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반딧불의 묘>

 남들은 이 작품을 보면서 눈물이 앞을 가려 제대로 볼 수가 없었다고 하더구만, 눈물 한 방울 비어져 나오지 않은 난 메마른 인간인건가.

 전쟁통에 굶어 죽은 아이들, 물론 안타깝고 슬프다. 역시 전쟁은 있어서는 안된다. 하지만 말이다, 이 영화는 몹시 불편하다. 전쟁은 나쁘다, 라는 주제 속에 담긴 건 그 전쟁으로 인해 고통받는 사람들의 모습 뿐, 일본도 피해자라고 주장하고 있을 뿐, 전쟁을 일으킨 일본의 사죄와 반성의 목소리는 전혀 담겨 있지 않다. 실컷 울고 끝내자는건지.

 

 

 <마녀 배달부 키키>

 영화를 제때 봐 줘야 하는 이유.

 마녀가 하는 일이 배달이라니, 무슨 퀵서비스도 아니고. 처음 나왔을 때야 아이디어가 괜찮았는지 모르겠다만, 자꾸 오토바이 아저씨들이 생각나서 좀 웃겼다. -_-

 

 

 

 

 

 <추억은 방울방울>

 저 파란 줄무늬 셔츠가 하도 익숙해서, 틀림없이 봤다고 생각했다.

 내겐 추억이라고 할 만한 것이 없다. 물론 지나간 시절, 어릴 적의 기억들은 남아 있다. 그러나 추억이 단순한 기억으로 이루어지는 것은 아닐터이다. 그 기억을 둘러싼 아련한 분위기라고 해야할까, 그리움이라고 해야할까, 그런 것들이 없다는 말이다. 오래된 친구들이 가끔 옛날 이야기를 하며 좋아할 때가 있다. 그때 이랬잖아, 맞아, 하면서. 그럴 때 난 주로 가만히 있는다. 그 상황이 기억나지 않는 경우도 많고, 기억난다 하더라도 굳이 맞장구치며 이야기하고 싶은 기분이 영 나지 않아서다.

타에코, 조금 부럽더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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날개 2005-10-09 21:06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재..재미없던가요?

urblue 2005-10-09 21:07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에.. 세 편 다 재미있기는 했습니다. ^^;

sudan 2005-10-09 22:24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저도 반딧불의묘는 그다지 슬픈 줄 몰랐어요. 정치적으로는 물론 비난받아 마땅하지만, 그런 의미로 슬프지 않았다는 건 아니에요. 어디서 울어야하는지는 알겠는데, 그 감정을 억지로 따라가기 힘들었다고나 할까. 다만, '소화28년, 나는 죽었다.'라는 첫 대사(제 기억이 맞다면)는 굉장히 인상적이었어요. 그리고, 죽은 동생을 묻는 장면은 고레에다 히로카즈의 [아무도 모른다]와 비교하게 되던데, 전 히로카즈 감독의 짐짓 무심한듯한 시선이 더 마음에 들었구요. 나머지 두 편은 애니를 만화책으로 편집한 것으로 보긴 봤는데, 영 기억이 가물가물. 재미없었었나?

로드무비 2005-10-10 00:20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추억은 방울방울 보고 싶어요.
그런데 어떻게 보셨나? 방법 좀!^^

urblue 2005-10-10 09:17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수단님, <아무도 모른다>와 비교할 생각은 못 했습니다. 반딧불의 묘와 추억은 방울방울이 같은 감독이잖아요. 좀 감정적이라는 느낌이긴해요. 화면을 구성하는 방식이나 그걸로 감정을 끌어가는 방식이나 나쁘지 않은데, 저 역시 제대로 쫓아가지는 못하겠더군요.

로드무비님, 원하시면 CD 보내드릴 수 있는데, 자막이랑 화면이랑 좀 이상해서 말이죠. 그래도 괜찮으시다면.

chika 2005-10-10 10:21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반딧불의 묘,에 대한 평가는 대부분 그렇게 나뉘는거 같더군요. 전 잘 기억이 안나서 모르겠지만 아이들의 시선에서 '전쟁'이라는 것은 세상에서 없어져야 하는 인간의 행위이다, 라는 것이 주제가 아니었나 싶어요. 그 속에는 전쟁을 일으킨 주범인 일본놈들이 당연히 나쁜놈들이 된다는 뜻이 담겨있다고 확장하는건 저 혼자의 생각이겠지요? ;;;

2005-10-10 10:42   URL
비밀 댓글입니다.

urblue 2005-10-10 15:09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전쟁이 없어져야 한다고 말하는 건 알겠는데, 말씀하신 것처럼 의미를 확장하기엔 무리가 좀 있지 싶어요. 어쨌거나 전쟁은 반대!

瑚璉 2005-10-10 15:11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마녀의 택급편은 제가 처음 본 지브리 만화여서 아주 인상이 깊게 남아있어요. 글쎄 90년대 초에 저 만화영화를 보고난 후 갑자기 온갖 연줄을 동원해서 물건너 나라에다가 OST를 주문했다지요(-.-;).

urblue 2005-10-10 15:14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제가 처음 본 건 토토로였는지 붉은 돼지였는지...음...암튼 열광하긴 했습니다만, 물건너 OST 주문하는 열성까지는...대단하십니다.

2005-10-12 09:39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05-10-12 10:05   URL
비밀 댓글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