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출처 : balmas > [퍼온글] [경향신문] 韓·美 FTA를 바라보는 3가지 우려

경향신문에 괜찮은 한미 FTA 분석 기사가 실렸다. 일단 고등학교 참고서 식으로 현 한미 FTA의 문제를 세 가지로 딱 집어 주고 있다. 눈에 띄는 것은 전경련 자료에 기초해 작성되어 있는 두 번째 표 이다. 사회후생효과나 산업생산효과에서 다른 나라와의 FTA 체결에 비해 별로 이득이 될 것이 없는 미국과의 FTA 체결을 서두르는 이유는 무엇인가... 어떤 칼럼들을 집어 넣어야 정부의 의도를 이해해줄 수 있을까? 시장선점효과? 아니면, FTA 밖에서 떡고물을 찾아야 하는 걸까? 전시작전권 환수? 단기 방문 비자 면제? 그냥 이런저런 고민하지 말고, 정권이 국민들의 삶을 볼모로 자본에 놀아나고 있다고 간단히 볼 수 있나?

 

韓·美 FTA를 바라보는 3가지 우려
한국이 왜 미국에 시장을 완전개방해야 하는지에 관한 사회적 합의는 없었다. 그런데도 한국정부는 무언가에 쫓기듯 벌써 한·미 자유무역협정(FTA)을 시작했다. 정부가 주장하는 대로 한·미 FTA에 한국경제의 미래, 한국인 전체 삶의 문제가 걸려 있다면 한·미 FTA 문제를 좀더 진지하게 논의하고 토론하는 충분한 시간을 가져야 한다. ‘왜 한·미 FTA인가’라는 의문을 풀어주지도 못한 정부가 협상부터 하고 보자는 식으로 섣부른 자세를 보이는 것에 대해 국민은 불안한 시선을 보내고 있다. 여전히 풀리지 않는 한·미 FTA의 문제점이 무엇인지 정리해본다.

-서비스분야 종속심화 우려-


정부는 ‘FTA=개방’이며 ‘개방=경제성장을 위해 돌이킬 수 없는 대세’라는 논리를 펴고 있다. 정부는 FTA가 체결될 경우 4년 이후 미국의 대한수출이 54%, 한국의 대미수출이 21% 증가하며 수출산업에 큰 효과를 낳을 것이라고 보고 있다. 그러나 문제는 개방이냐, 쇄국이냐의 문제가 아니다. 국내 시장은 상당 부분 개방되어 있기 때문이다. 개방의 불가피성을 부인하는 이도 드물다. 이해영 한신대 교수는 “몇몇 대세에 지장 없는 부문을 제외하고 한국의 자본시장은 사실 완전히 개방됐으며 상품시장 역시 미풍양속을 해치거나 공공질서 유지에 해가 되는 상품을 제외하면 수출입이 불가능한 상품이 없다”고 말했다. 현재 개방되지 않은 농업 부문과 일부 서비스 부문에 대한 개방은 경제논리 이외의 변수가 개재돼 있어 좀더 신중한 판단이 필요하다는 지적이다.

산업연구원의 정준호 연구원도 “서비스 시장의 경우도 시장접근이란 측면에서 개방은 어느 정도 완료됐다”면서 “세계 최대의 서비스 경쟁력을 갖는 미국과의 FTA를 통한 극약처방식 충격으로 경쟁력을 얻을 수 있으리라는 낙관의 논거가 충분한지 신중한 점검이 필요하다”고 주장했다. 대외경제정책연구원의 김양희 연구원은 “FTA의 궁극적 목표가 경제 선진화라면 1997년 이후 한국은 자의반 타의반 글로벌 스탠더드를 도입하며 양극화 심화라는 값비싼 대가를 치렀다”면서 “그것만으로 부족하다는 것인가”라고 지적했다.

-영화·쇠고기 등 미리 양보-

의료, 금융 서비스 등을 중심으로 대미종속이 심화되고 한·미동맹이 동북아 협력과 조화되지 못할 것이라는 우려도 높다.

정부는 아직 협상의 여지가 남아 있다고 하지만 이미 승부는 판가름났다는 목소리가 높다. 전창환 한신대 교수는 “한국이든, 싱가포르든, 호주든 미국과 체결하는 FTA는 본질적으로 비대칭적”이라고 말했다. 미국은 상대국에 농산물 시장, 금융서비스, 의료 등에 대한 포괄적인 시장접근을 요구하지만 자국에 민감한 산업부문은 관련 원산지 규정 등에 의해 선별적인 시장접근 일정을 얼마든지 제시할 수 있는 우월한 입장에 있다는 말이다.

이해영 교수도 “(한·미 FTA 체결에 앞서) 스크린쿼터 축소와 미국산 쇠고기 수입 허용이 이뤄지는 등 주요 현안에 대해 이미 현 정부가 양보해 협상은 시작도 하기 전에 끝났다”고 말했다. 중·일을 제쳐놓고 미국과 먼저 FTA를 체결하는 것이 동북아 평화와 협력이란 외교정책과 조화를 이룰 수 있는지도 의문이다. 전경련이 2004년 11월 내놓은 ‘이슈페이퍼’에 따르면 한·중 FTA가 체결되면 산업생산이 27.75% 늘어나는 데 반해 한·미 FTA가 체결되면 27.37% 감소한다.

이남주 성공회대 교수는 “한·미 FTA는 동아시아에서의 협력보다 균열을 초래할 가능성이 높다”면서 “동아시아 차원의 지역협력을 강화해 미국의 FTA 모델에 맞서는 것이 순리”라고 주장했다. 백낙청 서울대 명예교수도 “한국 협상단이 미국의 전략적 구상을 뒤엎고 동북아 균형자 역할이나 남북한 화해협력 진전에 알맞은 만큼의 안보강화를 얻어낼 수 있다고 보지 않는다”고 말했다.

-세계화 부작용 ‘격차’더 커져

정부는 한·미 FTA가 사회 양극화 해소에 도움이 된다고 주장한다. 그러나 이는 너무 취약한 논리로 지적되고 있다. 최장집 고려대 교수는 최근 저서에서 “한·미 FTA가 사회 양극화 해소는커녕 더욱 악화시킬 것”이라고 우려했다. 미국에 개방할 지식기반 서비스 시장의 경우 한·미간 격차가 워낙 심해 한국의 개방업종은 미국에 위계적으로 통합될 가능성이 높고 설사 서비스 산업이 선진화되더라도 서비스 산업 일부 분야가 경제 전체에 파급효과를 낼지도 의문스럽다는 이유다.

FTA 협상이 엎질러진 물이라면 사회복지정책의 정비를 서두를 것을 촉구하고 있다. 이남주 교수는 “국내적으로 개방은 복지정책 정비 및 사회안전망 구축과 함께 추진돼야 한다”며 “장기적으로 복지, 민주주의, 지역협력과 평화에 기여할 수 있는 지속가능한 개방전략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백낙청 교수는 “협상을 일단 오래 끌고 볼 일”이라며 사태의 긴박함을 호소했다.

〈손제민기자 jeje17@kyunghyang.com〉

댓글(0) 먼댓글(0) 좋아요(0)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