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01223 매일 시읽기 86일 

아침에 일어나는 일 
- 김행숙  

거의 잊혀진 것 같다 
머리 하나를 두고 온 것 같다 

머리가 두 개인 사람처럼 
머리를 일으켰다 

모든 게 너의 착각에서 시작되고 끝났다 
헤어질 때 
당신이 한 말 

두 명의 사람이 누워 있는 것 같다 
아침에 눈을 떠서 
간신히 한 사람만 안아 일으켰다 

라디오 스위치를 켜고 
어제와 똑같은 방송을 들었다 


김행숙의 <<무슨 심부름을 가는 길이니>>를 다시 펼쳤다. 

‘아침에 일어나는 일‘은 아침에 일어날 때 몸과 맘이 천근만근 무거운 상태를 ˝머리가 두 개인 사람˝으로 비유했다. 무거운 이유는 화자에게 뼈아픈 말을 화살처럼 던지고 떠난 사람 때문이다. 내 모든 관심과 사랑이 ˝다 너의 착각˝이었다고, 그런 말을 듣게 된다면, 그것도 사랑하는 이에게서 듣게 된다면 무릎이 구부러진다. 가슴이 무너진다. 숨이 막힌다.

그래도 다행이지. 이 화자는 두 사람 중 한 사람만이라도 ˝간신히˝ 일으킬 힘이 남아 라디오를 켜 방송을 들으니까. 몸에 밴 습관으로 나를 일으켜 세웠으니까.

떠나간 사랑으로 상처 입는 나이에선 저만치 물러나 있으나, 지금은 맘보다 몸이 천근만근이라 아침에 일어나는 일이 녹록치 않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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