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루 15분 책읽어주기의 힘 - 아이의 두뇌를 깨우는
짐 트렐리즈 지음, 눈사람 옮김 / 북라인 / 2007년 2월
평점 :
구판절판


《아이의 두뇌를 깨우는 하루 15분, 책 읽어주기의 힘》
짐 트렐리즈 지음/ 눈사람 옮김/ 북라인(2007)

이 책은 부모가 되었거나 부모가 될 사람들에게 꼭 추천하고 싶은 책이다. 아니, 책을 읽고 나니 내 주머니 사정만 허락한다면 아직도 책 읽기를 기피하고 있는 내 주위 부모들에게 손수 사주고 싶은 책이다. 나는 이 책을 멋진 밥상을 차려준 후배의 집에서 우연히 추천 받았다. 이 책을 읽지 않았어도 책을 좋아하는 나는 내 아이에게 책을 읽어주었을 것이다. 그러나 이 책을 통해 책을 읽어주는 것이 어디에 좋고, 언제까지 읽어주어야 하는지를 구체적으로 알게 되었다. 이 책은 모두 7장으로 구성되어 있다. 소설이 아니기 때문에 목차(목차가 정말 훌륭하다)를 보고 자신에게 관심 있는 분야부터 읽어도 무방하다. 내 경우엔 ‘TV와 인터넷은 독인가 약인가’라는 6장이 먼저 눈에 들어와 그 장부터 읽었다. 그것은 나란 인간이 책도 좋아하지만 드라마도 좋아하는 터라 가끔씩 아이와 함께 드라마를 보기 때문이다. 게다가 돌을 갓 넘긴 내 딸이 돌을 전후하여 TV에서 광고만 보면 꼼짝도 않고 앉아 텔레비전 모니터를 멍하니 보기 때문이다. 문제는 아이의 이런 증상을 내가 십분 활용하고 있다는 것이다. 특히 화장실에서 큰 볼일을 보고 싶을 때 나는 선전이 길게 이어질 채널을 골라 아이를 TV 앞에 앉혀 놓는다. 약간의 죄의식을 느끼면서 말이다. 저자의 지적대로라면 나는 지금 잘못된 일을 하고 있다. 두 돌 이전까지는 되도록 TV를 보여주지 말라고 한다. 그러나 사람은 자기 식대로 해석하고 싶은 욕구가 있는 법, 나는 ‘되도록’이란 말에 안도를 하며 많이만 보여주지 않으면 되지 않겠는가 하고 스스로 위안을 삼았다. 저자 또한 아이가 TV를 보거나 인터넷을 하는 것이 무조건 나쁘다고 말하지는 않는다. 다만 경계선을 두어야 한다고 충고한다. 규칙만 있다면, 아이들이 컴퓨터로 놀거나 공부를 할 수 있다면, 제한된 시간 안에서 허용할 수 있다는 것이다. 중요한 것은 중용이라고. 실제로 핀란드 아이들은 TV의 캡션기기를 통해 글을 읽힌다고 한다. 이 장을 읽고 나는 죄책감에서 조금 벗어나 돌을 넘긴 우리 딸에게 하루 30분 정도 광고 방송을 보여 주고 있다.  


나머지 장들도 순서를 뒤죽박죽으로 읽었지만, 전혀 무리가 없었다. 글이 시원시원하고 사례들이 많아 아주 술술 읽힌다. 내가 이 책에서 가장 감동한 대목은 책읽기를 통한 치유였다. 많은 학습장애아들이 가족들의 책읽기를 통해 장애를 극복하는 과정은 콧날이 시큰해지는 감동을 준다. 책읽기가 능사는 아니겠지만, 그들을 돕는 하나의 치유책은 될 것 같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렇다면 보통의 평범한 아이들에게 책은 언제까지 읽어주는 것이 좋을까? 많은 부모들이 아이들이 스스로 책을 읽을 수 있게 되는 순간이라고 생각할 것이다. 실제로 우리 동네 엄마도 내가 이 책을 추천하며 아이에게 책을 읽어 주라고 하자 글을 뗀 아이에게 뭐 하러 책을 읽어주느냐고 반문했다. 그래서 나는 저자의 말을 그대로 옮겨 주었다. “아이들이 혼자서 읽을 때에는 이해하지 못할 복잡하고 재미있는 이야기도 들어서는 이해할 수 있다. . . 혼자 읽을 줄 아는 아이에게도 계속 책을 읽어주어야 한다 . . .(99). 책을 읽어주어야 할 시기를 저자는 중학교 2학년 정도로 보고 있다. 그 정도 나이쯤 되면 혼자 읽기에 벅찬 글도 한 번쯤 읽어볼 생각을 하기 때문이 아닐까 싶은데, 나로서는 여력만 된다면, 즐길 수만 있다면 아이와 함께 같은 책을 읽는 것도 좋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나는 아이를 가지기 전부터 그렇게 하고 싶었던 사람이다. 내 아이도 좋아할지는 의문이지만. . . 
 

저자는 또 터울이 있는 아이들을 가진 부모의 경우 어느 순간부터는 같은 책을 읽어주지 말아야 한다고 충고한다. 관심과 이해력이 다른 두(혹은 세) 아이에게 같은 책을 읽어주는 것은 책읽기의 효과를 떨어뜨린다는 것이다. 그러자 한 아버지는 개별적으로 책을 읽어주라는 말에 발끈하여 시간이 너무 걸리지 않느냐며 투덜댄다. 그 아버지에게 저자는 일침을 놓는다. “그렇습니다, 선생님, 부모 노릇은 시간을 절약하려고 하는 것이 아닙니다. 부모가 되는 것은 시간을 더 들이고 투자하는 것이지, 시간을 절약하는 것이 아닙니다.”(103) 이 대목에서도 알 수 있듯이, 이 책은 단지 읽기에 그쳐서는 안 되는 책이다. 중요한 것은 이 책을 읽고 부모가 몸소 실천하는 모습을 보여야 한다. 나이가 어릴수록 좋겠지만, 늦었다 싶을 때가 가장 빠르다고 처음에야 힘이 좀 들겠지만 큰 아이의 주파수를 맞춰 하루 15분만이라도 책을 꼭 읽어주는 정성을 쏟으라고 저자는 권한다. 가장 좋은 것은 부모가 먼저 책읽기의 즐거움을 느끼고 책 읽는 모습을 아이들에게 보여주는 것이라는 말도 잊지 않는다. 
 

이 책의 문제는 부모가 책을 읽어 주기만 하면 마치 우리 아이가 영재가 될 것 같은 착각을 부모에게 불러일으킬지도 모르겠다는 점이다. 나는 아이들마다 역량이 다르다고 생각한다. 책을 읽어주는 것은 그 역량을 일깨우는 하나의 방법에 불과할 것이다. 결코 과소평가 될 수도 없지만 그렇다고 과대평가 되어서도 안 된다고 본다. 저자의 지적대로 책읽기는 단지 내 아이를 영재로 키우기 위한 방법이 아니라, 부모와 아이 간의 유대를 키움으로써 발생하는 부수적인 효과가 아닐까 싶다. 어쨌거나 이 책을 나보다 먼저 읽은 남편이 어린 우리 딸에게 책을 읽어주기 시작했다. 아직은 책을 읽는다기보다 보는 수준이고, 어쩔 때는 거의 집어던지는 수준이지만, 꽂혀 있는 책들 중 유독 한 책만 죽으라고 집어 드는 아이를 보면 말 못하는 아기에게도 선호도가 있다는 걸 알겠고, 그래서 이런저런 책을 두루두루 보여주어야겠다는 생각을 하게 되었다. 
 

이 책에서 내가 가장 흥분한 대목은 <보물창고>라는 작은 제목 아래 망라해놓은 ‘소리 내어 읽어주기에 좋은 책’(뉴욕알바니지구독서협의회)들이었다. 많은 책들이 우리나라에 거의 번역되어 나와 있었지만, 나는 원서를 사서 읽고 싶다는 욕망이 마구 들끓었다. 언젠가 내 딸에게 저 책들을 읽어줄 날들을 그려보노라니 그렇게 흥분될 수가 없었다. 물론 주머니 사정이 허락한다면 거기 수록된 거의 모든 책들을 사서 먼저 읽고 싶을 정도였다. 지금 당장 구입해서 읽고 싶은 책은 《늑대가 들려주는 아기 돼지 삼형제 이야기 The True Story of the Three Little Pigs》라는 그림책이다. 이 마지막 부록은 책을 좋아했지만 어린이 책을 거의 못 읽은 내게 진짜 <보물창고>가 되어 주었다. 저자에게 정말 고맙다. 이 책의 저자인 짐 트렐리즈는 어린 시절 아버지가 책을 읽어 주었던 느낌이 너무 좋아 자신의 두 아이에게도 매일 밤 책을 읽어 주었다고 한다. 책을 읽어주지 않는 부모와 교사들이 많다는 것을 깨닫고서 자비를 털어 이 책을 출판하게 되었다고 한다.

- 교육에서 무엇보다 중요한 것은 ‘무엇을 사랑하고 소망하도록 가르치는 것이 무엇을 배우도록 하는 것보다 중요하다.’(28)
- 글쓰기와 말하기는 ‘복제되는 경험’이라는 사실이다. ‘단어는 귀와 눈을 통해 들어와 혀와 펜을 통해 나간다.’ 즉 우리는 들은 것을 말하고, 본 것을 쓴다. 그 중에서도 가장 자주 들은 것을 말하고, 가장 자주 본 것을 적는다.(107)
- 아이가 책을 알게 되면, 또 하나의 중요한 수업을 조심스럽게 시작하자. 책에 이름을 붙여주는 것이다. 읽어 줄 때마다 책제목을 가리키고, 글쓴이, 페이지, 그림, 겉표지, 속표지와 같은 단어를 말해주는 것이다.(125)
- 정말 좋은 책은 마지막 장을 덮은 후에도 그 소리와 냄새와 이미지가 오랜 기간 우리 곁을 맴도는 책이다.(153)
“50세기 되기까지는 모든 책에 50페이지의 기회를 줘라. 50세가 넘으면 100에서 나이를 뺀 페이지만큼의 기회를 줘라.”(워싱턴북센터의 낸시 펄). 그녀는 이것을 ‘50의 법칙’이라고 부른다. 즉 독자가 작가로부터 받아야 하는 정신적 고문에는 한계가 있다는 것이다. 만약 책이 인내력을 시험하기 위한 것이라면 올림픽 경기장에 있어야지 책꽂이에 있어서는 안 된다.(155)
- 즐거움은 가르치기보다 감염되는 것이라는 점을 되새기자. 그리고 다음을 명심하자.(188)
- 어른이 역할 모델로서 매일 책을 읽어야 한다. 아이와 같은 시간에 읽는다면 더 좋다.
- 아주 어린아이의 경우에는 책의 그림을 보고 책장을 넘기는 것만으로도 ‘독서’라고 할 수 있다.
- 아이가 스스로 읽고 싶은 것을 선택하게 하자. 그것이 자신의 수준에 맞지 않는다 해도 어쩔 수 없는 일이다.
- 시간을 정하자. 처음에는 짧게, 아이가 자라 더 많이 읽을 수 있게 되면 길게 시간을 잡자.
- 신문과 잡지도 ‘독서’의 일종이다.
- 스스로의 선택, 스스로의 관심이 중요하다. 아이가 관심을 갖는 것을 읽게 하자.
- 아무도 책을 읽어주는 일이 쉽다고 말하지 않습니다. 그렇지만 그것은 정말 너무나도 중요합니다!(수잔 넬슨, 앨라배마 맥칼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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