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제 파주의 출판단지에 있는 열화당에 다녀왔다. 출판단지는 꽤 넓었고, 건물들이 낮고 널찍하게 펼쳐져 있어서 보기 좋았다. 인테리어 일을 하는 친구는 그 곳 건물들의 사진을 찍고 싶어했고, 이리저리 쏘다니며 바람을 쐬어도 좋았으련만, 비가 추적추적 내리는 터라 다른 모든 건 포기했다.
열화당의 향기있는 책방엔 우리 외에 손님이 아무도 없었다. 사람들이 많이 오느냐고 물었더니, 워낙 멀고 교통이 불편하여 찾아오는 사람이 드물다고 대답한다. 그래서 전화로 문의하는 사람들에게는 우편으로 책을 부쳐주기도 한단다. 책 구입을 원하시는 분들은 참고하시라.
<회화의 역사> <캐테 콜비츠와 노신> <만 레이 사진작품 105선집> 세 권을 골랐다. <피카소의 게르니카>와 <마티스> 등 몇 권을 더 집어들었으나 친구가 똑같은 책들을 들고 있길래, 니가 사라, 난 빌려 읽으마, 하고 내려놓았다. 친구들끼리 같은 책을 사는 건 이제 하지 말자고 했다. 안그래도 책장이 좁아 바닥까지 책이 내려오는 판인데 빌릴 수 있는 건 빌려 읽을 생각이다.
친구가 잠깐 일하러 간 동안 <피카소의 게르니카>를 읽다가 내가 들고 와 버렸다. 그걸 읽다 보니 피카소에 관한 다른 책과 엘뤼아르의 시집을 사고 싶다. 그래서 보관함에 몇 종을 넣어두었다. 최근에 <9월이여 오라>와 <전쟁이 끝난 후>를 보고는 신자유주의와 세계화에 관한 책을 더 읽어야겠다 싶어서 또 몇 권을 보관함에 담았다. 지금 읽고 있는 <소걸음으로 천리를 가다>에 나온 문명교류에 관한 책들에도 관심이 간다. 다시 몇 권을 추가한다. 드라마 명동백작 때문에 <김수영 평전>도 보관함으로 들어갔고, EBS 다큐멘터리 <시대를 앞서간 천재들>을 보고나서는 다 빈치에 관한 책도 봐야지 생각한다.
책 한 권을 읽으면 그걸로 끝나는게 아니라 이어서 읽고 싶은, 읽어야 할 책들이 적어도 서너권씩은 생긴다. 마음만 앞서서 책을 사들이지만, 읽는 속도가 사들이는 속도를 따라잡지 못한다. 내 게으름을 탓해야겠지.
그람시나 정수일 같은 '의지의 인간'이 되기란 애초에 불가능한 일이지만, 최소한 읽고 싶은 책이나마 제때 읽어야하는게 아닌가, 생각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