과학으로 세상 바라보기.

내 DNA를 가지고 대체 뭘 하려는 거지? - 너무나 도발적인, 그러나 너무나 인간적인 천재 과학자 7인의 이야기
데이비드 E. 던컨 지음, 김소정 옮김 / 황금부엉이 / 2006년 5월

초반에 이런말이 나온다. "과학 용어를 익히는 일은 포도주를 마시는 일과 같다. 처음에는 너무 써서 마시기 어렵지만 일단 입에 익으면 감미롭게 느껴진다". 사실대로 말하면 감미롭게 느껴지기엔 약간의 무리가 있는듯하지만.. 책을 읽으면서 조금씩 알아가는 것들이 참으로 고마운 지식이라는 생각은 들었다. 그러고 보니 나의 독서경향은 참 편향되었던것 같다. 한번도 이런류의 책을 본적이 없었다. 다행히도 생각했던 것보담 나의 흥미를 자극했고, 과학관련 서적을 읽을 기회가 생기면 주저하지 않고 봐야겠단 생각이 들었다.

이 책을 보지 않았으면 어쩜 영원히 관심두지 않았을수도 있겠다는 생각이 든다. 생물학 하면 그저 외우는 거라는 인식밖에 없던 나였기 때문에...너무나도 열정적인 그들을 보니 또다른 세계를 보는듯 흥미로웠다. 이책은 단순히 과학지식을 열거하는 책은 아니다. 그래서 생소한 용어들때문에 어렵기도 했지만, 새로운 인물들을 한명한명 알아가면서 끝까지 읽어나갈수 있는 원동력이 되기도 했다. 처음 들어보는 이름의 과학자들은 한명 한명 너무나도 뚜렷한 개성을 지닌 인물들이었고, 너무나도 매력적인 한 인간들이었다. 저자가 쓴 글중에 이런 말들이 나온다. 보통 과학용어에 대한 말들은 주변에서 잘 들리는데 과학자들에 대한 얘기를 도통 하지들 않는다고. 하지만 현대과학을 이끌어가는 그들의 사상과 행동을 주시하는 것들이 어쩜 우리의 미래를 좌지우지 할지도 모르는 중요한 것이라는 생각은 잘 하질 못한다고...

이 책은 독자가 다가서기 쉽게 신화의 주인공들을 내세워 과학자들과 연결을 시켜놓았다. 당뇨병을 앓고 있는 자신의 두 아이때문에 줄기세포연구의 길로 들어선 '더글러스 멜튼' 박사는 인류에게 불을 가져다준 프로메테우스를 연상케 하고, 인류의 수명을 연장시키는 유전자연구를 하는  '신시아 케년' 박사는  뱀의 유혹에 넘어가 선악과를 따먹은  미지의 용기를 감행한 이브를 떠올리게 하고, 뛰어난 조직력과 상대를 감화시키는 탁월한 능력을 지닌 '프랜시스 콜린스' 박사는 신앙을 전파하기 위해 열렬히 싸운 사도 바울을 떠올리게 한다. 날 가장 많이 웃게 만든 '크레이그 벤터' 박사는  파우스트를 제우스신을 닮은 제임스 왓슨(그가 얼마나 독선적인 왕역할을 하는지 상상이 가시는가)박사, 악동같은 '시드니 브레너' 박사, 그리고 현대과학의 위험성을 주장하고 나선 현대판 모세 '폴 버그' 박사.. 모두들 현대과학에선 빼놓을수 없는 업적을 가진 사람들이다.

자 그럼 대체 이 사람들은 DNA를 가지고 뭘 할려고 평생을 열정적으로 연구에 매진할까? 분명한 것은 자신의 안위만을 위한건 절대 아니란 것과, 그 모든것이 인류를 향한 것이라는 것이다. 우리의 기초가 되는 학문이기에 그래서 더욱더 이 분들이 책임감을 가지고 연구에 임해주길 바란다. 나 또한 작가가 의도하던 바대로 과학을 총체적으로 바라보면서 감동하고 두려워하기도 하면서 모르는거 서서히 알아가는 연습을 해야겠단 생각이 든다.그리고 용어공부도 좀 해야겠다. 재조합 DNA , 염기서열, 게놈, 유전자, 생화학, 숙주, 분자생물학, 복제, 클론, 줄기세포 우생학등등, ........ 최소한 논쟁의 본질은 알아야 하지 않을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