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람을 보았지요



언젠가 산길을 걷다가
바람을 본 적이 있습니다.
하지만 바람, 그 자체로서 그를 본 것은
아니었습니다. 길섶에 우뚝 선 나뭇잎이 살랑대거나
목이 긴 원추리가 흔들거리는 것을 통해 비로소 바람을
보았던 것이지요. 땀으로 젖은 내 살갗에 바람이
닿았을 때 이윽고 그가 바람이 되었듯이 사람
또한 다르지 않습니다. 나 이외의 또 다른
사람이 있어야만 그제야 나의 모습이
보이는 것이겠지요.


- 이지누의《우연히 만나 새로 사귄 풍경》중에서-


* 사람도 바람입니다.
때론 솜털처럼, 때론 태풍처럼 불어와
살갗을 건들고 마음을 흔드는 당신이 나의 바람입니다.
당신을 통해 사랑을 배웠고 아픔과 그리움을 알았습니다.
당신이 내게 불어와 비로소 내가 나를 알게 되었습니다.
당신은 바람입니다. 무시로 나를 흔들어 떨게 하는
모진 마력의 바람입니다.

묵은 메일을 정리하다  예전에 그림이 너무 좋아 안 지우고 보관하고 있던 고도원의 편지를 보았다.

파란 하늘과 끝간데없이 우뚝 솟아있는 나무가 너무나도 선명하게 드러나있는 파랗다 못해 시퍼런 그림..

작년 5월6일 .. 문득 아련해지는 그때 당시의 그 느낌과 내가 처해있던 상황들이 떠오른다.

1년이 훌쩍지난 2006년 8월23일 오늘은.... 처서란다..

 

올해 여름은 왜 이다지도 길게만 느껴졌는지..

여름이 이렇게 힘겹게 느껴지는것도 첨 일이었던것 같다..

서늘한 가을 바람을 타고 내 마음도 다시 초연해졌음 하는 소망 하나 가져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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