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회계약론』2부 6장~12장 ‘법과 인민’ 요약
6장 법에 관하여
사회계약에 의해 정치체에 존재와 생명을 부여했다면, 입법législation은 이 조직에 활동과 의지를 부여한다. 정치체를 형성시키고 결합되게 하는 최초 행위는 그것을 보존하기 위한 것은 아무것도 규정하지 않기 때문이다. 모든 정의는 신으로부터 나오고, 신만이 원천이다. 하지만 우리는 지고한 신으로부터 정의를 받을 수만은 없기에 아마도 이성에서만 나오는 보편적인 정의가 있어야 할 것이다. 그리고 이 정의가 사람들 사이에서 인정되려면 상호적이어야 한다. 이 정의의 법은 상벌이 없으므로 인간들 사이에서는 효력을 발휘할 수 없기에 권리를 의무와 결합시키고 정의를 그 대상에 이르도록 하기 위해서 약속conventions과 법loix이 필요하다.
일반의지는 개별적인 대상을 상대로 하지 않는다. 개별적인 대상이 국가 안에 있다면 이러한 관계가 존속하는 한 전체는 더 이상 없으며 다만 크기가 다른 두 부분이 있을 뿐이다. 인민 전체가 인민 전체가 대상으로 법을 제정할 때 인민은 오직 자기 하나만을 고려한다. 이때 생기는 관계는 전체 대상과 전체 대상의 대비일 뿐, 전체가 분할되는 것이 아니다. 따라서 법이 적용되는 대상도 법을 제정하는 의지와 마찬가지로 일반적이 된다. 바로 이와 같은 행위가 법이다. 또한 법의 대상이 항상 일반적이라는 것은 법은 인민을 한 조직체로 또 행위를 추상적인 것으로 간주할 뿐 결코 개인으로, 행위를 개별적인 것으로 고려하지 않는다는 것이다. 개인적 대상에 관한 모든 기능은 입법권에 속하지 않는다. 법이란 일반의지의 행동이므로 법을 제정하는 일이 누구의 권한인지, 군주가 법을 초월하는지, 법이 불공정한지, 우리가 어떻게 자유로우면서 법에 복종할 수 있는지를 물을 필요도 없다. 법은 우리 자신의 의지의 기록이다.
또한 법은 의지의 보편성과 대상의 보편성을 결합시키고 있다. 만약 주권자의 명령이라 해도 그것이 개별적 대상을 상대로 한 것이라면 이는 법이 아니라 행정명령이며 행정기관의 행위가 된다. 정부형태가 어떤 것이든 법에 의해 통치됨으로써 공공의 것이 우위에 서는 모든 국가는 공화국république(res publica)이라 불린다. 사실 법은 정확히 사회적 결합의 조건일 뿐이다. 따라서 법에 복종하는 인민이 법의 제정자가 되어야 마땅하다. 연합하여 결사하는 자들만이 그 구성체 조건을 결정할 권리를 가질 수 있다. 그런데 이 조건을 어떻게 규정할 것인가? 무엇이 자신에게 유익한지, 무엇을 바라는지도 모르는 눈먼 다중multitude이라면, 어떻게 해서 다중이 입법 체계와 같은 중대하고도 어려운 일을 집행할 수 있는가? 사실 일반의지는 항상 옳은 것이지만 그것을 인도하는 판단은 늘 현명하지는 않다. 개인은 이익을 잘 알아보지만 그것을 포기해버리는 반면 공중은 이익을 원하지만 그것을 알아보는 못한다. 양편을 모두 지도할 필요가 있다. 입법자의 존재가 요구되는 것은 바로 이런 이유이다.
7장 입법자에 관하여
국가에 가장 적합한 사회규칙을 발견하려면, 인간의 모든 정념passions을 다 알고 있으면서 자신은 아무것도 가지지 않은, 그리고 인간의 본성과는 아무 관련이 없으되 그것을 꿰뚫어 알고 있는 그런 우월한 지성이 필요하다. 인간들에게 법을 제정해주기 위해서는 신들과 같은 지성이 있어야 할 것이다. 사실 군주는 입법자가 제정한 모형을 따르기만 하면 된다. 입법자는 기계를 창안해내는 기계공이고 군주는 이 기계를 조립하여 가동시키는 사람에 불과하다. 가령 몽테스키외는 “사회가 태어날 때는 공화국의 통치자들이 제도institution를 만들어내지만 그 후부터는 제도가 통치자를 만들어낸다.”고 말한다.
한 국인에게 제도를 만들어주려는 사람은 말하자면 인간의 자연적 상태를 개조하는 위치에 있음을 느껴야 한다. 그는 자체로는 하나의 완전하고 고립된 전체인 개인을 보다 큰 전체의 한 부분으로 변화시켜 자연으로부터 받은 독립적이고 육체적인 존재를 부분적이고 정신적인 morale존재로 바꾸어 놓아야 한다. 즉 인간에게서 그 본래의 힘을 제거하고 타인의 도움없이는 사용할 수 없는 그런 힘을 부여해야 한다. 그 결과 각 시민이 다른 모든 사람들의 도움없이는 아무런 가치도 없고 또 아무것도 할 수 없게 되면, 그리고 전체에 의해 얻어진 힘이 모든 개인들의 자연적 힘의 총화와 같거나 그 이상이 되면, 입법은 이제 도달할 수 있는 최고의 완벽성에 도달하게 된다.
입법자는 국가에서 어느 모로 보나 비상한 인물이다. 이는 행정직도 아니고 주권도 아니다. 이 직무는 국가를 조직constitue하는 것이지만 국가의 구조/헌법constitution 속에 편입되지는 않는다. 이는 인간의 세계와는 전혀 공통되는 것이 없는 특별하고 우월한 기능이다. 사람을 지배하는 자는 법을 지배해서는 안되고, 법을 지배하는 자는 사람을 지배해서는 안 된다. 예컨대 리쿠르구스가 그의 조국에 법을 만들어 주었을 때 가장 먼저 한 일은 왕위를 포기한 일이었고, 대부분 그리스 도시에서는 법의 제정을 외국인에게 의뢰하는 것이 관례였다. 근대 이탈리아 공화국, 제네바 공화국도 마찬가지이다.
그러므로 법을 편찬하는 사람은 결코 입법권을 갖지 않으며 또 가져서도 안 된다. 그리고 인민 자신도 자신의 양도불가능한 권리를 내어줄 수는 없다.
우리는 입법작업에서 양립불가능한 것 같은 두 가지 사실을 동시에 발견한다. 입법은 인간의 능력을 넘어서는 작업이라는 것과 그 작업을 행하기 위해서라면 어떤 권한도 없는 권위자가 요구된다는 것이다. 또한 다른 어려움은 이것이다. 대중의 언어로는 표현할 수 없는 생각들이 너무나 많고 각 개인은 눈앞에 개인적 이익과 일치하는 정부의 계획 외에는 아무 것도 이해하지 못한다는 것이다. 따라서 제도의 결과로 얻어져야 할 사회정신이 그 제도/입법institution의 동기가 되어야 하고, 사람들은 법이 제정되기 이전에 이미 법이 규정하는 이상적 인간이 되어야 할 것이다.
입법자는 힘도 논리도 사용할 수 없으므로, 이 둘이 아닌 다른 질서의 권위에 의존할 수 밖에 없다. 이런 사정으로 인해 어느 시대나 국가의 시조들은 하늘의 도움에 의존해야 했다. 입법자는 일반 대중이 결코 이해할 수 없는 숭고한 국가의 존재 이유를 신들의 결정에 위임함으로써, 인간의 지혜로는 움직일 수 없는 사람들을 신의 권위를 빌어 이끌어가는 것이다. 이 경우 입법자의 위대한 정신이야말로 그의 사명을 실증해줄 참된 기적이다. 헛된 위세는 일시적 유대를 만들고 오직 뛰어난 지혜만이 영구적인 유대를 만든다. 모세의 계율이나 마호메트의 법전 등이 그 예이다. 정치와 종교는 공동의 목적을 갖는 것이 아니다. 다만 국가가 생겨날 때 하나가 다른 것의 도구로 쓰이는 것이다.
8장 인민에 관하여(1)
현명한 입법자instituteur는 법을 만들기 전에 그 법의 대상이 될 인민이 그것을 받들기에 적합한가를 살핀다.(플라톤, 크레타섬의 예) 사람들은 유년기에 온순한 것처럼 인민들도 나이가 들어가면서 점차 완고해진다. 일단 버릇coutumes이 자리잡고 편견이 뿌리를 내리면 이를 개혁하는 것은 매우 위험하고도 부질없는 일이다. 물론 국가의 역사에 있어서도 개인에게서처럼 과거의 기억을 앗아가는 혁명이 가하는 격동기가 없는 것은 아니나, 이는 매우 예외적인 경우이다. 왜냐하면 인민은 야만이었을 동안에는 자신을 자유롭게 만들 수 있지만 시민의 활력이 소모되었을 때는 그렇게 할 수 없기 때문이다. 이때 소요가 인민을 파괴할 수는 있으되 혁명이 재건할 수는 없다. 인간과 마찬가지로 인민의 경우에도 성숙기가 있는만큼 이 시기가 오기를 기다려 그들로 하여금 법을 따르도록 해야 한다.
9장 인민에 관하여(2)
국토는 너무 커도 안 되고 너무 작아도 안 된다. 모든 정치체에도 지나쳐서는 안 되는 힘의 최대가 있어서 그것이 커지다 보면 오히려 그 힘이 약해질 수 있다. 사회적 유대도 그 범위가 확대되면 확대될수록 더욱 약화되며, 소국은 일반적으로 대국보다 더 강하다.
첫째로, 거리가 멀수록 행정관리는 힘들어지며 행정의 계층이 늘어남에 따라 그 비용도 늘어난다. 과중한 지출부담은 백성들을 계속 허덕이게 만들며 비상시에 대처할 예비비는 거의 남지 않게 된다. 둘째로, 정부는 법을 지키게 하고 반란을 방지하는 힘과 신속성이 감퇴하며, 인민은 통치자들이나 조국, 동포들에 대해서 애정이 줄어들게 마련이다. 행정관리들이 국가를 다스리게 되면서 멀리 덜떨어져있는 관리들은 중앙 정부의 권위에서 벗어나게 된다. 요컨대 국가 조직의 규모가 지나치게 비대하면 국가는 쇠약해진다. 또한 모든 인민은 일종의 원심력을 가지고 있어서 그 힘에 의해 끊임없이 상호 적대적으로 작용하고 제 자신을키워가려는 경향이 있다. 이는 데카르트의 와동설tourbillons과도 같다.
지금까지 살펴본 바와 같이 국가를 확대할 이유도 있고 또 축소할 이유도 있다. 이 크고 작은 비율 중 국가의 보존에 가장 유리한 것을 찾아내야 한다. 일반적으로 확대의 이유는 단순히 대외적이고 상대적이므로 대내적이고 절대적인 축소의 이유에 종속되어야 한다. 가장 먼저 추구해야 할 것은 건전하고 강력한 국가 조직이며 광대한 국토가 제공하는 자원보다는 좋은 정부에서 생겨나는 활력에 더 기대를 걸어야 한다.
10자 인민에 관하여(3)
정치체의 크기는 두 가지 방법으로 측정될 수 있다. 하나는 영토의 넓이에 의해서이고 다른 하나는 주민의 수에 의해서이다. 토지가 주민을 부양하기에 충분해야 하고 또 토지가 부양할 수 있을만큼의 주민이 있을 때 적당한 비율이 생겨난다. 토지가 지나치게 넓으면 그것을 지키기 힘들고 경작은 미흡해지며 생산은 과잉상태가 된다. 토지가 지나치게 좁으면 국가는 이웃 국가들에 의존하게 된다. 그 형편이 교역이나 전쟁 중 하나를 선택할 수 밖에 없는 인민은 그 자체로 허약하다. 일정한 수의 인민이 가질 수 있는 힘의 최대치는 바로 이 비율에 의해 구해진다. 이 고정된 비율을 숫자로 표현할 수는 없다. 이는 토질, 비옥도, 기후, 주민의 기질, 출산 능력 등의 차이가 있으며 특별한 경우(산악지방, 해안지대 등)가 있기 때문이다.
국민에게 법을 제정해주는 데는 또 하나의 조건, 인민이 풍요와 평화를 누려야 한다는 조건이 있다. 국가가 형성되는 시기는 가장 약하고 파괴되기 쉬운 순간이며 이런 위기 상황에서 전쟁이나 기근이나 폭동이 일어나면 국가는 전복되고 말 것이기 때문이다.
그렇다면 어떤 인민이 입법의 대상으로 적합한가? 같은 뿌리와 이해관계 혹은 약속의 일치에 의해 결합되어 살면서 아직 법의 속박을 맛보지 않은 인민, 관습coutume이나 미신에 깊이 빠져 있지 않은 인민, 부유하지도 가난하지도 않고 스스로 충족할 수 있는 인민 등이다. 입법 작업에서는 수립해야 할 일보다 파괴할 일이 더 어렵다. 이는 자연의 단순성과 사회의 요구를 결합시키기 매우 어렵기 때문이다. 훌륭하게 구성된 국가는 매우 드물다.
11장 입법의 여러 체계에 관하여
모든 입법체계의 목적이 되어야 할 만인의 최대의 행복은 정확히 자유와 평등이라는 두 개의 주요한 대상으로 귀착한다. 자유가 필요한 것은 모든 개별적 종속dependance particuliere은 그만큼 국가라는 정치체의 힘을 약화시키기 때문이고, 평등이 필요한 것은 평등없이 자유가 존속할 수 없기 때문이다.
평등에 관해 말하자면 이는 권력과 부의 정도가 모든 사람에게 절대적으로 균등하다는 것이 아니다. 권력은 폭력이 될만큼 강대해서도 안 되고 단지 지위나 법에 의해서만 행사되어야 하며, 부는 어떤 시민도 다른 사람을 매수할 수 있을만큼 풍족해도 안 되고 또 자신을 팔아야 할만큼 가난해서도 안 된다. 강자의 편에서는 재산과 세력의 절제가, 약자의 편에서는 탐욕과 선망의 절제가 있어야 한다. 국가가 안정을 가지려면 공공의 이익을 위해서는 공히 위험한 부자도 거지도 없도록 해야 한다. 물론 이러한 평등은 실제로는 불가능한 관념적 공상이라고 말하는 이들도 있다. 그러나 바로 사물의 힘이 항상 평등을 파괴하는 방향으로 나아가는만큼 입법의 힘은 그것을 유지하는 방향으로 나가야한다. 그리고 모든 훌륭한 제도의 일반적인 목표는 각 국가마다 지역적 여건과 주민들의 성격에 따라 수정되어야 할 것이다. 국가를 위해 최선의 것이 될 제도의 특이한 체계를 각 인민에게 설정해주어야 한다. 국가의 구조가 진실로 확고하고 지속적인 것이 되는 것은 모든 것들이 일치됨으로써 자연적 관계와 법이 항상 같은 문제에 대해 힘을 합치고, 법이 자연적 관계를 보장하면서도 나아가 그것을 교정하는 것으로 그칠 때이다.
12장 법의 분류
첫째로 조직체 전체가 그 자신에 대해 행하는 작용, 전체의 전체에 대한 관계 또는 주권자의 국가에 대한 관계를 규정하는 법은 정치법loix politique 또는 근본법이라고 불린다. 물론 이때 인민은 어떤 경우에도, 설령 최선의 것이라 해도 법을 바꿀 권리를 가지고 있다. 루소는 이 책에서의 서술을 이 법에 관해서만 제한한다.
두 번째로 구성원 상호 간의 관계 또는 전체 조직체와의 관계이다. 전자의 경우는 최소의 관계이어야 하고 후자의 경우는 최대의 관계이어야 한다. 그리하여 이 관계로 각 구성원은 모든 구성원에 대해 완전히 독립적인 관계가 되고, 국가에 대해서는 극도의 종속적인 관계가 되도록 해야 한다. 국가의 힘만이 구성원들의 자유를 보장해주기 때문이다. 민법loix civiles은 바로 이 두 번째 관계에서 태어난다.
세 번째 관계로서 인간과 법의 관계, 즉 형에 대한 불복종의 관계를 고려할 수 있다. 이 관계는 형법loix criminelles을 수립하게 되는 원인으로서 이는 다른 법률의 준수를 위한 징벌 규정이다.
네 번째로 가장 중요한 법이 추가된다. 이는 인민의 마음속에 들어있는 것으로, 사실상 국가의 진정한 구조를 이룬다. 이 법은 인민을 그 제도의 정신 가운데 보존하고 부지불식간에 권위의 힘을 습관habitude의 힘으로 대치하는 것이다. 이는 풍습moeurs, 관습coutumes 특히 여론opinion에 대해서인데, 이는 정치가들에게 잘 알려져있지 않은 부분이지만 다른 모든 부분의 성공은 여기에 달려있다. 풍습이야말로 형성에는 보다 긴 시간이 걸리지만 여타의 법을 확고히 지탱하는 역할을 하는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