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빠를 딱 하루만
김미혜 지음 / 창비 / 2008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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8월 25일 늦은 밤

 

                          김미혜

 

응급실 침대 위에 하얀 천

그 사이로 아빠 옷 자락이 보였어요.

아빠한테 달려가 얼굴까지 덮고 있는

차가운 천을 젖혔어요

우리 딸 울지 마라 눈물 닦아 줄 것 같은데

손 붙잡아 줄 것 같은데

엄마가 끌어안고 일어나라고 흔들어도

부둥켜안고 흔들어도

아빠는 일어나지 않았어요.

다리를 문지르고 가슴을 문지르고

뺨을 비벼 대도 움직이지 않았어요.

아빠 몸이 식어갔어요.

아빠 별명은 난로인데

뜨거운 난로인데

차갑게 식어갔어요.

 

 

동시에서 본격적으로 죽음을 다룬 이는 김미혜 작가다.

응급실에 실려가 싸늘히 식어가는 아빠의 죽음을 처음으로 대면해낸 모습을 어린이 화자로 설정하여 쓴 시다. 엄마의 울음은 격정적이나 조용히 식어가는 아빠의 몸이 대조적으로 표현되어 있다.

 

<<아빠를 딱 하루만>>에는 죽음에 관한 연작시 17편이 실려있다. 이 동시집은 김미혜 작가의 자전적 경험을 드러낸 시집이다. 그래서 느닷없이 찾아온 아빠의 죽음 앞에 남겨진 가족들이 겪는 심리적 과정과 아빠를 그리워하는 마음이 애절하게 표현되어 있다. 처음 동시집을 읽었을 때, 세상을 떠난 엄마 생각이 나서 많이 울었다.  대학원 1학기 동시 수업 때 함께 시를 읽으며, 수강생들이 눈물을 흘려서 동시 토론이 어려운 지경에 이르기도 했었다.

 

<우리 아빠> 동시에는 아빠의 죽음의 원인이 나와 있다.

'얼마나 힘들었으면.....//  힘든 일 얼마나 많았으면/ 갑자기 심장이 멎었을까.//'

아침에 출근할 때 갔다 올게 라고 손흔들고 간 아빠가 저녁에 돌아오시지 못한 것이다.

 

<아빠의 장례식>에서 장례식날의 광경과 아빠를 떠나보낸 허전함이 잘 표현되어 있다.  '공원에 아빠를 혼자 두고/낯선 곳에 아빠를 혼자 두고/ 우리만 집으로 왔어요.// 텅빈 집으로 돌아왔어요.//'  이원수의 동시 <아버지> 아버지가 산에만 계신다고 표현했는데, 이제 시대가 바뀌어 납골공원에 모셔져 있는 거다. '1-0069에 아빠 혼자 삽니다/ 한 항아리 뼈와 재가 된 아빠'

 

 

딱 하루 만

 

                     김미혜

 

아빠를 딱 하루만

저한테 보내주세요.

 

딱 하루니까.....

어린이날!

아니..... 크리스마스

아니...... 4월 25일, 제 생일!

 

 

아니, 그냥 아무 때나

아빠를 데려다 주세요.

 

하나님, 딱 하루만

아빠를 보내주세요.

 

세상을 떠난 아빠를 그리워 하는 아이가 아빠를 하느님이 딱 하루만 보내달라고 기도한다. 어린이 날이 좋을 까?, 아니 크리스마스날이 좋을까? 아니면 내 생일날 보내달라고 할까?

아니 그냥 아무때나 딱 하루만이라도 아빠를 보고 싶은 아이의 간절한 마음이 잘 드러나 있다.  이 시의 그림은 생일 케잌에 초를 켜둔채,  엄마, 오빠, 내가  방문을 바라보며 상 앞에 앉아 있는 장면이다. 가족들과 방문은 검은섹 연필선으로 표현되어 슬픔이 그대로 잘 드러나 있다.  죽음 연작시에 어울리게 이광익 그림작가가 잘 표현해냈다.

 

  작가는 서문에서 자연을 노래하며 숲속을 관찰하며 동시쓰면서 삶이 평화롭고 환희였다고 한다. 그러다가 천둥벼락이 꽂힌 적이 있는데, 그 때 동시를 쓰며 힘을 얻었다고 한다. 실제 작가는 남편의 갑작스런 죽음으로 힘든 시기를 동시 창작을 하며 이겨냈다고 한다. 아픈 이야기를 동시로 쓰면서 동시를 쓰는 사람이 된 게 기뻤다고 한다. 그렇지 않았다면 그 막막했던 시간을 어떻게 보낼 수 있었을지 반문한다.

 

 이 동시집을 3학년 아이들과 함께 읽었는데, 한 친구가 '딱 하루만'을 읽으니 '실제로 우리 아빠가 꼭 돌아가신 느낌이 들었다'라고 했다. 그야말로 문학이 간접경험을 시켜준다는 반증이다.  또 다른 친구도 아빠를 보고 싶은 마음이 잘 표현됐다고 했다. 아빠를 딱 하루라도 보고 싶어서 하느님께 비는 장면이 인상깊었다고 소감을 말했다.

 

 <시간의 힘 >

                      김미혜

 

아빠 생각

점점 줄어든다.

슬픔이

작아진다.

 

동시집이 모두 4부로 구성되어 있는데, 2부 마지막 시이다. 시간이 지나면서 슬픔도 작아지는 것으로 죽음의 연작시는 끝이 난다. 작가는 끝은 곧 또 다른 시작임을 말하고 있다.

 

나머지 3부와 4부는 작가가 평소 관심을 갖고 쓰던 숲의 생물인 곤충과 작은 벌레들에 관한 동시로 엮어져 있다.

글쓰기의 힘은 대단하다. 동시인이 자신의 슬픔을 어린이 화자로 설정하여 잘 표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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