8. 미완의 시대

 새 책을 교환받았는데, 오자와 비문이 다 교정되었는지는 모르겠다. 20세기 전반을 아우르는 홉스봄 개인과 세계의 역사가 재미없는 것은 아니지만 700쪽에 육박하는 책을 다시 읽게 되지는 않을 테니까. 
 


 

 9. 마왕

 별 기대 없었는데 의외로 재밌다. 작가는 파시즘에 대해 얘기하려 했던 건 아니라고 말하지만 소재며 내용이며 파시즘을 생각하지 않을 수 없다. 형 안도의 이야기는 흥미진진 그 자체라 새로운 발견이라며 뻐져들었지만, 동생 준야의 이야기로 넘어가면 이상하다. 초점을 잃어버리고 우왕좌왕한다. 그러니까, 파시즘을 얘기하고 싶은 게 아니라는 말이 나름대로는 이해가 되지만 "마왕"이 준야와 연결되는 것은 뜬금없다. 좀 더 작정을 하고 쓰던지 아니면 확실하게 다른 내용을 선택했어야 했다.



 10. 사신 치바

 내친김에 [사신 치바]까지.
 리뷰를 보면 [마왕]보다는 [사신 치바]의 평이 더 낫다. 근데 난 왜 이 작품의 설정이 뻔하게 느껴지는지. 음악을 좋아하고 일을 할 때면 항상 비가 내려 맑은 하늘을 한 번도 본 적이 없는 사신 치바가 인간을 만나는 얘기. 다른 존재의 낯선 시선으로 인간을 바라보는 건 여태 많지 않았나, 사신은 아니더라도. 거기서 별로 벗어나지 못한다.
 이제 일본 소설이 지겹다. 아직 안 읽은 몇 권이 있는데 당분간은 그냥 모셔둬야지. 

 

 11. 아파트 공화국

 이런 책은 내부에서 먼저 나왔어야 하지 않나 싶다. 저자가 외국인이기 때문에 한국의 아파트 열풍을 보다 쉽게 인지할 수 있었다고 말할 수도 있을 테지만, 적어도 학자라면 이런 사회 현상에 주목해야 하는 거 아닌가. 한국 학자들이 게으른 건 아닌지.


 

 12. 비단

 어느 분은 이 소설을 읽고 '바람'을 떠올리셨고 또 어느 분은 '신기루'를 말씀하셨다. 그 느낌 그대로다. 보일 듯 말 듯, 잡힐 듯 말 듯. 그들의 사랑은 아지랑이처럼 내 눈을 어지럽히고 사라진 반면, 내 가슴 속에는 안타까움이 묵직하게 남는다.
 건조하고 짧은 문장 사이로 넓게 퍼지는 감정과 의미의 파장은 내가 열렬히 좋아하는 [다다를 수 없는 나라]를 떠오르게 한다.

 

 13. 희망의 인문학

 전반 '이론'에 관한 부분이 흥미진진했다. 저자의 주장에 고개를 끄덕여가며 열심히 밑줄을 그었다. 그런데 읽으면 읽을수록 '인문학이 가난을 타파하는데 정말 도움이 될까'하는 의문이 더 강해진다. 믿지 못하겠다가 아니라, 더 많은 일이 필요하다는 생각이라고 해야 하나.


 

 14. 생사불명 야샤르

 읽다보면 짜증난다. 이렇게 답답할 수가! 그것도 아지즈 네신이 바란 바일지도 모르겠다. 웃기다가 짜증나고 또 웃기고. 참 내. 
 야샤르가 결국 '카라캅르 니자미'씨가 필요없게 된 지경에 이르면, 이거야말로 해피 엔딩이 아니라 풍자의 극치다. 씁쓸하고 씁쓸해서 그저 헛웃음만 나온다. 우리나라의 상황이 별다를 바 없다는 것도 헛웃음을 일으키는 한 원인이기도 하고.

 

 15. 메콩의 슬픈 그림자, 인도차이나

 모님의 앙코르 기행 페이퍼를 보고 부러워 부러워를 연발하고 있었는데 이 책은 거기에 한술 더 뜬다. 가고 싶어, 가고 싶어!
 최근작 [느린 희망]보다는 사진이 적고 말이 많다. 좀 지겨운 부분도 없잖아 있지만 기본적으로 유재현이라는 사람의 시선은 믿을만 하다는 생각을 다시 한다.
 이 책을 끝낸 게 지난 일요일인데 그 날 밤 마침 TV에서 똔레삽 호수를 다룬 다큐멘터리를 방영했다. 거대한 똔레삽 호수 주변에서 풍부한 어족 자원으로 그냥저냥 먹고 살 수 있었던 가난한 캄보디아인들은 이제 태국과 베트남의 거대 자본의 힘에 밀려 생계 유지도 어려워지는 판이라고 한다. 그런데 외국 자본의 거대 기업들은 남아도는 물고기를 말려 동물용 사료로 만들고, 그러고도 남는 죽은 물고기를 호수 한쪽에 그냥 버리고 있다. 캄보디아 정부가 이런 사태를 조장하고 수수방관하는 동안 고생하는 건 역시 없는 사람들 뿐이지. 전세계 어디든 변하지 않는 진실이랄까.


 16. 캐비닛

 한참 재미있게 읽다가 끝부분에서 기분이 확 상했다. 그런 식의 잔혹함을 원체 좋아하지 않는 데다가, 대체 어떻게 마무리지을 것인지 감이 안 잡혔기 때문.
 마지막 장을 덮고 '이게 뭐야' 이러다가, 첫 장을 떠올리니 그다지 나쁜 결말이 아닌 것도 같다. 하지만 부족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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프레이야 2007-03-01 10:38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좋은 책 많이 읽으셨네요. 메콩의 슬픈 그림자, 보관함에 담아갑니다.^^
따뜻한 하루 보내세요^^

urblue 2007-03-01 10:40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네, 메콩의 슬픈 그림자, 좋은 책입니다. 오늘 하루 즐겁게 보내시길. ^^

nada 2007-03-01 11:15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정말 알차게 읽으셨군요. 전 블루님 덕분에 눈과 피의 나라, 아주 재미있게 읽었습니다. 메콩의 슬픈 그림자는 읽고 나서 마음 정리 안 될까 봐 못 읽겠어요..^^;;

BRINY 2007-03-01 12:31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저도 그 똔레삽 호수 다룬 다큐멘터리 봤어요. 다녀와서 보니까 더 생생했던 그 장면들.

아영엄마 2007-03-01 14:22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아, 저도 님처럼 캐비닛, 한참 재미있게 읽다가 결말 부분에서 뭐 이래.. 싶더군요. -.-

mong 2007-03-01 20:40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비단 마음에 드셨군요~!
마지막책 보관함에 담고 갑니다~

urblue 2007-03-02 09:35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꽃양배추님, 눈과 피의 나라 재밌게 읽으셨다니 저도 기쁩니다. 메콩의 슬픈 그림자는, 그래도 보시는게 어떨까요? ^^

BRINY님, 여행기 올리신 거 잘 봤습니다. 올 연말 쯤 저도 가볼 계획이에요.

아영엄마님, 결말이 좀 그렇죠? 막 벌려놓고 수습 잘 안되는 상황이랄까.

몽님, 다다를 수 없는 나라 보셨나요? 그 책도 좋아하실 듯 한데. ^^

chaire 2007-03-02 10:22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11, 13번 얘기 특히 공감해요. 강모 선생님도 이렇게 말했던데, "우리 학자들은 아파트 연구하기 보다는 아파트 사는 일에 신경을 쓰고 있는지도 모른다", 이 말에도 대략 동감..

urblue 2007-03-02 13:18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음. 그렇군요, 아파트 사는 일에 신경을 쓰면 문제점 같은 건 잘 안 보이겠군요. -_-

mong 2007-03-03 09:56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다다를수 없는 나라....적었어요~
참 담은 책은 마지막이 아니고 15번이더군요 ㅎㅎㅎ

urblue 2007-03-04 15:32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그런 줄 알았습니다. 마지막은 제가 님한테 땡스투 했는걸요. ㅎㅎ