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지막 춤은 나와 함께
은희경 지음 / 문학동네 / 1998년 11월
평점 :
구판절판


새의 선물을 참 재미있게 봤었다. 원래 성장소설류를 무지 좋아하기도 한데다 , 처음 접해보는 은희경님의 글솜씨가 너무나도 찬란해서 한동안 책에 얼굴 파묻고 얼마나 재미있게 봤었는지, 늦게까지 책을 펴놓고 오랜만에 독서삼매경에 빠져있었던 기억이 난다. 이 책은 그 책의 주인공 강진희가 (새의 선물에서는 12세 어린이로 나온다) 30대 후반이 되어서 하는 색다른 사랑이야기이다.. 사랑이야기라고는 하지만 그리 낭만적이진 않다 . 우선 사랑하는 사람이 3명이다. 거기엔 부적절한 관계인 유부남도 있고, 전남편도 있다(전남편이 책에 등장하진 않는다.),  그나마 제일 평이한 관계라고 할 수 있는 남자에겐 강진희가 많이 삐거덕댄다.사랑하긴 하지만 언제든지 떠날수 있는 프리한 관계라고 그녀는 항상 얘기하고 그를 대한다. 그렇다고 해서 그녀가 그들 셋을 사랑하지 않는 건 아니다. 위험부담을 안기엔 그녀의 상처가 너무  많아서일까 , 아님 나이 먹음에서 오는 현명함이 그를 위험하고 언제 끝날지도 모르는 사랑에게만 목매달지 말라고 그러는 것일까..서른이 아직 오지 않았고 , 아직은 사랑에 환상을 가진 나로서는 그의 사랑이 슬프게만 보인다

사랑하는 사람을 연거푸 떠나보내고, 때론 아이도 떠나보내는 시련을 겪는 그녀의 모습이 너무나도 담담하다. 그래 어차피 생 이란게 그런 것들의 연속이고 잘됐든 못됐든 다시 뚜벅뚜벅 걸어가야 하니까.. 그런데다 원래 강진희는 너무나도 조숙하고 담담한 여인의 기질을 가지고 있었다(새의 선물에서 어린이 강진희를 떠올려보면 얼추 어른 강진희의 모습이 이해가 된다)..

하지만 하나 이해되는건 ..슬픔도 힘이 된다는 것이다. 사람은 너무나도 약삭빨라서 어떠한 상황이 와도 그 상황에 맞는 최선의 것들을 각자의 힘만큼 받아들이고 대처해나간다. 오죽하면 내가 견딜수 있는 어려움만 찾아온다는 말이 나올까.. 지나고 보면 나도 그랬다. 그땐 힘들었지만 나또한 그 상황을 이겨내고 지금 이렇게 살아가고 있다.. 한 10년쯤 뒤에 다시 이 책을 보게 되면 무슨 느낌일까.. 사람은 안 변한다고 믿는 나지만 20대의 감성과 30대의 감성이 분명 다를거라는 생각은 든다. 조금더 약삭빨라진 가슴으로 이 책을 대하게 되진 않을까..그래서 주인공 강진희의 사랑이 점점 나의 사랑과 비슷해져있지는 않을까 ..남을 진정으로 사랑하는게 가능한 것일까.. 사랑에 목매달던 사람들도 되돌아서면 시간이 지나면 아무일도 없었다는듯이 얼굴에 철판을 깔고 다른 사람을 보며 또다시 사랑을 이야기하니까..아무튼 뭐가 진짠지 정말정말  모르겠다.예나 지금이나 사랑은 나에게는 너무 어렵다..

책 읽는 내내 그런 생각을 했다 ...담담한듯 빛나는 은희경님 글솜씨가 맘에 든다..그녀의 책들을 하나씩 사 봐야겠다라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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