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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반 데니소비치, 수용소의 하루 ㅣ 민음사 세계문학전집 13
알렉산드르 솔제니친 지음, 이영의 옮김 / 민음사 / 1998년 9월
평점 :
이 작품은 작가가 직접 경험했던 노동수용소 생활의 하루를 이반 데니스비치 슈호프라는 평범한 인물을 통해 보여주고 있다. 아침 다섯 시. 그 시간이면 늘 기상을 알리는 신호 소리가 울린다. 수용소의 삶은 지극히 비인간적이다. "수용소 생활에서 잠자는 시간을 제외하면, 아침 식사 시간 십 분, 점심과 저녁 시간 오 분이 유일한 삶의 목적"이다.
그러나 강제노동수용소에 갇힌 사람들이 죄목은 참으로 모호하다. 어떤 특별한 정치적인 임무를 갖고 활동한 적도 없으면서, 스탈린 공포시대에서 정치적 목적으로 억울한 죄목을 뒤집어쓴 채 수용소에 갇히고 만 것이다. 대부분의 사람들이 아무 이유도 없이 지배 권력의 희생양이 돼 버렸다. 주인공 슈호프를 비롯한 주변 인물들은 수용소라는 억압적인 환경에서 매일매일을 어떻게든 살아내거나, 혹은 비참하게 죽을 수밖에 없는 운명이다. 작가는 평범하고 약한 개인이 거대한 지배 권력의 폭압에 얼마나 비참한 운명으로 떨어질 수 있는가를 생생하게 그려보이고 있다.
무고한 개인이 정치권력에 희생양이 되는 것은 비단 스탈린 시대에만 적용되는 것은 아니다. 그 전에도 늘 있었고, 지금도 자행되고 있으며, 어쩌면 앞으로도 그러할 것이다. 그런 점에서 볼 때 이 작품은 그런 모든 폭압적인 권력에 대한 고발이자, 그러한 권력에 무참히 희생되는 약한 개인에 대한 인간적인 헌사이다. 츠바르도프스키는 이 작품의 서문에서 다음과 같이 말했다고 한다.
"이렇게 권력의 악용에 대한 사건들을 명확하고 철저하게 규명하는 것이, 우리들이 할 일이다. 세월은 흐르고 우리들 모두는 사라질 것이며, 우리는 결국 모두 죽을 수밖에 없는 존재들이다. 그러나 우리가 살아 숨쉬는 동안에 밝힐 수 있는 모든 것들을 마땅히 밝혀야 하며......이와 같은 비극이 앞으로는 절대 반복되지 않도록 노력해야 한다."
슬프게도 인간의 비극은 절대 멈추지 않는다. 그것은 어찌할 수 없는 삶의 원리인가라는 의구심이, 때로는 확신마저 든다. 그래서 또 한 번 슬프게도 인간적인 삶을 향한 투쟁도 끝나지 않나 보다. 슈호프가 하루를 마감하며 영창에 들어가지도 않고, 점심때는 죽 한 그릇을 속여 더 먹고, 저녁에는 순번을 대신 맡아 돈도 벌고, 잎담배도 산 것에 대해 “거의 행복하다고 할 수 있는 그런 날이었다.”며 감사하는 마지막 대목은 읽는 이의 가슴을 애잔하게 만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