들뢰즈의 <차이와 반복> 입문 컨티뉴엄 리더스 가이드
조 휴즈 지음, 황혜령 옮김 / 서광사 / 2014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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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차이와 반복>에 대한 좋은 입문서. 조 휴즈의 출세작은『들뢰즈와 재현의 발생』(Deleuze and the Genesis of Representation)(Continuum, 2008)인데, 후기 후설의 발생적 현상학의 기획에 준거함으로써 들뢰즈의 철학을 - <의미의 논리>, <안티 오이디푸스>, <차이와 반복>을 - 읽는 독특한 책이다(이런 관점에서 보자면 들뢰즈가 헤겔 같은 변증법적 저자로부터 '차이 그 자체'를 구제한 것은 흔히 주장되듯이 들뢰즈 기획의 일부일 뿐이다). 이러한 휴즈 특유의 독해는 이 책에서도 나타나며, 특히 (후설의 어느 책 제목이기도 한) 수동적 종합에 대한 분석(4장)에서 잘 나타난다. 휴즈에 따르면 들뢰즈의 기획 - 초월적 경험론 - 은 칸트의 초월적 감성학, 그리고 후기 후설의 발생적 현상학의 기획과 닮았다. 휴즈에 따르면 질과 양을 지닌 것으로서 재현 개념이 어떻게 발생되는가?라는 질문은 <차이와 반복>을 읽는 중심적인 질문이다. 가령 역동적 발생을 다루는 대목에서 이는 감성에서 출발하는 세 개의 종합으로 각각 설명된다. 시간적 차원에서 죽음 - 현재 - 과거 - 미래로 이어지는 세 개의 종합은 칸트(감성 - 포착 - 재생 - 재인), 철학의 관점(감성 또는 물질적 불연속 - 상상력 - 기억 - 사고), 물리적 설명(흥분 - 짝짓기-공명-강요된 운동), 정신분석학적 설명(흥분으로서 강도 - 묶기 - 므네모시네 - 타나토스) 등으로 분석되는 것이다. 이를 좀 더 큰 그림에서 보자면 재현의 발생은 다음과 같이 이루어진다. 이념 - 강도 - 수동적 종합 - 능동적 종합 - 개체화와 현실화. <차이와 반복> 3장의 '사유의 이미지'에서 주로 다루어지는 재현 개념은 위와 같은 발생의 운동 끝에 비로소 나타나는 것이다. 이처럼 들뢰즈 철학을 현상학적인 관점으로 동화시키려는 독해가 얼마나 설득력있는 것인지는 또 다른 문제이지만, 적어도 흔히 주장되는 '들뢰즈는 비현상학자(또는 심지어 반현상학자)'라는 논제에 대해서 재고의 여지를 준다는 점에서 이 책은 단순히 중립적인 입문서 이상의 역할을 한다. 역자의 노고 덕에 번역 또한 잘 읽힌다. 한 가지 작은 흠을 찾자면 몇몇 곳에서 발생적(genetic)이라는 말이 유적(generic)으로 번역된 곳이 더러 있다는 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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