낮에 전에 다니던 회사의 후배(라고 말하기도 어렵다. 내가 회사를 그만둔 후에 거기 입사했고, 아는 사람들이랑 몇 번 술 마신 정도의 친분이니까.)가 회사로 찾아왔다. 날 보러 온 건 아니고, 울 보스에게 인사하러 온 건데, 회사 옮기는 것 때문인가 했더니, 주머니에서 삐죽 솟아나온 봉투가 보인다. 청첩장 주러 왔군.

보스랑 잠시 얘기하다가 청첩장을 돌리는데, 나한테 내밀면서 '죄송합니다' 한다. 헉, 뭐, 뭐냐...평소에 날 마음에 두고 있었던 거냐... '뭐가 죄송해요?' '아니, 먼저 결혼하니까...' 이런, 나이 먹어 결혼 안 하고 있다는게 다른 사람을 미안하게 만드는 일이라는 거 오늘 처음 알았다.

결혼식장이 우리집 근처라 회사 대표로 내가 참석하는 걸로 결론이 났다. 요즘은 웬만하면 결혼식장 같은 덴 안 가려고 하는데, 참 나.

어제 그 후배의 선배 (역시 내 후배)가 전화를 해서 심심하다고 징징거리길래 1시간 정도 통화를 했다. 친구들에게 전화하려고 해도 모두 짝 있는 사람들이라 눈치보인다는 거다. 나야 결혼안한 친구들이 더 많고, 서울서 학교를 다녀서 선후배들도 있지만, 녀석은 지방대 출신이라 서울에 아는 사람이 많지 않다. 그러니 토요일과 일요일엔 죽자고 집에서 잠만 잔단다. 그렇게 이틀을 내리 자고 나면, 몸이 아프단다. 불쌍한 인생이 여기 또 하나 있다.

책 좀 추천해 달라 하고, 영화보러 같이 가자고 한다. 나는 친구들과 시간이 안 맞으면 혼자서도 보고 싶은 영화 보러 다니는데, 녀석은 그런 거 못 한단다. 에휴, 심심한 인간 구제하는 셈 치고 데리고 다녀야지. 요즘 심심하단 사람들 보면 알라딘 서재질을 하라고 유도하는데, 이 인간은 아무래도 거리가 멀다. 그냥 놀아주는 수 밖에.

리뷰 쓰려고 했는데, 그냥 논다. 이제 아일랜드 할 시간이다. 보러가야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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tarsta 2004-09-08 21:59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결혼이라.. 결혼은 해도 그만 안해도 그만, 이라고 말은 하는데요.
잘 어울릴 것 같은 선남 선녀를 보면 막 뚜쟁이 노릇을 하고 싶어지는거 있죠. (뭔 딴소리..-0- )
그런데 블루님, 무슨 리뷰 쓰려다 페이퍼 쓰신거에요? ^^

하얀마녀 2004-09-08 22:02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저도 영화는 혼자 보는게 좋던데요.
최근 토요일에도 고향에 내려갔더니 한넘이 영화 보여준다고 같이 보자는거 싫다고 그랬죠.
역시 남자 둘이 영화 보는 건 너무 칙칙해서... -_-

urblue 2004-09-08 23:13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타스타님, 님한테 선물받은 <시간의 지배자> 리뷰 쓰려구요. 내용이 혼돈, 몽롱이라 리뷰 쓰는 것도 몽롱~하네요.
마녀님, 역시 남자 둘이 영화 보는 건 칙칙하죠? 여자 둘은 괜찮은 것 같은데, 왜 그럴까...

미완성 2004-09-08 23:37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부디 결혼식 피로연장이 부페였으믄 좋겠습니다..플리즈으-----

urblue 2004-09-09 09:32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ㅎㅎ 그러게요 사과님, 일요일에 늦잠도 못자고 가는데, 맛난 거라도 많이 먹어야죠.

mira95 2004-09-09 12:25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맛난 거 많이 드시고 오세요.. 결혼식장에서는 부페가 최고에요^^ 저도 결혼식장 가는거 엄청 싫어하거든요..

urblue 2004-09-09 15:29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우앙, 사실은 정말로 가기 싫다구요. ㅠ.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