 200여 주민들과 지킴이들의 표정은 초저녁 별이 빛나는 하늘 처럼 맑았다.
  
  743차 촛불집회가 벌어지기 전 주민들과 지킴이들은 긴긴 하루의 모든 일을 담아 버무린 '다라이 비빔밥'을 만들어 모두가 나누어 먹기도 했다.
  
  

△대추리 평화동산의 조형물과 주민들 ⓒ민중의소리 김철수 기자

  이날 촛불집회의 꽃은 철거대상이된 빈집의 옥상에 올라서 마을 파괴를 막아 나선 지킴이들의 몫이었다.
  
  청년단체 회원들과 아예 마을에 상주하는 젊은이들로 이루어진 이들 지킴이들은 무려 12채의 집을 강제철거로부터 지켜내어 마을이 제 모양을 잃지 않게 하는데 큰 역할을 했다.
  
  "태어나서 이처럼 긴 하루를 보낸적이 없었다", "지고도 이기는 싸움을 준비할 것"이라고 말하는 지킴이들은 끝내 눈물을 터뜨리기도 했다.
  
  주민들은 모처럼 밝은 환성과 박수로 이들에게 감사와 격려를 보냈고, 지킴이들은 춤과 노래로 화답했다.
  
  주민들은 안쪽의 급박했던 상황 때문에 모르고 지냈던 바깥쪽 사태를 전해 듣고 안타까움을 참지 못했다.
  
  김성기 평택대책위 공동집행위원장은 "안에서도 치열한 싸움이 벌어지는 동안 원정리 쪽에서도 우리가 '2박3일의 대전'이라고 부르는 투쟁을 그야말로 잠 잘 새도 없이 펼쳤다"며 "그 과정에서 마을 침탈 소식에 화를 참지 못한 시위대 약 20여명이 경찰들과 몸싸움을 벌이다 연행되었고 이들 중 한 노동자는 무지막지한 방패공격에 실명 직전까지 갔다"고 밝혔다
  
  
△대추리 평화동산에서 열린 743일째 촛불집회 ⓒ민중의소리 김철수 기자

 김 위원장은 "아직도 많은 청년들이 평택미군기지확장 저지와 대추리, 도두리의 평화를 위해 몸 던질 각오가 되어 있다"고 밝혔다.
  
  그러나 역시 이날의 주인공인 이전의 어떤 투쟁에서 보다 가장 적극적인 모습을 보여준 마을 주민들, 주민들은 '들소리 방송국'에서 그날 하루 동안 벌어진 일들을 영상으로 편집한 것을 돌아보며 스스로 뿌듯한 표정을 짓기도 했다.
  
  장면들 중, 2명의 인권활동가가 대추리 입구에 위치한 집을 지키기 위해 지붕에 올라선 아래에서 주민들이 올린 미사는 상당수의 빈집이 철거된 상황을 보여주던 전반부에 대한 반전이 되기에 충분했다.
  
  평소 보다 더욱 크게 울리는 함성 소리로 정리된 주민들의 촛불집회 후, 깊은 근심으로 잠 못 이루던 몇 일 사이의 그것과는 달리 주민들은 가벼운 발걸음과 흡족한 표정으로 집으로 향했다.
  
  만약 국방부가 이번 강제철거로 주민들의 기세를 꺾기로 의도했다면 그것은 철저히 실패, 혹은 역효과를 낳았다.


2006년09월14일 ⓒ민중의소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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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6-09-18 02:08   UR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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