낮에 전에 다니던 회사의 후배(라고 말하기도 어렵다. 내가 회사를 그만둔 후에 거기 입사했고, 아는 사람들이랑 몇 번 술 마신 정도의 친분이니까.)가 회사로 찾아왔다. 날 보러 온 건 아니고, 울 보스에게 인사하러 온 건데, 회사 옮기는 것 때문인가 했더니, 주머니에서 삐죽 솟아나온 봉투가 보인다. 청첩장 주러 왔군.
보스랑 잠시 얘기하다가 청첩장을 돌리는데, 나한테 내밀면서 '죄송합니다' 한다. 헉, 뭐, 뭐냐...평소에 날 마음에 두고 있었던 거냐... '뭐가 죄송해요?' '아니, 먼저 결혼하니까...' 이런, 나이 먹어 결혼 안 하고 있다는게 다른 사람을 미안하게 만드는 일이라는 거 오늘 처음 알았다.
결혼식장이 우리집 근처라 회사 대표로 내가 참석하는 걸로 결론이 났다. 요즘은 웬만하면 결혼식장 같은 덴 안 가려고 하는데, 참 나.
어제 그 후배의 선배 (역시 내 후배)가 전화를 해서 심심하다고 징징거리길래 1시간 정도 통화를 했다. 친구들에게 전화하려고 해도 모두 짝 있는 사람들이라 눈치보인다는 거다. 나야 결혼안한 친구들이 더 많고, 서울서 학교를 다녀서 선후배들도 있지만, 녀석은 지방대 출신이라 서울에 아는 사람이 많지 않다. 그러니 토요일과 일요일엔 죽자고 집에서 잠만 잔단다. 그렇게 이틀을 내리 자고 나면, 몸이 아프단다. 불쌍한 인생이 여기 또 하나 있다.
책 좀 추천해 달라 하고, 영화보러 같이 가자고 한다. 나는 친구들과 시간이 안 맞으면 혼자서도 보고 싶은 영화 보러 다니는데, 녀석은 그런 거 못 한단다. 에휴, 심심한 인간 구제하는 셈 치고 데리고 다녀야지. 요즘 심심하단 사람들 보면 알라딘 서재질을 하라고 유도하는데, 이 인간은 아무래도 거리가 멀다. 그냥 놀아주는 수 밖에.
리뷰 쓰려고 했는데, 그냥 논다. 이제 아일랜드 할 시간이다. 보러가야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