왕년에 누구나가 쿨(cool)하게 살고 싶다고 생각하는 시기가 있다.

고등 학교가 끝날 즈음, 나는 마음에서 생각하는 것의 반밖에는 입 밖에 내지 않으리라고 결심했다. 이유는 잊어버렸지만 그 생각을 몇 년인가에 걸쳐 나는 실천했다. 그리고 어느 날 나는 내가 자기가 생각한 것의 반밖에 말할 수 없는 인간이 되어 버린 것을 알아차렸다.

그것이 쿨함하고 어떤 관계가 있는지 나로서는 알 수가 없다. 그러나 일년 내내 서리를 제거하지 않으면 안 되는 오래된 냉장고를 쿨이라고 부를 수 있다면, 나도 그렇다.

- 하루끼, 바람의 노래를 들어라

 

스무 무렵 바람은 가볍게 살기였다. 깊이 생각하지 않고, 오래 고민하지 않고, 보이는 대로 단순하게 받아들이고, 느끼는 대로 표현하기.

 

그로부터 십여 . 지금의 나는 예전에 내가 바라던, 만큼의 모습을 하고 있다.

 

곱씹을 모르고, 다른 방향에서 생각할 모르고, 돌려 말할 모르고, 그래서 융통성 없고 즉물적인 사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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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완성 2004-08-17 01:44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생을 바람직하게 사는 방법을 가장 멋지게 뚫고 계시는 유아블루님,
님은................이슬맺힌 시원한 맥주병처럼 멋진 분입니다..

어디에도 2004-08-17 03:02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고등 학교가 끝날 즈음, 나는 마음에서 생각하는 것의 반밖에는 입 밖에 내지 않으리라고 결심했다'...
생각하니 저도 비슷한 결심을 했었어요. 그런데 역시, 하루키의 '그'가 '생각한 것의 반밖에 말할 수 없는 인간'이 되어버린 것에 반해 저는, 그저 말 없고 어중띠고 소신없고 버벅거리는 인간이 되었군요. 예전에 바라던 딱, 그 만큼의 모습,이라니. 님은 대단한 분. 저에게 즉물적으로 융통성 없이 말해 주세요. 돌려서 말하지도 말고 곱씹지도 말고 대놓고 말해주세요.
어디에도, 이 느끼한 것아! 하구요. -_-

(오오, 멍든 사과님을 이 곳에서 뵙다니 내가 왜이리 반가울까요. 블루님은 좋겠어요~)



하얀마녀 2004-08-17 09:28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마지막 문장으로 보건대 뒤끝이 없고, 상식적으로 생각하고, 비꼬아서 말하지 않고, 가치관이 뚜렷한 분이군요. ^^

urblue 2004-08-17 11:39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사과님, 과분한 말씀과 '이슬맺힌 시원한 맥주병'이라는 멋진 표현에 저 넘어갑니다. 고맙사와요. ㅜ.ㅜ

어디에도님, '예전에 바라던 딱, 그 만큼의 모습' 이거 결코 좋은 의미 아니라구욧! 대단하다니. 그리고 님한테는 걍 강짜놓잖아요? 더 이상 뭘 바래...

마녀님, 님 때문에 웃다 허리 삐끗할...뻔 했습니다. 그렇게 멋지게 해석해 주시다니요. ^^ 황송할 따름입니다.

어디에도 2004-08-17 16:18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으허허~ 더 이상 뭘 바래... 이거 너무 웃깁니다.
웬지 앙칼진 에미나이, 같은 느낌이 문득 드는 것이. 으허허~
사과님과 마녀님이 합동작전으로 멋진 글을 남겨주셨는데
혼자 중간에 껴서 이상한 소리만 중얼중얼.
아~ 전 그냥 바라던 모습으로 된 것, 그 자체를 부러워한 것 뿐인 것을. 아~ 매정하여라~
(서재를 넘나들며 계속되는 오바질)

urblue 2004-08-17 16:25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어라, 님이, 돌려서 말하지도 말고 곱씹지도 말고 대놓고 말해주세요, 라고 하셨던 거 아닌가요? (모른척~~)