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인과 여우 세계의 걸작 그림책 지크 50
한성옥 그림, 팀 마이어스 글, 김서정 옮김 / 보림 / 2001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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얼마나 놀라운 일인가

번개를 보면서도 삶이 한 순간이란 걸 모르다니,

 

눈 내린 아침 얼마나 아름다운가

평소에는 미움받는 까마귀조차도 

                                             - 마쓰오 바쇼 - (선시 전문)

 

  마쓰오 바쇼는 아름다운  하이쿠를 많이 쓴 인물로 1644년에 태어나 51세의 나이로  1694년에 세상을 떠났다.  하이쿠란  5, 7. 5로  17음절로 된 짧은 일본의 단형 시를 일컫는다. 그 안에 자연의 아름다움과 인생의 의미까지 담겨 있어 읽는이에게 선명한 이미지와 함께 세상의 이치를 깨닫게 해준다.

 

   이 그림책에 바쇼가 사는 곳은 후카가와 산속이다. 실제로 바쇼는 37살에 후카가와에서 은둔생활을 했다고 한다. 그가 살았던 오두막은 바쇼암이라 칭해졌다 한다. 

 

 '자기  먹을 것을 먹고, 자기 잘 만큼 자고, 자기 사는 대로 살면서, 자기 시를 썼지요.' 이 글귀가 참 마음에 든다.

 

  바쇼가 사는 오두막 아래 강가에는 버찌나무가 하나 있다. 바쇼는 그 곳에서 버찌를 맛나게 먹는 여우를 발견하게 된다.

여우는 바쇼에게 인간이 쓰는 시란 결국 잠이 든 인간들에게

여우가 속삭여주는 걸 시인이 깨어나서 쓰는 것이라고 한다.

그러자 바쇼는 자신이 보통 시인이 아니라 '위대한 시인'이라고 한다.

 

    다음해 봄, 여우는 바쇼에게 한 가지 제안을 한다. 그것은 바로 여우에게 멋진 시를 한 수 주면 벚나무의 버찌를 다 가져도 좋다는 것이다.  그러자 시인은 옛 시를 읽고 새 시를 쓰면서 아름답고 감동적인 시를 찾으려고 애를 쓴다.

 

'자두 향 풍겨

산길 위로 일순간

솟는 아침해'

 

라는 첫번째 시를 여우에게 읊어준다.

여우의 반응은 별로다. 그러자 바쇼는 훌륭한 시도 여우에게는 신통치 않다는 걸 알고는 다시 한 달 동안  열심히 시를 쓴다. 쓰고 , 고치고, 낱말을 바꾸고 더하고 빼고, 읽어 보고 들어 보고, 다시 생각한다.

 

'오래된 연못

개구리 뛰어든다

물소리 퐁당'   

 

이 시는 실제 바쇼의 유명한 하이쿠이다. 그렇지만 여우는 그 정도는 새끼여우도 할 수 있다고 말한다. 마지막으로 한 달 동안 바쇼는 다시 열심히 시를 쓴다. 그렇지만 마음에 하나도 드는게 없자, 바쇼는 시를 쓰지 못한 채 여우를 만나러 간다.  보름달이 높이 떠오른 밤에 바쇼는 오두막을 나와 벚나무로 향하면서 가는 동안 좋은 시를 지을 수 있을 거라고 자신을 위로하며 걷는다.  그러다가 보름달이 떠 있고, 먼저 도착한 여우의 불그스레한 털이 달빛에 희미하게 빛나는 것을 보자 갑자기 바쇼의 머리속에서  마치 물흐르듯, 시 한 수가 떠오르게 된다.

 

'여름 달 위로

여우 꼬리 끝처럼

흰 산 봉우리'

 

  여우는 벌떡  일어나 '완벽한 시'라며 칭송한다. 그리고 여우의 가족들도 좋아할 것이라고 말한다. 바쇼는 왜 이 시는 마음에 드는지를 묻는다. 그러자 여우는 '이 시에는 바로 여우가 들어있지 않느냐?'고 대답한다.  그러자 바쇼는 좋은 시란 경우에 따라 다르다는 것을 알게 된다. 이 세번째 시를 마음에 들어하는 여우를 보니, 독자들은 자신의 이야기가 들어 있는 글을 좋아한다는 생각이 들었다. 즉, 자기와 무관한 글이나 시는 독자에게 어떤 감흥을 불러 일으키지 않는다는 걸 여우는 말해준다.

 

   이 그림책을 펴낸 팀 마이어스는 일본에서 3년간 살았던 미국의 작사가, 작가이다. 일본에 사는 동안 바쇼의 영향을 많이 받았다고 한다. 그림은 한성옥 작가가 그렸다. 팀마이어스와 한성옥은 <시인과 요술 조약돌>이란 그림책도 펴냈다. <시인과 여우> 그림책의  그림들은 한적한 숲 속 오두막에 생활하는 바쇼를 잘 표현해냈다. 숲의 사계절이 드러나 있고, 벚꽃이 활짝 피었을 때의 장면은 분홍빛이라 더욱 아름답다. 겨울철의 바쇼의 오두막은 나뭇잎이 모두 떨어진 산 속에 위치에 있는데,

나무 뒤로 눈 덮인 개울가가 인상깊다.

 또 바쇼가 옛시를 읽고 새 시를 쓸 때 오두막 내부가 나온다.

창문 위에 까마귀가 시 쓰는 바쇼를 바라보는 장면이 새롭다.

 빨간색의 화려한 기모노를 입은 여우와 회색빛 기모노를 입은 대머리의 바쇼의 대비 역시 눈에 띈다.

 

 바쇼의 시 쓰는 자세는 어떻게 글을 쓸 것인가?라는 문제와 연관지어 생각해볼 수 도 있다. 옛 시를 읽으며, 새 시를 쓰는 것은 좋은 글을 쓰기 위해서는 많이 읽어야 한다는 것!, 또 쓰고, 고치고, 낱말을 더하고 빼고 하는 것은 퇴고의 중요성을 말한다.  마지막으로는 마치 물이 흘러나오늣 머릿속에서 바로 나오는 경우, 이것은 아마도 새벽녘에 '뮤즈'를 만나는 것이리라.

 

그리고 좋은 시란 경우에 따라 다르다는 것은 좋은 글에 대한

기준이 사람마다 다르다는 것이다. 그러니 남들의 반응에 너무 연연하지 말고,

나도 ' 내 먹을 것을 먹고, 내가 잘 만큼 자고, 내가 사는 대로 살면서, 내 시를 쓰며' 살아가고 싶다. 그러다가 영원히 남을

나만의 시를 쓰고 싶다. 

여름 달 위로 여우 꼬리 끝처럼 흰 산 봉우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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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인의 서랍 - 이정록 산문집
이정록 지음 / 한겨레출판 / 2012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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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의자 >

                   이정록 (1964~ )

 

병원에 갈 채비를 하며

어머니께서

한 소식 던지신다

 

허리가 아프니까

세상이 다 의자로 보여야

 

꽃도 열매도, 그게 다

의자에 앉아 있는 것이여

 

주말엔

아버지 산소 좀 다녀와라

 

그래도 큰 애 네가

아버지한테는 좋은 의자 아녔냐

 

이따가 침 맞고 와서는

참외밭에 지푸라기도 깔고

호박에 똬리도 받쳐야겠다.

그것들도 식군데 의자를 내줘야지.

 

싸우지 말고 살아라

결혼하고 애 낳고 사는 게 별거냐

 

그늘 좋고 풍경 좋은 데다가

의자 몇 개 내 놓는 거요.

 

<<의자>>, (문학과 지성자 ) 2006

 

시인의 어머니는 허리가 아프다. 허리가 아프니 세상의 모든 것이 의자로 보인다. 허리가 아픈 이는 의자에 앉아서 휴식을 취해야 하기 때문이다. 꽃과 열매도 의자에 앉아 있는 것이라고 한다. 꽃은 꽃받침에 앉아 있는 것이다. 참외와 호박 밑에 지푸라기 깔개를 깔아주는 것도 의자를 받쳐주는 것과 같다고 한다. 참외와 호박 마저도 식구로 바라보는 어머니의 눈은 분명 농사 천재다운 발상이다. 세상을 떠난 아버지에게는 장남이 시인이 의지가 되었던 것이다.

이 시의 마지막 연이 참 마음에 든다. 인생 뭐 별거냐? ‘그늘 좋고 풍경 좋은데다가 의자 몇 개 내 놓는 거라는 시인 모친의 말씀이 참 세상이치를 다 관통한 듯 하다. 구수한 입말체가 살아있는 이 시는 많은 생각거리를 던져준다. 사실 우리가 캠핑을 갔을 때, 마음이 푸근해지는 순간은 바로 텐트를 다 친 뒤 준비해 간 의자에 앉아서 풍경을 바라볼 때이다. 바닷가에 해수욕을 할 때도 신이 나지만, 물놀이를 마친 뒤 파라솔 그늘에 의자에 앉아 푸른 바다를 바라볼 때 그 아늑함이야말로 여름휴가의 진수다. 굳이 자연 속으로 떠나는 여행이 아니어도 커피향이 나는 카페에 앉아 있을 때의 편안함도 있다. 집을 살 때도 전망이 중시된다. 여행을 할 때도 뷰가 중시된다.

 

시인의 어머니 입에서 나오는 말씀은 모두 시가 된다. 시인 이정록은 1889<농부일기>로 대전일보 신춘문예에 당선되어 등단했다. 공주사범 한문교육과를 졸업했으며 현재 천안의 한 고등학교의 교사이기도 하다. 시인은 모든 말의 뿌리는 母語임을 강조한다. 그의 산문집인 <시인의 서랍>(한겨레 출판, 2012)에는 어머니와 주고 받는 대화가 <의자> 시 만큼이나 와 닿는 글이 바로 그늘 농사에 관한 거다. 시인의 어머니는 동네 청년들로부터 농사 천재라고 칭송받는다. 그 비법을 여쭤보니,

 

그늘을 잘 다루는 거라고 한다. 젊어서는 햇살만 좇아 농사를 지었고, 그늘이 뭔지도 몰랐다고 한다. 그러다가 동네 가로등이 생긴 후에 동네 주차장으로 땅을 내준 후 ,조금 남은 땅에 비닐하우스를 씌워 방울 토마토를 심어 놓으니, 낮에는 햇빛을 받고 밤에는 가로등 불빛을 받아 잘 자라 동네 사람들과 나눠 먹을 정도로 자랐다고 한다.

 

그 뿐인가? 텃밭 귀퉁이 호두나무 밑에다 심어놓은 취나물 20포기도 2년간은 꿈쩍 않더니, 몇 년 전 부터는 낫으로 베서 온 동네 사람들과 나눠먹게 되었단다. , 담벼락 후미진 곳에 심어둔 아삭 고추 네 그루는 그늘이라 맵게 여물지 못하고 맨날 연한 풋고추만 자라니, 동네사람들한테 한 바가지씩 나눠준다 한다.

시인의 어머니는 농사비법을 알려준 뒤 덧붙여 말한다.

 

인생농사도 그늘 농사라고 혔지. 아내 그늘, 자식 그늘, 지 가슴속 그늘! 그 그늘을 잘 경작혀야 풍성한 가을이 온다고 말이여.”

 

돈이니 여자니 술이니 화투니, 재밌고 따순 햇살만 좇아다니먼 패가망신 쭉정이만 수확허니께, 그늘 농사가 중허다고 말이여. 걱정거리 없는 사람이 어디 있겄냐? 그 그늘진 담벼락에서 고추도 나오고 취나물도 나오는 거니께 말이여. 어미 말이 어떠냐? 그늘 농사 잘 지어야 늘그막이 방울토마토처럼 주렁주렁 풍년이 되는 거여.”

여기서 그늘은 그 사람의 상처나 아픔이라고 해도 되겠다. 아내와 자식이 어떤 걱정이 있는지 돌아봐주고, 또 자기 가슴 속 그늘을 잘 다스려야만 늘그막에 고생을 안 한다. 시인의 어머니가 들려주는 인생을 살아가는 비법은 자기 가슴속 그늘을 잘 경작하고, 풍경 좋은데 의자 몇 개 놓는 거라고 정리할 수 있겠다. 나도 큰 욕심 부리지 말고, 학교에서는 학생들에게 의자가 되어주고, 집에서는 아이들에게 의자가 될 수 있도록 마음을 비우고 첫째와 둘째의 그늘을 잘 살펴야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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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용철의 사랑의 인사 - 아침마다 나를 일으켜 세우는 좋은 생각 365
정용철 지음 / 좋은생각 / 2009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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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한 해 한 해 시간이 갈수록 몸은 지치고, 운동할 시간이 부족할 때 우리는 손쉽게 영양제를 찾아 복용하게 된다. 그리고 자신에게 필요한 영양제를 복용하면 왠지 마음이 편안해지고 안정이 되곤 한다.

2018년 무술년 새해 첫 날이다. 새로운 각오로 내 앞에 펼쳐진 삶을 잘 가꿔가고 싶은 마음은 누구나 갖고 있는 바램이다. 이런 바램들은 학교생활이나 직장생활을 하며 힘든 상황에 놓이다 보면, 금방 시들어 버리거나 지쳐서 하루 하루를 지내게 된다. 이럴 때, 매일 매일 자기 자신에게 생각할 거리를 던져주고, 힘을 나게 하는 글귀를 읽게 된다면 어떨까?

좀 더 편안해진 마음을 새롭게 내일을 열어갈 수 있을 것이다.

 

  정용철의 < 사랑의 인사> (좋은 생각, 2009)11일부터 1231일까지로 구성된 명언 모음집이다. 그는 월간 <좋은 생각>,< 행복한 동행 >, <웃음꽃>의 창간 및 발행인이다. <사랑의 인사>는 그 동안 잡지에 명언을 찾아 실으며 노트에 기록해두었던 깨달음을 한 권의 책으로 묶은 것이다. 자기 계발 도서가 한 차례 붐을 일으키면서 다양한 일일 명언집이 발간되어 나왔다. 그 중에서 <사랑의 인사>에 애착을 느끼는 것은 책이 한 손에 넣어도 될 만큼 크기가 A4 1/4크기 정도로 작다. , 중성지로 인쇄되어 있어 무게가 가볍다. 그렇지만 양장본이라 오랫 동안 깔끔하게 사용할 수 있어서 좋다.

   우선, 1월부터 12월까지 한 달에 한 번 간지가 들어가 있다. 그리고 월별로 다시 하루마다 여러 성현들의 2~3줄 가량의 짧은 명언이 제시되어 있다. 그 아래 해당 명언에 대한 간략한 10줄 정도의 명언에 대한 숨겨진 속뜻이나 해설로 설명되어져 있다. 맨 하단에는 그 명언과 관련된 짧은 질문이 있다. 마지막으로 명언에 대해 한 줄로 정리되어 있는 구조다.

 

 구체적으로 365일중 228일을 본보기로 보자.

2월 28일 마음을 깨우는 책

 

책은 우리 내부에 있는 얼어붙은 마음을 깰 수 있는 도끼여야 한다. -프란츠 카프카

 

우리 마음은 추운 겨울을 맞이한 강 같아서 자주 얼어붙습니다. 아무리 따뜻한 바람을 불어 넣어도 쉽게 녹지 않습니다. 주변 사람들의 화려한 말과 놀라운 소식을 들어도 마찬가지입니다. 하지만 좋은 책은 그렇지 않습니다. 그것은 꽁꽁 언 강을 깨는 도끼 같아서 한 번 내리치면 금방 쨍하고 얼어붙은 마음이 깨어지고 열립니다.

우리는 사람보다 책 앞에서 더 마음을 쉽게 여는 경향이 있습니다. 그렇기 때문에 독서는 우리 마음을 깰 수 있는 좋은 기회입니다.

 

얼어붙은 내 마음을 깨우는 책이 있습니까?

-좋은 책은 도끼 같은 날카로움으로 마음을 깨웁니다.

 

   지난 해 아침 독서 마무리 할 때, 함께 생각할 만한 명언을 이야기해주기도 했다. 명언만 칠판에 써 둔후에 해설부분을 읽어주면 좋다. 그래서 학생들을 가르치는 교육현장의 선생님들에게는 더 없이 실용적인 도서이다. 자기도 읽고 학급의 학생들에게 조회시간이나 명상시간에 활용하기에 좋다. 꼭 교사가 아니어도 학생들을 지도하는 자리에 있는 분이라면 누구나 좋다. , 요즘은 트위터나 페이스북에 한 편의 시를 게시하는 경우도 있지만, 이런 명언 집을 활용해 보는 건 어떨까? 매일 읽어도 좋고, 어떤 날은 몰아서 읽어봐도 좋다. 굳이 날짜별로 읽지 않아도 될 만큼 편안한 책이다. <사랑의 인사>는 마음을 안정되게 해주는 영양제이다. 이런 영양제 한 권 구비해둔다면, 한 해를 버텨내는데 도움이 될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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거짓말 같은 이야기 - 2011 볼로냐 국제 어린이 도서전 라가치 상 네버랜드 우리 걸작 그림책 32
강경수 지음 / 시공주니어 / 2011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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거짓말 같은 이야기 (강경수 글. 그림)

 

오늘은 크리스마스 이브다. 비온 뒤의 흐린 날이다. 인터넷의 발달로 지구 반대편의 소식까지도 금방 알수 있다. 손흥민이 영국 토트넘 팀 선수로 출전해 다른 팀과  경기하는 것을 실시간으로 볼 수 있다. 또, 시간과 경제적 여력이 된다면 지구 어디든지 여행할 수도 있다. 비록 내가 여행을 하지 못한다 하더라도,

다양한 여행프로그램이나 예능프로그램으로 다른 나라 사람들이 어떻게 살아가고 있는지를 엿볼수있다.

 

강경수의 < 거짓말 같은 이야기>은  어린이의 눈으로  세계의 다양한 어린이의 삶을 다룬 유아 대상의 인권그림책이다.  연필로 된 거친 드로잉과 콜라주 기법이 돋보이는 책이다. 이야기의 처음은 화가가 되고 싶은 대한민국에 살고 있는 솔이가 시작된다.  다음은 키르키즈스탄의 하산은 지하갱도에서 50키로그램이 넘는 석탄을 실어오른다. 배고픈 동생을 위해서다. 검은 지하탄광 안에서 헤드랜턴을 쓰고, 밖의 빛을 향해 나아가고 있는 하산의 고달픈 삶이 느껴진다. 인도에 사는 파니아는 카페트 공장에서 하루 열 네시간동안 일을 한다. 가족의 빚을 갚기 위해서다.

우리 나라도 1960~70년대에는 가족들과 동생들을 위해 희생한 봉제공장과 신발공장 등에서 일한 누이들이 있다.

 

  작가는 그림책에서 지구촌의 한 아이가 소개할 때는  왼쪽 화면에는 흰 바탕에 글자 텍스트만 제시했다. 아주 단순하게

'안녕? 내 이름은 키잠부야.' 라고만 언급한다. 오른쪽 화면에는 머리카락도 거의 없고 상의도 걸치지 못한 채 온 몸이 말라

갈비뼈가 휜히 보이는 키잠부의 서 있는 모습이 나온다.

키잠부는 어떤 사연을 가진 아이일까? 짐짓 마음이 무거워진다. 그림책을 넘기면 수많은 십자가가 꽂힌 무덤이 있다. 우간다에서는 해마다 11만명의 어린이가 말라리라로 목숨을 잃는다는 것이다. 깡마른 키잠부도 말라리아에 걸려있는 상태다.

강경수 작가 강연 후기를 보면, 작가는 실제 사례을 강조하기 위해 아이들의 이름을 실명으로 사용했다고 한다.

 집이 없어 도로 아래 맨홀에 살고 있는 루마니아의 엘레나, 아이티지진으로 가족을 잃은 르네, 콩고 민주 공화국에 사는 칼라미는 9살 때 전쟁터에 끌려갔다. 삼년이 지난 지금 칼리마는 마음의 병을 앓고 있다. 화가가 꿈인 솔이는 붓을 든 채 차마 그림을 그리지 못하고 '거짓말이지?'라고 질문한다.

 '거짓말 같은 우리의 진짜 이야기란다.'라며, 앞에 나왔던 하산, 파니아, 키잠부, 엘레나, 르네, 칼리마 등이 앞쪽에 그리고 그 뒤에는 수많은 아이들의 얼굴이 그려져 있다.

 

 작가는 우련히 한 다큐멘터리를 보다가 이 그림책의 아이디어를 떠올렸다고 한다. 작가는 작품 후기를 통해 밝혔다. 비록 책 한권을 통해 생각이 완전히 바뀌지는 않더라도, 작은 관심을 갖는 그 작은 변화로부터 모두가 행복해지는 '지구촌'을 꿈꾸게 될 것이라고 말이다. 이 책은 2011년 이탈리아 볼로냐 국제 어린이 도서전에서 논픽션 부문 라카치상 우수상을 수상했다.  라가치상은 안데르센 상과 더불어 세계 3대 그림책상 중 하나이다.   작가 강경수는 원래 만화가였다고 한다.  그러나 본인은 좋아했지만, 독자형성에 어려움을 느꼈다. 그때  읽은 사노요코의 <백만번 산 고양이>와 모리스 샌닥의 <괴물들이 사는 나라> 와 같은 대가들의 그림책을 보고 상당한 영향을 받았다. 그래서 그가 일러스트 그룹에 들어가 배우며 쓴 첫 책이 바로 <거짓말 같은 이야기>다. 

 

크리스마스날이라 거짓말 같은 이야기 그림책 처럼 나와는 다른 처지에서 동일한 시간을 살고 있을 다른 사람들의 삶에 대해서도 귀기울여야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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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빠를 딱 하루만
김미혜 지음 / 창비 / 2008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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8월 25일 늦은 밤

 

                          김미혜

 

응급실 침대 위에 하얀 천

그 사이로 아빠 옷 자락이 보였어요.

아빠한테 달려가 얼굴까지 덮고 있는

차가운 천을 젖혔어요

우리 딸 울지 마라 눈물 닦아 줄 것 같은데

손 붙잡아 줄 것 같은데

엄마가 끌어안고 일어나라고 흔들어도

부둥켜안고 흔들어도

아빠는 일어나지 않았어요.

다리를 문지르고 가슴을 문지르고

뺨을 비벼 대도 움직이지 않았어요.

아빠 몸이 식어갔어요.

아빠 별명은 난로인데

뜨거운 난로인데

차갑게 식어갔어요.

 

 

동시에서 본격적으로 죽음을 다룬 이는 김미혜 작가다.

응급실에 실려가 싸늘히 식어가는 아빠의 죽음을 처음으로 대면해낸 모습을 어린이 화자로 설정하여 쓴 시다. 엄마의 울음은 격정적이나 조용히 식어가는 아빠의 몸이 대조적으로 표현되어 있다.

 

<<아빠를 딱 하루만>>에는 죽음에 관한 연작시 17편이 실려있다. 이 동시집은 김미혜 작가의 자전적 경험을 드러낸 시집이다. 그래서 느닷없이 찾아온 아빠의 죽음 앞에 남겨진 가족들이 겪는 심리적 과정과 아빠를 그리워하는 마음이 애절하게 표현되어 있다. 처음 동시집을 읽었을 때, 세상을 떠난 엄마 생각이 나서 많이 울었다.  대학원 1학기 동시 수업 때 함께 시를 읽으며, 수강생들이 눈물을 흘려서 동시 토론이 어려운 지경에 이르기도 했었다.

 

<우리 아빠> 동시에는 아빠의 죽음의 원인이 나와 있다.

'얼마나 힘들었으면.....//  힘든 일 얼마나 많았으면/ 갑자기 심장이 멎었을까.//'

아침에 출근할 때 갔다 올게 라고 손흔들고 간 아빠가 저녁에 돌아오시지 못한 것이다.

 

<아빠의 장례식>에서 장례식날의 광경과 아빠를 떠나보낸 허전함이 잘 표현되어 있다.  '공원에 아빠를 혼자 두고/낯선 곳에 아빠를 혼자 두고/ 우리만 집으로 왔어요.// 텅빈 집으로 돌아왔어요.//'  이원수의 동시 <아버지> 아버지가 산에만 계신다고 표현했는데, 이제 시대가 바뀌어 납골공원에 모셔져 있는 거다. '1-0069에 아빠 혼자 삽니다/ 한 항아리 뼈와 재가 된 아빠'

 

 

딱 하루 만

 

                     김미혜

 

아빠를 딱 하루만

저한테 보내주세요.

 

딱 하루니까.....

어린이날!

아니..... 크리스마스

아니...... 4월 25일, 제 생일!

 

 

아니, 그냥 아무 때나

아빠를 데려다 주세요.

 

하나님, 딱 하루만

아빠를 보내주세요.

 

세상을 떠난 아빠를 그리워 하는 아이가 아빠를 하느님이 딱 하루만 보내달라고 기도한다. 어린이 날이 좋을 까?, 아니 크리스마스날이 좋을까? 아니면 내 생일날 보내달라고 할까?

아니 그냥 아무때나 딱 하루만이라도 아빠를 보고 싶은 아이의 간절한 마음이 잘 드러나 있다.  이 시의 그림은 생일 케잌에 초를 켜둔채,  엄마, 오빠, 내가  방문을 바라보며 상 앞에 앉아 있는 장면이다. 가족들과 방문은 검은섹 연필선으로 표현되어 슬픔이 그대로 잘 드러나 있다.  죽음 연작시에 어울리게 이광익 그림작가가 잘 표현해냈다.

 

  작가는 서문에서 자연을 노래하며 숲속을 관찰하며 동시쓰면서 삶이 평화롭고 환희였다고 한다. 그러다가 천둥벼락이 꽂힌 적이 있는데, 그 때 동시를 쓰며 힘을 얻었다고 한다. 실제 작가는 남편의 갑작스런 죽음으로 힘든 시기를 동시 창작을 하며 이겨냈다고 한다. 아픈 이야기를 동시로 쓰면서 동시를 쓰는 사람이 된 게 기뻤다고 한다. 그렇지 않았다면 그 막막했던 시간을 어떻게 보낼 수 있었을지 반문한다.

 

 이 동시집을 3학년 아이들과 함께 읽었는데, 한 친구가 '딱 하루만'을 읽으니 '실제로 우리 아빠가 꼭 돌아가신 느낌이 들었다'라고 했다. 그야말로 문학이 간접경험을 시켜준다는 반증이다.  또 다른 친구도 아빠를 보고 싶은 마음이 잘 표현됐다고 했다. 아빠를 딱 하루라도 보고 싶어서 하느님께 비는 장면이 인상깊었다고 소감을 말했다.

 

 <시간의 힘 >

                      김미혜

 

아빠 생각

점점 줄어든다.

슬픔이

작아진다.

 

동시집이 모두 4부로 구성되어 있는데, 2부 마지막 시이다. 시간이 지나면서 슬픔도 작아지는 것으로 죽음의 연작시는 끝이 난다. 작가는 끝은 곧 또 다른 시작임을 말하고 있다.

 

나머지 3부와 4부는 작가가 평소 관심을 갖고 쓰던 숲의 생물인 곤충과 작은 벌레들에 관한 동시로 엮어져 있다.

글쓰기의 힘은 대단하다. 동시인이 자신의 슬픔을 어린이 화자로 설정하여 잘 표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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