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쿠키 사회] “전쟁때 한발을 잃었지만 끝까지 완주, 통일 이후 고향인 황해도를 달리는 희망을 이어가고 싶었습니다”

한국전쟁에서 오른발을 잃은 팔순의 노병이 제4회 경기마라톤대회에 목발을 짚고 감동의 레이스를 펼쳐 1만명의 마라토너는 물론 거리의 시민들로부터 뜨거운 박수 갈채를 받았다.

석촌호수 거북’이 소속 차춘성씨(80·송파구 석촌동). 차씨는 한국전쟁 당시 1사단에 배속돼 서부전선 고양 숫돌고개전투에 참전 중 박격포 파편에 맞아 오른쪽 다리를 잃었다.

고향인 황해도에서 8살때 서울로 내려와 한국전쟁 발발과 동시에 군에 입대한 뒤 이듬해 치열한 전투에서 부상을 입고 한평생을 한쪽 다리로 살아 온 것.

이처럼 불편한 몸이지만 차씨가 그동안 각종 마라톤대회에 참가한 횟수만 무려 330회가 넘고 달린 거리도 3천㎞를 넘어섰다.

지난 82년 송파구 석촌동 일대로 이사를 오면서 석촌호수 주변을 뛰다가 당시 송파마라톤연합회의 창단 멤버인 권병호씨의 권유로 마라톤대회에 참가하게 된 차씨는 24년 동안 5㎞와 10㎞ 코스를 번갈아 가며 도전해 왔다.

비가오나 눈이 오나 새벽 3∼4시가 되면 석촌호수를 찾아 8자형 2.5㎞의 코스를 4바퀴씩 10㎞를 매일 달리고 있는 있는 차씨는 정상인들에 비해 속도는 다소 느리지만 이번 대회 5㎞를 포함, 그동안 참가한 대회 모두 결승점까지 쉬지 않고 달렸다.

일본에서 도자기의 재료로 사용되는 동물의 각종 뼈를 수거해 수출하면서 4남매를 모두 대학까지 보내고 남부럽지 않게 성장시킨 차씨는 지난해 막내를 위암으로 저세상으로 먼저 보낸 뒤 마라톤과 사이클 등 신체를 단련하는데 보다 많은 정열을 쏟고 있다.

한겨울 용평스키장에서 팬티 한장만 입고 목발에 아이젠과 같이 톱니를 달아 알몸 레이스를 펼쳤던 것이 가장 기억에 남는 대회라는 차씨는 “이번 대회는 지인들의 만류로 5㎞를 완주했지만 영 달린 것 같지 않아 서운 하다”며 노익장을 과시했다.

차씨는 또 “지속적인 훈련을 통해 20년전보다 더 활기차고 건강한 몸을 유지하겠다”며 “체력이 뒷받침되는 한 계속 레이스를 펼쳐 풀코스 완주와 함께 통일이 되면 고향인 황해도 연백까지 힘차게 달리고 싶다”고 말했다. 국민일보 쿠키뉴스 제휴사/경기일보 특별취재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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