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학생 기자단]"뱃 속 아기가 저의 진정성을 말해줍니다"
서울 강북구 미아동에 거주하는 최선(33) 씨는 임신 8개월째에 접어든 임산부이다. 다른 이들은 한창 태교에만 신경 쓸 시기지만 그에게 있어 여유로운 태교는 꿈만 같은 이야기.
최씨는 새벽같이 일어나 수많은 사람들을 만나고 자신의 명함을 돌린다. 때로는 사람들을 향해 확성기를 부여잡고 일장 연설을 해야 할 때도 있다. 그는 만삭의 몸을 이끌고 이번 지방선거에 출사표를 던진 구 의원(민주노동당, 강북구 다선거구) 후보다.
지난 20일 강북구 미아동에 위치한 선거사무실을 찾아 산모복을 입고 유세 활동에 바쁜 최 후보를 만났다.
임신 중 출마한 이유를 묻는 첫 질문에 그는 대뜸 “정면 돌파를 위해서”라고 답한다. 작년 9월 수유동의 한 어린이집에서 일명 ‘꿀꿀이죽 사건’ 이 터진 후부터 '보육조례 개정운동'에 참여해 왔다. 이러한 활동을 통해 ‘출산을 장려하는 국가가 정작 아이가 태어난 후에는 얼마나 무관심 한가’를 깨닫게 되었다고 한다.
최 후보가 지방선거 출마를 결심한 것도 이 무렵. 그러나 작년 말 첫 아이를 갖게 되자 고민에 빠진다. “임신 전 운동에 참여 할 때는 관찰자의 입장이었지만 아이를 갖게 되자 문제의식을 더욱 뼈저리게 느끼게 되었습니다. 임신을 통해 저의 주장에 진실성이 실리게 된 상황에서 출마를 피할 수는 없었습니다. 정면 돌파한다는 심정이었죠.”
산모임에도 불구하고 그의 출마선언에 대해 가족의 반대는 없었다. 열아홉 살 때부터 친구였던 남편은 그의 선택을 존중해 주었고 시부모님의 경우도 선거 출마를 ‘직업의 하나’로 인정해 주었다. 친정어머니는 학창시절부터 언제나 든든한 그의 후원자였다. "현재 유세차량으로 쓰고 있는 트럭도 시아버지께서 빌려주신 것”이라고 그가 귀뜸 한다.
“유권자 한명 한명과 직접 대화하는 것이 가장 중요하다”고 강조하는 그는 유세활동을 위해 하루 6시간의 강행군을 펼치고 있다. 산모의 몸으로는 만만치 않은 일정이다. 갈수록 몸이 무거워져 매일같이 나가던 새벽 유세도 이틀에 한 번 꼴로 줄였다고 한다.“힘들다고 느껴지면 주변 미용실 등을 찾아가 무조건 앉습니다. 물 한잔 얻어 마시고 나면 또 힘이 나지요.”
만삭의 몸으로 유세현장을 누비는 그를 바라보는 유권자들의 반응은 다양하다.‘아기나 잘 키울 것이지’라며 곱지 않게 보는 시선도 있는 반면 또래 여성들은 ‘용감하다’며 많은 격려를 보내준다. “여성 총리도 탄생했지만 사람들은 가까운 생활 속에서의 여성 정치인은 본적이 없었죠. 여성들은 임신이라는 똑같은 경험을 겪은 선배로서 저의 말에 공감하고 지지를 보내줍니다.”
'천 기저귀 무상 대여, 세탁, 배달 제도’는 임산부 후보인 그가 자신 있게 제시하는 공약 중 하나. 원하는 부모에게 천 기저귀를 무상으로 공급하고 노인 및 저소득 층을 고용해 세탁 및 배달을 맡김으로써 유아건강, 보육지원, 환경보호, 일자리 창출 등의 효과를 동시에 달성 할 수 있다는 것이 그의 설명이다.
후보자에게 당선보다 더욱 중요한 것은 당선 후일 터. 당선 될 경우 의정 활동 중 출산으로 인해 찾아 올 공백기에 대한 대책을 물었다. 그의 대답은 간결했다.
“의정 활동에 있어서 단순히 ‘오랜 시간을 일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생각지 않습니다. 중요한 것은 ‘주어진 예산을 얼마나 꼼꼼하게 쓸 것인가’에 대한 마인드입니다. 당당히 유급휴가를 요구할 겁니다. 제가 주장하는 모성보호의 기본이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