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질문 하나 해도 돼요?"
"물론이지. 에밀."
"조금 전에 어떻게 저란 걸 아셨어요? 앞이 보이지 않으시면서요...
아저씨는 웃으며 말했어요.
"그래, 난 태어날 때부터 앞을 보지 못했지. 그 대신 어릴 적부터다른 감각들이 아주 발달되어 있단다. 촉각, 후각, 미각, 청각 이런 것들말이야. 아까 네가 현관문을 열 때 너희 집 냄새와 네 바지가 구겨지는 소리,
그 밖에 설명하기 애매한 것들로 너란 걸 알았어."
"그러면 제가 투명인간이어도 알아채실 수 있어요?"
"에밀, 넌 나에게 투명인간이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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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지영의 지리산 행복학교
공지영 지음 / 오픈하우스 / 2010년 11월
평점 :
구판절판


그 밤 우리가 마시는 소주잔 위로 매화꽃이 분분했고 매화 향기는 봄바람을 타고 쿵작작 쿵작작 삼박자로 우리 주위를 감쌌다. 그 집 황토방에서 자고 아침에 일어났을 때 매화나무는 햇살 아래 서서 나를 보고 환히 웃었다. 가슴 한편이 쓰라리기 시작했던 것은 내 상처가 꿈틀거리기 시작했기 때문이었을 것이다. 무감각을 넘어 통증을 느끼는 것이 치유의 시작이니까 말이다.(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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뭔가 읽을 것이 있을 때면 가로등 불에 의지해 나는 계속 읽고, 그러고 나면 울면서 잠든 밤 사이에 문장들이 태어난다. 문장들은 내 곁을
맴돌다, 속삭이고 리듬과 운율을 갖추고, 노래를 부르며 시가 된다.

어제, 모든 것은 더 아름다웠다.
나무들 사이의 음악
내 머리카락 사이의 바람
그리고 네가 내민 손안의
태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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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읽는다. 이것은 질병과도 같다. 나는 손에잡히는 대로, 눈에 띄는 대로 모든 것을 읽는다.신문, 교재, 벽보, 길에서 주운 종이 쪼가리, 요리조리법, 어린이책, 인쇄된 모든 것들을,
나는 네 살이다. 전쟁이 막 시작됐다.
그 시절 우리는 기차역도, 전기도, 수도도, 전화도 없는 작은 마을에 살고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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펠프스 여사가 말했다.
훌륭한 작가는 늘 독자가 그런 기분이 들게 만들지. 그리고 네가 이해하지 못하는 부분은 걱정하지 마라. 편안히 앉아서, 그 말들이 네 온몸을 촉촉이 적시게 내버려 두면 돼, 음악처럼 말이야."
 "그럴게요, 그렇게 하겠어요."(2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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