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사설]한·미 FTA 근본적 재검토 필요하다 |
| 입력: 2008년 05월 17일 00:37:22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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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13, 14일 열린 국회 한·미 자유무역협정(FTA) 청문회는 사실상 ‘쇠고기 청문회’였다. FTA의 조기 비준을 위해 양국 정상회담 일정에 맞춰 타결한 쇠고기 협상이 얼마나 부실한 것인지 드러났기 때문이다. 정부·여당은 한·미 FTA와 쇠고기 문제가 별개라며 둘을 연계하지 말 것을 주장하지만 설득력이 없다. 애당초 미국은 쇠고기 시장 개방을 FTA 협상의 전제조건으로 요구해왔다. 이에 따른 협상에서 섣불리 검역주권을 내준 데 대한 여론이 들끓었다. 이렇듯 밀접하게 연결된 양자가 무관하다는 주장은 억지일 수밖에 없다.
FTA 비준 동의가 야당의 비협조로 어렵게 되자 정부·여당은 다급해졌다. 한나라당 안상수 원내대표는 국회의장에게 본회의 직권상정을 요구하겠다고 밝혔다. 강만수 기획재정부 장관은 한·미 FTA 발효가 1년간 연기되면 15조원의 손실이 예상된다며 비준 동의를 촉구했다. 또 많은 신문들이 17대 국회가 열흘도 안 남았다며 FTA·쇠고기 연계 불가론을 펴고 있다.
그러나 냉정해질 필요가 있다. 우리는 처음부터 한·미 FTA 반대 입장을 견지해왔다. 그 이유는 많다. 가령 FTA가 최종 비준되면 광우병특별법 같은 것이 제정되더라도 투자자·국가소송제 때문에 의미가 없어지게 된다. 한신대 이해영 교수에 따르면 여러 의미에서 한·미 FTA는 자유무역협정이라기보다 포괄적 경제통합 협정이다. 한·미간의 쇠고기 수입위생조건 협정은 FTA의 하위 개념인 양해각서에 불과한 데다 그 범주도 비교할 바 없이 작은 것이다. 그런데 이 협상 과정에서조차 ‘번역 실수’ 등 어처구니없는 일들이 벌어졌다. 협상력 부족, 그리고 본질적으로 저자세를 드러냈다.
우리는 여야가 정략적으로 ‘FTA로 쇠고기를 덮는 것’이나 ‘쇠고기로 FTA를 덮는 것’을 모두 반대한다. 지금 명심할 것은 이 나라 통상주권의 장래다. 설사 한나라당과 통합민주당이 쇠고기 재협상에 합의한다 하더라도 그것이 FTA 비준과 연계된 ‘공모’여서는 곤란하다. FTA 비준 문제는 다음 국회에서 국정조사나 ‘축조청문회’ 등을 통해 처음부터, 치밀하게 재검토해야 한다. |
경향신문 사설
http://news.khan.co.kr/kh_news/khan_art_view.html?artid=200805170037225&code=990101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