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명박 대통령님, 힘내세요!
당신의 ‘배후’에는 우리가 있잖아요!
 
 

우리 국민들은 열렬히 기대하고 있습니다. 대운하 사업이다 4대강 정비 사업이다 외치며 죄다 땅만 파고 강만 엎는 대역사의 삽질 말고는, 시장 할머니 부여잡고 목도리 한 장 적선하거나 떡볶이 가게 순례하며 값싼 격려 인사나 던지는 휴먼 드라마와 같은 쇼 말고는, 대통령님이 우리에게 더 이상 보여주실 게 없는 건지. 우리 국민들은 오매불망 한 가지 걱정뿐입니다. 이 기막힌 쇼가 결코 끝나서는 안 될 텐데, ‘경제’를 외치면서, ‘중도’와 ‘서민’을 부르짖으면서, 정작 ‘경제’와 ‘중도’와 ‘서민’은 코빼기도 찾아볼 수 없는, 이 흥미진진한 코미디를 5년밖에 볼 수 없다는 건 너무 잔인한 것 아닐까, 우리 국민들은 노심초사 걱정하고 있습니다. 이명박 대통령님, 힘내세요! 당신의 배꼽 빠지는 개그를 응원하는 서민들과 비정규직 노동자들과 정리해고자들이 있잖아요!

우리 국민들은 매일 감탄하고 있습니다. 대통령님이 용산에서 타죽은 사람들과 떨어져죽은 사람들과 그들의 가족은 이제 ‘국민’이 아니라고, 단지 ‘불법시위자’이자 ‘범죄자’들일 뿐이라고 명확히 구분해주시니, 그 확실하면서도 공명정대한 국가정체성의 기준에, 죽은 자도 산 자도 모두 벌어진 입을 다물지 못합니다. 우리 국민들은 팽팽한 긴장감을 즐기며 살고 있습니다. 언제 ‘국민’의 자리에서 ‘국민이 아닌 자’의 자리로 떨어질지 모르는 아슬아슬한 줄타기를 하고 있기에, 우리들의 삶이 아니라 당신들의 삶을 위한 ‘경찰국가’와 ‘법치주의’의 서슬 퍼런 짜릿함이 도처에 존재하고 있기에, 우리 국민들은 일찍이 민주주의 시대에는 미처 경험할 수 없었던 스릴을 잔뜩 만끽하고 있습니다. 이명박 대통령님, 힘내세요! 삼복더위를 싹 날려줄 당신의 납량특집을 응원하는, 너무나 무서워서 반년 동안이나 장례도 못 치르고 있는 죽은 이들과 그들의 가족이 있잖아요!

우리 국민들은 불철주야 대통령님의 숙면을 기원합니다. 당신의 편안한 잠을 위해 청와대 주위를 전경 버스로 철통같이 꽁꽁 에워싸세요. 우리의 밤이야 어찌 되든 대통령님의 안온한 밤을 위해 당신의 충직한 개들을 항상 깨어 있게 하세요. 그리고 주위를 경계케 하세요. 그러면 그 개들이 당신을 대신해서 두 눈 똑똑히 보게 될 거예요, 진정 무서운 것이 무엇인지를. 그렇게 되면, 모든 충직한 개들이 그러하듯, 그들은 고개를 돌려 당신을 향해 짖게 될 겁니다. 그 안온한 숙면은 끝났다고, 주인님, 멍멍, 지금은 주무실 때가 아니에요, 그렇게 외치고 짖으면서 알려줄 겁니다, 당신이 정말로 귀하게 생각해야 했던 것이 무엇이었는지를.

이명박 대통령님, 힘내세요! 다른 사람 때문이 아니라 바로 당신 때문에 잃어버린 10년이니까요. 누가 뭐래도 당신 때문에 잃어버린 평화고 당신 때문에 잃어버린 민주주의니까요. 대통령님은 우리 국민들이 과거 죽음을 무릅쓰고 얻었던 그 모든 것들을 단 1년이라는 짧은 시간 안에 거꾸로 되돌리는 기적을 보여주신 분이니까요. 이명박 대통령님, 제발 힘내세요! 당신의 ‘배후’에는, 이렇게 우리 국민들이, 든든하게 버티고 있잖아요! 타죽지도 않고 떨어져죽지도 않고, 이렇게 꺼지지 않는 촛불처럼 서서, 계속 당신을 지켜보고 있잖아요! 당신이 사랑하는 악법들보다 더 중요한 것은, 당신이 사랑하지 않는 국민들의 민심이며, 당신이 사랑하는 대운하보다도 더 중요한 것은, 당신이 사랑할 수 없는 역사의 거대한 강물일 테니까요. 힘내세요, 대통령님! 당신의 ‘배후’에는 우리가, 이렇게 든든한 국민들이 있잖아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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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알라디너들의 응징 코메디(?)
    from 꿈을 나누는 서재 2009-07-28 15:41 
    이 나라의 현실이 웃어야 할 지 울어야 할 지를 분간할 수 없는 어색하고 애매하기 짝이 없는 한편의 삼류 코메디 같다. 여기에 알라디너들의 정의를 담은 시국선언문이 오늘에야 완성되어 경향신문을 타고 전국으로 퍼져나갔다.  제목만을 보고 기쁜 마음에 글을 접할 무뇌충 너희들의 가슴에 알라디너들이 보내는 하이~코메디가 꽂히기나 할런지 걱정이 되긴 한다만 밝은 웃음에서 쓴웃음으로의 반전이라도 기대해볼란다.  너희들이 과연 봉황의 깊은
 
 
바라 2009-07-28 10:07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람혼님, 승주나무님, 아프락사스님을 비롯한 여러 분들이 수고해주셨는데, 많은 분들이 오늘 경향신문을 사보시면 좋겠네요~

2009-07-28 10:20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09-07-30 00:04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09-08-04 16:35   URL
비밀 댓글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