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01130 매일 시읽기 63일
허리케인Hurricane
- 메리 올리버
그 허리케인은 우리가 상상조차 하지 못했던
그런 것이었어. 바람이
나무들을 쥐어뜯고, 여러 날
비스듬한 빗줄기가 억수같이 쏟아졌지.
허리케인의 손등이 모든 것들을
후려쳤지. 나는 나무들이 휘고
잎들이 떨어져 다시
흙 속으로 돌아가는 걸 지켜봤어.
마치, 그것으로 끝이 난 것처럼.
그건 내가 겪은 하나의 허리케인이었고,
또 하나는 다른 종류의 허리케인으로,
더 오래갔지. 그때
나는 내 잎들이 포기하고
떨어지는 걸 느꼈어. 허리케인의 손등이
모든 것들을 후려쳤지. 하지만
진짜 나무들에게 무슨 일이
일어났는지 들어봐,
그 여름이 끝나갈 무렵
뭉툭한 가지들에서 새잎이 돋아났어.
철이 아니었지, 그래,
하지만 나무들은 멈출 수 없었지. 그들은
전신주처럼 보였지만
신경 쓰지 않았어. 그리고 잎이 난 다음엔
꽃이 폈어. 어떤 것들에겐
철이 아닌 때가 없지.
나도 그렇게 되기를 꿈꾸고 있어.
And after the leaves came
blossoms. For some things
there are no wrong seasons.
Which is what I dream of for me.
메리 올리버의 《천 개의 아침》을 천천히 읽는다. 메리 언니는 어려운 어휘를 거의 쓰지 않는다. 난해한 문구로 시를 치장하지도 않는다.
저기, 허리케인에 휘고 잎들을 죄다 쥐어뜯긴 나무들이 있다. 다시는 일어서지 못하고 돋아나지 못하고 풀썩, 주저앉을 줄 알았던 나무들이 뜬금없이, 난데없이 꿈틀거렸다. 봐라!!!! 나 아직 살아 있다!!!! 라고 말하듯, ˝뭉뚝한 가지들˝에서 새순을 쏘옥 내밀었다. 속았지,
메롱~~~. 이런 속임수, 이런 메롱이라면 달게 당하리. 자연의 경이로운 메롱.
˝어떤 것들에겐 / 철이 아닌 때가 없지.˝라는 대목을 읽다, 아, 감탄사를 내뱉었고, 노자의 도덕경을 떠올렸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