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아무리 생각해도 왜 사람들이 비름 같은 팔방미인을 제쳐 놓고 배추 따위를 중히 여기는지 이해할 수가 없다. 그것들은 단지 여러 가지로 요리해서 먹기만 할 뿐 비름과 같은 다양한 약효가 있기나 한가? 우리가 즐겨 먹는 대부분의 야채가 그렇다. 그것들은 오랜 세월에 걸쳐 사람에 의해서 인위적으로 재배되는 동안 자연에 대한 적응력이 상당히 저하돼 버렸고, 또 그렇기 때문에 천지 기운을 흡수 소화할 수 있는 능력도 떨어지게 되고 말았다. 그것들은 인간의 입맛에 맞게 인공적으로 길들여진 식물들이다. 우리가 식탁 위의 자연주의를 부르짖는 것은 무슨 색다른 맛을 추구하고자 하는 것이 아니다. 지나친 인공적 조작에 의해 잃어버린 자연 그대로의 입맛을 되찾자는 것이다. 그렇게 함으로써 자연과의 합일에 한 걸음 더 나아가자는 것이지.

 

기존의 야채에 길들여진 사람들은 야생초의 풀 냄새가 역겹게 느껴질 수도 있다. 싱싱하게 무쳐 낸 야생초의 냄새를 맡아 보고는 어쩌면 야만의 시대를 떠올릴지도 모르겠다. 아마 그럴 거다. 우리의 먼 조상들은 그런 풀들을 뜯어 먹고 살았다. 문명이란 그 풀 냄새를 점차로 지워 없앤 역사라고 할 수 있다. 야채가 그것이지. 야생의 풀 냄새를 제거하고 인간의 미각─작위(作爲)로서의 문명의 변천에 따라 함께 변해 온─에 맞추어 특정한 맛만을 선택하여 육종, 발전시킨 것이 오늘의 야채이다. 우리 인간은 자신의 얄팍한 입맛을 위하여 원래의 야채가 가지고 있던 여러 가지 영양소와 맛을 제거해 버리고 특정의 맛과 영양소만을 취하게 된 것이다. 그래 놓고 요리할 땐 그 위에 갖은 양념을 다 뿌리고 또 영양을 보충한다고 각종 비타민제를 따로 먹고 있다. 우습지 않니? 이것이 문명이다. 요소를 분리해서 자기가 필요한 것만 골라 먹겠다는 것인데, 어떻게 보면 대단히 합리적으로 보이지만 실은 하나는 알고 둘은 모르는 격이다. 이 세상은 단순히 요소의 합이 아니거든. 각 요소들은 전체 속에 있을 때에라야 비로소 제 가치를 온전히 지닐 수 있는 것이다. 전체와 분리된 요소는 제한적인 가치를 지닐 수밖에 없다. 채소는 채소를 둘러싼 생태계와 온전히 결합되어 있어야 하고, 그 채소를 먹을 때에도 요소로 나누어서는 안 된다. 그렇기 때문에 자연식주의자들은 되도록 전체식(全體食)을 권장하는 것이다. 머리부터 뿌리까지 전체를 통째로 먹어야 한다는 것이지.

 

야채와 달리 야생초는 자연상태에서 섭취한 영양소와 천지 기운을 고스란히 간직하고 있다. 때문에 야생초를 먹게 되면 따로 영양제나 비타민제 따위를 먹을 필요가 없다. 어디 영양소뿐인가? 야생초에는 제대로 밝혀지지 않은 온갖 약효가 들어 있어서 먹으면 자기도 모르게 건강해진단다. 야생초를 먹기 위해서는 먼저 자기 자신을 정화할 필요가 있다. 코카콜라 따위에 찌들은 입맛으로는 결코 야생초와 친해질 수가 없다. 요즘 나라 여기저기에서 자연환경을 되살리자는 소리가 드높은데, 어째 우리 본래의 입맛을 되살리자는 소리는 안 들리는지?

 

TV를 보지 않기도 하거니와, TV에서 한 번 떠들어대면 곧장 전국을 휩쓰는 베스트셀러로 떠오르는 현실이 못마땅하기도 하여 그간 TV에서 소개된 책들에는 관심을 두지 않았다. 돌바람님께서 다 읽으신 책을 내놓으신다하여 낼름 받았는데, 이거 꽤 재밌네. TV에서 소개되지 않았다면 거의 주목받지 못했을 법하다. 교도소 마당 한 구석을 밭으로 일궈 온갖 야생초들을 키우면서 대견하게 바라보고, 뜯어 먹고, 자세히 살펴 그림도 그리는 이의 심정을 느낄 수 있다.

어릴 적에 내가 살던 소도시에는 제법 야산이 있어서 쑥이며 냉이, 달래를 뜯기도 했고, 머루나 산딸기를 따 먹거나 아카시아 잎과 꽃을 따서 장난감으로 삼기도 했다. 아마 그곳엔 수많은 야생초들도 있었을테지. 그러나 지금은 그 야산들이 어찌 되었는지 모르겠다. 지난 명절에 동생이 한 곳에 다녀왔는데, 인적이 끊긴 듯 황폐하다고만 했다. 다음에 집에 가면 한번 돌아봐야겠다.

* 이 책 보고 싶으신 분, 드리겠습니다. 이렇게, 이 책이 서재에서 계속 돌도록 하는 것도 좋을 것 같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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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선인 2005-10-21 10:12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히히히 전 이미 있는걸요. *^^*

urblue 2005-10-21 11:03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음. 혹시 다들 가지고 계신걸까요?

sudan 2005-10-21 11:20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아뇨. 전 없어요. 하지만, 식물쪽은 제 취향이 아닌지라.

urblue 2005-10-21 11:32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뭐 그쪽이 제 취향이었던 것도 아닙니다만, 제법 재밌다니까요.

쎈연필 2005-10-21 13:16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헛. 선물 받아 놓고, 느낌표에 나온 책이라 팽개쳐 뒀는데.... 블루님 추천이니 믿고 읽겠습니다.

로드무비 2005-10-22 08:28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저도 있어요.

그리고 수단님, 식물 쪽이 아니라면 동물 쪽이 취향이신가유?=3=3=3

sandcat 2005-10-28 13:17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아직까지 책이 남아 있다면, 제가 한 번 읽어볼래요.
아, 이런 류의 책에 대해서는 편견이 너무 많다니까요.

urblue 2005-10-28 13:35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가져가시겠다는 분이 없어서, 역시 다들 읽은건가 하고 있었어요.
읽고 나서 생각은, 도대체 느낌표에서는 무슨 생각으로 이 책을 고른걸까, 라는.
다음주에 '직장'으로 보내드리지요. ^^

sandcat 2005-10-28 14:07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저만큼 책 안 읽는 서재인도 없을 겁니다. 흑흑.
고마워요.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