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46>은 사랑에 관한..." />

<!--IMGALT-->

"<2046>은 사랑에 관한 이야기다. 이것은 일반적인 러브스토리가 아니다" 8일 오전 11시 50분, 개막작 <2046>으로 내한한 왕가위 감독과 인터뷰를 가졌다. 그는 언제나 선글라스로 자신과 타인의 시선을 막아버리는 차가운 개인주의자. 그러나 입가에서 떠나지 않는 유쾌한 미소는 그 거리감을 가까이 좁힌다. 냉정과 열정을 하나의 이야기에 담고 몽환적인 비주얼 속에 무수한 사랑의 정의를 박아넣는 독특한 거장 왕가위. 그는 자신의 신작 <2046>을 '사랑에 관한 이야기'라고 정의했다.

어제 개막식에서 영화를 시사 한 소감은?

추운 날에도 많은 관중이 와주셔서 고마웠다. 하지만 야외상영이어서 각도나 소리가 좋지않아 안타까웠다. 갈수록 마음이 불안해져서 일찍 자리를 떴다.(웃음)

칸에 출품한 작품에서 편집이 더해졌는데, 얼마나, 어떻게 달라졌나?

큰 차이는 없다. 다만 칸에 출품할 때는 미흡한 것이 있던 걸 이후 3개월 동안 매만진 것이다. 이런 과정을 파티참석에 비유하다면, 칸에는 보통차림으로 간 것이라고 부산영화제 때는 좀 더 공을 들여 화장하고 옷도 예쁜 것을 입은 것이다.

예전에 <2046>의 프로모션 필름을 봤을 때는 장만옥에 대한 부분이 더 많았던 것 같다. 원래는 장만옥에게 어떤 역할을 주고 싶었는지, 촬영하면서 변한 부분이 있는지.

<2046>에서 나온 장만옥은 <화양연화>의 모습이 나온 것이다. 차우(양조위)가 <화양연화> 속의 수리첸(장만옥)을 추억하는 장면이며 그때를 회상하는 것을 보여주기 위해 넣었다.

<!--IMGALT-->

<2046>에서 차우가 만나는 세 여인은 차우(양조위)가 과거를 잊기 위해 만든 가상의 인물일지도 모른다는 생각이 들었다.

실제하는 인물이다. 룰루(유가령), 수리첸(공리), 바이 링(장쯔이)은 차우를 투영하는 거울같은 역할을 하도록 설정했다. 이 여인들은 <화양연화>의 장만옥을 연상시키며, 그녀와 관련된 느낌을 주지만 사실은 그녀들은 차우 자신을 보여주는 것이다.

과거를 잊지 못하는 수리첸은 사랑의 기억을 잊지 못하는 차우다. 그러나 가면을 쓰고 사는 여자 룰루 역시 그의 모습이다. 차우는 룰루에게 자신과 만난 적이 있고 나를 알고 있지 않느냐고 말하지만 그녀는 그런 적이 없다고 외면한다. 추억을 지우고 가면을 쓰고, 자신을 바꾸려 하는 모습은 차우가 사랑했던 기억을 잊고자 하는 마음이다. 그가 야한 소설로 번 돈을 여자들과 쾌락을 즐기는데 사용하면서 이전의 자신을 바꾸려는 모습 역시 그렇다.

이런 면에서 룰루와 수리첸은 추억에서 헤어나오지 못하는 동시에 빠져나오려고 하는 차우의 두 모습이다. 왕페이가 연기한 미래사회의 인조인간은 마음 속으로는 좋아하고 있어도 그 당시에는 그것을 인지하거나 표현하지 못하는데 이 역시 추억이 된 다음에야 그 사랑을 그리워하는 차우의 모습과 같다.

반면, 바이 링의 사랑을 희롱하는 차우의 모습은 그가 가진 또 다른 내면이라 할 수 있다. 실제적인 남녀관계를 통해 보여지는 차우는 <화양연화>에서 지순한 사랑을 했던 차우와는 또 다르다.

<!--IMGALT-->

<2046>의 설정과 인물들은 왕가위 감독의 이전 작품과 유사함과 동시에 심화되었다고. 이 작품을 통해 이전까지의 작품을 정리하려는 의도가 있었는지.

그저 <2046>은 기억, 회상에 관한 영화다. 4년 전 사귀었던 친구를 다시 만난다면 우리는 그가 변했다고 생각하지만 사실은 그는 변하지 않고 4년 전 그를 기억하는 우리의 인식이 바뀐 것이다. 사실 우리가 어떤 사물을 대했을 때 사물보다는 우리의 인식이 변한 경우가 많다. 처음에 저장한 추억을 기억하면서 오늘의 사물을 바라보게 되는 거다.

전작들은 홍콩반환과 관련해 해석되고 있는데, 그점에 동의하는가? 그때와는 홍콩이 많이 바뀌었는데 당신의 작품도 영향을 받았는가?

관객들이 그렇게 해석할 수도 있겠지만. 나는 의식적으로 현실을 반영하려는 의도는 없었다. 물론 내가 홍콩에 살고 있기 때문에 그런 것이 자연스럽게 들어가 있을 수는 있다고 생각한다.

<화양연화>는 3개의 에피소드로 진행되던 <2046>의 에피소드 중 하나를 따로 떼어내 영화로 만든 것이다. 이제 <2046>은 <화양연화>의 후일담, 속편으로 보여진다. 처음에 기획되었던 <2046>에서 어떻게 달라졌는가?

처음에 생각했던 <2046>은 3개의 에피소드로 된 간단한 구조의 영화였다. 그러나 <화양연화>를 만들면서 좀더 세밀한 부분을 다룰 수 있게 됐고, 구조적인 면에서 영화에 다소 변화가 생겼다. <2046>에 차우와 수리첸이 나온다고는 해도 이 영화는 <화양연화>와는 전혀 다른 별개의 영화다. <화양연화>가 사랑 이야기라고 한다면, <2046>은 '사랑에 관한 영화'다. 말장난처럼 들릴지도 모르겠지만, 이건 엄연히 다른 개념이다. 사랑이야기는 남녀의 사랑이 전개되어가는 과정에 대한 영화라면 <2046>은 사랑은 무엇인가? 사랑은 어떻게 봐야 하는가에 대한 질문에 집중한다. 이 영화에 장만옥이 나오면 사람들은 <화양연화>를 떠올리며 그 이야기를 다시 할 것이고 유가령을 보면 <아비정전>의 모습이 떠올라 그 영화를 찾아볼 것이다. 그런 면에서 <2046>은 <화양연화> 한편 뿐 아니라 내가 해온 이야기 모두를 다루고 있다고 할 수 있다.

<!--IMGALT-->

<2046>의 다른 점은 왕가위 감독 영화중 처음으로 미래장면이 나왔다는 것이다.

영화 속 미래는 차우가 쓰는 소설의 도시를 배경으로 한다. 이 영화는 1960년대를 배경으로 하고 있으며 영화에 나오는 미래도시는 60년대 사람이 상상하는 미래이다. 그러나 결국 그 미래도 과거를 그리워하는 미래의 이야기다.

당신의 영화는 언제나 놀라운 비주얼을 보여준다. <2046>에서 가장 중점적으로 디자인한 부분은 어디인가?

미래도시를 만듦에 있어 가장 중점을 둔 부분은 기차 안이다. <화양연화>의 차우는 가정이 있고 안락한 집에서 살았지만 <2046>에서는 호텔과 여관을 전전한다. 기차여행을 통해서 그가 정착하지 못하고 방황하고 있음을 보여주고 싶었다.

<2046>의 차우는 <아비정전>에서 장국영이 연기한 아비를 닮았다. <2046>에서 차우가 머무는 호텔 이름이 오리엔탈인데 그것은 장국영이 자살을 한 호텔 이름이기도 하다. 의도한 것인가?

그가 자살한 호텔 이름이 오리엔탈이었는지 난 몰랐다. <2046>의 차우는 30대지만 <아비정전>에서 아비는 20대니까 차우는 아비의 미래? 아,농담이다. <아비정전>의 아비는 방황하는 젊은이의 모습을 전형적인 형태로 그린 것이다. 차우와 연결하려는 의도는 없었다.

맥스무비 / 이미선 기자 suua@maxmovie.com


댓글(10) 먼댓글(0) 좋아요(0)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내가없는 이 안 2004-10-10 03:27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왕가위 감독 영화는 대체로 챙겨보는 편인데 이 영화도 무척 보고 싶은걸요.
블루님도 보고 싶으신가 보다. ^^
참, 블루님, 오늘 로드무비님이 빌려주신다던 그 책들 받았어요.
깔끔하게 포장된 책 받는 것, 무척 기분 좋은 일이에요. 고마워요!

에레혼 2004-10-10 09:14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사랑 이야기와 사랑에 관한 이야기라.....
<2046>... <화양연화>와 연장선상에 놓여 있다니 저도 보고 싶네요
올해는 부산 영화제에도 못 가 보고 ㅜㅜ

로드무비 2004-10-10 13:39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일어나셨구랴.
제 바뀐 서재 사진 예쁘죠?ㅎㅎ
아침은 드셨수?

urblue 2004-10-10 13:40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2046>은, 칸 영화제에서 소식을 들은 이후부터 쭉 기다리고 있었지요. 부산 영화제에서 예매 시작한지 5분도 안 되어 매진됐다잖아요. 이번 주말 볼 영화 1순위랍니다.

urblue 2004-10-10 13:42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로드무비님 오셨네요. ^^ 아유 반가워라.
주하 사진 물론 예쁘죠~ 어제 밤에 보면서 혼자 귀여워했는걸요.
지금 치즈 케잌 먹고 있답니다. 어제 데이트 한 녀석이 안겨준 거. ㅋㅋ

플레져 2004-10-10 14:29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왕가위 데려 갈려고 왔는데, 치즈 케잌에 침 질질...^^

urblue 2004-10-10 14:40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나눠 드리면 좋을텐데. 혼자 너무 많이 먹어서 느끼해 죽겠어요. ^^;

로드무비 2004-10-10 16:55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블루님, 빨리 치카님 방으로 와요.
이벤트 중인데 두 명이 모자라네.^^

stella.K 2004-10-10 18:55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요즘엔 왕가위 감독이 장예모 보다 낮다는 생각이 들어요. 둘이 다르긴 하지만요. 이거 퍼갑니다.^^

urblue 2004-10-10 19:12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전 장예모 감독 영화를 별로 좋아하지 않아서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