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
비구니 산사 가는 길
이기와 지음, 김홍희 사진 / 노마드북스 / 2006년 5월
평점 :
품절
나의 일터 뒷편에 "화성사"라고 절이 하나 있다. 덕분에 목탁 두드리며 불경 외는 소리를 가끔씩 듣기도 하고 부처님 오신날을 비롯해 각종 행사땐 떡이며 먹을거리를 얻어먹기도 하는 혜택을 누리기도 한다 . 가끔씩은 절 처마끝에 걸려있는 구름 한조각을 하염엾이 바라볼수 있는 영광을 누리기도 하고, 사계절이 바뀔때마다 절 마당에 피어있는 수많은 꽃들을 구경 하면서 계절의 변화를 만끽하기도 한다...(뒤는게 깨달은 좋은 풍경이다.왜 평상시에는 잘 몰랐을까 싶어 어리석은 내모습이다). 그곳엔 나의 이목을 끄는 한 비구니스님이 계시는데 앳된 모습이 아주 인상적인 분이다(20대 중반쯤 되었을까). 게다가 얼굴도 아주 곱고 목소리도 아주 낭낭해서 평소에 말 한번 걸어봤으면 하는 생각만 하고 있는 터이다(북쪽지역 말투 같은데 그 말투로 인해서 나의 상상력은 더욱더 날개를 달았다) . 관심이 가니 자연스레 의문이 생기면서 나 또한 "무슨 사연을 지닌분일까?" 이런 속세의 궁금증이 생겼는데, 생각해보니 이 책에 나오는 것처럼 나 또한 선입견을 가지고 그들을 봤구나란 생각에 쓴웃음이 난다, 나로 말할것 같으면 아직 절이라곤 이 책에 나오는 청도 운문사 몇번 다녀봤을 정도로 문외한이지만 평상시에 그곳에서 풍기는 고즈넉한 향기와 사색하는듯한 모습을 항상 동경해오고 있던터, 이 책이 나에게 주어진게 얼마나 고맙고 감사한지 ..게다가 책 곳곳에 펼쳐진 풍경사진이며 소소한 절의 분위기가 나는 사진들은 나를 더욱더 흡족하게 만들어주었다.
책 읽고나니 가방 하나 훌쩍 둘러매고 이산 저산 여행을 가고싶어졌다. "아무 생각 없이 주무세요"라는 평화로운 편지 한장 건네주는 울산 가지산에 있다던 석남사도 가보고 싶고, 도롱뇽서식지를 살리려는 지율 스님이 생각 나서 양산에 천성산 내원사도 가고싶다. 언제나 나에게 그리움을 안겨주는 청도 운문사도 수시로 사시사철 가서 위안 받고 돌아오고 싶은곳이고, 7년간 절살림을 알뜰히 해오신 당진 상왕산 영탑사 주지스님과 총무스님의 하나된 삶의 모습도 훔쳐보고싶고(그 영험하다던 보물 409호 금동삼존불상도 보고싶다..ㅎㅎ), 예산 덕숭산 견성암의 우여곡절 많은 세월을 가지신 혜봉스님의 얼굴도 보고싶다.
하지만 문득 생각해보니 여행 가고 싶어하는 나의 마음또한 욕심에서 비롯된 것일 것이다. 좋은풍경 보고 싶어하는 욕심, 삶의 고민에서 한발짝 도피하고 싶은 욕심, 일 안하고 땡가땡가 놀고 싶어하는 욕심....속세의 여자들은 가진 것이 너무 많아 가진 것만큼 고민에 묻혀 산다고 지은이가 말했는데 딱인 말이다. 죽은 뒤 가져갈 수 없는 것은 축적하지 말라고 했다던데.....
낙엽 지는 은행나무 밑에서
노랗게 생각을 문들여 볼 여유가 없다면
그것이 어찌 삶이라고 할 수 있겠는가
높은 언덕에 올라가
먼발치의 세상을 물끄러미 내려다보는
염소처럼 태연함이 없다면
그것이 어찌 삶이라고 할 수 있겠는가
비가 오는 날
중극집 담벼락 밑에서 떨고 있는 고양이에게
눈길 한 번 주는 연민이 없다면
그것이 어찌 삶이라고 할 수 있겠는가
책 곳곳에 쓰여져있는 시구절들은 나를 더욱더 즐겁게 해주었다. 삶의 성찰이 묻어나는 그 시구절들이 어쩌면 구구절절이 쓰여져 있는 문장보다 더더욱 절실하게 느껴지곤 했으니까... 책 읽고나니 절문화에 대해서 공부 하면 좋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알듯모를듯 절 용어들과 수많은 산천에 곳곳에 퍼져있는 절들의 유래와 사시사철 아름다울 그 곳들 사진을 찍고 싶단 생각도 들었다. 다행히 나는 산을 좋아해서 절을 드나들 기회가 앞으로도 많을 것이다. (참 다행스럽다..산을 다니며 느끼게 되는데 산마다 느낌이 다르다. 절도 그 산을 닮아서 각기 새로운 빛깔의 모습들이 참으로 기대된다).
사실 얼마전에 운문사를 다녀왔었다.운문사는 10년동안 대여섯번 정도 가봤었는데 갈때마다 새로운 그리움을 던져주는 곳이다. 나이는 먹을대로 먹었지만 아직 여행이라곤 손가락안에 꼽힐 정도로 가본적이 없는 나기에 운문사가 대구에서 가까운 청도에 있다는 사실이 너무나도 고마운 일이다. 책에는 언급이 없었지만 운문사 주차장에서 경내로 들어가기 전까지 20분가량 솔밭길이 있다. 거기서 풍기는 향기가 얼마나 향긋한지 생각만해도 기분이 좋다(초저녁 해가 어스름질때 그 향기가 예전 추억과 함께 생각이 난다..아 그리워라...) 평소에 걷기를 좋아하지 않는 사람은 차를 몰고도 들어갈수 있지만 , 상쾌한 산책길이기에 주차장에 차를 대고 천천히 자연을 음미하면서 운문사에 가보시길...겨울 운문사가 제일 아름답다던데 나도 아직 가보진 못했다. 그리고 운문사 하면 빼놓을수 없는 새벽예불도 꼭 만나보시길...
나의 흥미를 끄는 그 앳된스님을 만나면 무슨말을 건너볼까. 고향이 어디냐고 물어봐야하나? 아님 나이가 어떻게 되냐고 물어봐야 하나..아직까진 말 건네는게 어렵다. 하지만 책에서도 드러나듯 그들도 한때는 속세의 사람이었거늘... 내 두려움도 결국은 내 마음속에서 벌어지고 있는 과대망상인것을...
너는 부처해라.
나는 중생 할 테니
간다 간다 하지만 그 자리이며
도달했다 도달했다 하지만
그 자리인 것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