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들의 풍경 : 수학적 사유를 강조하는 책들

2004년 04월 23일   강성민 기자 이메일 보내기

변화의 시대, 수학적 사유를 강조하는 책들이 우리 주변에 넘쳐나고 있다. 수학을 통해서 생각하면 기존과 다른 생각을 할 수 있다는 정도가 아니라, 전혀 다른 세계에 빠져들게 되고 그것은 세계관의 변화와도 직결된다는 주장들이다. 그 가운데 '사고혁명'(루디 러커 지음, 김량국 옮김, 열린책들 刊)은 대표적이다. 이 책에 따르면 세상의 모든 사물은 수, 공간, 논리, 무한 그리고 정보라는 다섯 영역에 따라 사고할 수 있다.

수학의 다섯가지 사유의 유형

예를 들어 인간의 손은 5로 표현될 수 있으며, 공간적 관점에서 보면 곡면이고, 논리의 관점에서는 근육의 기계적인 법칙에 의해 움직이는 시스템이다. 또한 무한의 관점에서는 무수한 수학적인 점들의 응집체가 된다. 이 밖에도 손은 그 외양을 결정하는 DNA 암호 속에 포함된 정보라고 볼 수도 있다.


이와 같이 이 책은 수학의 다섯 영역을 독특한 방식으로 연관시키며 독자들을 수학의 깊은 세계로 안내한다. 욕실의 타일에서부터 두뇌 반구, 이상한 나라의 앨리스, 다비드의 별 등 수학과 관련 없어 보이는 것들도 여기에서는 수학적 사고를 설명하는 소재가 된다.


결국 강조되는 것은 수학에서 건져낸 '사고의 도구들'이다. 저자는 수학이 하나에서부터 무한의 크기에 이르기까지 무언가를 이해하는 데 필요한 대체 언어가 된다는 점에서 수학의 힘을 보여준다.


'아름다운, 너무나 아름다운 수학'(경문사 刊)도 비슷한 책이다. 저자의 주장을 들어보자. "수학은 인간의 정신적 한계를 확장하고, 물리학의 최소단위까지 접근하는 동시에, 우주의 가장 바깥까지 우리를 데려갈 수 있는 놀라운 인간의 발명품"이라는 것이다.


이 책은 수학을 도구로 우리가 만날 수 있는 근본적인 진리와 사유의 세계를 보여준다. 여기에는 수학과 전혀 관계가 없어보이는 O.J 심슨 재판이나 주말 저녁 온가족이 함께 볼 영화고르기, 솔로몬의 지혜와 같은 예상치 못했던 소재들까지 다뤄진다. 어떻게 하면 독자에게 수학을 보다 친숙한 것으로 다가가게 할 것인가를 고민한 흔적이 역력하다.


수학이란 '수에 대한 학문'이기 전에 '사고 방식에 대한 학문'이라는 저자의 생각이다. 수학은 사물을 뒤집어 놓기도 하고 늘였다 줄였다 심지어 없애보기도 하면서 그것의 진정한 본성에 도달하고자 노력한다. 저자가 볼 때 인간의 생리와 경험은 근본적인 지식과 진리에 닿고자 하는 의식에 방해물이 돼왔다. 하지만 수학의 도움으로 인간은 사물을 존재하는 방식 그대로 인식할 수 있다는 것이다.


또한 수학은 '관계에 대한 학문'이다. 수학이 우리 주위의 기본 관계들을 어떻게 밝혀주는지를 말한다. 예를 들어 인과 관계, 증거와 증명의 관계, 진리와 미의 관계가 그것이다. 저자는 시적 열정이 풍부한 서술로 우주를 지배하는 법칙과 우주가 보여주는 아름다움이 동전의 앞뒷면과 같음을 이야기한다.


교양과학 서적을 만드는 출판사들 사이에선 '경험의 법칙'이 하나 있다. "책에 수식이 하나 들어갈 때마다 독자가 반으로 줄어든다"라는 아주 무시무시한 법칙이다. 그런데 이런 금기를 아랑곳않고 수학의 매력을 발산하는 책이 '사인 코사인의 즐거움'(엘리 마오 지음, 파스칼북스 刊)이다. 이 책은 삼각함수에 관해 그 탄생에서부터 20세기 양자역학의 탄생에 영향을 미치기까지 역사적인 관점에서 흥미롭게 서술하고 있다. 돋보이는 건 삼각함수의 해석학적 성격과 기하학적 의미다. 삼각법이 복소수 영역으로 확장되면서 무한급수를 해석하는 틀로 발전하는 과정을 이해하는 것은 '깊이의 수학'을 보여주기에 무리가 없다.

우주론으로 확대되는 수학의 힘

전문가들에게도 수학은 신비에 휩싸인 사고의 영역이다. 거기엔 우리 시대의 기하학으로는 도저히 따라잡을 수 없는 무한 변화가 약동하고 있다. 그걸 가장 잘 보여주는 책이 '수학의 밀레니엄 문제들7'(케이스 데블린 지음, 전대호 옮김, 까치 刊)이다. 미국의 억만장자 랜던 클레이가 문제당 1백만 달러의 현상금을 건 21세기 최고의 수학 난제 7가지를 소개한 책인데, 저자는 명확하고 직관적인 글솜씨로 일반인들의 눈높이로 끌어내려 설명해주고 있다. 그가 말하고자 하는 것은  '리만 가설', '양-밀스 이론과 질량 간극 가설', '내비어-스톡스 방정식' 등이 '무엇인지'가 아니다. 저자가 추구하는 목표는 오히려 문제들의 배경을 보여주고, 문제들이 어떻게 생겨났는지 이야기하고, 그 문제들이 왜 그토록 어려운지 설명하고, 왜 수학자들이 그 문제를 중시하는지 이해시키는 것이다. 그 동안 일상생활이 수학적 원리로 이뤄져있다는 것은 일종의 상식처럼 통해왔지만, 그 원리를 깨닫는 것이 왜 중요하고 필요한지를 수학의 세계에 발목잡힌 인간군상들을 통해 보여준다는 점이 새로운 점이다.


수학적 사유의 가장 큰 매력은 그것이 '아름답다'는 데 있다. '20세기 수학자들과의 만남'(경문사 刊)의 저자 양재현 인하대 교수는 그 이유를 창조성과 엄밀성에서 찾는다. 수학의 발전이 양수에서 음수, 다시 무리수로 변해온 것이 모두 세계를 좀더 세밀하고 명확하게 이해하려는 욕망에서 비롯된 것. 그 욕망은 우주는 팽창된 것이고 무한하다는 물리학의 정설에 의문을 제기한다. '우주의 점'(재너 레빈 지음, 이경아 옮김, 한승 刊)은 수학의 한 영역인 '위상학'(topology)를 우주론에 대입시켜 우주는 무한한 것이 아닐 수 있다는 주장을 편다. 우주가 하나의 점에서 팽창한 둥근 점이고 당연히 시작과 끝이 이어진 球形의 유한체라는 가설인 셈이다. 우주에 끝이 있다는 확신, 그 확신을 증명하는 엄밀한 과학적 논리, 그 과학적 논리를 설명하기 위해 동원되는 일상의 예들이 잘 조합돼 있는 책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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Updated: 2004-04-23 01: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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